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에 한계를 느낀다. 도무지 감정을 억누르기가 어렵다.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하던 단계였는데 대번에 대형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멀쩡한 백주대로 음식점에서 집단폭행을 저지르더니 채 며칠도 지나지 않아 대범하게 성당에 난입, 살인사건까지 저질렀다. 그것도 자기들 땅이 아닌 남의 나라 땅, 평온과 평화의 섬이었던 제주도에서 그런 일을 벌였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2002년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 원년’을 선포할 무렵 제주에선 무언가 모를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2002년 중국을 대표적으로 180여개 국가 국민에게 ‘무사증 입국’을 허용하면서부턴 특히 더 그랬다.
‘궨당’으로 지칭되듯 친족사회란 ‘1차적 관계’와 ‘공익사회’의 특성이 역력하던 제주가 태평양을 향한 전진기지와 교두보가 돼 나라를 예인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등장할 만만찮은 폐해가 바로 그런 우려였다. 외국인 범죄의 급증은 이미 그 즈음부터 걱정거리였다.
그로부터 14년여가 지난 지금 제주는 넘쳐나는 중국인관광객과 더불어 그만큼 ‘넘쳐나는’ 중국인 범죄로 수두룩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고, 급기야 피살까지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더욱 어처구니 없게도 이번에 살해사건을 저지른 중국인관광객의 진술은 가관이다. “무사증지역이라서 제주를 여행지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언젠가 사고를 칠 것 같은 그런 이가 바로 그런 이유로 제주를 행선지로 택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황당(?)하게도 아침 무렵 시내 한복판 성당에서 새벽미사를 올리던 60대 여성신도가 그의 흉기에 숨을 거뒀다.
제주행 무사증 입국자는 2011년 15만3862명, 2012년 23만2929명, 2013년 42만9232명, 2014년 64만6181명으로 폭증하는 추세다. 올 연말 무사증 입국 예상자는 80만명이나 된다.
물론 외국인 범죄도 늘었다. 2011년 121건이던 범죄가 2013년 299건, 2015년 393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도 8월 말까지 이미 397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제주경찰청이 밝힌 연도별 통계를 보면 2011년 외국인 범죄자 121명 중 중국인은 58명이었고, 2012년엔 외국인 범죄자 164명 중 89명이, 2013년엔 299명 중 134명이, 2014년엔 333명 중 194명이 중국인이다.
전체 외국인 피의자 중 2011년 47%, 2012년 54%, 2013년 44%, 2014년 58%가 중국인 피의자다. 하지만 지난해 393명의 외국인 범죄자 중 중국인은 260명으로 전체 외국인 범죄자의 66% 이상을 차지했다.
게다가 올 4월까지 검거된 외국인 범죄자도 157명. 그 중 70%에 해당하는 110명이 중국인이다.
여기에다 걱정꺼리는 또 있다. 제주 서남부권역 개발붐을 몰고 오는 신화역사공원과 제주 최고층이 될 것이란 제주 도심지 한복판의 드림타워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연다. 모두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규모 카지노 시설이 예정돼 있다.
대문·도둑·거지가 없어 삼무(三無)의 섬으로 불리던 제주였다. 그러던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과 투자행렬이 몰리면서 돈·인재·일자리가 넘치는 신(新)삼다도(三多島)란 말이 한동안 중앙매스컴을 통해 회자됐었다.
아무리 일자리가 많은 들, 돈이 많은 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생명이 보장되지 않고, 안전이 위협받는 곳이라면 사실 모두가 허망한 것이다. 결국 잠시 스쳐가는 인재이고, 잠시 스쳐가는 돈이고, 뒷날을 기약할 수 없는 일자리다.
범죄·사고·공해 없는 ‘신삼무도’(新三無島)가 되지 않는 이상 모두가 공염불이다. 이 참에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제주는 그저 재주나 부리고 ‘이것 저것’ 다 내주는 그런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무수히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로 쏟아지면서 한마디로 ‘싹쓸이하듯’ 그 중국인들의 돈을 거둬가던 제주의 대기업 면세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기회에 이미지 변신이라도 꾀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돈 버느라 여념이 없을텐데 폭발 일보 직전인 제주도민은 물론 국민정서를 헤아리고 있을 지 알 길이 없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