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도 오성(五星)의 기운을 암시하는 산이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 국힘 단체장 3명과 내란특검에 피고발 ... "불법 계엄 동조 의혹"
코스피 5000은 상징적 지표 … 연연하지 말고 쿨해지자
제주 출신 우광훈 감독 신작 '직지루트: 테라 인코그니타' 개봉
제주, '마약 유통의 거점' 되나 ... 잇단 ‘차(茶)봉지 마약’ 발견에 불안
바이오 제약기업 '셀릭스' 본사, 제주로 이전 ... 첨단과기단지에 새 보금자리
제주서 숨진 중학교 교사 유족 “특별감사반 수준의 재조사 요구”
"제주삼다수 1병이면 끝" ... '라면꼰대'와 손잡은 '고사롱 라면' 출시
제주도, 옛 제주경찰청사 눈독 ... 기재부와 부지 맞교환 논의 착수
[포토 제주오디세이] 1981년 제주시 동광로5길 그리고 지금
제주 해안을 무대로 등장하는 ‘차(茶) 봉지’ 마약이 제주사회를 불안으로 몰고 가고 있다. 떠밀려온 마약에 더해 마약사범도 급증 추세여서 '청정 제주'의 위상을 무색케하고 있다. '차 봉지' 마약은 최근의 상황이다. 지난 4일 오후 4시 40분께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 갯바위에서 한 낚시객이 마약 의심 물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는 "바다에서 떠밀려온 중국산 차 봉지를 열어보니 하얀색 결정체가 들어있어 마약을 의심했다"고 전했다. 경찰 간이 시약검사 결과 해당 물체는 케타민 양성 반응을 보여 수사에 돌입했다. 이는 한달여 전에도 벌어진 일이다. 9월 말 이후 제주시 제주항, 애월읍, 조천읍,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 해변 등 5차례에 걸쳐 ‘차 봉지’ 위장 마약이 발견됐다. 발견된 총량은 24㎏이다. 1회 투여량 기준 8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 때문에 제주가 자칫 마약유통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은 "제주는 국제 관광도시로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쉬워 아시아 마약 유통 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기관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차 봉지로 위장한 필로폰 1.2㎏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려던 30대 중국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제주 내 호텔과 주거지 등에서도 마약을 투약·유통하던 업주와 종업원, 판매책 등이 연이어 검거되면서, 마약 범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6월 상반기 검거된 마약사범은 6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2명)에 비해 거의 2배로 불어났다. 현행법상 마약류는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마약 등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젤리, 초콜릿, 음료 등 기호품 형태로 은밀히 제조·유통되고 있다. 고 원장은 "대마 등 마약류가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와 경찰 등 관계기관은 지난 7일 마약 대책 회의를 열었다. 제주경찰청과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주도청, 제주세관, 국정원 등은 회의를 통해 공조체계 강화 및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이들 기관은 해안가 마약류 발견 현황 및 진행 상황 공유, 관계기관 간 정보공유 및 합동 대응체계 구축방안, 해안가 수색과 전단지배포 등 예방·홍보 활동 등을 긴밀히 협조하기로 협의했다. 제주경찰과 제주해경, 제주도청 등 관계기관은 합동으로 조만간 도내 해안가 일대에서 대대적인 마약류 수색 작업에 나선다. 제주해경청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관계기관 간 신속하고 유기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해상과 해안가 수색을 강화하는 등도민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안가에서 의심 물체를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의 과거와 오늘을 조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곳곳의 발자취입니다. 21세기인 지금과 1970.80년대의 풍경이 대조됩니다. 그동안 제주는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제주도청의 기록자료를 매주 1~2회에 걸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편집자 주
김장 기부활동과 유명 국악인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새로운 나눔형 축제가 제주에서 펼쳐진다. 제주도 설문대여성문화센터는 오는 20일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2025 행복한 나눔 제주김장축제’와 연계한 국악 버라이어티쇼 ‘잔치’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센터는 자원봉사자, 도민 등 500여명이 함께 행사장에서 담근 김장을 저소득 아동가정 등 도내 곳곳 취약계층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축하공연으로 대한민국 대표 국악인 남상일·박애리의 무대와 연희앙상블 비단(풍물단), 남기문 국악단 무대가 펼쳐진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국악 공연이 선보여진다. 김장 만들기 참여를 희망하는 도민은 행사 당일 오전 10시까지 현장접수하면 된다. 