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년이 넘도록 아시아의 고전으로 불리는 명(明)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천하의 대세란 본래 갈라지면 하나로 합쳐지고, 합쳐지면 또 갈라지는 것(天下大勢, 分久必合,合久必分)이란 명문장으로 시작한다.

그 <삼국지연의>의 시발점이 되는 서기 168년, 13세의 나이로 즉위한 영제(靈帝)는 평생을 환관들의 영향 속에 살았다. 선대 환제(桓帝) 때 부터 황제를 모신 열 명의 내시들은 그 시절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정권을 농단했다.

남조의 송나라 범엽이 쓴 기전체 역사서인 <후한서>와 나관중이 쓴 장편소설 <삼국지연의>에 이들을 ‘십상시’(十常侍)라고 기록한다. 10명의 상시, 즉 환관들이다. 후한의 문신 장균(張鈞)이 영제에게 올린 상소에 처음 이 말을 썼다.

후한은 어린 황제가 즉위, 환관이 권력을 장악할 때가 많았다. 권력마저 세니 녹봉 2000석을 받는 중상시, 즉 환관이 되는 자가 많았다.

역사서 <후한서>(後漢書)에는 십상시들이 많은 봉토를 거느리고 그들의 부모형제는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그 위세가 가히 대단했다고 쓰여 있다. 특히 그들의 곁에서 훈육된 영제는 십상시의 수장인 장양(張讓)을 아버지, 부수장인 조충(趙忠)을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다.

<삼국지연의>는 이들의 이름을 장양, 조충, 봉서, 단규, 조절, 후람, 건석, 정광, 하휘, 곽승이라 기록하고 있다. 정사인 <후한서>도 장양, 조충 등을 거론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그 수가 12명이다.

환관들의 권력이 철저하게 황제의 총애에 기반한 것이기에 해바라기 권력의 속성상 이들은 군왕의 심기에만 온 정성을 기울였다. 물론 ‘국정농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서술은 지난해 5월 이 <제이누리>란 공간에 ‘발행인시평’의 이름으로 게재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2014년 7월 출범한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과거의 악폐·적폐·구습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하고자 끌어온 내용이었다. “(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이다”며 ‘조배죽’ 건배구호를 외치던 무리들이 들끓던 민선 5기 우근민 도정과 철저히 결별하란 지적을 하고자 함이었다. 소수가 권력과 요직을 독점하던 시대와의 결별 역시 주문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그들은 ‘새발의 피’였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국상황이 이보다 더 잘 맞을 수 있을까?

기자를 노려보거나 검찰에서 ‘황제조사’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자기만 살겠다고 ‘대통령의 지시’라고 떠넘기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그리고 대통령의 담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더라는 ‘와이어 풀러’(wire puller·배후조종자) 최순실, 최순실의 지시를 잘 녹음해 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아직 모습을 감추고 있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적극적으로 움직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

거명할 인물이 너무 많아 십상시 (十常侍)로도 모자랄 정도다.

어찌하여 우리 국민들은 이런 대한민국에 살게 됐나? 어찌하여 우리 국민들은 고작 ‘꼭두각시’에 불과한 대통령을 선출했나? 어찌하여 우리 국민들은 이런 검찰조직에 ‘칼’을 쥐어줬나?

‘정의로운 대한민국, 정당한 대한민국, 공정한 대한민국’을 열 기회가 이제 왔다.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자.”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교훈이다. 그 험난한 정의의 길은 이제 우리 국민들의 손에 달렸다. 대한민국 국민이 열어갈 새 세상이 다시금 다가오고 있다.

“미네르바(지혜의 여신)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 나래를 편다.” [양성철=제이누리 발행·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