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당 피습 사건의 범인은 태연하기만 했다.
그저 덤덤한 표정이었다. 흉악살인사건의 피의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심경을 묻자 "평상시와 다른 게 없다"며 오히려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그는 현장을 지켜보던 신도와 인근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제주시 신제주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천궈레이(50·陣国瑞)의 범행에 대한 현장검증이 22일 오후 1시30분부터 신제주성당에서 이뤄졌다. 이날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도 함께 공개됐다.
피의자가 현장에 나타나자 일부 신도와 주민들은 "나쁜 놈", "살인마", "뻔뻔하고 죄의식도 없다. 어떻게 성당 안까지 들어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느냐"며 격앙됐다.
하지만 피의자 천궈레이는 이에 동요하지 않고 덤덤히 걸어 들어갔다.
현장검증에서 피의자는 성전 안으로 들어온 뒤 통로에 가져온 가방을 내려 놓고 흉기를 꺼내 성전 왼쪽 벽 앞에 서서 기도하고 있던 피해자 김씨를 수차례 흉기로 찌르는 모습을 재연했다. 그리고는 옆문 쪽에 흉기를 버려두고 홀연히 빠져나갔다. 범행 시간은 단 3~4분 정도.
이날 성당 내부 현장검증은 언론에 비공개로 실시됐다.
현장검증을 끝낸 뒤 기자들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들릴듯 말듯 낮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만 짧게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현장검증 결과를 토대로 23일 천씨를 살인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제이누리=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