참여 도민은 누구나 무료로 남상일·박애리의 국악 무대를 즐길 수 있다. ‘2025 행복한 나눔 제주김장축제’는 제주개발공사, 제주농협, 한국마사회 제주본부, KMI한국의학연구소 제주검진센터, 제주설문대여성문화센터 등 5개 기관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가 주관한다. 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가 지원하는 민·관·기업 협력형 사회공헌 축제다. 올해 축제에서는 배추김치 1만 포기(약 3만kg)를 담가 도내 취약계층 5300가구에 전달한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번 연합 김장축제는 각 기관의 나눔 노력이 모일 때 지역 전체가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사례”라며 “앞으로 복지시설과 공공기관이 협력하는 공동기부형 사회공헌 모델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는 오는 26일까지 12월 중 반려견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실시하는 맹견 기질평가 신청을 접수한다고 13일 밝혔다. 맹견 기질평가는 도사견, 핏불테리어 등 맹견의 공격성, 행동 양태, 건강 상태와 소유자의 통제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사육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맹견은 일반 견종보다 공격성, 방어 본능, 영역 의식이 강해서 사육하려면 동물등록, 책임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 등을 완료한 뒤 기질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기질평가는 12가지 가상 환경에서 맹견의 공격성과 행동 양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 항목은 입마개 착용, 평가자의 개체 접촉 시도, 묶인 상태 반응, 유모차와 마주 지나가기, 이동 중 퀵보드 통과, 낯선 사람 등장, 우산을 쓴 사람과의 조우, 군중 속 걷기, 낯선 사람과 작은 개 조우, 낯선 사람과 큰 개 조우, 공 유혹, 날카로운 소리 자극 등이다. 사육 허가를 받은 후에도 맹견 소유자는 매년 3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책임보험 가입과 3개월령 이상 맹견과 외출 시 입마개·목줄 착용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현재 도내 등록된 맹견은 37가구 54마리다. 지난해 치러진 기질평가에서는 16마리 모두 사육허가를 받았다. 맹견을 미허가 사육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삼다수가 인기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라면꼰대’와 협업해 제주산 고사리를 활용한 한정판 ‘고사롱 라면’을 출시했다. ‘제주삼다수 0.5L 한 병이면 물 조절이 필요 없는 라면’이 콘셉트다. ‘라면꼰대’ IP(지식재산)와 협력해 제주 고사리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이색 콜라보 제품이다. ‘고사롱 라면’은 8월 15일 유튜브 ‘라면꼰대’ 방송에서 김풍 작가와 윤남노 셰프가 개발한 제주 현지 레시피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고사롱’은 고사리와 제주 방언 ‘코시롱하다(구수하다)’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제주 고사리의 구수한 맛을 특색 있게 표현했다. 육수의 깊은 맛과 씹히는 제주 고사리가 특징인 ‘고사롱 라면’은 이달 13일부터 전국 이마트 매장과 SSG닷컴 이마트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직후인 오는 14일 공개되는 ‘라면꼰대’ 방송에서는 그룹 에픽하이 멤버들이 제주삼다수로 만든 고사롱 라면을 시식하는 장면이 담길 예정이다. ‘라면꼰대’는 유튜브 채널 ‘라꼰즈’(구독자 106만 명)에서 시청 가능하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제주삼다수가 CJ ENM과의 협업으로 콜라보 라면을 출시하는 것은 브랜드의 새로운 도전”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제주삼다수만 전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제주에서는 입실시간 임박시간에 버스를 놓치거나 신분증이 든 지갑을 잃어버린 수험생이 나오는 등 해프닝이 잇따랐다. 13일 오전 7시 55분께 제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놓친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치경찰은 오전 8시 10분인 입실 시간이 임박한 이 수험생을 발견하자마자 약 3㎞ 떨어진 시험장인 서귀포여고까지 수송했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버스를 놓친 수험생이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 순찰차에 태워 시험장 입실을 도운 경우도 있었다. 수능 입실 10분 전인 오전 8시께 제주시 중앙여고에서 한 수험생이 수능 응시에 필요한 신분증이 든 지갑을 잃어버린 일도 있었다. 자치경찰이 정문 인근에서 해당 지갑을 발견, 수험생을 찾아 건네줬고 해당 학생은 간신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같은 학교에선 점심 도시락을 차에 두고 내린 뒤 입실한 수험생이 뒤늦게 정문에서 학부모로부터 도시락을 받아 가는 사례도 있었다. 제주경찰청 산하 경찰은 이날 도내 16개 시험장을, 자치경찰은 도내 5개 시험장 일대의 특별 교통 관리를 전담했다. 싸이카 16대, 순찰차 14대, 교통경찰 87명, 모범운전자회 소속 321명 등을 동원해 수험생에 편의를 제공했다. 출근시간 차량 정체와 수험표 미소지, 시험장 착오 등으로 정시 입실에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시험장까지 수송했다. 경찰은 시험 종료 이후에는 음주 등 청소년 일탈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앞으로 10일간 도내 번화가와 학원가를 중심으로 청소년 보호 및 지도 단속활동을 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연합뉴스]
