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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고병수의 '영화와 만난 의학'(26) 정신분석학 선구자 슈필라인의 삶 ... '데인저러스 메소드'

마차를 타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는 한 여인. 그의 이름은 사비나 슈필라인(키이라 나이틀리). 원래는 러시아 부유한 집의 5남매 중 첫째인데, 아끼던 여동생이 장티푸스로 죽자 그 때부터 정신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요양 겸 치료를 받으러 스위스로 와 있는 동안 발작이 심해져서 급히 취리히에 있는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당대에도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마이클 패스벤더)의 상담을 받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심한 틱(Tics) 증상이나 조울증(양극성 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의사들은 히스테리성 발작이라고 한다. 그 당시만 해도 정신의학이 발달하지 못해서 여성들에서 나타나는 여러 정신병 상황들을 거의 히스테리라고 불렀다. 히스테리는 자궁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왔고, 자궁이 없어서, 혹은 자궁 문제로 병이 생겼다고 해서 ‘히스테리아’라는 명칭을 붙였다. 참 무지한 명칭이다.

 

슈필라인은 여러 번 상담을 하다 보니 어렸을 적 아버지에 의한 성학대가 중요한 심리적 원인이었다. 이러한 발작뿐만 아니라 이상한 성욕까지 나타나서 주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프로이트, 융, 슈필라인

 

시간이 지나면서 융에 의해 슈필라인은 많이 좋아졌으나, 둘은 의사-환자 관계가 아닌 쪽으로 깊어져 버린다. 이 사실을 알아버린 지그문트 프로이트(비고 모텐슨)와 두 아이를 낳은 융의 부인.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고뇌하게 되고, 융은 그와 결별을 강요한다. 병이 호전된 슈필라인은 스위스에서 의과대학을 마치고 정신분석학 분야로 연구를 하다가 러시아로 돌아간다.

 

이 영화는 줄거리가 융과 슈필라인의 애정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졌지만, 나오는 실제 인물들만으로도 엄청난 무게감을 갖는다. 1800년대 말은 정신의학의 세계에서 혁명이 일어나던 시기이다. 최고의 심리치료 기술을 자랑하던 샤르코 박사(앞서 소개한 ‘매드 위민스 볼’ 영화에서 등장하는 박사)에게서 교육 받았으나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뛰쳐나온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있다. 영화에서처럼 그는 줄담배를 태운다.

 

슈필라인이 입원한 정신병원의 책임자는 당대 유명한 정신의학자인 파울 오이겐 블로일러(Paul Eugen Bleuler, 1857~1939)이다. 그는 조현병(Schizophrenia)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의사이다. 칼 융은 프로이트와 블로일러 모두에게 영향을 받는데, 나중에는 그만의 독특한 정신의학의 문을 열게 된다. 이들의 방법론은 조금씩 달랐으나 이전의 최면요법 보다는 좀 더 복잡한 정신의 세계를 파헤치는 게 중요하다고 믿었고, 이러한 것들을 역동 정신의학(Dynamic Psychosis)이라고 부른다.

 

영화에서도 프로이트와 융이 긴 시간 토론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대강 이런 내용들이다. 정신병리 현상을 심리·사회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심층 분석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 이론을 주창하면서 꿈과 성 본능이 중요하다고 하고, 이에 반발한 융은 반드시 개인의 성이 절대인 것처럼 사고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발하며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분석 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 이론을 만든다.

 

영화에서 융의 치료를 받으면서 오히려 그에게 성에 관해 가르치려 드는 사람은 오토 페니첼(Otto Fenichel, 1897~1946)이라는 유명한 정신분석학자이다. 그리고 융과 애정 관계를 가졌던 사비나 슈필라인(Sabina Spielrein, 1885~1942)은 의사가 되고, 러시아로 돌아가 활동하면서 러시아 최초의 여성 정신분석학자가 된다.

 

프로이트는 나치가 정권을 잡았을 때 비엔나에서 쫓겨나고, 나중에 영국 런던에 정착하지만 1939년 구강암으로 사망한다. 슈필라인은 프로이트와 융과 교류하면서 정신분석학 선구자로서 활약하다가 1941년 독일이 러시아를 침공할 때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고향에서 두 딸과 함께 붙잡혀 학살당한다. 융은 오래 살았다.

 

이 영화는 정신분석학이라는 내용을 소개한다기 보다는 슈필라인의 기구한 삶을 보여주는 것과 당대 유명한 정신의학자들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중량감이 넘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보면 즐거울 것 같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2020년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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