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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고병수의 '영화와 만난 의학'(12) 인류에게 끊임없이 괴로움을 준 '관절염'

인류에게 끊임없이 괴로움을 준 질병을 말하라면 ‘관절염’을 들 수 있다. 개나 말, 소와 같은 반려동물이나 가축은 물론 들짐승들까지도 사지를 가진 동물이라면 누구나 겪는 병이기도 하다. 관절은 인체가 움직일 수 있도록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곳으로 여러 질환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리하게 사용하다 보니 닳아서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과 서서히 염증이 심해지면서 관절이 망가지는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이 대표 선수들이다.

 

‘내 사랑(Maudie, 2016)’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성장에 문제를 가진데다가 어린 나이에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게 되면서 걷기도 힘들고 손으로 물건을 쥐기조차 힘든 상태로 오빠와 고모로부터 박대를 받다가 나이브 화가로 이름을 알리게 된 모드 루이스(Maud Kathleen Lewis, 1903~1970)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이브(Naive) 화가란, 단어 뜻처럼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고, 특정 미술 사조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본 자연이나 실물들을 솔직하게 그리는 화가들을 말한다.

 

일을 하고 싶지만 아무도 일거리를 맡기지 않아서 고민하던 모드(샐리 호킨스)는 입주해서 일할 가정부를 구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마을에서 떨어져 있는 어느 외딴집으로 찾아간다. 자그만 집의 주인은 생선 배달을 하는 에버렛 루이스(에단 호크)로, 정이 없고 배려심도 적은 남자이다.

 

예쁘지도 않고, 장애를 가져서 별로 쓸모없어 보여 일을 주고 싶지 않지만, 싼 맛에 집안일을 맡긴다. 루이스는 집에서의 서열을 자신과 개, 닭 다음에 가정부(가사도우미)인 모드라고 가르치면서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류마티스 관절염

 

모드가 앓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류마(Rheuma)’는 그리스에서 유래한 말로 액체를 뜻한다. 이 관절염의 특징이 염증이 심해지면서 아프고 체액이 관절에 차서 퉁퉁 붓기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여졌다.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몸을 방어하는 면역체계가 비정상으로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고 알려졌다. 관절 부위를 공격당하다 보니 관절염증이 생기는 것이고, 아침에 일어나서 손마디가 뻣뻣해서 움직이기 힘들고, 1~2시간 움직여야 풀리는 특징이 있다. 이것을 ‘조조강직’이라고 하는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진단에 중요 증상으로 삼는다.

 

뼈나 관절이 아프니까 정형외과 질환인 줄 알았는데, 병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내과계에서 더 연구가 활발해졌다. 대표적인 만성질환이고 완치되는 것은 힘들다. 진통제가 증상 완화를 위한 기본 약이며, 염증을 줄이기 위해 말라리아 치료제나 항암제를 일부 사용하기도 한다.

 

자기를 공격하는 상항은 관절에 대부분 일어나지만, 그 외에도 피부에 딱딱한 몽우리(류마티스 결절)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폐를 침범하여 딱딱하게 만들어 호흡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심장이나 간, 콩팥, 혈관 등 거의 모든 장기들이 공격을 받아서 문제를 일으킨다.

 

모드는 걷기도 힘들고, 손놀림도 부자유스러운 힘든 몸으로 집안 살림을 그럭저럭 꾸려 나가던 중 심심풀이로 집안에 굴러다니는 페인트로 벽과 유리창에 꽃과 나무들을 그려본다. 그리고 기록을 하거나 계산할 줄 모르는 에버렛을 도와주기 위해 기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말로만 생선값을 매기고 거래하던 것에서 모드는 카드에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 명세서를 써서 고객들에게 주었다. 어느 날, 미국에서 온 산드라(캐리 매쳇)라는 여인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돈을 지불할 테니 더 그려달라고 한다.

 

이제부터 인생이 그들의 인생이 바뀐다. 미운 정, 고운 정 들 때쯤 모드와 에버렛 둘은 결혼도 한다. 생선 팔아서 버는 돈 보다 그림 그린 값이 몇 배나 많은 것을 보고 에버렛은 놀라기도 하고, 질투심도 갖는다. 하지만 조금은 모드를 존중해주게 되면서 둘 사이는 약간의 변화가 오게 되고.....

 

“내 인생은 ... 전부 저 액자 속에 있어요.”

 

모드가 산드라에게 하는 말이다. 그가 죽고 나서 그가 살던 집과 함께 그림들이 캐나다의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 모드와 에버렛의 어색하고 냉랭한 관계는 ‘길(La Strada, 1954)’에 나오는 잠파노(앤서니 퀸)와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 관계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길’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줄리에타 마시나는 감독의 부인이기도 하다. 일인극처럼 나무와 풀잎과 햇빛과 속삭이며 얘기하는 듯한 그의 연기는 아직도 최고로 평가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은 또 다른 화가

 

모드 루이스처럼 화가이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고생한 사람이 있다. 바로 프랑스의 국보급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 1841~1919)이다.

 

그도 말년에 같은 관절염으로 고생하게 되었고 손을 쥐는 것도 힘들어 붓을 손에 묶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영화 ‘르누아르(Renoir, 2012)’는 나이가 들고 병든 모습을 잔잔히 그려낸 영화로, 그의 그림들을 화면 속에서 보는 것이나 그의 작품에 나오는 실제 소녀를 보는 것 등 은근한 재미도 제공한다.

 

인상파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것처럼 프랑스의 아름다운 햇빛과 자연 풍경들을 보면서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은 덤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2020년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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