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미안하지만 너희 탓이야 … 월매보다 못한 의원님들
제주도 문화상에 김현숙·김계담·고홍철·오선홍·고봉주·허능필·이한진
제주지식산업센터 개소 … 바이오·반도체·에너지 등 22개사 입주
한라봉이 들어올린 깃발 ... 제주 가을은 온통 귤빛 향연
내년 제주4·3추념일에 버스 무료 ... 제주도 직영 박물관·미술관도 무료
<속보>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로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
제주 동부소방서 이병준 소방사, '2025 생명존중대상' 수상
'쿠팡 개인정보 유출' 제주서도 단체소송 ... 1인당 20만원 청구
제주관광 통합 플랫폼 '비짓제주', ‘웹어워드코리아 2025’ 최우수상
제주일보 오영수 회장, 임금·퇴직금 체불로 '징역 2년6개월'
제주도가 60여 년간 전통 보양주 ‘오합주’를 빚어온 김태자씨(82)를 2025년도 제주향토음식장인으로 지정했다. 향토음식점으로는 ‘제주한정식’이 새롭게 선정됐다. 제주도는 지난 8월 공모를 시작해 서류·현장 심사를 거쳐 지난 10일 향토음식육성위원회 최종 심의로 이들을 확정하고 18일 결과를 공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김태자 장인은 60여 년 전 시어머니에게서 보리누룩 만들기와 오메기술, 오합주 제조 비법을 배워 지금까지 한결같이 전통 방식을 지키며 술을 빚어왔다. 서귀포시 향토음식연구회에서 활동하고 농업기술원에서 강의했다. 제주 전통주 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힘써왔다. 오합주는 오메기술 청주에 생강, 꿀, 달걀노른자, 참기름을 더한 제주 전통 보양주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만들어 뒀지만, 현재는 제조법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존이 시급한 음식문화유산이다. 이탈리아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사라져가는 음식문화를 지키기 위해 운영하는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도 등재돼 있다. 맛의 방주는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국제슬로푸드협회에서 소멸위기에 처하거나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 음식문화유산을 지켜나가는 국제프로젝트다. 한국은 124개 품목이 등재됐고, 제주는 31개로 한국 지자체 중 최고 점유율(26.3%)을 보인다. 심사위원회는 김 장인이 직접 농사지은 재료와 손수 양봉한 꿀을 쓰는 등 제조 전 과정의 숙련도가 뛰어나고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신규 향토음식점으로는 ‘제주한정식'이 지정됐다. 기존 향토음식점인 ‘검은쇠몰고오는’도 이번에 제주흑우 메뉴를 추가해 인정받았다. 두 곳 모두 제주흑우(천연기념물 제546호)를 대표 메뉴로 내놓게 됐다. 향토음식점은 제주 특산물을 활용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현장 심사에서 향토성(40점), 위생(30점), 서비스(30점) 합계 80점 이상을 받아야 선정된다. 제주도는 이날 오후 2시 김애숙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김태자 장인에게 직접 지정패를 수여한다. 이후 향토음식 교육, 품평회 참가, 관광 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향토음식점에는 지정서와 현판을 주고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온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 홍보한다. 모바일 페이 시스템 개선과 다국어 메뉴판 설치 지원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사업도 계속 이어간다. 김형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제주향토음식은 제주의 정체성이 담긴 소중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사라져 가는 제주의 미식 콘텐츠를 적극 발굴하고 향토 식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시는 ‘선흘리 동백동산 에코촌 유스호스텔 관리·운영 조례’ 일부개정에 따라 24일부터 에코촌 유스호스텔 숙박 요금을 인하하고 감면 혜택을 확대한다고 이날 밝혔다. 2인실 숙박 요금이 청소년은 6만7000원에서 4만5000원으로 2만2000원(33%), 성인은 8만4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2만9000원(35%) 낮아진다. 또 감면 대상과 할인율은 늘어난다. 기존 제주4·3사건 생존 희생자만 요금 감면 대상이었으나, 개정에 따라 희생자와 유족 전체가 50% 할인을 적용받게 된다. 아울러 국가유공자와 등록장애인도 등급 구분 없이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두자녀 이상 가정의 할인율도 기존 30%에서 50%로 상향된다. 제주도민 할인도 기존 10%에서 30%로 확대된다. 명예도민과 고향사랑기부자 역시 도민 할인 대상에 포함된다. 또 20명 이상 단체 이용객과 유스호스텔 연맹 회원에게는 10% 할인 혜택이 새롭게 적용된다. 에코촌 이용 예약은 누리집(https://www.jejusi.go.kr/ecochon/main.do)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이번 조례 개정은 숙박 요금 현실화를 통해 이용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할인 제도를 확대해 체류형 생태관광·교육 거점시설로서의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신금록 제주시 기후환경과장은 “이번 조례 개정으로 더 많은 관광객과 학생들이 에코촌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제 친환경 운영 기준을 바탕으로 람사르습지인 동백동산과 연계한 체류형 생태관광·교육 거점시설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23일 오후 1시 39분께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한 도로에서 60대 운전자가 몰던 5t 윙바디 트럭 적재함이 칠십리로 음식특화거리 아치형 조형물에 부딪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구조물이 내려앉아 바로 아래 주차돼 있던 K5승용차 1대가 파손되고 길을 걷던 70대 노인이 놀라 병원을 방문했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적재함 문이 열린 줄 모르고 운전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예기치 못한 날씨로 허탕치는 일 없이 제주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제주지역 골프장들이 '골프 얼라이언스' 제휴로 협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린필드CC와 롯데스카이힐CC, 볼카노CC, 아덴힐CC, 엘리시안CC, 오라CC, 캐슬렉스제주CC, 크라운CC 등 제주도내 8개 골프장은 협의체를 꾸려 갑작스러운 폭설과 폭우 등으로 예약이 취소될 경우 협약을 맺은 골프장 간 예약을 주선하는 방식으로 이용객 편의에 나서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제주지역 골프장을 찾은 이용객은 158만78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0만3040명에 비해 11만5220명(6.8%)이 줄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타원형을 이룬 제주는 국지성 기습호우 또는 폭설이 내리곤 한다. 제주 동부 지역에는 폭우 또는 폭설이 몰아치는 반면 제주 북부·서부지역은 그렇지 않은 등 제주에선 지역에 따라 날씨가 시시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협의체에 속한 골프장들은 도민 또는 관광객들이 갑작스러운 폭설 또는 폭우로 예약한 골프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을 때 협약을 맺은 골프장 간 날씨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이용자들에게 다른 골프장을 안내하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제주를 찾은 골퍼들이 1차례 라운딩에 그치지 않고 많게는 4∼5차례 골프 예약이 필요하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골프장 간 예약을 주선하기도 한다. 