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일 국민의힘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민주당의 경찰 고발은 터무니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부 후보 캠프는 27일 "분명히 밝히지만 부상일 후보는 법을 위반하는 호별 방문을 한 적이 없다”면서 "민주당은 두리뭉실하게 고발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밝혀주길 바란다. 당 명의의 ‘아니면 말고 식’이 아닌 향후 무혐의 시 법적 책임을 질 사람의 명의로 정식으로 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부상일 후보는 법의 엄중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어 평소 아무리 사소해도 법을 지키려 노력한다"면서 "하물며 선거법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기울어진 운동장에 기대어 심판받지 않고 쉽게 정치를 했으니 역전된 지지율에 우왕좌왕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며 “그러나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 획책이라면 이번만큼은 도민의 준엄한 심판을 벗어날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또 "고발 같은 모략질할 시간에 김포공항을 폐쇄하고 제주는 해저터널로 다니면 된다는 민주당 후보들의 입단속에 더 신경쓰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부상일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24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모 사무실을 방문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후보 캠프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후보를 검찰에 공식 고발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선거 후보 캠프는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광수 후보를 검찰에 공식 고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후보 캠프가 문제 삼은 김 후보의 발언은 지난 25일 제주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TV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 후보가 제주도교육청이 13년 연속 종합청렴도 1∼2등급을 유지했다고 주장하는데, 2011년에 4등급을 받았더라"며 "13년 연속이 아니라 중간에 4등급이 끼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캠프는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 제주도교육청 종합청렴도는 2등급이었다. 김 후보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이 후보 캠프는 이와 함께 "김 후보가 소속된 종친회가 이 후보를 비방하는 성격의 문자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살포한 의혹이 있다"며 검찰 수사도 의뢰했다. 이 후보 캠프가 입수한 해당 종친회의 SNS 메시지에는 '사회주의 사상과 이념의 교육으로 망쳐버린 교육을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김광수 후보의 참교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국민의힘 부상일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부상일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24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모 사무실을 방문해 명함을 배포하는 등 선거운동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제106조 제1항에 따라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상일 후보는 국회의원 선거를 5번째 치르고 있고, 본인이 변호사이기 때문에 법 규정과 취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부상일 후보가 위법행위를 저지르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또 "부상일 후보는 ‘제주도 전라도화’, ‘전라남남도’, ‘가스라이팅 당한 제주’ 등 지역감정을 조장한 발언을 쏟아내 제주도민을 갈라치기 하고 언론과 전쟁을 선포하는 등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도 모자라 이번에는 불법 선거운동까지 자행했다”며 “아무리 선거가 급하다고 해도 부상일 후보의 행태는 정치 혐오를 불러오는 구태 결정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공명선거를 저해하는 범죄
6.1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째날인 27일 오후 2시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은 6.85%로 나타났다.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동시간대 대비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이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낮 2시 제주지역 투표율은 6.85%로 전체 유권자 56만5084명 가운데 3만871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같은 시각 전국 평균 투표율인 6.26%보다 0.59%p 높다. 지역별로는 제주시가 6.73%, 서귀포시가 7.18%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후 제주지역 역대 지방선거의 첫째날 오후 2시 투표율은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3.18%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6.65% 등이다. 국회의원 선거 및 대통령 선거까지 포함하면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3.21%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 6.56%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7.20%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 10.15% 등이다. 한편 제주지역 일반유권자는 27~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사이 가까운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소는 읍면동마다 1곳씩, 모두 43곳에 설치됐다.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포함)의 경우 사전투표 2일차인 오는 28일 토요일에
민선 8기 지방자치를 이끌 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제주에서도 27, 28일이틀 간의 일정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제주 주요지역 소재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시각부터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제주지역 사전투표율은 2.76%로 전국 평균인 2.6%보다 다소 높다. 2018년 지방선거 2.37%보다 0.39%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의 3.63%보단 0.87%p 낮다. 제주시에서는 선거인수 40만9110명 중 1만1227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2.74%의 사전투표율을 나타냈다. 서귀포시에서는 선거인수 15만5974명 중 4376명이 투표해 2.81%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여야 제주지사 후보와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등 유권자 선택을 기다리는 주요 후보들도 사전투표 대열에 동참했다. 이날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에는 국민의힘 허향진 후보가 오전 7시 제주도의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연동사전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가 오전 9시 아라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아라동사전투표소에서 투표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가 "보훈 관련 각종 수당 인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허 후보는 도내 9개 보훈단체로 구성된 제주도보훈단체협의회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공약으로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고 26일 밝혔다. 허 후보는 이날 오전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제주지부에서 제주도 보훈단체협의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제주도 보훈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참전유공자 명예수당 (80세 이상 월 22만원→30만원, 80세 이하 월 12만원→20만원) △유족 보훈예우수당(월 9만원→월 20만원) △현충수당 (월 15만원→30만원) △유족 복지수당(월 9만원→20만원)을 인상해줄 것을 건의했다. 또한 사업 추진이 중단된 보훈회관 건립 및 국립제주호국원 시설 개선 등을 요청했다. 