제주CBS의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단독 연속보도’가 제35회 민주언론상 수상작에 선정됐다. 제주CBS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제35회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 수상작에 제주CBS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단독 연속보도’가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제주CBS 고상현·이창준 기자는 법원 관계자의 제보 이후 수개월에 걸친 취재 끝에 부장판사 3명의 근무시간 음주난동 사건을 확인하고 처음 보도했다. 이들 판사가 징계가 아닌 법원장 경고만 받은 사실도 다뤘다. 이들은 음주난동 판사들의 유흥주점 접대 의혹, 불법 재판 의혹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부실조사 문제도 취재했다. 민주언론상 선정위원회는 “취재하기 힘든 사안이지만 집요하게 추적해서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역 언론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제35회 민주언론상 후보작에는 민주언론실천상 월별 수상작 14개 작품 등 모두 52편이 추천됐다. 제주CBS ‘제주 부장판사들 비위의혹 보도’ 등 7개 작품이 최종 선정됐다. 민주언론상 시상식은 언론노조 37주년 창립기념일인 오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상은 1991년부터 매년 언론 민주화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제주CBS 고상현 기자는 2020년 4.3수장학살의 비극을 다룬 ‘대마도가 품은 제주4.3’ 기획보도로 제30회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오전 제주도내 16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11월 중순임에도 '수능 한파'가 없어서인지 수험생들의 옷차림은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과거와 같은 단체 응원이 없어져 시험장 주변은 대체로 차분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자녀를 내려주며 응원의 말을 건네고 갔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교문 앞에서 시험장을 향해 두손을 모아 기도하거나 휴대전화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자녀의 뒷모습 사진을 찍기도 했다. 교사들은 수험생들을 꼭 안아주고 손을 잡으며 힘을 북돋워 주거나 명단을 살펴보며 수험생들이 모두 시험장에 도착했는지 확인하기도 했다. 95지구 제6시험장인 제주중앙여고를 찾은 50대 학부모 A씨는 "둘째 딸이 고3인데 첫째 때보다 더 불안하고 긴장되고 떨린다"며 "아이가 고생한 것을 알기에 시험을 잘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40대 학부모 B씨는 "딸 컨디션 관리를 위해 시험 일주일 전부터 오늘까지 같은 메뉴로 점심 도시락을 싸줬다"며 "담대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여고 3학년 국어교사는 "꾸준함과 인내와 열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각 시험장 앞은 새벽부터 수험생을 태운 차량과 출근하는 시민들의 차량이 몰렸으나 경찰과 자치경찰, 모범운전자회 회원 등이 교통정리를 해 차량 운행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이날 95지구 제2시험장인 제주제일고를 찾아 수험생과 고사, 학부모 등을 격려했다. 제주에서는 이날 95(제주)지구 12곳, 96(서귀포)지구 4곳 등 시험장 16곳에서 수능이 치러진다. 제주지역 수험생은 전년보다 513명 많은 7513명(재학생 5641명, 졸업생 1585명, 검정고시 등 287명)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연합뉴스]
세계 각국 청년들이 제주에서 모여 다양한 글로벌 의제를 논의한다. 제주도와 유엔훈련조사연구소(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가 1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서귀포시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서 ‘2025 제주국제청년포럼(JIFF)’을 연다. 이번 포럼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 글로벌 청년의 소통’을 주제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재편하는 미래 사회를 청년세대가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국제 협력의 장으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가나, 미국, 호주, 러시아 등 5개 대륙 18개국 청년 48명이 참여한다. 참가자들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 관광, 문화 교류 등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논의하고 실행 방안을 모색한다. 