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였다. 한참을 들지못했다. 떨리듯 말을 이어갔다.
제주 성당피습 사건이 벌어지고 난 뒤 그를 만났던 터. 제주한라대 중국인유학생회 회장 속홍파(21) 학생이 사과했다.
속씨는 “소식을 처음 듣고선 믿기지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같은 중국인 아니 사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인으로서 한국인에게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며 또 다시 고개를 떨궜다.
속씨는 중국 합비지역 출신으로 지난 3월 제주로 유학을 왔다. 그리고 5월부터 제주한라대 중국인유학생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제주한라대 중국인유학생회엔 현재 177명의 중국인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속씨와 제주한라대 중국인유학생회는 20일 낮 바오젠거리에서 성당 피습사건 피해자에 대한 합동 추모행사를 가졌다. 평소 알고지내던 중국인 선배의 제안을 따른 것이다. 그렇게라도 애도의 마음을 보여야 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중국인 유학생으로서 (성당 피습사건) 소식을 듣고 한국인들에게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희의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수업까지 포기하고 추모에 나섰습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속씨 등 중국인유학생 10여명은 검정색 옷을 입고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를 찾았다. 분수대 옆 공연장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팻말을 설치했다. 흰 종이를 바닥에 깔고 국화꽃을 헌화했다. 묵념과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속씨는 21일 제주시 연동 신제주성당에서 열릴 영결미사에도 참석한다. 수업이 없는 유학생들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겠다는 뜻이다.
속씨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런 가슴아픈 일들로 중국과 한국이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일로 많은 한국인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텐데, 빨리 그 마음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속씨는 언론에 비춰진 한국인들의 반(反) 중국인 감정을 우려했다. 속씨도 한국에 사는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속씨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그들이 한국에 온 목적인 관광만 하고 잘 있다 잘 돌아간다. 그러나 아주 극소수가 벌이는 용서받지 못한 일들로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속씨는 또 “요즘 뉴스에서 ‘제주도 무사증제 폐지’를 촉구하는 국민과 시민단체, 정당 등을 보았다”며 “그러나 무사증은 중국인들이 여행지를 선택할 때 첫번째 기준이다. 제주도에서 무사증제가 실시되면서 제주를 찾는 중국인들이 많이 늘었다. 제주에 다녀온 중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 그 주변사람들이 제주관광을 택하고 이런식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무사증제 폐지는 반대하지만 입국심사 강화 등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르러서도 속씨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게 됐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고 전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