허 후보는 "보훈단체의 각종 건의사항을 공약으로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보훈단체는 나라를 희생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제주도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지원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한라산 혼효림지역에서 희귀난초 아기쌍잎난초 군락지가 발견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내 난초 가운데 가장 작은 크기인 아기쌍잎난초의 군락지가 제주 한남시험림에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아기쌍잎난초(Neottia japonica (Blume) Szlach.)는 오목한 숲 바닥에서 작은 새싹이 올라온 듯 군락을 이룬다. 가는 줄기에 두 장의 작은 잎이 마주하고 줄기 끝에는 짙은 적갈색의 리본을 늘어뜨린 듯한 꽃잎이 핀다. 이번에 확인된 군락지는 한라산 해발 700m 부근 난대와 냉온대 기후가 인접한 지역으로 침엽수와 상록활엽수가 자라는 혼효림이다. 자생지 면적 약 100㎡에 100여 개 개체가 자라 높은 밀도로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기쌍잎난초는 2013년 국내에서 최초 보고된 이후 개체수가 극히 적어 분포현황 및 자생지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자생지 확인으로 종의 서식지 특성과 국내 분포현황 연구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이상현 소장은 “희귀난초인 아기쌍잎난초 자생지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제주 내 개체군 분포현황 및 현지 내외 복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27일부터 화폐전시실을 재개관해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1층에 있는 화폐전시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출입을 제한한 지 약 2년 3개월만에 다시 열렸다. 화폐전시실은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와 테마가 있는 세계화폐, 화폐 속의 제주 등 다양한 주제로 마련됐다. 또 화폐의 위·변조 식별하기와 5억원의 무게 느껴보기, 나만의 화폐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개인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10명 이상 단체는 전화(064-720-2506)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지역 내 유일한 화폐전시실로서 도민들에게 화폐에 대한 다양한 체험과 유익한 금융·경제 교육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이날 화폐전시실 재개관을 기념해 '풍천초 어린이 초청 방문견학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한국은행이 하는 일'과 '바람직한 소비생활'을 주제로 한 경제강의와 화폐전시실 관람 등으로 이뤄졌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올 하반기 제주에서 자율주행차가 여행객을 태우고 셔틀 운행을 시작한다. 여행객들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제주공항에서 자율주행 캐리어 배송 서비스로 중문 호텔에 짐을 먼저 보낼 수 있다. 이어 순환형 자율주행 관광셔틀을 타고 공항 인근의 주요 관광 거점을 둘러볼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 공모에서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아이티텔레콤이 주관하는 컨소시엄을 각각 최종사업자로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아이티텔레콤 컨소시엄에는 라이드플럭스, 광명 D&C, KAIST(카이스트), 제주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제주공항 인근의 주요 관광 거점을 연계하는 순환형 자율주행 관광셔틀 서비스, 공항~중문호텔 간 캐리어 배송 서비스, 대중교통 셔틀버스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 투입되는 자율차는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돌발상황 발생 등에 대비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안전요원이 탑승한 상태에서 운행된다. 각 컨소시엄은 다음달부터 자율차 제작 및 인프라 구축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여객 운송 자율차가 우선 운행된다. 박지홍 국토부 자동차정책관은 "자율차 상용화 시대가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길 수 있도록 법·제도적 규제 개선, 인프라 고도화, 기술개발 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는 2020년 1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주국제공항~중문관광단지(평화로) 구간 38.7㎞와 중문관광단지 내 3㎢ 일대를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받았다. 이에 자율주행차 한정운수 면허를 발급받은 도내 청년 스타트업 기업인 '라이드플럭스'가 지난해 12월 자율주행차 운행서비스를 제주 평화로 구간 시범운행지구에서 시작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확연히 꺾이는 상황에서 제주지역 생활치료센터와 중등증 병상 등의 운영이 중단된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방침에 따라 오는 30일로 제5생활치료센터와 중등증 병상 등이 해체된다. 이는 도내 코로나19 확산세가 확연히 줄어들어 안정세가 이어짐에 따른 조치다. 지난 23일 기준 제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71명이 추가 발생했다. 최근 일주일간 확진자 수는 모두 2386명이다. 지난주에 비해 580명 감소했다. 하루 평균 확진자는 341명 꼴이다. 서귀포시혁신도시 내 국세공무원교육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는 2020년 12월 개소해 도외에서 방문한 관광객을 비롯해 제주도내 자체 격리가 어려운 이들에게 격리공간을 제공해왔다. 제5생활치료센터는 현재 가용 병상이 557병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이 일반의료체계로 전환되면서 센터 운영의 필요성을 잃게 됐다. 다음달 1일부터는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필요에 따라 격리시설이 제공된다. 도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줄면서 코로나19 병상도 줄였다. 지난 1일 준중환자 1병상을 축소한데 이어 2일에는 중등증 104병상을 줄였다. 지난 18일에는 중등증 병상을 193병상에서 28병상으로, 위중증 병상은 22병상에서 14병상으로 줄였다. 또 23일에는 위중증 병상을 14병상에서 8병상, 준중증 병상을 26병상에서 23병상으로 축소했다. 기존에 운영되던 중등증 28병상은 사라질 예정이다. 오는 30일을 기점으로 운영이 중단된다. 음압병동으로 운영되던 해당 병상은 일반병동으로 전환된다. 당분간 위중증 8병상, 준중증 23병상만 가동될 전망이다. 의료 시스템이 전환되면서 제주 차원에서는 예산 지원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그간 국비 지원이 이뤄지던 생활치료센터가 중단되고, 새롭게 운영될 무사증 입국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격리시설은 전액 지방비로만 운영된다. 또 '7일간 격리 의무' 조치가 전국적으로 6월 20일까지 연장되는 가운데 그 사이에 발생하는 도외 확진자에 대한 대응도 난항이 예상된다. 공항·항만 이용이 제한되는 확진자의 경우 격리시설 지원도 받지 못해 자체적으로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6월부터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제주도 자체적으로 추가 부담하게 되는 예산 규모를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제주4·3사건 생존희생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제주국제공항 주차료를 감면한다고 26일 밝혔다. 제주국제공항 정상 주차요금 기준 생존 희생자는 50%, 유족은 20% 감면이 적용된다. 신청은 26일부터 제주도청 누리집 내 4‧3종합정보시스템(https://peace43.jeju.go.kr)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온라인 신청이 어려울 경우 도청 4‧3지원과, 행정시 자치행정과(4‧3지원팀) 또는 주소지 읍·면·동에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이달에 신청한 사람은 다음달 10일부터 감면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신청자는 신청 후 20일이 되는 시점부터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신청시 개인차량 신청자는 자등차등록증 사본, 렌터카 등 리스차량 사용자는 계약서 사본을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현장 방문 신청시에는 주차요금 감면서비스 이용신청서, 희생자·유족증 사본이나 4‧3사건 희생자·유족 결정통지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대리 신청할 경우에는 위임장을 작성해 제출해야한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도청 누리집을 참고하면 된다. 이번 감면은 제주도, 국토교통부, 한국공항공사가 제주4‧3사건 생존 희생자와 유족의 복지증진을 위해 공동 추진하게 됐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개발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제16회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고 26일 밝혔다.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은 패키징 산업 발전과 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기업과 제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국내 최고 권위의 패키징 부문 시상이다. 