전 일정 영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전문가 강연과 패널 세션, 그룹별 액션 플랜 개발 등 참여형·실천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또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감귤 수확, 곶자왈 사운드 워크 등 현장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자세한 사항은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누리집이나 2025년 제주국제청년포럼 공식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양보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올해 포럼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 등 미래 사회 핵심 의제를 청년의 시각에서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제주가 청년의 창의적 실험과 글로벌 교류가 이뤄지는 국제 플랫폼으로 자리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제주경찰청과 보유 부지 및 건물 맞교환 작업에 들어갔다. 부족한 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 소유 청소년 야영장 부지와 옛 제주경찰청 청사 및 부지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는 본관 청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관 동쪽에 나란히 자리한 옛 제주경찰청 청사를 넘겨받고, 대신 제주도가 소유한 제주시 청소년야영장 및 명도암유스호스텔을 맞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제주도는 이를 골자로 한 내용으로 최근 기획재정부와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에 앞서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본청과 2청사 외부에 있는 일부 부서를 다시 도청으로 옮기고, 건물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기재부와의 협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옛 제주경찰청 청사는 1980년 준공, 부지 9594㎡에 자리잡고 있다. 지상 4층·지하 1층 규모다. 2022년 제주경찰청이 제주시 노형동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현재 경찰기동대가 건물 일부를 쓰고 있다. 나머지 공간은 제주도 성평등정책관, 청년담당관, 4·3총괄팀 등이 임대,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옛 제주경찰청 청사의 위치는 접근성면에서 적격으로 평가된다. 도청 본청사와 옛 북제주군청으로 쓰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제주도청 제2청사가 된 건물의 중간에 있다. 제주도가 경찰에 넘기려는 제주시 청소년야영장과 명도암유스호스텔은 부지 면적이 14만3552㎡에 이른다. 인근에는 경찰 수련시설인 한라경찰수련원이 있다. 제주도는 과거 옛 제주경찰청 청사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소유한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비축토지와 맞바꾸고, JDC는 옛 제주경찰청 청사를 도유지와 맞교환하는 제3자 매각 교환 방식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옛 제주경찰청 청사의 건물 소유권이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면서 논의가 무산됐다. 제주도는 맞교환을 통해 청사 공간을 확보하고, 경찰은 한라경찰수련원을 중심으로 복지·교육 시설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공공청소년수련시설 활용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기대다. 제주시는 시설 폐쇄에 대비해 신설 시설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진행한다. 우선 검토 부지는 봉개동 문화교류센터 북동쪽과 쓰레기매립장 남쪽 일대 18만2135㎡다. 제주도와 경찰청은 과거 제주 내 경찰타운 설립 구상과 지난해 체결한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맞교환 등 매입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고 군사정보 등을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탈북민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임재남 부장판사)는 13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및 회합·통신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자격정지 3년을 명했다. A씨는 2017년 8월 북한 보위부 소속 고위 간부 B씨 지시로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봉에 있는 레이저 기지 정보를 탐지·수집해 2차례에 걸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B씨가 지시한 사항은 레이더 장비 제원과 검문소에서 봉우리까지의 거리, 부대 상황 등 군사기밀이다. A씨는 국내에 있는 다른 북한이탈주민 동향을 파악해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A씨는 2011년 8월 북한 국경을 넘어 같은 해 10월 국내로 귀순한 뒤 2012년 3월 제주에 정착했다. 2015년 3월 북한 보위부와 최초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군사 기밀을 북한 측에 넘겨 국가 존립과 안전에 위협을 초래했다"며 "다만 실제 위협이 발생하지 않은 점,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위가 걱정돼 범행한 점, 북한 체제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은 점, 자수해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2023년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수협 조합장에게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단독 배구민 부장판사는 12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제주지역 모 수협 