예약 기간은 내년 2월 28일까지다. 협의체에 속한 골프장에 문의하면 된다. 전영삼 아덴힐CC 총지배인은 "협의체에 새로 가입하는 제주지역 골프장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제주를 찾는 골퍼들이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편리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내년부터 제주4·3희생자추념일에 제주도내 버스가 무료로 운행한다. 제주도 직영 미술관·박물관 도 입장료가 무료다. 제주도의회는 19일 제445회 제주도의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4·3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기환 의원(이도2동갑)이 대표 발의한 '제주도 4·3희생자추념일 지방공휴일 지정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개정 조례는 4·3 지방공휴일 시행 활성화를 위해 시내버스(공항버스 포함) 무료 이용, 제주도 직영 기념관·미술관·박물관과 유네스코 등재 유산에 대한 무료 정책 등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제도 시행에 따른 연간 세입 감소액이 약 1억6700만원으로 추산되지만, 이는 4·3을 함께 기억하는 데 필요한 공동체적 비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4·3을 더 많은 이들이 존중하며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작지만 소중한 제도적 걸음"이라며 "앞으로도 4·3의 역사와 가치가 세대와 지역을 넘어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조례는 공포 절차를 거쳐 2026년 4월 3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도가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전날 도청에서 제241차 제주4·3실무위원회를 열어 희생자 보상금 지급 심사 167명, 지급결정 변경 심사 50명, 희생자 유족 심사 2명 등 모두 219명에 대한 안건을 처리하고, 제주4·3위원회에 최종 심의·결정을 요청했다고 23일 밝혔다. 22일 기준 보상금 지급결정 및 신청 희생자 1만2431명 중 9192명(73.9%)의 심사가 완료됐다. 현재까지 4·3위원회에서 최종 심의·의결된 희생자는 8782명이고, 이 중 7515명의 청구권자 7만9302명에게 모두 5755억 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제주4·3실무위원회는 2021년부터 상시 심사 체계를 운영하고 추가 신고 및 보상금 지급 심사를 신속히 처리해왔다. 최근 3년간 2023년 13회, 2024년 11회, 2025년 11회 등 모두 35차례 회의를 열며 심사 속도를 내고 있다. 김인영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연내 보상금을 최대한 지급해 유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올해 제주 최고 공영관광지로 서귀포감귤박물관이 선정됐다. 제주도가 도내 공영관광지 31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운영평가 결과, 서귀포감귤박물관 등 7개소를 우수 공영관광지로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도는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암행평가, 서면평가, 방문객 만족도 조사 등을 거쳐 운영평가위원회 심의를 통해 우수 관광지를 최종 확정했다. 우수 관광지에는 제주돌문화공원과 제주4․3평화공원 2개소가, 장려 관광지에는 제주별빛누리공원과 항일기념관 2개소가 뽑혔다. 전년 평가 대비 총점 상승폭이 가장 높은 발전 관광지에는 한라산국립공원과 현대미술관 2개소가 선정됐다. 운영평가에는 공영관광지 운영평가위원회 위원이 참여해 환대서비스, 콘텐츠 기획·운영, 이용 편의성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현장평가를 진행했다. 도내 공영관광지 31곳을 방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종합만족도는 85.0점으로 전년(84.7점)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들은 전반적으로 관광지 시설과 관람 환경이 잘 정비돼 있고,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와 안내 서비스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쾌적한 이용 환경과 원활한 안내가 관광지 이용 만족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다만 일부 관광객은 관광지별 특색 있는 체험·전시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 콘텐츠 다양화와 설명·안내 기능 보완이 향후 개선 과제로 도출됐다. 운영평가 결과에 따라 최우수 관광지 1개소에는 60만 원, 우수 관광지 2개소에는 각 40만 원, 장려 관광지 2개소에는 각 30만 원, 발전 관광지 2개소에는 각 2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제주도는 이번 평가를 통해 발굴된 우수사례를 공유·확산하는 한편, 관광지별로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히 보완해 공영관광지 전반의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다. 김애숙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공영관광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며 “관광지마다 고유한 매력을 살린 콘텐츠를 개발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도는 고재일 4.3실무의원과 강상옥 유족회 제주지회 상임부회장, 유두길 남원지회장 등 22명을 4.3유공자로 선정, 23일 표창했다. 제주도는 이날 도청 백록홀에서 ‘2025년도 4·3유공자 표창 수여식’을 열고, 제주4·3진상규명 및 4·3희생자 및 유족 명예회복 등에 기여한 도민과 공무원 22명에게 도지사 표창장을 수여했다. 선정된 유공자들은 제주4·3 진상규명과 도민통합에 기여한 도민과 단체, 공직자 등이다. 수여식에는 수상자를 비롯해 가족, 관계 공무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진명기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제주4·3의 진상을 전세계에 알려 평화의 섬으로 제주를 홍보하고 미래세대에게 평화와 인권, 화해의 상생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앞으로 제주도정은 4·3의 진실을 밝히고, 화해와 치유의 길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 이기택=기자] ※ 2025년도 4·3 유공자 표창 수상자 연번 소속 직위 성 명 1 제주4·3 진실규명 및 명예회복 실무위원회 위원 고재일 2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제주시지부회 상임부회장 강상옥 3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 남원지회장 유두길 4 제주4·3희생자 유족회 동복리유족회 회장 부양진 5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 외무부회장 오종구 6 제주4·3희생자 유족회 행불인유족협의회 대전위원장 안기택 7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유족부녀회 사무차장 조정희 8 4·3유적지 해설사 - 오태경 9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부교수 이소영 10 국립제주트라우마치유센터 물리치료사 최성제 11 제주4·3희생자 유족회 대외협력팀장 이지영 12 제주4·3평화재단 주임 고진혁 13 제주특별자치도 4·3지원과 주무관 김인수 14 제주특별자치도 4·3지원과 주무관 고정연 15 제주특별자치도 4·3지원과 주무관 이유진 16 제주특별자치도 4·3지원과 주무관 서민향 17 제주특별자치도 4·3지원과 주무관 김주희 18 제주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홍지학 19 제주시 오라동 주무관 강연지 20 서귀포시 천지동 주민자치팀장 박인찬 21 서귀포시 대천동 주민자치팀장 고관우 22 서귀포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배민아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신임 상임위원으로 김덕진 관리관이 내년 1월1일 취임한다. 