제주개발공사는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를 적용한 ‘제주삼다수 RE:Born'으로 기업 부문 최고 훈격을 수여받았다. 제주삼다수 RE:Born은 분리 수거된 투명 페트병을 화학 반응으로 분해한 뒤 페트칩으로 만든 재생 페트(CR-PET)를 사용한 제품이다. CR-PET는 반복적으로 재활용해도 식품 접촉 용기로서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어 페트병의 완전한 자원순환 형태로 주목 받고 있는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사용)’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SK케미칼과 함께 이번 패키지를 개발했다. 시제품은 국내 환경부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수질 기준 및 용기 용출 기준 적합 여부를 국내외 공인기관에 분석 의뢰한 결과, 관리기준에 모두 적합한 것으로 합격 판정을 받았다. 또 현행 식품위생법(기구 및 용기·포장의 기준 및 규격)에 따라 식품 용기로 즉시 사용할 수 있어, 원료 대량 공급 체계가 갖춰지는 대로 상품화가 가능하다. 제주개발공사 김정학 사장은 “고객들이 환경에 대한 부담 없이 제주삼다수를 음용할 수 있도록 친환경 패키징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제품 개발과 더불어 재활용 페트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높이는 일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오는 26일 이후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6.1 지방선거일까지 금지된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이하 ‘도선관위’)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일 전 6일인 오는 26일부터 선거일인 다음달 1일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마감 시각인 오후 7시 30분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24일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금지기간 전(5월 25일까지)에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보도하거나 금지기간 전에 조사한 것임을 명시해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선거여론조사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왜곡 공표·보도 등 선거여론조사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조치 건은 전국 기준 총 84건으로, 고발 10건, 수사의뢰 4건, 과태료 3건(총 4875만원), 경고 등 67건이다. 도선관위는 선거여론조사결과 공표를 일정기간 금지하는 것은 공정하게 이뤄진 여론조사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공표될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쳐 국민의 진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고,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는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어 선거일을 앞두고 일정기간 선거여론조사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주의를 당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는 행정시, 경찰과 합동으로 고액·상습 체납차량과 일명 대포차라 불리는 불법 명의 차량 적발을 위한 합동단속에 나선다고 25일 밝혔다. 고액·상습 체납차량은 자동차세 및 교통법규위반 과태료 등 여러 기관에서 부과된 지방세와 세외수입 체납 등으로 압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포차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법인 폐업 등의 이유로 자동차세 납부, 정기검사 및 의무보험 가입 등 세 가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낭비하게 한다. 이들 차량은 실제 소유자와 운행자가 달라 위반 내역, 세금 등 각종 고지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어 지속적인 추적을 통해 강제견인 및 공매조치가 필요하다. 또 경찰에서 실시하는 음주단속은 운전자의 음주 여부만 판별하고 차량의 체납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이에 도는 경찰의 음주단속 현장에서 체납된 세금 및 과태료 담당부서와 합동단속을 병행해 고액·상습 체납차량과 불법 명의 차량 등을 적발할 계획이다. 음주운전 단속현장에서 번호판 자동판독시스템을 장착한 세무부서와 차량관리부서는 고액체납 차량 발견시 체납 내역을 확인하고 현장 납부를 원하는 경우 가상계좌 또는 신용카드 납부 등을 통해 징수할 방침이다. 도는 아울러 불법 명의 차량 적발시 운전자는 현장에서 입건하고 차량은 강제 견인해 공매처분을 실시할 계획이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정당한 권리없이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자동차 사용자가 아닌 자가 운행하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는 경찰과 함께 올해 말까지 음주운전 취약장소를 선정해 도·행정시 보유장비와 인력을 활용해 체납차량에 대한 합동단속을 추진하고, 체납차량과 불법 명의 차량을 강제 매각할 방침이다. 도는 올해 초부터 공영주차장 등에 무단 방치된 지방세 체납차량과 폐업법인 소유 대포차를 추적해 10대를 강제 매각하고 8400만원의 체납액을 징수했다. 28대는 공매 진행 중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시는 이도주공 2·3단지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사업 시행 인가를 고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도주공 2·3단지 재건축을 통해 이도2동 77번지 일원 4만3307㎡ 정비구역 내 기존 5층, 18동, 760세대의 아파트를 14층, 13동, 867세대 규모 아파트로 신축한다. 1988년 9월 준공된 이도주공 2·3단지 아파트는 재건축을 위해 그동안 2014년 9월 안전진단, 2017년 4월 조합 설립 인가 후 지난해 11월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했다. 이후 관련 부서 협의와 주민공람 등 절차를 마쳐 사업시행 인가 고시에 이르렀다. 향후 조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사업 시행계획 인가일로부터 120일 이내 조합원 분양공고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감정평가를 통해 기존 건축물과 분양 예정인 건축물의 권리가액을 산정해 조합원 분담금을 추산하고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재 제주시 관내 아파트 재건축은 이도주공 1단지와 이도주공 2·3단지, 제원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영화 ‘글래디에이터’ 최고의 빌런은 분명 코모두스인데, 다른 영화들의 ‘빌런’들과는 달리 괜히 짠한 느낌이 든다. 코모두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의 느낌 자체가 왠지 쓸쓸하고 슬퍼보여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코모두스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강 헤아려 보아도 다섯번의 ‘배신’에 놀라고 슬퍼하고 당황하고 좌절하고 분노한다. 세상의 이치라는 게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또 다른 원인이 되는 것이라면 코모두스는 ‘빌런’이기 때문에 배신당하고, 배신당해서 더욱 ‘빌런’이 되는 듯하다. 굳이 분류하자면 코모두스는 ‘안습형 빌런’이다. ■배신❶ = 게르만과의 처절한 전투가 다 끝나서야 전선에 도착한 코모두스는 막시무스 장군에게 ‘내가 다음 황제가 됐을 때도 지금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처럼 충성하고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막시무스는 코모두스의 진정 어린 부탁에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농사나 지으며 살겠다’고 코모두스 황태자의 청을 거절한다. 막시무스를 형제처럼 아끼고 가깝다고 믿어왔던 코모두스에게는 더 이상 당황스러울 수 없는 ‘배신’으로 받아들여진다. ■배신❷ =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아우렐리우스
3000여억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보통 시민이 무슨 국책사업에 참여하냐고? 대규모 토목 건설사업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6·1 지방선거 이야기다. 4년 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비용 보전금액이 3202억9000만원이었으니 이번 선거에서도 그 이상 예산이 들어갈 게다. 6·1 지방선거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17개 시·도지사의 경우 평균 15억5300만원. 2018년 지방선거(14억1800만원)보다 1억3500만원 늘었다. 인구가 많은 경기도가 47억61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세종시(3억7200만원)가 가장 적다. 선거공영제에 따라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15% 이상 득표하면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10~15% 표를 얻으면 절반을 돌려받는다. 결코 적지 않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이성적으로 판단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 당장 지방의회 의원들의 부실한 의정활동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요구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북대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광역·기초의원들의 조례안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발의 건수는 광역 2.99건, 기초 2.05건에 머물렀다. 기초의원 2981명 중 723명