A조합장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조합장은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초까지 조합장 선거 당선을 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전복을 명절 선물로 주거나 현금 수십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A조합장은 조합장 선거에 앞서 한 조합원 주거지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등 법률상 금지된 호별 방문을 한 혐의도 있다. A조합장 측은 재판과정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게 아닌 의례적 인사 또는 찬조금·부조금 성격이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배 부장판사는 "이 사건 관련 증인들 증언과 피고인의 법정 진술 간 다른 부분이 있지만 관계자 진술 등에 비춰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당선인이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2027년 새로이 문을 여는 제주도내 각급 학교가 일제히 교명 공모에 나섰다. ‘제주미래산업고·아라월평초중·서부중’(가칭) 3개 학교다. 제주도교육청은 다음달 11일까지 2027년 3월 개교 예정인 '(가칭)제주미래산업고'의 교명을 공모한다고 12일 밝혔다. 제주미래산업고는 현재 제주시 노형동 제주고 서측 부지(제주시 노형동 1100로 3213)에 설립되는 공립 특성화고다. 글로벌조리과·스마트농업과·디지털관광콘텐츠과·인공지능(AI)소프트웨어과 등 4개 학과를 두고 학급당 20명씩 정원으로 모두 12학급 240명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공모는 도민 누구나 큐알(QR)코드나 온라인 링크(https://ksurv.kr/akM3Oj48Ozw)를 통해 참여 가능하다. 최종 선정된 교명 응모자에게는 50만원 상당의 상품, 우수상과 장려상에는 각각 30만원, 20만원 상당의 상품이 수여된다. 자세한 사항은 도교육청 교육행정과 학생배치팀(064-710-0664)으로 문의하면 된다. 제주시교육지원청도 내달 11일까지 '(가칭)아라월평초중'과 '(가칭)서부중' 교명을 공모한다. 아라월평초중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시 월평동 717-2번지에 설립될 예정이다. 제주 첫 도심형 초중 통합운영학교다. 유치원 5학급, 초등학교 18학급, 중학교 12학급, 특수학급 3학급 등 모두 38학급 규모로 2027년 3월 개교가 목표다. 서부중은 제주시 외도1동 55번지에 일반학급 24학급과 특수학급 1학급 등 모두 25학급 규모로 2027년 3월 개교한다. 신설학교 교명 공모에는 도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제주시교육지원청 누리집에 게시된 교명 제안서를 작성해 전자우편(jejusi@korea.kr)이나 우편(제주시 남광로 27 제주시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직접방문 등으로 제출하면 된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에서 새벽 배송을 하다 사고로 숨진 30대 쿠팡 택배 노동자가 극심한 업무강도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2일 제주 부민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사망한 고(故) A씨의 노동 조건은 “쿠팡 새벽 배송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최악”이었다고 주장했다. 제주에서는 지난 10일 새벽 배송을 하던 쿠팡 30대 택배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노동환경 문제와 과로사 위험성 등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노조가 휴대전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30분까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1시간 30분 근무했다. 주 6일간 평균 노동시간은 69시간(야간근무 30% 할증 시 83.4시간)이었다. 이는 지난해 심야 배송 업무 중 과로로 사망한 정슬기씨의 주 평균 근무시간 74시간 24분보다 긴 수치다. 노조는 “A씨는 하루 2차 반복배송과 고중량 물품 취급 등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노동을 해왔고, 아버지 장례를 치른 후에도 정신적 고통 속에서 하루만 휴무하고 출근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지난 10일 오전 2시 10분께 A씨가 1차 배송을 마치고 2차 배송을 위해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벌어졌다. 제주시 오라2동 도로에서 A씨가 운전하던 1t 트럭이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A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당일 오후 3시 10분 숨졌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고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민주노총은 “쿠팡은 심야 배송을 중단하고 사망사고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정의당과 노동당 제주도당 역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새벽 배송을 하던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제주도정은 쿠팡 제주물류센터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와 개선 명령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이누리=강재희 기자]