김 상임위원은 대구시선관위 총무과장, 충북선관위 사무처장, 선거연수원장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경남선관위 사무처장을 역임하고 이번 인사에서 제주도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지명됐다. 또 서귀포시선관위 문경환 사무국장이 도선관위 총무과장으로, 도선관위 고원국 총무과장이 서귀포시선관위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도선관위는 5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도 단행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 5급 이하 인사 ▶ 5급 ▷ 문승일 도선관위 지도과 지도담당관(현 충청남도 서천군선관위 사무과장) ▶ 7급 ▷ 김연이 제주시선관위(현 도선관위 사무처) ▷ 고세미 서귀포시선관위(현 도선관위 사무처)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 사업으로 추진된 제주곶자왈 보호 모금이 목표액 10억원에 도달했다. 제주도는 지난 5월 ‘제주곶자왈 보호 모금사업’을 시작한 이후 전국 기부자의 자발적 참여로 목표액 10억원을 달성했다고 23일 밝혔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제주어다. ‘곶’은 숲을, ‘자왈’은 덤불을 뜻한다. 화산 폭발로 흐른 용암류가 굳어 만들어진 암괴 위에 숲과 덤불이 어우러진 독특한 생태계다.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보전 가치가 높은 곳으로, 공기를 정화하는 제주 환경의 허파이자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주생태계 보고로 지질학적,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이번 모금은 개발로 훼손 위기에 놓인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사유 곶자왈을 매입·보전하기 위해 추진됐다. 도는 ‘제주 지하수의 원천인 제주시 곶자왈을 살려주세요’,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지는 서귀포시 곶자왈을 살려주세요’를 주제로 2건의 모금사업을 진행했다. 도는 이번에 조성된 10억원을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각 5억원씩 투입해 약 5ha의 사유 곶자왈을 매입할 계획이다. 매입지는 개발로부터 영구 보전되며, 곶자왈 보호 기반도 강화된다. 고향사랑기부제 지정기부는 기부자가 원하는 사업을 선택해 기부하고, 목표액 달성 시 즉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도는 앞서 고향사랑기부제 일반사업으로 2억원을 조성해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일원 1.3ha를 매입했다. 매년 곶자왈 사유지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동부지역 '오름'(기생화산) 중 용눈이오름을 비롯, 한 줄로 서 있는 주요 오름 4곳이 1만5000여년 전 화산활동 당시 동시에 분화하며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 동부 지역 따라비·모지·좌보미·용눈이 오름 4곳이 약 1만5000~1만6000년 전 북동–남서(NE–SW) 방향 선상 열극을 따라 연속적으로 분출한 화산활동으로 추정된다고 19일 밝혔다. 그동안 제주 오름들이 일렬로 배열된 사례가 보고되며 선상(열극) 분출 가능성이 제기됐다. 구체적인 분출 시기를 추정해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모지오름과 좌보미오름 사이에 있는 영주산은 시기적으로 봤을 때 상당 기간 앞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돼 같은 지각의 이동에 따른 열극에 의해 형성된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극을 따른 선상 화산 분출은 아이슬란드 라키(1783~1784), 카나리제도 란사로테섬(1730~1736) 등 해외에서 여러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제주도는 화산활동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지역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현장 지질조사를 통해 지형·지질 분포를 분석하고, 용암층 사이 고토양층(paleosol) 등 연대측정 자료를 종합해 선상 분출의 시공간적 연관성을 밝혀냈다. 고토양층은 화산 분출에 따른 용암층이나 화산재층 사이에 존재하는 토양층으로, 고토양층은 각 오름의 분출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주요 단서다. 화산체들 사이에 고토양층이 발견되지 않으면 해당 화산체들은 비슷한 시기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는 방식이다. 제주도 한라산연구부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4개년) 제주 전역 정밀지질도 작성 연구를 자체 추진중이다. 올해 1차 연도 연구로 동부 지역 590㎢를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했다. 조사 지역에는 120여 개 오름(소화산체)이 분포한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90여 개 오름에 대해 시료 채취와 암석 성분 분석, 용암 분포 범위 도면화(지도화)를 진행했다. 또한 각 오름의 분출 연대를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는 용암층 사이 고토양 52개소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장 지질조사에서 확인되는 용암층 사이 고토양층은 분출과 분출 사이의 휴지기를 보여주는 지층이다. 개별 오름의 형성 시기와 분출 순서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연구를 수행한 안웅산 박사는 “이번에 확인된 선상 분출 패턴과 시기는 향후 제주와 한반도 주변에 작용한 힘의 방향, 즉 응력장의 시간적 변화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간적으로 연계된 화산활동은 마그마 공급, 지하 균열의 형성과 방향, 지각에 작용하는 힘, 마그마 성분과 가스 함량 등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앞으로 지형·지질 분포, 암석 성분 분석, 연대측정 등 정량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이들 요인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제주 전역 오름의 분출 과정과 형성 시기를 단계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정교한 정량 분석과 연대 측정을 위한 예산 확보와 기술 교류 확대를 통해 계획 기간 내 제주 오름의 가치와 화산활동 특성 규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가수 겸 유튜버 김뭉먕씨가 제주도 홍보대사로 이름을 올렸다. 제주도는 가수 겸 유튜버 김뭉먕 씨를 제주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22일 밝혔다. 김뭉먕 씨는 앞으로 제주도가 주관하는 문화예술행사에 참석하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2006년 인천 출신인 김뭉먕 씨는 학창 시절 강아지와 고양이를 닮았다는 별명에서 착안한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엔 '푸른 시간 속, 우리를'을 발매했다. 올해엔 첫 싱글 앨범 ‘부아앙’을 발표하며 가수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지난해 6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김뭉먕'을 통해 구독자 25만4000명, 누적 조회수 24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는 등 크리에이터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집무실에서 위촉장을 직접 전달하며 "김뭉먕 씨가 청년의 시선으로 제주의 자연과 문화예술축제를 홍보해 국내외 청년층에게 제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기택 기자]