어린 시절에, 말하자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나는 부모님과 한방에서 지냈다. 2남7녀 중 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떠난 두 언니를 그리워할 여유도 없이, 우리 7명은 17평짜리 초가에서 영토전쟁을 벌였다. ‘한라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모처럼 큰집을 지었다’는 큰언니의 건축소감이 무색하도록, 집은 비좁고 복잡하였다. 부엌과 연결된 안방과 마루를 사이에 두고 남향의 사랑방은 장남 차지가 되었다. 오빠는 마을에서 보기 드문 대학생이었다. 나머지 두 개 방 중 하나는 증조할머니 차지였다. 93세 할머니는 몸이 어린아이처럼 작았다. 우리 중에서 비교적 무게감이 컸던 셋째 딸이 자원하여 할머니의 룸메이트가 되었다. 나머지, 부엌과 인접하여 자질구레한 생활도구들이 미리 진을 치고 있던 방으로 넷째와 다섯째 딸이 들어갔다. 그리고 나와 동생은 더 고민할 것도 없이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안방에 체류하게 되었다. 갓난아기인 막내아들을 포함해 다섯 명이, 밤이면 또 다른 가족이 되어서 한 덩어리를 이루었다. 나는 주로 어머니 발밑으로 들어가, 한 발을 인형처럼 붙들고서 꿈나라 여행을 하였다. 40대 중반의 어머니에게서는 달작지근한 살 냄새와 땀이 밴 열기가 느껴졌다. 어머니 냄새
미국발 통화긴축 후폭풍이 심상찮다. 미국 뉴욕증시가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17개월 만의 최저치인 26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 4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자 주요국 증시가 휘청거렸다. 연준이 빠른 속도로 돈줄을 죄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연준은 4일 빅스텝에 이어 연내 두세 차례 추가적인 빅스텝을 예고했다. 6월, 7월 잇따라 빅스텝을 밟고, 하반기 3차례 회의에서도 0.25%포인트씩 올리면 연말 금리 상단은 연 2.75%에 이른다. 그럼 올 초 제로(0~0.2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1년도 안 돼 3%에 다가서는 셈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초저금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으로 향했던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다. 달러 빚이 많은 신흥국일수록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가 급락(환율 상승)하며 빚 부담도 커진다. 다급해진 신흥국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방어선을 쌓았지만, 인도·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통화가치는 속절없이 급락했다. 우리나라의 돈, 원화가치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교육계 현장이다. 도무지 민주제 작동원리와는 거리가 먼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6월1일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선출될 교육감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다. 한마디로 절차적으로도 문제지만 주민자치 직선이란 대의명분을 몰각하고 있다. 교육계 현장에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잣대가 등장하는 것도 마뜩치 않지만 현 이석문 교육감의 3선 도전에 맞서는 보수성향 그룹의 단일화 방식은 우선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후보를 정하겠다는 논리가 문제다. 어느 누구도 그들을 대의원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선거인단’을 꾸려 후보를 좌지우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주도한 건 제주바른교육연대다. 진보진영 이석문 현 교육감에 대항할 보수성향 후보로 고창근(71) 전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김창식(65)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2명이 참여, 여론조사로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조사(ARS) 조사 방식으로 한다. 조사대상은 제주도민 50%와 선거인단 50%다. 선거인단은 교육단체
▲ 경찰이 지난 18일 오후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김모(55)씨를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제주경찰청으로 압송하고 있다. [제이누리DB] 1998년 민선 2기 6·4지방선거가 마무리되고 고작 며칠 뒤였다. 천주교 제주교구 노형성당에서 ‘중대한’ 기자회견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 회견을 주도한 이는 당시 제주의 정의구현사제단을 이끌고 있는 임문철 신부였다. ‘선거판의 중대한 비리를 폭로할 것’이라는 예고가 있었다. 중앙·지방언론사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현장으로 내달렸다. 회견의 주인공은 손모(당시 31세)란 한 청년이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누군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그의 입에선 말 그대로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다. “당선자인 우근민 후보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800만원을 받았다. 조직과 유권자를 관리하기 위한 돈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소외감이 밀려오고, 이런 잘못된 선거는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에 양심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충격이었다. 사실이라면 우 후보의 당선은 무효가
정치인을 가리키는 politician은 셰익스피어 시대에 처음 쓰였다. ‘신중한’이란 의미의 형용사 politic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그 단어는 점차 부정적 의미로 변모했다. ‘교활하다’거나 ‘철저히 자기 잇속만을 차린다’는 뜻으로 굳어져갔다. 그래서 politician은 모사꾼의 의미로 뒤바뀌었다. 정치인(statesman)이 아니라 정상배(政商輩)라는 의미다. 셰익스피어는 어떤 사람을 모욕적으로 묘사할 때 politician이라고 했다. 리어왕은 politician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지칭했다. 햄릿은 무덤 파는 광대가 해골을 던지며 장난치는 것을 보면서 "그 해골이 politician의 것이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그런 정치꾼은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눈다. 도구가 아니면 적이다(A politician divides mankind into two classes: tools and enemies).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침침해지는 눈 탓을 할 생각도 했다. 그런데 떡하니 인터뷰 기사까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우한폐렴’으로 인류사에 등장한 그 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12일 지구촌에 처음 보고됐다. 인류사 첫 감염·확진판정이었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공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 때만해도 잘 몰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신종플루가 그랬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MERS)도 그랬다. 잠시 감염병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시간이 해결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벌써 1년이다.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굳이 바깥으로 나서지 않게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호기심이 발동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젠 거리를 둔다. ‘맛’을 기대하고 바글거리는 식당에 군중심리로 찾아가던 게 예전이었다면 지금은 무조건 사람 많은 곳을 피한다. 일면식이라도 있으면 먼저 내밀던 손이지만 이젠 솔직히 내밀기도 쑥스럽고, 내민 손을 맞잡기도 꺼림칙하다. 기왕이면 많은 사람이 모여 ‘건배’ 구호를 외치던 각종 회합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한 테이블만 넘어서는 자리라도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솔직히 지긋
