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민선 제주도지사가 줄줄이 '선거법'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검찰이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해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정용,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민선 체제 이후 제주지사를 지낸 모든 이들이 법정에 서게 되는 '흑역사'를 남기게 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은 30일 원희룡 지사가 받고 있던 5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 중 2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했다.
결국 원 지사마저 법정에 서게 되면서 제주도에서 민선 지사를 지냈던 모든 이들이 결국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 첫 사례는 민선 1기 무소속으로 당선돼 제주지사를 지낸 신구범 전 지사다. 신 전 지사는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1994년 11월7일 북제주군 구좌읍 이장단 대표에게 동남아 여행경비 명목으로 일화 30만엔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민선 1기 1995년 6월27일 지방선거를 앞둔 그해 1월6일 <제주일보>가 톱기사로 보도하면서 불거진 사안이다.
검찰 조사 이후 신 전 지사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상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 혐의로 기소돼 2년 뒤인 1997년 6월20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신 전 지사에 이은 주자는 우근민 전 지사였다.
당시 집권여당인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우 전 지사는 2002년 6월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한나라당과 신구범 후보가 고발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상대후보였던 신 전 지사가 축협중앙회장 시절 축협에 510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였다.
우 전 지사는 이밖에도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선거비용 축소 및 누락, 유사선거사무소 설피 등 무려 6건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우 전 지사는 결국 법정에서 '작량감경'이란 감형조치까지 받았지만 허위사실 공표가 사실로 인정돼 1심과 2심에서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2004년 4월27일 대법원이 형을 확정하면서 지사직을 상실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우 전 지사와 경쟁을 벌였던 신 전 지사 역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사전선거운동 혐의였다.
당시 재판부는 신 전 지사가 선거운동 기간 고교동문 모임에서 “동문이 단합해야 한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이 역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신 전 지사는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됐다.
우 전 지사의 지사직 상실 직후인 2004년 6월5일 치러진 재선거에서 제주지사로 당선된 이는 김태환 전 지사였다.
우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6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다시 한 번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했다. 고발인은 신 전 지사였다.
신 전 지사는 당시 지방선거가 끝난 시점인 7월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 전 지사가 관광복권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4.3특별법 제정, 공무원 인사, 삼다수, 성희롱 사건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취지로 우 전 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이 고발에 대해서 “우 전 지사의 발언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무소속 후보로 나선 김태환 지사도 2006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들과 공모해 조직표를 만드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기획, 참여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결국 제주도지사에 당선됐지만 이 사건으로 기소돼 2009년까지 이어지는 길고 지루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김 전 지사는 1·2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판결은 2007년 11월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핵심은 2006년 4월27일 이뤄진 검찰의 제주도청 압수수색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이 압수수색이 적법한 절차에 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이를 통해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어 2008년 1월 열린 광주고법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이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이외의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재상고를 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 김 전 지사는 2009년 3월12일 무죄가 확정됐다.
민선 제주지사의 법정 수난사는 이제 원희룡 지사에서도 지속될 상황이다. 검찰의 기소로 원 지사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다만 그동안의 제주지사 선거법위반 재판에서 집권 여당의 후보였던 당선인은 재판부의 선처와 감형 등의 결론이 내려진 반면 무소속 또는 야당 후보였던 당선인은 법조계의 관측을 깨고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앞으로 열릴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원 지사는 지사직을 내려놓게 된다.
앞으로 벌어질 치열한 법리공방과 재판부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