제주 청년 인재 양성 기관인 제주더큰내일센터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제주시 원도심으로 이전했다. 제주도는 22일 제주시 관덕로11길 34로 이전한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제주더큰내일센터 성과공유 및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지난 6년간 운영 성과를 되짚어 보고 센터의 새로운 비전과 핵심 가치를 선포했다. 이날 행사에서 센터 운영에 기여한 우수 직원과 수료생, 탐나는인재 참여자가 표창을 받았다. 제주도지사 표창은 우수직원 김선희 매니저와 우수 수료생인 농업회사법인 팜팩토리 진노아 대표, 메이크공육사 이하림 본부장에게 돌아갔다. 제주도의회 의장상은 탐나는인재 10기 박초빈씨, 11기 이우지씨가 수상했다. 센터는 또 이날 행사에서 청년 취·창업, 지역사회 회복력 강화 등을 위해 SK 사회적기업 행복나래, 제민일보, 제주의소리, 7개 청소년 지원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프로그램 이수자와 참여자, 탐나는기업, 유관기관 관계자, 도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도는 제주더큰내일센터의 원도심 이전을 청년 정책과 도시재생 정책을 연결하는 핵심 전략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승우 제주더큰내일센터장은 "제주더큰내일센터는 원도심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청년과 지역이 다시 연결되는 출발선에 섰다”며 “청년이 제주에서 도전하고 성장하며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지역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더큰내일센터는 지난 6년간 인재 양성의 거점이자 청년의 취업과 창업, 지역 정착을 돕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며 “청년의 도전이 원도심의 변화로 이어지고, 그 활력이 다시 청년에게 기회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성이 높은 원도심 입지를 활용해 청년 창업기업이 제품을 현장에서 테스트하고 홍보하는 실전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며 “제주 크리에이터 경제 정책과 맞물려 로컬 크리에이터와 청년 인재가 원도심의 다양한 공간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심 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 해안에서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또다시 발견됐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18일 오후 2시 26분께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에서 수색 도중 우롱차 포장지에 싸인 마약류 의심 물체를 발견했다고 이날 밝혔다. 해경은 해당 물체가 최근 제주 해안에서 발견되고 있는 우롱차 포장 형태의 케타민과 유사하다고 보고 간이 시약 검사를 통해 성분을 특정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오후 2시 55분께엔 제주시 우도면 해안가에서 해안 정화 활동을 하던 바다환경지킴이가 은색 차 봉지에 싸인 마약류 의심 물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성분 분석 결과 해당 물체는 케타민으로 확인됐다. 9월 29일부터 이날까지 50일간 제주시 제주항·애월읍·조천읍·구좌읍·용담포구·우도 해안가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 모두 15차례에 걸쳐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다. 간이시약 검사 결과 모두 케타민으로 확인된다면 발견된 양은 모두 34㎏에 달한다. 통상 1회 투여량 0.03g 기준 약 113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해경 등은 마약이 주로 발견된 제주 북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집중 수색을 벌이고 국제 공조를 통해 정확한 유입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18일 조지호 경찰청장을 파면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조 청장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국회가 탄핵 소추한 지 1년여 만이다. 파면의 효력은 즉시 발생해 조 청장은 즉시 직위를 잃었다. 헌재는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지시를 실행하기 위한 것으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및 선거연수원 경찰 배치에 대해서도 "위헌·위법한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해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해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이런 피청구인의 행위는 그 자체로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엄중하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1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지난해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 과잉 진압도 소추 사유에 포함됐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올해 1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그는 같은 달 법원의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붙인 석방) 허가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각 부처 차관급을 물가안정책임관으로 지정해 품목별로 물가를 관리하기로 했다. 이른바 ‘물가차관’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확산하는 것에 대한 긴급 대응 조치다. 11월 수입물가는 지난해 11월 대비 2.6% 올랐다. 지난해 4월(3.8%) 이후 1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수입물가는 5개월째 상승했다. 이미 11월 소비자물가는 2.4%, 특히 생활물가는 2.9% 뛰었다. 환율 변수에 민감한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수입물가는 두세달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내년 초 물가 불안이 우려된다.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서민들의 삶은 내년에 더 팍팍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차관은 각 부처 차관이 소관 품목의 가격ㆍ수급을 점검하면서 책임지는 것이다.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은 농림축산식품부, 수산물은 해양수산부, 전기요금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석유류는 산업통상부 차관이 각각 전방위적으로 밀착 관리하는 식이다. 어떻게든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정부가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관권으로 기업을 압박해 가격을 인