한 남자가 코코넛 열매를 엮어 만든 작은 배에 올라서 조류를 따라 벼랑에서 멀어지고 있다. 짙푸른 바다는 거친 파도로 절벽의 바위들을 때려대고..... 나지막하게 음악이 흐른다. 영화 ‘빠삐용(Papillon, 1973)’의 마지막 장면이고, 음악은 영화의 주제곡이다. 억울하게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앙리 샤리에르(스티브 맥퀸)는 감옥에서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 때문에 ‘빠삐용’이라고 불린다. 프랑스 말로 빠삐용은 나비라는 뜻이다. 위조지폐범인 루이 드가(더스틴 호프만)와 함께 둘은 프랑스령이면서 적도 부근에 있는 절해고도의 감옥에 갇힌다. 다혈질인 빠삐용은 탈옥을 여러 번 시도하다가 독방에 갇히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지나 몸도 허약해지고 나이가 든 두 사람..... 드가는 섬을 빠져나가기를 포기하고 섬에 안주하고자 하지만, 빠삐용은 끝내 코코넛 배가 벼랑에 부딪히지 않는 법도 알아내어 탈출에 성공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두 번째 탈출을 시도하다가 섬의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마을의 대장은 한센병이 심해 손가락은 잘린 채로 헝겊으로 감겨 있고, 어두운 움막 안에서 살짝 비춰지는 얼굴은 흉하게 얽었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쳐다보는 것은 물론 접촉을 두려워할 텐데, 대장이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주자 빠삐용은 서슴치 않고 받아서 연기를 뻐끔대며 태운다. 그 모습을 보고 대장은 탈출할 수 있는 배를 구해주기로 한다. 징그러운 전염병이지만 피하지 않고 다가와준 빠삐용의 용기를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한센병의 역사 한센병은 전염력이 그다지 세지 않은 병이다. 단순한 피부접촉이나 입맞춤, 성접촉 정도로는 옮기지 않는데, 환자의 외형이 워낙 기형이고 피부나 관절 손상이 심해서 두렵게 보일 뿐이다. 호흡기나 상처가 난 피부를 통해서 옮길 수 있어서 주의하면 되고, 또 치료를 시작한 사람으로부터는 감염력이 없다. 하지만 빠삐용이 감옥에 간 1930년대에는 원인은 밝혀졌어도 치료법인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을 때여서 사람들은 여전히 공포스러워 할 때이다. 빠삐용이 전염되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한센병 환자가 물던 담배를 받아서 입에 댄 것은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절박함 때문이었으리라. 한센병은 오래전 영화인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Ben-Hur, 1959)’에도 중요한 소재로 나온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나이 든 분들은 물론 젊은 사람들도 거의 한 번쯤 봤을 것이다. 세기가 시작할 무렵 로마의 통치를 받는 유태인 귀족 출신 주다 벤허(찰튼 헤스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집안은 풍비박산 나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쫓겨나서 유랑걸식 하다가 한센병에 걸리고 만다. 벤허가 황폐해진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반가워도 만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쳐다만 봐야했던 모녀.....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동굴에서나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힐 때도 뭉그러진 손가락과 흉측해진 얼굴을 천으로 감싼 채 등장한다. 문둥병 또는 나병으로 불리던 한센병은 오래전부터 하늘이 내린 저주받은 병으로 알려져 왔다. 지독히 흉한 외모 때문에 외딴곳에 격리되는 게 일반이었고, 민가로 들어오면 폭행을 당해서 죽기도 했다. 기원전 2000년경 인도나 파키스탄의 미라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한센병은 동아시아나 인도 지역에서 유럽으로 퍼진 전염병이라고 본다. 실체를 몰라서 공포의 병이었던 것이 노르웨이 출신 미생물학자 한센(G. H. A. Hansen, 1841~1912)에 의해 1873년 원인균이 ‘나균(Mycobacterium leprae)’이라고 처음 밝혀지면서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다. 1882년경, 독일의 미생물학자이면서 의사인 로베르트 코흐(Heinrich Hermann Robert Koch, 1843~1910)가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을 처음 발견하고 보니 둘은 같은 가족이었다. 마이코박테리움 속(屬)에 속하고 치료도 일부 비슷한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문둥이, 문둥병이라는 표현은 장애를 가진 이들을 비하하는 것이어서 더 이상 쓰이지 않지만, 과거 문학 작품에서만 간혹 볼 수 있다. 공포의 전염병, 콜레라 한번 유행하면 몇 개의 나라를 초토화시켜 버리며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감염병들은 페스트, 콜레라를 들 수 있다. 한센병이나 두창(천연두), 홍역들은 흉측하거나 사망률이 높긴 하지만 거센 유행은 하지 않는다. 콜레라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 ‘페인티드 베일(The Painted Veil, 2006)’은 1920년대 영국 런던과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다. 춤추기를 좋아하고 보통의 남자로는 성에 차지 않는 키티(나오미 왓츠)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만나지도 않았던 월터 페인(에드워드 노튼)과 결혼을 해버린다. 그리고 결혼하자마자 세균을 연구하는 의사인 월터를 따라 중국으로 떠나게 된다. 상하이에서도 현미경과 책만 들여다보고, 소심하면서 말주변도 모자라는 월터와의 신혼 생활은 키티에게는 무료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사교 모임에서 외교관으로 와 있는 찰리(리브 슈라이버)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 키티. 찰리는 결혼한 처지인 걸 알면서도 월터와 너무나 다른 매력에 이끌려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이런 사실을 월터가 알게 되어도 키티는 오히려 타박하듯이 말한다. “여자의 사랑을 못 받는 건 남자 탓이지, 여자 탓이 아니예요.” 보건소장 대리인 자격으로 월터는 콜레라가 창궐했다는 양쯔강 유역으로 가기로 자원을 한다. 감염된 절반이 죽는다는 얘기, 매일 실려 나가는 시체들, 구토나 심한 설사를 하는 사람들, 고열 등 콜레라가 가지는 여러 증상들이 영상으로 나온다. 월터는 조사 끝에 마을 사람들이 마시는 우물에서 콜레라균을 검출하고는 그 우물을 폐쇄하도록 조치를 한다. 시체를 강가에 묻는 마을 사람들의 풍습을 보고 조사 범위를 넓혔더니 강물도 오염된 걸 확인하게 된다. 강에 접근하는 것도 통제시키자 마을 사람들은 식수가 부족해져서 원망을 하고, 급기야 폭동 수준으로 치닫는다.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오지에서의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다. 월터와 키티 부부는 사이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영화의 시대 배경인 1920년대는 유럽에서 여섯 번째 콜레라 유행 시기였다. 유럽에서 처음 콜레라가 창궐한 것은 1810년대이다. 원래 유럽이나 다른 대륙에서는 나타나지 않다가 식민지 확장과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아시아권에서 유럽으로, 나중에는 점차 미 대륙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식민지 쟁탈에 이은 교역의 확대로 동아시아의 풍토병이던 것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다. 1800년대 초‧중반에 세 차례 유행을 했는데, 이 때 기억해야 할 의사가 영국의 존 스노우(John Snow, 1813~1858)다. 그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런던에 유행하던 콜레라의 원인이 오염된 식수임을 밝히고, 하수와 상수 시설의 정비를 강화하게 했다. 아직 그 원인을 모르고 단순히 역병이라고 부를 때였다. 존 스노우의 연구 방식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역학의 기초가 되었다. 콜레라라고 흔히 얘기하는 것은 감염학에서 ‘비브리오 콜레라’를 말한다. 최근까지도 계속 발생하는 전염병이고, 과거에는 치사율이 50%, 즉 걸리면 절반은 죽어야 했다. 요즘은 위생과 치료 기술이 발달해서 이 병으로 인해 죽을 일은 거의 없지만, 세균의 존재를 모르던 당시에는 페스트에 비견하는 역병으로 여겨졌다. 콜레라는 1800년대 중반부터 말까지 다시 두 차례 대유행을 한다. 이 시기에 감염병 역사에서 중요한 업적이 이루어진다. 앞서 말한, 훗날 세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되는 로베르트 코흐는 이 당시 콜레라 유행지역인 인도에서 이집트를 따라 조사하게 됐다. 원인이 콜레라균임을 증명(1884년)하고, 염색법과 현미경을 통해 처음 우리 눈으로 보게 하면서 그 실체를 밝힌다. 이제 원인균이 무엇인지 밝혀졌으니 치료할 일만 남는다. 하지만 감염병 치료인 항생제 개발은 그 후로도 50년의 시간이 지나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당시에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1900년 초 유럽에서 다시 유행할 때 영국의 의사 레오나르도 로저스(Leonard Rogers, 1868~1962)는 콜레라의 치료 등 열대병 해결에 큰 역할을 한다. 콜레라 치료를 위해 짙은 농도의 식염수(hypertonic saline)를 사용해서 많은 사람을 살리는 업적을 남겼다. 그는 훗날 열대의학의 선구자라고 불리게 된다. 아직까지도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유행을 하는 이 콜레라 전염병은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항생제 치료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쌀뜨물 같은 설사를 수없이 하다 보니 하루나 이틀만에 탈수로 죽기 때문에 수분(식염수) 공급만 원활히 하고 버티면 낫는 병이다. 이 영화는 ‘달과 6펜스’로 유명한 영국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모엄(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소설을 각색해서 만들었다. 