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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의 수류운재 <3> 깨진 유리창 이론?

 

1969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상태가 비슷한 자동차 두 대를 골라 보닛을 열어 놓은 다음 골목길에 세워두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 대는 자동차의 유리를 조금 깬 채 방치했다는 것이다.

 

1주일이 지난 후 두 자동차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유리창을 조금 깬 버려진 자동차는 10분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이어 바퀴도 사라졌다. 낙서와 오물투기 및 파괴가 이어졌고, 1주일 뒤에는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의 고철로 변하고 말았다.

 

사소한 범죄를 방치하면 큰 무질서를 불러온다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이미 부서진 차를 부순다거나, 다른 사람들과 범죄행위를 같이 하면 죄의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980년대 뉴욕은 범죄도시였다.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가 발생했다. 뉴욕의 지하철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역무원들조차도 부스 안에서 나오기를 꺼렸다. 뉴욕 여행자가 해서는 안될 행동 1위가 지하철 타기였다.

 

당시 뉴욕시 교통국장은 이 ‘깨진 유리창’이론을 받아들여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차량기지국에 교통국 직원을 동원해 6천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웠다. 이를 지우는데만 5년이 걸렸다고 하니 얼마나 낙서가 심했는지 짐작이 갈 만하다. 모두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낙서지우기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지하철 흉악범죄 발생이 완만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2년 후에는 중범죄 발생건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94년에는 뉴욕의 흉악범죄 발생이 75%나 줄어들었다.  이후 뉴욕시는 낙서지우기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한편 경범죄 단속을 강력하게 시행, 범죄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수사가 마무리된 '제주판 도가니‘사건을 들여다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한 아파트에서 지역주민들이 잇달아 장애여성 성폭행에 가담한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장애여성 성폭행에 가담한 지역주민은 모두 7명. 아니 그늘에서 음험한 미소를 짓고 있을, 밝혀지지 않은 가해자가 다 있을 가능성도 있다.

 

가해자 중에는 아파트입주자대표, 장애인단체 간부도 있었다.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장애여성을 유린한 것이다. 이들에게 죄의식이 있었을까.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괜찮겠지’하는 생각이 양심을 마비시켰을까.

 

피해여성들의 면면을 보면 더 말문이 막힌다.
피해여자 6명 모두가 지적장애 1~3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인지능력이 부족한 장애인들을 성폭행한 것이다.

 

그중에는 모녀가 한 사람에게 차례차례 당한 경우도 있다. 미성년자도 있었다. 차마 글로 옮기는 것조차도 부끄럽다. 지인의 처와 딸을 차례로 욕보인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우리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장애인을 홀대해도 된다는 우리의 평균 인식이 이 사건에 투영된 것은 아닐까.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우리 사회의 깨진 장애인 보호벽이 이 사건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아닐까.

 

검찰은 일벌백계를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벌백계의 다짐만으로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처벌강화가 범죄를 줄인다는 근거는 미약하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장애인들의 생활환경을 밝고 쾌적하게 만들어 주고, 사회복지사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해 이들의 생활을 살핀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행정 당국의 관심이다.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제주도정이, 제주도의회가 발벗고 나섰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같다.

 

도정 책임자와 의원들이 선거예산(?) 으로 정쟁을 하고, 잘나가는 사람들끼리 예산 나눠먹는 일로 핏대를 올리고 있는 사이, 우리 이웃의 소중한 인권은 그렇게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김대희는?

= 취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이다. 제주신문, 제민일보를 거쳐 서귀포신문 사장을 역임했다. 김태환 지사 시절 공직에 입문해 제주도 공보관과 문예진흥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역 기자 시절에는 항상 소외된 이웃을, 사회의 어두운 곳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온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한 때 '자청비'라는 막걸리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풀코스를 30회 넘게 완주한 마라토너다.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울트라 마라토너다. 2012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마라톤을 62시간에 완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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