제주도민 진성협(62)씨가 800번째 헌혈을 달성해 전국 최다 헌혈자로 기록됐다. 대한적십자사 제주도혈액원은 지난 8일 제주시 노형동 헌혈의집 신제주센터에서 진성협씨가 800번째 헌혈을 했다고 10일 밝혔다. 진씨의 800번째 헌혈 기록은 제주지역을 넘어 전국 최다 횟수다. 진씨는 1981년 7월 고교 시절 재생불량성 악성 빈혈을 앓는 친구를 위해 처음 헌혈을 시작했다. 이후 간호사로부터 혈액이 계속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혈액이 필요한 환우들을 위해 헌혈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2주마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꾸준히 참여하며 40년 넘도록 한결같은 생명나눔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 정년(69세)까지 1000회 헌혈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그의 아들도 이미 80회 이상 헌혈에 참여하며 '부자의 생명나눔'을 실천히고 있다고 도혈액원은 전했다. 진씨는 헌혈 외에도 1993년 '나눔적십자봉사회'를 창립,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결식아동 등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헌신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자원봉사 유공대장, 2015년 대통령 표창, 2018년 자랑스러운제주인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진씨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충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현상금 사냥꾼 존 루스(커트 러셀 분)가 1만 달러 현상금이 걸린 데이지를 붙잡아 베테랑 마부가 모는 호화로운 육두마차를 전세 내어 황량한 와이오밍주 벌판에 몰아치는 눈폭풍을 뚫고 달리고 있다. 그 정도면 제아무리 사나운 눈폭풍도 두렵지 않다. 루스는 안락한 마차 좌석에서 느긋하게 설원(雪原)을 감상한다. 그러나 마차는커녕 늙어빠진 말도 없는 ‘뚜벅이’들에게 눈폭풍은 곧 죽음이다. 루스의 마차 앞에 ‘뚜벅이’ 여행자 워런 소령(새무얼 잭슨 분)이 기차선로에 서서 기차를 막아서듯 루스의 마차를 세우고 동승을 구걸한다. 현상금 사냥꾼 루스가 ‘선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일 리는 없다. 보통사람일 뿐이다. 본래 모든 경전(經典)들은 보통사람들은 아마도 영원히 지킬 수 없는 덕목들만을 골라서 요구한다. 그래서 모든 경전들은 수천년이 흘러도 여전히 용도 폐기되지 않는다. 당연히 루스 역시 곤경에 처한 ‘흑인 이웃’을 적극적으로 구해 줄 마음이 있을 리 없다. 루스는 이 의심스러운 ‘설원의 뚜벅이’에게 대포만 한 장총을 겨누고 길을 비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쏘아버릴 기세다. 마차를 얻어 타야만 하는 워런 소령은 ‘아부 모드’로 일관한다. 시종 ‘모나리
승승장구하던 주가가 급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3일 사상 처음 4200선을 뛰어넘은 코스피지수는 이튿날부터 큰 폭으로 오르내리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식 선물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자 원ㆍ달러 환율도 급등했다.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지만, 주요국 증시 중 최고 상승률로 과열 조짐을 보이던 코스피시장으로선 일시적 조정은 예상했던 상황이다. 국내 증시는 수출시장 못지않게 반도체 의존도가 크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주가에 따라 출렁인다. 투자자들 사이에 주식 ‘포모(FOMOㆍ기회 상실 공포)’ 심리가 퍼지며 ‘빚투(빚내 투자)’가 급증했다. 10월 말 증권사 신용융자 잔고는 약 25조5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주가 변동성 확대와 신용융자 급증은 시장에 던지는 적신호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여당은 기업 성장을 돕고 시장 거품을 빼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부적절한 발언으로 시장 변동성과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아침
영화 헤이트풀8 속 스미더스 장군(브루스 던 분). 남군 출신인 그가 노구를 이끌고 아무 연고도 없는 황량한 와이오밍주(州)를 헤매다가 눈폭풍을 피해 ‘미니의 잡화점’을 찾아든 이유는 단 한가지밖에 없다. 그의 외아들이 남북전쟁 중에 ‘행불’이 됐는데, 아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와이오밍주라는 풍문 때문이었다. 스미더스 장군은 흑인 몰살로 악명이 높지만 자기 자식에게는 그토록 애틋하다. 선이나 악은 대개 보편적이지 않고 선택적이다. 나에게 천사 같은 ‘엄마’도 누군가에게는 얼마든지 악마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선택적 사랑’에 아무런 죄의식이나 갈등도 느끼지 못하는 스미더스 장군에게 적개심 가득한 북군 출신 흑인 장교 워런 소령(새뮤얼 잭슨 분)이 점잖게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스미더스 장군님 아니신가? 실종된 아들을 찾아 여기까지 오신 건가?” 스미더스 장군은 적군인 북군 출신에 흑인인 워런 소령을 투명인간처럼 무시한다. 그런 스미더스 장군에게 워런 소령은 능글능글하게 ‘필살기’를 날린다. “사실… 당신 아들이 죽는 모습을 내가 직접 봤다”고 떡밥을 던진다. 당연히 그제야 스미더스 장군은 염치 불고하고 질문을 쏟아낸다. “정말이냐? 어디서?