그는 외교관의 아들로 자랐고, 의과대학을 마친 후 작가로 돌아섰기 때문에 이런 의학 내용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원작의 영어 제목 그대로 사용했지만, 한국에서는 ‘인생의 베일’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또 다른 영화인 ‘콜레라 시대의 사랑(Love in the Time of Cholera, 2007)’은 콜레라가 중요한 소재로 나타날 것 같아서 봤다면 낭패를 보게 된다. 영화는 원래 콜롬비아 출신 가브리엘 마르께스(Gabriel G. Márquez, 1927~2014)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985⌟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 마르께스는 마콘도라는 지역을 가상의 배경으로 삼아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를 몽상적으로 다루면서 남미의 현실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써내려간 ⌜백년의 고독(One Hundred Years of Solitude, 1967)⌟이란 소설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의사와 결혼해버린, 사랑하던 여인 페르미나 다사(지오바나 메조기오르노)를 51년 9개월 4일 동안 기다려온 플로렌티노(하비에르 바르뎀)의 집요한 구애를 그려냈다. 플로렌티노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끙끙 앓아눕고, 어머니는 혹시 이 녀석이 콜레라에 걸린 게 아닌가 의심하면서 전전긍긍하게 된다. 당시 전 세계는 간헐적인 콜레라 유행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었고, 마침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도 피해갈 수 없어서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영화의 원작 제목이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고 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나는 콜레라가 남미에 유행하던 시대 배경을 뜻하고, 다른 하나는 그 감염병처럼 죽도록 열병을 앓게 되는 사랑이 담긴 이야기란 것이다. 콜레라라는 감염병이 잠깐의 소재로 쓰였지만, 마르께스의 원작이라 영화는 꽤 볼만하고, 하비에르 바르뎀의 능글맞은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2020년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길이 개통되고 오래 지나면 노면은 훼손되기 마련이다. 통행이 불편하다. 장애다. 그러면 다시 고치면 된다. 완전하게 만들면 다시 잘 통하게 된다. 이게 계속 되풀이 된다. 한 바퀴 돌고 다시 시작하듯이 계속 순환한다. 인생의 길과 우리가 밟고 가는 길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그렇기에 어둠이 도래할 때 비관하지 말아야 한다. 실망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마음을 잠시 늦추고 자기 정서를 다시 정리하여야 한다. 모든 사념과 잡념을 버리고 일심으로 순조롭게 통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전진하여야 한다. 겨울이 왔다고 봄이 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잖은가? 아르키메데스가 말하지 않았는가. “내게 충분히 긴 지렛대와 서 있을 장소만 준다면, 내가 지구를 움직여 보겠다.” 생활이나 직업에나 애정에 있어 우리에게 충분한 지렛대만 주어진다면, 가장 최상의 처리 방법이 제공된다면 우리는 무슨 일이든 완전무결하게 해낼 수 있다. 그런데 완전무결이란 존재하는가? 지구를 들 수 있을 만큼 긴 지렛대를 찾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막힘없이 잘 통하게 만들 방식이나 수단을 찾을 방법이 없다. 그렇게 본다면, 큰 규율의 문제에서 위인도 바꿀 방법이 없는데 하물며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이야 무슨 말 하랴? 그렇기에 우리는 사회발전의 규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자연에 순응하여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고쳐 사회에 적응하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천지가 교류하지 않는 것이 비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검소한 덕으로 재난을 피하고, 녹봉으로 영화를 누리려 하지 않는다.” 천지가 서로 교류하지 않을 때는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생겨난다. 군자는, 순조롭지 않을 때는 마땅히 자신의 재능을 수렴하고 자랑하지 않으면서 소인이 음해하는 재난을 피한다. 영화부귀를 쫓지 않아 소인의 질투를 피한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던가. “마음속에 사심이 없으면 천지가 넓다.” 이때가 되면 군자는 바다가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듯이 넓은 도량을 품는다. 그래서 우리가 나아가는 길에 장애를 없애고 순조롭지 못한 데서 막힘없이 통하도록 유리한 조건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확실하게 꿰뚫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사상(관념)은 더 높은 경지에 진입할 수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번잡하고 소소한 일은 우리의 정서를 다시는 좌우하지 못한다. 심리상태도 자연스레 단정하고 평화롭게 된다. 신심도 평안하게 된다. 일도 갈수록 순조롭게 된다. 모든 문제도 순리대로 풀려나간다. 속담이 있지 않던가. “재상의 뱃속은 배도 저을 수 있다.”(마음이 넓어 다른 사람에게 아량을 베풀고 용서할 줄 안다는 말) 한 국가의 재상은 매일 온갖 정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전국의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려 동분서주하며 매일 눈코 뜰 새가 없다.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 거재두량이라 하여도 일일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근본적으로 기뻐하거나 슬퍼할 여지나 시간이 재상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너무 감정적이 된다면, 조그마한 일에 끊임없이 뒤엉키어 맴돈다면 그렇게 많은 일들을 어찌 다 처리할 수 있겠는가? 용량이 커야 능력도 크다.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용량의 도량이 있어야만 더 많은 물건을 담을 수 있고 기세 드높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맨다면 배워도 평화롭지 못하고 지순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마음과 몸이 한꺼번에 지나치게 지치게 되어, 때 이르게 노쇠하게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그는 즐거움, 긴장 완화, 격정, 자신감, 마음이 너그러우면 몸도 편하게 된다는 행복을 체험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하늘이 우리 눈앞에 재난을 내릴 때, 비관하지 말자. 실망하지 말자. 꿋꿋하자. 과도하게 고뇌하지 말자. 평상심을 갖자. 자연에 순응하자. 그래야만 자신의 심신을 이완시킬 수 있게 되어 이지적으로 길가의 가시와 잡초를 처리할 수 있다. 더 기쁘게 모든 것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 否卦 ䷋ : 天地否(천지비), 건(乾: ☰)상 곤(坤: ☷)하 비는 바른 사람이 아니니, 군자의 곧음에 이롭지 않으니,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否之匪人,不利君子貞,大往小來.) 비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니, 군자가 올바름을 지키기에는 이롭지 못하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올 것이다./비는 소인이 장악하는 시대를 말함이니 군자의 곧고 바른 도리에 이롭지 못하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否之匪人,不利君子貞,大往小來.) *비인(匪人) : 행위가 바르지 않은 사람(行為不正的人) ; 사람 같지 않는 자 ; 나쁜 사람 천지가 교류하지 않는 것이 비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덕을 안으로 거두어 들여서 피할 뿐이며, 녹봉으로 영화를 누리려하지 않는다./천지가 교류하지 않는 것이 비이니,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검소한 덕으로 재난을 피하고, 녹봉으로 영화를 누리려 하지 않는다.(象曰:天地不交,否.君子以儉德辟難,不可榮而祿.) 비(否)는 불(不)과 같은 자로, 본래는 ‘새가 위로 날아가고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라는 뜻으로서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문자다. 비괘에서는 ‘막힌다’ 의미로 사용된다. [傳] 비괘(否卦)는 「서괘전」에 “태(泰)는 통하니, 만물은 끝까지 통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비괘로 받았다”고 하였다. 만물의 이치는 가고 오며 통하여 사귀는 것이 극한에 이르면 반드시 비색해지니, 비괘가 이 때문에 태괘의 다음이 되었다. 비괘는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니, 천지가 서로 교류하여 음양이 화창하면 태(泰)가 되고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면 천지가 막히고 끊어져 서로 통하지 못하니, 비(否)가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ㅇ이권