판소리 ‘춘향가’에서 가장 극적인 모습은 아무래도 이도령이 “암행어사 출두요”를 외치면서 탐관 변학도의 뻑적지근한 생일연회장에 들이닥쳐 변학도를 응징하고 춘향이를 구해내는 장면이겠다. 그러나 가장 ‘감동적인’ 대사 한마디를 꼽으라면 아마 춘향이의 모친인 퇴기 ‘월매(月梅)’의 대사일 듯하다. “이렇게 된 마당에 수원수구(誰怨誰咎)하리오(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수청을 거부하다 곤장을 맞고 사경을 헤매는 춘향이를 구해줄 마지막 희망이던 이도령이 과거에 낙방하고 거지 꼴로 돌아온 모습에 낙심하던 월매가 이내 냉정을 되찾고 내뱉은 말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의 피조물과 벌이는 처절한 비극을 보노라면 어쩔 수 없이 월매가 내뱉는 수원수구라는 한마디가 먼저 떠오른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월매만큼만 인간적으로 성숙했다면 아마도 그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도령이 낙방하고 싶어 낙방한 것도 아니고, 굳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원망의 화살을 돌리려 한다면 이도령을 사위로 맞아들인 자신의 ‘선구안’을 탓할 수밖에 없다.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시 자신의 창조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수원수구’의 자세로 당연히 자신의 ‘실력 부족’을 탓해야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1월까지 누적 수출은 640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다. 12월에 지난해 수준(613억 달러)만 유지해도 7000억 달러를 거뜬히 넘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세계 8~9번째 무역강국에 오를 수 있다. 일본과의 차이도 지난해 1200억 달러에서 올해 200억 달러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발 관세전쟁에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는 와중에 일궈낸 값진 성과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1~11월 누적 수출액은 487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948억 달러)보다 1.5% 감소했다. 주요 15개 수출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선박, 바이오헬스, 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품목 수출은 줄었다.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대부분이 중국의 산업 굴기와 저가 공세로 경쟁력이 약화하며 부진했다. 그만큼 반도체 착시효과가 크고, 산업구조와 마찬가지로 수출구조도 기형적이다. 반도체는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AI 서
“창조주여, 제가 간청했나이까? 흙으로 저를 빚어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읍소라도 했나이까? 어둠 속에서 끌어내 달라고?(Did I request thee, Maker, from my lay to mould me Man? Did I solicit thee from darkness to promote me?)” 존 밀턴(John Milton)의 「실낙원(Paradise Lost)」에 나오는 이 구절은 메리 셸리(Mary Shelleyㆍ1797~1851년)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초판본 표지에 마치 소설의 부제(副題)처럼 박혀 있는 ‘제사(題詞, 책의 첫머리에 그 책과 관계되는 노래나 시를 적은 글)’다. 「실낙원」 10권에서 등장하는 지옥에 떨어진 인류의 조상 아담(Adam)의 절규이기도 하다. 이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창조주가 금지한 선악과를 먹고 지옥에 떨어진 아담이 절망과 고통 속에서 내뱉는 비명이다. 자신의 존재와 가혹한 운명을 한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우 그까짓 선악과 하나 따먹었다고 ‘믿거라’ 했던 창조주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원망과 억울함의 호소 같기도 하다. ‘프랑켄슈타인’에 사용된 이 제사는 존재의 원치 않은 탄생, 창조자(Maker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 이상적인 주택의 위치 ① 음양변화(陰陽變化) : 음과 양의 기운을 품고 변화해야 한다. ② 금대환포(金帶環抱) : 금대를 두른 듯 물이 감싸야 한다. ① 산(현무) ② 도로(백호) ③ 하천(청룡) ④ 저수지(주작) ▲ 이상적인 도시 또는 마을의 위치 ① 조산(祖山) ② 소조산(小祖山) ③ 주산(主山) ④ 청룡(靑龍) ⑤ 백호(白虎) ⑥ 호종산(護從山) ⑦ 안산(案山) ⑧ 조산(朝山) ⑨ 수구산(水口山) ⑩ 용맥(龍脈) ⑪ 용혈(龍穴) 위에서 나열된 용어를 설명하자면 ① 조산은 태조산이라고도 하며, 혈에서 가장 멀고 높은 산이며 나무의 뿌리와 같은 근원의 산을 지칭하고, ② 소조산은 태조산을 떠나 산맥이 나뉘어 분맥(分脈)한 중조산이 다시 이어져 용맥의 기운이 가득 모인 혈장지(穴場地), 즉 해당 집터인 당혈(堂穴)까지 얼마 남겨놓지 않고 높이 수려하게 우뚝 솟은 산을 의미한다. ③ 주산은 혈(穴) 뒤편의 산세인 내룡(來龍)이 이어지면서 높고 낮게 또는 좌우로 굽어지고 꺾이는 형태를 의미하는 맥절(脈節) 중에 묘 뒤에 높게 솟은 산을 말하며 대체로 마을이나 묘지에는 이 산이 있다. 마을의 경우는 이 주산이 마을을 지켜준다고 하여 진산(鎭山)이라고도 부른다. ④ 청룡은 주택이나 마을 또는 묘지의 왼쪽에서 가까이 감아주는 산을 내청룡(內靑龍)이라 하고 내청룡 밖에서 감아주는 산을 외청룡이라 한다. 사람의 왼팔과 같고 청룡이 아름답고 기세 좋게 감싸면 아들자식의 발복이 누대로 잘되고 부귀가 따르게 된다. 백호는 청룡과 마찬가지로 혈판의 오른쪽에서 호위하듯 가까이 감아주는 산을 내백호(內白虎)라 하고 내백호 바깥의 산을 외백호라 한다. ⑥ 호종산(護從山)은 본신(本身)이라 할 수 있는 주된 산줄기인 용맥을 보호하고 감싸주는 주변의 산이나 산줄기를 말한다. ⑦ 안산(案山)은 일명 주작(朱雀)이며 집이나 마을 앞에 응대하듯 가까이 보이는 산으로서 집터나 마을에 모인 기(氣)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보호하고 안산 밖에서 멀리 곧게 충(沖)을 해오는 물을 감당하여 완충하는 역할도 한다. ⑧ 조산은 안산 너머로 마주 보이는 크고 작은 높은 산을 말한다. 다시 말해 청룡과 백호, 안산 밖에 나열된 산들로서 유정한 모습으로 조응된 산들을 말한다. ⑨ 수구(水口)란 풍수용어로 혈장을 중심으로 하여 전후좌우의 물이 한 곳으로 모여 빠져나가는 물목을 말한다. 수구사는 물은 멀리 흘러와 무릇 수구에 급히 빠져나가는 물을 느리게 멈추어 흘러갈 수 있도록 작은 산봉이나 언덕 혹은 바위나 기타 돌무더기 같은 지형지물을 가리킨다. ⑩ 용맥은 주된 산줄기를 따라 흐르는 기의 지하 통로라 할 수 있는 산의 능선을 가리킨다. ⑪ 용혈은 기(氣)가 흘러가는 산능선인 용맥을 따라 흘러온 기운이 뭉친 터를 의미한다. ▲ 명당주택의 풍수적 위치 조선조 실학자인 이중환(李重煥) 선생의 《택리지(擇里志)》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살 터를 정하는 데는 첫 번째로 지리(地理)가 좋아야 하고, 두 번째로 경제적인 이익이나 경제 활동이 편리한 곳이어야 하고, 세 번째로 인심이 좋아야 하고, 네 번째로 수려한 산과 물이 있어야 좋다'고 했다. 사실 '산 좋고 물 좋으면 인심도 좋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따라서 주택으로서의 적당한 위치는 양지바르고 거친 바람이 들지 않고 사람이 살기에 아늑하고 포근한 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풍수적 조건을 두루 갖춘 곳에서 생활한다면 풍요로움을 상징되는 건강하고 윤택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아왔다. 