한국과 미국 간 무역협상이 10월 29일 극적으로 타결돼 일단 관세전쟁의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협상 타결이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유럽연합(EU)보다 늦었지만 협상의 완성도를 높였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1500억 달러는 7월말 첫 협상과 다르지 않다. 다만, 현금 투자를 미국이 요구한 선불이 아닌 ‘연 200억 달러 상한·10년 분할’ 납부로 분산했다.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추진하고, 수익은 원리금 상환 이전에는 양국이 5 대 5로 나누기로 했다. 마스가 1500억 달러는 보증과 대출을 포함한 것으로 우리 기업이 주도한다. 미국은 자동차·부품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반도체 관세도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게 적용한다. 의약품과 목재는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 일본과 비교하거나 큰 틀에서 보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환시장에 충격을 줘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경제위기를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쌀과 쇠고기 등 민감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도 방어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제가 보장한 지위를 잃고, 주요국과 같거나 ‘더 나쁘지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담쟁이가 뒤덮인 돌벽 한쪽이 덩그러니 서 있다. 초록색 방수포가 뒤덮은 객석 바닥은 이미 원형을 잃었고, 공연을 품던 무대는 무너진 채 흉터처럼 갈라진 흔적만 남았다. 한때는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던 자리에 이제는 공사 차량 자국과 철거 상흔만이 흩어져 있다. 오래도록 서귀포 시민들의 추억을 품어온 서귀포 관광극장은 이제 잔해와 철거의 상처로만 존재한다. 청춘의 기억을 간직한 무대, 가족과 함께한 영화 관람,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객석의 풍경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물어진 건축물과 그것을 지켜보는 허탈한 눈빛뿐이다. 현장을 찾은 건축가와 시민들은 잇따라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라면 보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보낸 낭만의 시간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군가 벽체를 손으로 짚으며 "아직 숨 쉬는 건물인데 왜 이렇게 급히 없애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30일 오후 이중섭 거리를 찾은 어린이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들마저 발걸음을 멈췄다. 회색빛 공사판 가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휴대폰을 꺼내 무너진 흔적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른 이는 "관광지에 왔더니 왜 철거 현장만 남았느냐"며 의아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전국은 요동쳤다. 17개 시·도가 일제히 비상 체제로 흔들렸다. 비상계엄령이 발동되던 그 때 제주에서는 도청 본관 출입문이 닫혔다. 밤 11시 17분부터 다음 날 새벽 2시 13분까지다. 이 조치가 단순한 '출입문 통제'였는지, 아니면 '청사 폐쇄'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제주도정은 곧바로 '불법 계엄 동조' 의혹에 휘말렸다. 논란의 중심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의 '부재'가 있었다. 오 지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불법 계엄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그날 저녁 저는 제주에 없었다.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오산에서 식사를 했고, 오후 9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택으로 이동해 비서실장과 특보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으며 지시를 내렸고, 새벽 1시 30분 도청 회의를 소집해 "군·경은 상부 지시가 있더라도 따르지 말라"는 불복 지침을 명확히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단의 질문은 한 가지로 모였다. "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뱀을 부리는 민간 잡기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고증하기가 쉽지 않다. 뱀을 부리며 구걸하는 방식은 송나라 때 서현(徐鉉)의 『계신록(稽神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보인다. 모(毛) 씨 성을 가진 거지는 안륙(安陸) 사람으로 술안주로 독사를 즐겨 먹었다. 산동성과 강서성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중에서 뱀을 부리며 구걸하였다. 10여 년 넘게 구걸하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파양(鄱陽)에서 온 땔나무를 파는 사람이 황배(黃培)산 아래에서 야숙하는데 꿈속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다. “네게 뱀 한 마리를 보낼 터이니, 강서에서 뱀을 부리는 모 씨라는 거지에게 가져다 줘라.” 강서에 가서 땔나무를 다 팔았을 때 뱃전에 똬리를 튼 하얀 뱀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만져보았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꿈속에서 노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노인의 말에 따라 저녁에 뱀을 들고 시중에 가서 뱀을 부리는 모 씨 거지를 찾아서 건네주었다. 