2017년에 만들어진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The Man with the Iron Heart)’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독일군 고위 장교 하이드리히 암살사건을 다룬다. 전쟁 중의 내용을 다루면서 영화는 감염병 역사의 중요 순간을 다루면서 지나간다. 영화에서 의학의 내용을 꼭 집어서 소개하는 필자로서는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소개해보려고 한다. 1942년 5월 어느 날, 프라하 교외에 있는 대저택의 넓은 정원이 보이고, 맑은 햇살 속에 분수가 뿜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평화롭게 뛰어노는 가운데 한 남자가 저택 안으로 들어간다. 하켄 크로이츠(나치 최고의 영예인 철십자 훈장)를 왼쪽 가슴에 단 그는 잠시 후 컨버터블(convertible)을 탄 채 프라하의 복잡한 시내를 지난다. 커브를 돌다가 속도가 줄어지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정체 모를 남성이 나타나 차를 막고 기관총을 들이댄다. 그리고 영화는 과거로 돌아간다. 때는 1929년의 독일 어느 해군기지. 해군사관학교를 거쳐 해군 장교가 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제이슨 클락)는 문란한 사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군사법정에서 심문을 받고는 불명예제대를 하게 되었다. 이후 파티장에서 우연히 독일 명문가 집안 출신 리나(로자먼드 파이크)를 만나게 되는데, 리나는 하이드리히에게 ‘나의 투쟁’이라는 히틀러의 책을 보여주면서 나치당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리나의 도움으로 당시 나치 권력 서열 2위라고 볼 수 있는 SS 수장 힘러까지 만나게 되면서 SS의 정보부대 임무를 맡는다. 하이드리히는 자비란 원래 가지고 있지 않았던 사람처럼 잔인하면서도 일을 신속하고 확실히 처리하면서 정보부대의 역할을 높여 힘러의 신임을 얻게 된다. 독일이 체코를 점령하자 히틀러의 신임 속에 그는 지금의 체코 영역인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지역 총독 자리에 오른다. 하이드리히는 프라하를 독일제국에서 유태인 없는 최초의 도시를 만들겠다며 유태인 ‘청소’를 하기 시작하면서 악명이 높았고, 사람들은 그를 ‘금발의 짐승’, ‘프라하의 백정’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히틀러는 그의 충성심을 칭찬하며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라고 치켜세운다. 그러나 그는 영화 첫 장면처럼 영국에서 훈련받은 체코 레지스탕스에 의해 암살 대상이 되었다. 하이드리히 암살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당시 나치 고급 장성 중 최초로 암살당한 인물이면서 히틀러를 크게 분노케 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하이드리히는 폭탄에 부상을 입고 프라하의 종합병원에 입원해서 독일에서 급파된 최고의 의사들에 의해 수술을 받는다. 히틀러는 자신의 주치의까지 보내면서 치료하게 했지만, 잠시 회복하는 듯 하다가 심한 고열과 통증이 지속되면서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하고 만다. 물론 수술은 잘 되었을 것이고, 당시 개발된 항생제인 ‘프론토질’이라는 설파제도 거듭 투여하였다. 그 당시 서양은 수술 기법이 상당히 발달한 시대였기 때문에 웬만한 외상으로는 죽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직 항생제 개발과 투여가 보편화되지도 않아서 세균 감염으로 대부분 죽던 시대였다. 이전의 1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전장에서 다친 독일군인들 중 10~20만 명이 상처감염으로 사망했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폭탄과 총알보다도 ‘박테리아’라는 놈이 더 무서운 적군이었다. 항생제의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인물들 이처럼 인류는 오래도록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을 하는 중에 항생제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긴 세 인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에 의해서 ‘606호’라고 이름이 붙여진 ‘살바르산’이라는 항균물질을 만들어 매독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독일의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 1854~1915)는 항생제 역사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고 할 수 있다. 옷감을 물들이던 염색 방법으로 세균(박테리아)도 색깔을 입혀 현미경으로 볼 수 있게 된 과학자들은 세균 속에 침투하는 염료를 이용해서 세균을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연구하던 때였다. 화합물을 변조하고 쥐 실험을 하기를 수백 번 반복하다가 살바르산은 606번째 만들어졌기 때문에 개발 초기에는 ‘606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도마크(Gerhard Domagk, 1895~1964)는 1934년에 ‘프론토질’이라는 황화합물로 여러 세균에 효과를 보이는 광범위항생제를 만들어냈으며,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해서 전 세계에 사용되었다. 아직까지도 흔히 ‘설파제’라고 부르는 항생제의 효시로서 인류 최초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항생제라고 보면 될 것이다. 세 번째 인물은 1944년에 최초로 결핵 치료 물질인 스트렙토마이신을 개발한 미국의 왁스먼(S. A. Waksman, 1888~1973)이다. 항생제의 역사에서 우리는 영국의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 1881~1955)을 떠올리기 쉽다. 우리가 항생제의 시초라고 알고 있었던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에 실험실에서 우연히 푸른곰팡이를 통해 페니실리움이라는 항균 물질을 발견한 것일 뿐, 정제된 항생제로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것은 1935년 경 플로리와 체인이라는 과학자들에 의해서였다. ‘철의 심장을 가진 남자’에서 하이드리히가 자동차 밑에서 터진 수류탄에 의해 외상을 입었지만 끝내 소생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 당시 도마크에 의해서 개발된 프론토질은 웬만한 감염병에 효능을 보여서 ‘마법의 탄환’이라는 명칭까지 붙었고, 하이드리히에게도 투여됐다.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았어도 훗날 의학자들은 세균 감염에 항생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혈액으로까지 감염이 번져 패혈증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프론토질이 시판된 1930년, 1940년대 전 세계는 그 약에 열광하면서 무분별하게 사용하였다. 머리나 배가 아파도, 감기만 걸려도 세균 감염이 아닌 거의 모든 병에 프론토질을 투여했다. 용량도 정해지지 않아서 ‘약을 탈탈 털어 먹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남용을 하였다고 한다. 하이드리히는 이미 내성이 생겨버린 설파제의 희생자였을까? 감독은 하이드리히가 군 최고의 요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담으면서 한편으로는 체코 출신이면서 영국에서 군사 훈련을 받은 레지스탕스 얀과 요제프, 쿠르다 3인이 프라하로 침투해서 체코 레지스탕스들과 암살사건을 주도하는 것까지 연출하면서 서로의 상황들을 보여주려고 했다. 워낙 중요한 사건이어서 관련된 영화들이 과거에도 몇 차례 나왔다. 대부분의 영화들은 ‘국뽕’ 영화처럼 게릴라들이 작전을 수행하는 내용에 초점을 두었지만, 이번 영화는 감독이 하이드리히가 권력의 핵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그의 일상을 보여주는데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우리는 함께 하는 거야, 친구.” “그래,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몸을 피하고 최후까지 저항하던 얀(잭 오코넬)과 요제프(잭 레이너)의 마지막 대사이다. 이 사건과 관련된 영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 1975)’이다. 잘생긴 티모시 바텀즈가 주연하였고, 당시 암살 작전에 투입된 요원들의 비장한 연기가 차가운 프라하의 분위기와 어울려 지금까지도 명화로 꼽힌다. 영화의 배경인 체코 프라하에는 아직도 지하실 좁은 창문 외벽에 총탄 자국이 있는 성당이 하나 있다. 바로 얀과 요제프가 최후까지 저항하다 자신들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죽음을 택한 지하실이 있는 ‘성 키릴과 메소디우스 성당(St. Cyril and Methodius Cathedral)’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고자 그곳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2020년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병수의 '영화와 만난 의학'입니다. ‘영화관에서 만나는 의학의 세계’는 영화 속에서 드러난 의학 이야기를 다룹니다. 감염병의 역사와 감염 질환 이야기,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여러 질병들을 영화 속에서 찾아내 소개합니다. 오랫동안 지역 의료현장에서 진료를 하며 보건의료 정책 및 교육 활동을 하는 고병수 의사가 필진으로 나섭니다. 많은 애독바랍니다. /편집자 주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히던 감염병이라고 하면 두창(천연두), 중세 때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 콜레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오래도록 눈으로 볼 수 없어서 그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뭉뚱그려서 역병(疫病)이라고 불렀다. 최근에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정도가 전 세계를 떨게 만든 것이었을 뿐, 세균학이 발달하고 항생제가 넘쳐나는 근래에 “그깟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무슨 문제냐”고 우리 인류는 자신했다. 