이러한 일련의 지리적인 관점은 오래전부터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에서 비롯되고 터득된 일련의 통계적인 환경학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풍수적으로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지역이나 터는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장소라 할 수 있다. 사실 지리적으로 불리하거나 지기(地氣)의 흐름이 좋지 않은 흉가(凶家)에 살게 되면 원인도 모르게 몸이 아프거나 하는 일마다 장애가 많이 따라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이 생겨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때도 있다. ▲ 주택의 선택에 필요한 풍수적 조건 풍수에서는 사람이 사는 가옥(家屋)이나 집터 또는 사업장을 선택할 때 세 가지 요소를 중시한다. 바로 주택의 모양이나 주택이 위치한 터의 형세를 말하는 건물의 생김새나 상태를 의미하는 가상(家相)의 삼대요소(三大要素)를 말한다. 그 중 첫 번째가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산을 등지고 낮은 곳을 향해 적당한 거리에 물을 마주하거나 흐르는 물이 감싸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통풍과 배수가 잘되어 어떠한 천재지변(天災地變)에도 해를 당하지 않은 아늑한 지세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곳에 살면 건강한 삶은 물론 오래오래 장수한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택의 앞이 낮고 뒤가 약간 높아야 좋다는 “전저후고(前低後高)”의 지형이다. 주택보다 마당 쪽이나 정원이 높아 버리면 큰비가 오거나 할 때 물이 집 쪽으로 역류(逆流)하게 되고 역행(逆行)하는 기운이 형성되게 되어 불리하다. 이렇게 되면 가슴을 누르듯이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되어 정신이 불안정하고 하는 일이 막히거나 신체가 허약해져 건강상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곳에 살게 되면 뛰어난 인재나 지도자가 나온다고 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집안에 사람이 출입하는 곳이 좁은 듯하고 집의 뒤편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형태인 가옥이 이상적인데, 정원에 들어서면 건물보다 정원이 좀 편안하고 너그러이 안정감이 감돌아야 좋다는 “전착후관(前窄後寬)”의 지형을 말한다. 이 말은 집 안에 모인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아 좋다. 반대로 마당 쪽이 넓고 집 뒤가 좁으면 집안에 모인 기운이 밖으로 새어 나가서 좋지 않다는 의미이다. 대지의 형태는 네모가 반듯한 것이 좋고 주택의 앞쪽이 배(倍) 정도 길어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좋은 정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곳에 살게 되면 부귀(富貴)가 산처럼 쌓인다고 했다. 반대로 앞이 넓고 뒤가 좁으면 재물이 모이지 않고 흩어진다고 했다. ▲ 기운이 잘 모이는 ‘명당 집터’ 땅에는 기운이 잘 모이는 땅과 기운이 잘 모이지 않는 땅이 있다. 명당은 맥이 이어져 기운이 모인 곳으로 이러한 자리는 건강과 복을 얻을 수 있다. 명당이라고 하는 것은 양지가 바르고 사람이 살기에 아늑한 장소를 말하는 것이다. 집의 뒤쪽을 받치고 있는 주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수려하며 단정한 곳이며 주위 사방에서 호위하는 산들이 있고 산맥이 평지 쪽으로 유유히 뻗어 내리흐르는 물가에서 그쳐 평평한 들판에 집터가 이루어진 곳을 말한다. 가장 좋은 곳은 일조량이 적당하고 통풍이 잘되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전후좌우로 동산이나 산이 감싸주는 포근하고 아늑한 곳이 이상적인 명당이라 말할 수 있다. 또 사방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적당하게 막아주는 곳이어야 하고 주변의 자연환경이 안정감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는 곳으로 바람을 막아주고 밝고 아늑하며 일조량이 적당하여 쾌적한 느낌을 주는 곳이 바로 복과 건강을 얻을 수 있는 명당이다. 양택은 음택과 차이가 있는데 큰 물가에는 대체로 부유한 집과 훌륭한 인물이 많이 나오는 유명한 마을이 많이 있다. 물의 이치는 양택에서 경제적인 그것이 관련이 많다. 급하지 않고 잔잔하게 흐르는 시내와 물이 모이는 곳은 대대로 자손을 이어가며 건강하게 장수하며 오랫동안 살 수 있는 터가 되는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점을 치고 관상을 봐주면서 구걸하기도 했다. 갑골 복사(卜辭)부터 『주역』까지 중국은 일찍부터 고유한 점복 사상과 완전한 방법론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주례·춘관·사무(司巫)』 등의 기록을 보면 “상사(喪事)는 무당이 신을 내리는 예를 관장한다”라고 돼있다. 점복과 무술(巫術)은 이미 민간 사회에서만 유행했던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상층사회의 정치활동 중에서 중요한 합법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한 깊고도 두터운 전통문화의 토양이 있었기에 많은 강호 술사들이 생겨나 일상 민간 생활의 필요에 적응하게 된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현대 과학에서도 합리적인 과학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옛날 강호 술사 대부분은 경박한 선입관(고정관념)을 계승하였을 따름이었다. 각자 나름대로 꿍꿍이속이 있고 비슷한 것 같지만 서로 다른 생계 수단을 영위하였다. 가난해 초라하게 된 거지들이 이러한 술법을 이용하여 구걸하는 것이 뭐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닐 터이다. 당대 단성식의 『유양잡조속집(酉陽雜俎續集)』 1권 「지낙고상(支諾臯上)」의 기록을 보자. “신비(辛秘)가 오경 시험에 합격한 후에 결혼하러 상주(常州)로 갔다. 일행이 섬서(陝西)에 도착하여 나무그늘에서 쉬었다. 부스럼 딱지가 붙은 얼굴에 서캐가 붙어있는 옷을 입고 옆에서 다리를 뻗고 앉아있던 거지가 신비에게 신부를 찾아가지 말라고 하였다. 신비가 참지 못하여 떠나자 거지도 따라갔다. 신비의 말이 힘이 없어 빨리 갈 수 없었다. 거지는 따라가면서 끊임없이 행차를 멈추라고 강권하였다. 앞에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나자 신비가 읍하며 인사를 나누자 거지도 뒤따라 맞장구쳤다. 1리여를 가자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앞 말을 급히 몰아 달려갔다. 신비가 이상하게 여겨 저 사람이 왜 저러지 혼잣말을 하자 거지가 말했다. ‘저 사람이 시간이 됐는데 어찌 어찌 자유롭겠소?’ 신비가 이상하다 여겨 처음으로 물었다. ‘그대가 시간이 됐다고 했는데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거지가 답했다. ‘잠깐 있으면 스스로 알게 될 거요.’ 상점에 다다르자 수십 명이 상점을 둘러싸고 있었다. 까닭을 물으니 녹색 옷을 입은 사람이 죽었다고 하였다. 신비가 크게 놀라 노비에게 말에서 내리라고 한 후 옷을 벗어 거지에게 주고 말을 태워주었다. 거지는 감사하는 말도 하지 않았다. 거지는 자주 깊고 오묘한 이치가 있는 말을 하였다. 변경(汴京)에 도착하자 거지가 신비에게 말했다. ‘나는 여기에 머물 것이오. 공께서는 무슨 일로 가시는 것입니까?’ 신비가 약혼하러 간다고 말하자 거지가 웃으면서 말했다. ‘공은 사인이시니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분은 공의 처가 아니오. 공이 결혼할 시기는 아직 멀었소.’ 이튿날 술 한 잔을 권하고 신비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상국사(相國寺)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후에 불이 날 거외다. 여기 조금 있다가 나중에 떠나시오.’ 오후가 되자 까닭 없이 사찰에 불이 나 상륜이 무너졌다. 거지가 떠나기 전에 가지고 다니다가 다른 때에 의문이 생기거들랑 풀어보라며 머리 묶는 비단 두건을 건네주었다. 