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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1) ··· 충성과 보상, 그리고 배반

인류의 역사에서 국가나 조직의 최고 덕목은 충성이었다. 우리는 ‘충성’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상명하복을 떠올린다. 무조건적인 복종이 바로 충성이라는 것이다.

 

충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충성을 하는 쪽이 아니라, 충성을 받는 쪽일 수 밖에 없다. 충성에는 조건이나 대가가 없다. 충성의 개념 속에서 ‘무조건성’이라는 덕목을 강조하여 모든 것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에릭 펠턴은 그의 책 ‘위험한 충성’에서 충성을 믿음과 신뢰의 다른 이름으로 파악했다. 강요할 때 우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것이 진정한 충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충성이라는 구호는 상대적으로 충성하지 못한 이들을 충성으로 이끌기 위한 대안적인 방법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제주도의회에 참석, 간부 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첫 인사의 기준으로 능력과 충성도를 제시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충성도를 인사기준으로 삼는 사람들도 겉으로는 능력이나 화합 등을 내세우는 것이 보통인데 노골적으로 충성도를 제시하는 것은 ‘알아서 기어라’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니냐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우 지사의 인사에서 도청은 물론 관변 단체장 대부분이 측근 인사들로 채워졌다. 충성이 최고의 덕목처럼 도정에 퍼져나갔다.

 

심지어 도청 간부들의 회식자리에서는 ‘조배죽’이 건배구호로 사용된다는 얘기도 회자됐다. ‘조배죽’은 ‘조직을 배반하면 죽음’이란 서술의 줄임말이다. 건배자가 ‘조배죽’이라고 선창하면 참석한 사람들이  ‘네! 형님’하고 후창을 한다는 것이다. 충성 인사의 그늘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벌어진 ‘한동주 게이트’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은 최근 자신의 모교 동문회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우 지사가 차기에 당선되면, 나도 시장을 더 할 것이라는 내면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으니 잘 도와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인사권자에 대한 충성과 그에 대한 보상을 과감하게 공개해버린 것이다.

 

이 발언이 자신은 물론 우 지사에게 미치게 되자,  “우지사와의 내면 거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며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부정하면서까지 우 지사 보호에 나섰다.

 

그런데다 한 전 시장이 내놓은 기자회견문은 우 지사에 대한  ‘충성서약문’에 가깝다는 것이 취재기자들의 후일담이다

 

인사권자에 대한 충성에 연민까지 느껴진다.

 

충성은 그러나 언제나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진리에 대한 충성, 국가에 대한 충성, 국민에 대한 충성, 정권에 대한 충성, 가족에 대한 충성, 친구에 대한 충성…. 이런 개념이 충돌할 때 충성은 배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에릭 펠턴은 그래서 충성과 배신은 언제나 같이 다닌다고 일갈한다.

그러고 보면 충성은 멍청함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맹목적인 충성을 바친 최고 권력자에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경우는 역사에 너무도 많다.

 

 

 

※ 수류운재=수류심불경(水流心不競) 운재의구지(雲在意俱遲), 흐르는 물은 다투지 않고 구름은 서둘지 않노니. 두보(杜甫)의 시 강정(江亭)에 나오는 시구에서 따온 말이다.<편집자 주>

 

 

 

김대희는?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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