게다가 사스(SARS), 메르스(MERS),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렸어도 잠시 그때뿐이었던 기억을 해보면 과거처럼 대규모 감염병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공상과학 영화나 상당히 과장된 드라마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던 문제로 받아들였다. 1995년에 만들어져서 상영될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과장했구나'하고 생각했던 ‘아웃브레이크(Outbreak)’라는 영화가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근래에 다시 본 사람들은 영화에서 나오는 상황이 바로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25년 전에 만들어져서 미래를 예견한 이야기에 감탄하게 된다. 영화는 그 당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되던 에볼라바이러스의 위험이 아프리카에서 심각한 상황이라는 현실을 보고 상상력을 가미해서 만들어졌다. 에볼라바이러스 질환은 ‘에볼라 출혈성 열성질환(EHF, Ebola hemorrhagic fever)’이라고 부를 정도로 고열과 연이은 출혈 경향으로 다발성장기부전에 빠져서 사망하게 된다. 감염되면 치사율이 평균 5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1976년에 아프리카 남수단과 콩고에서 발생하여 처음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도 간헐적으로 국지성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데, 워낙 사망률이 높기도 하고 심한 출혈이 나타나니까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면서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감염을 일으킨 괴바이러스의 모양이 기다란 털실이 꼬여있는 것으로 화면에 비치는데, 에볼라 바이러스의 모양과 닮았다. 영화는 1967년 어느 날, 아프리카 자이르(Zaire, 콩고공화국의 옛 이름)의 모타바 강 계곡에 있는 미군 캠프에서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나도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무엇엔가 감염되어 갑자기 죽어가는 군인들이 많아지고, 부대에서는 본국에 긴급 의료지원 요청을 하지만 파견된 요원들은 혈액 샘플만 채취한 뒤 비밀리에 부대에 폭탄을 투하하여 몰살시켜 버린다. 극비리에 진행된 이 작전은 세월이 지나면서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는다. 3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자이르의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전염병이 돈다는 보고를 받고 육군 대령 샘 다니엘즈(더스틴 호프만)가 급히 파견되어 조사를 벌인다. 혹시나 모를 미국으로의 바이러스 유입이 걱정되어 본국의 의사들에게 경고를 해야 한다고 보고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던 중 모타바 강 근처에서 잡힌 원숭이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더 크릭이라는 작은 마을로 반입되어 전염원이 되고, 그 원숭이를 데리고 있던 청년도 감염되어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이 과정에서 원숭이를 데리고 있던 한국 화물선인 태극호가 등장하면서 한국말이 나오니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흥미를 더해준다. 감염자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고열을 앓다가 갑자기 죽어간다. 잠복기는 24시간이 안 되고, 치사율은 100%. 백악관에서는 30년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내 최초 감염 지역을 봉쇄하고 몰살시키려는 계획을 긴급히 세운다. 감염 환자들을 돌보던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연구원이자 샘의 전 부인 로비(르네 루소)는 문제의 괴전염병을 연구하다가 감염자 주사기에 찔려 감염된다. 샘은 상황을 숨기려는 정부와 상관들의 비협조 속에 몰래 감염원인 원숭이를 찾아 나선다. 사람들은 죽어 나가지만 그 원숭이는 오래도록 살아있기 때문에 항체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샘은 원숭이를 찾아서 로비를 살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까? 영화의 제목인 ‘아웃브레이크(Outbreak)’라는 말은 쉽게 표현해서 유행성 감염병이라는 뜻이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토착화해서 발생하면 풍토병이라고 하지만, 아웃브레이크는 전염성이 강해서 주변으로 퍼질 수 있고 다소 통제가 가능한 상황을 말한다. 최근의 코로나19처럼 통제하기 힘들고 전 세계에 유행해버리는 것은 팬데믹(Pandemic), 즉 대유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상상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 현실로 목도하고 있는 2020년 이후의 세계..... 영화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가능하지 않았던 상황을 짐작하며 상상의 날개를 펼친 것일까? 요즘의 우리도 영화에서처럼 완전히 밀폐된 방역복을 입은 모습을 쉽게 보고 있고, 확진자라는 사람들을 격리하고 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상황이다. 만일 우리도 아웃브레이크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국가는 어떤 자세를 보여줄까? 이제는 현실이 되어버린 영화 속 이야기들을 느껴보며 이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다소 젊은 시절의 더스틴 호프만을 보는 것도 덤으로 얻게 되고, 지금은 쟁쟁한 배우들인 르네 루소, 모건 프리먼, 케빈 스페이시 등이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와 비슷한 영화로는 2011년 개봉한 ‘컨테이젼(Contagion)’이 있다. 맷 데이먼과 미국 내 최초 감염자면서 초기에 죽는 것으로 나오는 기네스 펠트로, 감염병 전문가인 로렌스 피쉬번과 마리옹 꼬띠아르, 개나리꽃이 치료제라고 사기치는 인물 주드 로 등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황홀해진다. 컨테이젼은 ‘전염’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최근의 한글맞춤법으로는 ‘컨테이전’이라고 써야 맞다. 영화는 무엇보다도 이전의 아웃브레이크나 한국 영화 감기와 달리 극적인 상황 연출을 자제하면서 유행하는 감염병에 대해 대처하는 여러 인물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가족을 살리려는 이기적인 모습, 자신이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다른 감염자들을 배려하려는 사람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회사, 개나리꽃이 치료약이라며 사기를 치는 인물 등..... 영화가 보여주려는 설정이나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겠지만 생각할 점들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매력이 있다.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섬세한 내용들을 집어넣었다는 점이다. 감염 경로와 접촉자들을 면밀히 파고드는 역학조사 모습은 영화가 전문적인 자문을 잘 받았다는 것을 알게 하고, 백신이 개발되지만 누가 먼저 수혜를 받을 것인지 논란이 되는 것, 생일 날짜를 기준으로 백신을 제공하게 되는 점,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 표시 등은 코로나19 시대에 사는 우리가 접한 현실과 너무 똑같다. 영화는 후반부에 지본의 탐욕으로 숲이 망가지고, 서식하던 박쥐들이 인간 사회와 접촉점이 많아지면서 바이러스가 돼지, 그리고 사람에게 옮기는 내용을 보여주는데, 너무나 사실을 반영한 내용이라서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 한국 영화인 '감기(The Flu, 2013)'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면서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중요 갈등으로 가지고 가며 대규모 감염병을 다룬다. 한국 포스터에서 제목은 감기라고 했지만, 영어 제목으로는 플루(Flu)라고 했다. 플루는 인플루엔자(Influenza)의 약자로 ‘독감’을 말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다른 의미인데, 가볍게 생기면서 종국에는 심각한 폐해를 입히는 것으로 보이기 위해 독감이 아닌 감기라는 제목을 사용한 걸까? 인류 역사에서 수없는 감염병들이 있었지만 일부 지역에서 유행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대규모로 유행했던 것은 3차례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첫 번째 대유행은 541~750년 동안에 유럽을 휩쓸었던 ‘유스티니안 역병(Plague of Justinian)’이다. 기독교 성인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는데,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이 사망(2500만~5000만 명)했을 정도로 초토화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염병의 원인을 몰라서 장티푸스, 두창(천연두), 홍역, 에볼라 등으로 추정했으나, 2011년 네이처(Nature)지에 대역병의 원인균이 페스트균임을 밝혀내서 인정이 되는 중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대유행은 중세와 근대에 돌았던 페스트이다. 그 외 콜레라나 많은 감염병들이 있었지만, 크게 인류를 위험에 빠뜨린 감염병 역사는 세 차례였다. 지금의 코로나19는 지금 우리가 난리를 치지만, 한때 유행했던 작은 유행병 정도로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2020년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