20여 년이 지난 후 신비가 위남위(渭南尉)가 돼서야 배(裵) 씨와 결혼하였다. 배 씨 생일에 친척과 손님이 모였을 때 갑자기 예전에 거지의 말이 생각나서 두건을 풀었더니 손바닥 크기의 종이가 있었다. 글이 쓰여 있었다. ‘신비의 처는 하동 배 씨로 모월 모일 생이다.’ 바로 그날이었다. 신비가 거지와 헤어진 날을 세어보니 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을 때였다. 봉영(蓬瀛)의 선비가 인간세상으로 쫓겨 내려왔단 말인가!” 이야기는 전기적인 색채가 너무 강하고 황당하다. 거지가 친 점이 영험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 기록을 통해 점에 정통한 거지가 우대를 받았고 특별히 중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입내(성대모사)의 기원은 아주 오래다. 『사기·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 맹상군이 급히 함곡관을 넘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닭이 울어 새벽을 알리지 않으면 함곡관을 통과할 수 없었다. 다급한 상황에서 좋은 방법을 떠올린 사람이 있었다. 닭의 울음을 잘 흉내 내는 사람을 찾아 새벽을 알리는 수탉 소리를 모방하여 울게 하여서는 여러 닭들이 일제히 따라 울게 만들어 무사히 함곡관을 넘었다. 이 기록에서 당시에 이미 성대모사 기예를 갖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송대에는 명확한 입내 기술을 기록한 문헌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 9권 「재집친왕종실백관입내상수(宰執親王宗室百官入內上壽)」의 기록이다. “음악이 아직 울리지 않았는데 집영전(集英殿) 산 위 누각에서 교방(敎坊)의 가무를 연주하는 예인들이 여러 금수의 소리를 흉내 내자 내외가 숙연해졌다. 울음이 그치자 공중에서 소리가 잘 어울리니 난새와 봉황이 날아와 모이는 것 같았다.” 『무림구사(武林舊事)』 1권 「성절(聖節)」에도, ‘여러 금수가 우는’ 호복(胡福) 등 2명이 있었다. 6권 「제색기예인(諸色伎藝人)」에 ‘사투리를 배운’ 방재랑(方齋郞)이 있었으며 ‘물건을 파는 소리를 흉내 내는(吟叫)’ 사람이 강아득(姜阿得) 등 6명이 있었다. 당시에 이른바 ‘규과자(叫果子)’1), ‘음아(吟哦, 음영吟詠: 박자에 맞춰 음송, 낭독하는 것)’ 또한 입내에 속했다. 송대 고승(高承)의 『사물기원(事物紀原)』 9권의 기록이다. “가우(嘉祐) 말에 인종이 죽어서 사방에서 8음이 그치고 조용하게 되자, 시중에 처음으로 규과자 놀이가 생겨났다. 본래 지화·가우 연간부터 자소환(紫蘇丸)을 읊을 것과 악공 두인(杜人)이 십규자(十叫子)를 엮은 것이 시작이다. 경사에서 물건을 팔 때에는 소리를 지르게 마련인데 음아(吟哦)〔음영(吟詠)〕가 서로 달랐다. 그래서 시민들이 그 성조를 채용하여 사이에 사장(詞章)을 넣어 오락거리로 삼았다. 지금 세상에 성행하니 ‘음아’라 부른다.” 이것이 바로 당시에 『도성기승(都城紀勝)』에서 말한 ‘와사(瓦舍)의 여러 기예’ 중 하나인, 시정에서 여러 색깔로 물건을 파는 소리를 따서 노래하고 읊조리는 기예다. 궁조에 맞춰 이루어진 ‘규과자’는 시중의 물건을 파는 성조를 종합적으로 모방한 것이다. 당시에 여러 설창(說唱), 가무(歌舞), 곡예(曲藝), 잡기(雜技) 예인은 모두 거지의 지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하물며 보잘 것 없는 재주인 입내 예인이야 말하여 무엇 할 것인가. 『청패류초·걸개류』에 수록된 「개효각종성(丐效各種聲)」의 사례가 그것이다. 입내를 실연하면서 구걸하는 거지의 사례는 청대 정지상(程趾祥)의 저서 『차중인어(此中人語)』 3권 「개기(丐技)」에서 따왔다. 광서 초년에 상해시에 거지 한 명이 있었다. 입에 갈대 줄기로 만든 피리를 물고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 병아리 소리, 연 날리는 소리 등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거의 진짜 같아 사람들이 가짜를 구별할 수 없었다. 이외에 돼지, 개, 소, 양 등 가축 소리도 똑같이 흉내 낼 수 있었다. 기공(氣功)을 실연하면서 구걸하는 방식도 있다. 직접 기록된 문헌을 근거로 하면 기공(氣功)은 이천여 년 전의 사서와 의서에 이미 보인다. 기공을 운용하여 병을 예방하고 몸을 튼튼히 했다는 기록이다. 중국 전통 무술도 일찍부터 기공으로 몸을 튼튼히 하고 몸을 지키는 효능을 받아들여 하나로 융합시켰다. 역사상 유명한 무술 대가들은 기공의 도에 정통하였다. 강호에 기예를 팔아 걸식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기공도 구걸하는 방식의 하나가 되었다. 청대 선통 말년(1911) 7월, 신해혁명이 발발한 그 해에 강녕(江寧) 하관(下關)시에 거지 한 명이 나타났다. 그는 한 점포에 들어가 긴 걸상을 하나 가지고 나와 계산대 위에 거꾸로 올려놓고는 주먹을 쥐고 운기를 한 다음 걸상에서 2,3촌 떨어진 곳에서 주먹을 뻗고 당기면서 걸상을 왔다갔다 움직였다. 걸상에 주먹이 닿지도 않으면서 4차례가 움직이게 만들었다. 한 차례 실연한 후 점포 주인에게 사례금을 요구한 것은 물론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도시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당시의 시장에서는 각양각색의 장사꾼이 생겨났다. 장사꾼의 큰소리로 외치며 물건을 파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나 끊임없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러자 당시의 설창 예인이 물건을 파는 소리에서 영감을 얻어 그 소리를 기초로 가공하고 연마해 전문적인 기예로 발전시킨 후 당시의 경성의 ‘와사(瓦舍)’에서 공연하였다. ‘규과자(叫果子)’는 그런 입내(성대모사) 공연 중의 하나다. 주로 당시에 과일을 파는 장사꾼들이 외치는 소리를 모방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대 광서 연간에 소주(蘇州) 도화선관(桃花仙館)에서 석판 인쇄한 당재풍(唐再豊)이 편찬한 『아환회편(鵝幻匯編)』 권12 『강호통용절구적요(江湖通用切口摘要)』의 기록을 보자. “강호 여러 기술은 모두 네 가지로 나눈다. 포(布), 피(皮), 이(李), 과(瓜)인데 이를 행하는 자를 상부(相夫)라 부른다. 상부를 하는 자는 하다라 하지 않고 맡다 라고 하여 스스로를 당상(當相) 사람이라 부른다. 점, 관상, 문자점 등을 통틀어 포항(布行)이라 부르고 병을 치료하는 약을 파는 것, 고약을 만들어 파는 것 등을 통틀어 피항(皮行)이라 하며 요술(마술) 4가지1)를 통틀어 이자(李子)라고 부르고 권법, 곡마(曲馬) 등을 통틀어 과자(瓜子)라 부른다.” 이 네 가지 부류에 속한 거지는 실제로 기예를 부리며 구걸하는 매예형(賣藝型) 거지다. 일찍이 명·청시기에 강호에서 의술을 행하고 약을 팔면서 구걸하던 거지 사이에 많은 ‘당상(當相)’의 직업은어가 유행하였다. 예를 들어 『신각강호절요(新刻江湖切要)』에 기록이 있다 : 의사를 제붕공(濟崩公), 원기를 북돋우는 것을 고권인(苦勸人), 명의를 한화통(熯火通), 부유한 의사를 한화(汗火), 한때 인기 있는 의사를 단청(丹靑), 죽채(竹彩) ; 안과를 피간(皮懇), 침과 뜸을 차연만(釵烟彎), 진맥을 탄현자(彈弦子), 탕약(湯藥)을 사다(손으로 약재를 집어서 달아 첩(貼)으로 짓는다는 뜻)를 배한(配熯), 약을 바르는 것을 암로(暗老), 암한(暗熯), 고약을 원지(圓紙), 도원(塗圓) ; 약을 달이는 것을 전한(煎熯), 소량의 약 가루를 고약의 가운데에 놓고 상처에 바른 것을 비설(飛屑), 방추형 약을 한화(熯火), 한금(熯琴), 오고 가고 하면서 약을 파는 것을 도피(跳皮), 행한(行熯) ; 약을 소매하는 것을 주소포(丢小包), 춘약을 파는 것을 파한(派熯), 취폐(取鄨), 괘랑(掛狼), 기생충병을 치료하는 것을 칠절통(七節通), 칠절조(七節吊), 침을 놓는 것을 차매(叉賣), 차당(叉黨), 환약을 환한(丸熯), 립립(粒粒) ; 우황을 폭공(爆工), 약용 진주 분말을 교환하는 것을 고부공(鼓釜工), 연충 토하기를 발묘수(潑卯水) ; 짐을 짊어지고 약을 파는 것을 천평당(天平黨), 환약을 파는 것을 도립립(跳粒粒), 호탱(虎撑)2)을 촌령(寸鈴), 금창약을 파는 것을 도십자한(跳十字熯), 향을 피우고 산 위의 사묘에 참배하며 약을 파는 것을 공당(拱黨), 관음당(觀音黨), 추환(捶丸)3)하며 약을 파는 것을 만자(彎子), 처방전을 파는 것을 제공(提空) ; 고약을 제조하는 것을 취도아(炊塗兒), 북경사람이 약을 파는 것을 염칠피통(念七皮通), 승려가 약을 파는 것을 삼피도(三皮跳), 도사가 약을 파는 것을 화두생(火頭生), 전진당(全眞黨), 충치를 치료하는 것을 시수(柴受) ; 부녀자가 약을 파는 것을 타청(拖靑), 반시(扳柴), 공중에서 약을 취하는 것을 채립(采粒), 나귀 타고 약을 파는 것을 타귀(拖鬼), 우산을 들고 약을 파는 것을 창피(昌皮), 마술하면서 약을 파는 것을 정차당(丁叉黨), 가판대를 늘어놓고 약을 파는 것을 흘탑당(趷 黨), 좌선해 약을 파는 것을 주돈자(丢墩子), 게시해 약을 파는 것을 설벽(設僻), 가짜 약을 파는 것을 도장한(跳將熯), 의술을 배우는 것을 쇄피(鎖皮) 등등이라 불렀다. 관상을 보는 ‘당상(當相)’을 행할 때에는 각각 12간지 동물을 표시하는 띠로 은어를 만들었다. 『강호통용절구적요(江湖通用切口摘要)』는 더욱 구체적이고 생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대 위에 약병을 설치해 병을 치료하는 자를 사평(四平), 대 위에 약병을 설치하고 약을 파는 자를 념자(捻子), 땅 위에 많지 않은 약병을 설치한 자를 점곡(占谷), 손에 호청을 들고 흔들면서 거지를 지나면서 긴 천을 이용해 간판으로 삼아 손님을 맞이하는 자를 추포(推包), 호청을 추자(推子) 등으로 불렀다. 고약을 팔면서 철추로 자기 몸을 때리는 자를 변한(邊漢), 고약을 팔면서 칼로 팔 등에 자해하는 자를 청자도(靑子圖), 고무 협지고(夾紙膏)를 파는 자를 용궁도(龍宮圖), 고약을 팔면서 돈을 요구하지 않고 향만을 요구하는 자를 향공(香工), 시골만 돌아다니면서 광대라 자칭하며 병을 치료하는 자를 수포(收包), 가판대를 깔아놓고 초약을 파는 사람을 초한(草漢), 대나무 막대기에 많은 기생충을 달고서 기생충환(吊蟲丸)을 팔며 다니는 자를 낭포(狼包), 기생충을 달고 다니지 않고 기생충환을 팔며 다니다 찾는 사람이 없으면 먼저 쌀벌레나 돈을 땅에 던져 병자를 토하게 만드는 자를 도모수(倒毛水), 삼삼칠(參三七)을 팔고 다니는 자를 근근자(根根子), 가루약을 물에 넣어 환을 만드는 것을 탕리자(湯李子), 황색 돌기를 술에 섞어 허리와 다리 통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팔고 다니는 자를 추리자(推李子), 안약을 파는 자를 태한(抬漢), 가짜 용골(龍骨)을 팔고 다니는 자를 처량자(凄涼子), 구슬 놀이를 하면서 고약을 팔고 다니는 자를 탄궁도(彈弓圖), 독창을 치료할 수 있다며 춘약을 팔고 다니는 자를 연장(軟賬), 당의정을 팔고 다니는 자를 통틀어 첨두(甛頭), 징을 치며 당의정을 파는 자를 초포(超包), 약을 잘게 잘라 사탕에 넣기 전에 바싹 졸이는 것을 좌목첨두(剉木甛頭), 사탕을 길게 만들기에 앞서 톱양을 본뜨는 것을 소포첨두(小包甛頭), 속이 비고 부드러운 당의정을 포화념지(鋪貨捻地), 마술을 선보이고 나중에 약을 파는 것을 취마(聚麻) 등등으로 부른다. 약을 파는 모든 것을 통틀어 피항소포(皮行小包)라 부른다.” 이러한 여러 가지는 의술을 행하고 약을 파는 자들의 본업의 내막을 잘 보여준다. 두 책에서 서술한 내용이 약간 다른 점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 보충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기와 지역에 따라 유행의 차이에서 오는 상이점이라 하겠다. 청대 『북경민간생활채도』 제96 「찬령매약도(串鈴賣藥圖)」의 제사는 이렇다. “이것은 중국에서 방울을 흔들며 약을 파는 그림이다. 이 사람은 강호 떠돌이 의사다. 의술에 의약에 어느 정도 정통하며 말재간이 좋아 여러 성을 돌아다니며 기예를 판다. 한 손에 방울을 들고 흔들며 다른 한 손에는 서로 다른 약 이름을 쓴 광고를 들고 있다. 병을 치료할 때에는 눈으로 병색을 보고 병세에 따라 말을 옮기며 약을 판다. 단지 의식을 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림의 형상은 제사에 못지않다. 몇 마디 말로 의술을 행하고 약을 팔면서 구걸하는 방식의 거지의 행위를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 ‘단지 의식을 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한 마디로 거지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마술(戱法儿)’의 기본 수채활(手彩活, 즉 손재주)에는 4가지가 있다. ‘단(丹), 검(劍), 두(豆), 환(環)’이다. 단(丹)은 쇠구슬을 삼키는 것 ; 검(劍)은 보검을 삼키는 것 ; 두(豆)는 선인적두(仙人摘豆, 사발 2개에 콩이나 콩 크기의 진흙알 7개를 엎어놓고 옮길 때마다 변환하고 나중에는 온데간데없는 눈속임 마술) ; 환(環)은 구련환(九連環, 지혜의 고리)을 가리킨다. 2) 호탱(虎撑)은 낭중행의(郎中行醫)의 표시(標示)다. 구리나 쇠로 만든 금속권(圈)이며 가운데는 비어있고 안에 작은 쇠구슬을 집어넣었다. 호탱을 흔들면 소리가 난다. 명청(明清)시대 안휘성(安徽省) 안경(安慶)에서 유의(游醫) 낭중(郎中)들은 등에는 약 바구니를 짊어지고 손에는 호탱을 쥐고 방방곡곡을 누비고 돌아다니며 의술을 행하며 한약도 팔았다. 이것이 ‘호탱(虎撑)’의 내력(来历)이다. 안경 일대에 유전되어 내려오는 다음과 같은 신기한 전설이 있다. “당(唐)나라 때 명의 손사막(孫思邈)이 어느 날 심심산곡으로 약을 캐러 들어갔다.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여러 빛깔이 섞여 알록달록한,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가 입속에 피를 머금고 있다가 손사막을 향하여 고통스럽게 신음 소리를 내었다. 손사막은 호랑이가 불쌍하여 호랑이의 입안을 들여다보았다. 늙은 호랑이의 목구멍 속에 기다란 뼈가 걸려 있었다. 손사막은 호랑이가 목숨을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목구멍에 걸려있는 기다란 뼈를 꺼내기는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호랑이가 입을 다물면 손이 끊어질 것을 염려하여 손사막은 급히 마을로 내려가 철장에게 철환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손사막은 철환을 호랑이의 입안에 버티어 놓고 철환의 구멍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호랑이의 목에 걸린 뼈를 호랑이의 입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호랑이는 감격하여 손사막에게 머리를 조아리고는 멀리 산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와 같은 소문이 퍼진 후 유의낭중들은 자기들도 손사막처럼 고명한 의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하여 한 손에 철환을 들고 다니며 행의를 표시하기 시작했는데 이와 같은 철환을 호탱(虎撑)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유의낭중(游医郎中)들에게 호탱(虎撑)을 흔드는데 있어서 일정한 규칙이 있다. 예를 들면 호탱을 자기 가슴 앞에서 흔드는 유의낭중은 일반 낭중(郎中)이고 호탱을 자기 어깨 높이에서 흔드는 낭중은 의술이 비교적 뛰어난 낭중이며 호탱을 자기 머리 위로 높이 올려서 흔드는 낭중은 의술이 매우 고명한 낭중이라는 상징이다. 호탱의 위치와 상관없이 약방의 문 앞을 지나 갈 때는 호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약방 안에 손사막의 위패(位牌)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낭중이 약방 앞을 지나가며 호탱을 흔들 경우엔 스승을 모독했다는 혐의를 받고 약방 주인은 즉시 유의(游醫)의 호탱(虎撑)은 물론 약 바구니까지 몰수하고 동시에 손사막의 위패 앞에 분향하며 사죄하라고 명했다. 사료(史料)에 의하면 송(宋)나라 때 명의 이차구(李次口)가 호탱을 손에 쥐고 행의하기 시작했다고 수록되어 있다. 이차구는 의술이 고명하여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 민간 의사들이 호탱(虎撑)을 가지고 돌아다니며 행의하는 습속은 청(清)나라 말과 민국(民国) 초년까지 계속되었으며 신중국 성립 후 점차적으로 사라졌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민간 의사의 행의를 표시하던 ‘호탱’은 한의 역사 문물이 되고 말았다. 현대의 민간 의사들과 민영 병원에서는 고객을 끌어 들이기 위한 수단으로써 빨강 색깔의 비단 위에 “묘수회춘(妙手回春)”, “신의성수(神醫聖手)”, “도초편작(道超扁鵲),기압화타(技壓華佗)” 등 글씨를 써서 문 앞에 높이 매달아 놓는다. 3) 옛날 놀이의 하나다. 마당에 한 자 가량의 너비로 네모나게 금을 긋고 가운데 공 따위를 놓은 다음 다른 곳에 구멍을 파서는, 몽둥이로 공을 쳐서 그 구멍 안에 넣는 사람이 이긴다. 타탄(打彈)이라고도 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