모 씨 거지가 손으로 만지려고 할 때 뱀이 피할 사이도 없이 손가락을 물었다. 거지는 큰소리를 내지르며 땅에 쓰러져서는 숨을 거두었다. 오래지 않아 거지의 시신이 부패돼 버렸고 뱀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전기적인 이야기는 믿을 수 없다. 다만 늦어도 송나라 때에 이르면 뱀을 부리며 구걸하는 거지가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명대 유원경(劉元卿)의 『현란편(賢欒編)』 기록이다. 오중(吳中)에 늙은이가 처음에는 집안이 가난해 뱀을 부리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 맏아들은 밥을 구걸하고 둘째아들은 개구리를 잡았으며 셋째아들은 ‘연화락’을 불렀다. 가족 전체가 거지였다. 나중에 점차 부유해지자 어느 날 그는 아들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이전에는 너무 가난하여 집안을 일으키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생활이 나아졌으니 반드시 직업을 바꾸어 문학을 공부하여야겠다. 그렇게 해야만 온 가족이 좋은 명성을 듣게 될 것이다.” 집안에 사숙을 지어 선생을 초대하여 아들 셋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반년여가 지나자 선생이 갑자기 아들 셋 모두 하루가 다르게 학업이 향상됐다고 과장하였다. 늙은이는 잔치를 베풀고 이름난 유학자를 초빙하여 직접 시험을 치르도록 하였다. 이름난 유학자가 셋째아들에게 대우(對偶) 문장을 시험보자며 먼저 첫 문장을 제시하였다. “잇달아 버들개지 날린다.” 셋째아들이 대구를 만들었다. “늴리리 연화락 부르네.” 둘째아들에게 제시하였다. “살구나무 나뭇가지의 끝에 흰 나방 날아가네.” 둘째아들이 답했다. “파란 버들나무 아래서 청개구리 잡네.” 마지막에 맏아들에게 “구중궁궐에 문무 양반 관원이 배열해 있네”에 대한 대구를 답하라 하니, “십자가두에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준 부모를 부르네”라고 답했다. 늙은이는 아들 셋이 제출한 대구를 보고는 이상하다 여겼다. 자신이 이전에 뱀을 부리며 구걸하던 그런 수단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어찌된 일인가. 이상은 송나라와 명나라 때에 뱀을 부리며 구걸하던 거지의 사례다. 다음은 청나라 때의 일이다. 전해오는 바는 이렇다. 청대 건륭 4년(1739)에 풍(馮) 씨가 사람들과 어울려 항주의 서호를 유람하고 있었다. 정자사(淨慈寺) 앞에서 피부가 가마무트름하고 짧은 구레나룻이 난, 몸에 포대를 걸고 있는 거지를 만났다. 뒤에는 대나무 바구니를 든 수십 명의 거지가 뒤따랐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남병산(南屛山)에 뱀 잡으러 간다고 하였다. 풍 씨는 젊었기도 했고 호기심도 많아 그들을 뒤쫓아 갔다. 사찰 서쪽 산간의 평지 깊은 곳에 다다르니 동굴이 하나 있었다. 동굴 입구는 1척여로 동물이 자주 출입한 듯 둘레가 반들반들하였다. 거지가 절뚝거리며 동굴 앞으로 가 주문을 외우고는 울컥, 입 안 가득 무엇인가 물고는 동굴 입구를 향하여 내뱉었다. 동굴 안쪽에서 우르르 소리만 들려왔다. 그때 뒤따라갔던 거지들은 좌우로 배열해 있었다. 각자 준비해서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간 풀잎을 꺼내어 입에 넣고 씹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동굴 속에서 수많은 뱀들이 밀물이 밀려들 듯이 기어 나왔다. 오초사, 먹구렁이, 뱀장어, 그리고 유혈목이, 살무사 종류였다. 그 형상은 게처럼 생긴 것도 있고 잉어처럼 생긴 뱀, 신발처럼 생긴 뱀, 호랑이 머리에 뱀의 몸을 한 거, 머리는 뾰족하고 몸은 넓적하지만 길이가 몇 촌이 되지 않는 뱀, 저울대처럼 가는 뱀, 몽둥이처럼 짧은 뱀, 주사처럼 붉은 뱀, 남색처럼 푸른 뱀, 청동처럼 녹색인 뱀, 분처럼 하얀 뱀, 흑과 백이 반반인 뱀 등등 두려울 정도로 괴이하였다. 줄서있던 거지들이 씹고 있던 풀잎 즙을 손에 바르고 씹다 남은 풀잎 찌꺼기로 콧구멍을 막았다. 그런 후에 각자 뱀들을 잡아서는 가지고 왔던 대나무 바구니에 담았다. 뱀들을 거의 다 잡아넣었다 싶었을 때 갑자기 굴속에서 쏴쏴 비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거지 두목이 모두에게 말했다. “사왕(蛇王)이 온다. 빨리 피해!”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주마는 성격이 온순하고 체질이 건강하여 병에 대한 저항력과 생존력이 강하다. 제주 사람 기질을 닮았다. 일반적으로 말은 외로움을 싫어하는 군거성(群居性) 초식 동물이다. 서열과 책임성이 강한 사회성이 있는 동물이다. 말들을 한 구역에 몰아 방목하기도 하는데, 그 경우 서열을 정하기 위해 싸움한다. ‘더러브렛(thoroughbred)’같은 서양말과 제주 조랑말이 서열 싸움을 하면 누가 이길까? 십중팔구 제주마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서양말의 승리를 점친다. 아니다! 제주마가 100%, ‘짱’ 먹는다. 전략은 단순하다. 키 작은 제주말이 서양말 다리 사이로 들어가 서양말 허벅지를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그러면 서양말은 비명조차 못 지르고 눈물 뚝뚝 흘리며 항복할 수밖에 없다. 제주마는 기억력이 좋다. 제주마는 방목장의 지형 즉, 어떤 장소나 방향 등을 잘 기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오랜 세월 야생에서 얻어진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방목장으로 가는 ‘ᄆᆞᆯ 길(말 길)’을 망아지 때부터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해력이나 사고력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경수 옹(95)의 어릴 적 기억에 의하면, 말들이 주인보다 앞서가다가 세 갈래 길을 만나면 잠시 멈춰 서서 뒤에 오는 주인을 기다린다고 한다. 주인이 와서 어느 쪽 길로 갈까를 알려주면 그때야 가라는 방향으로 걷는다고 했다. 제주마는 밭을 갈거나 조 밭을 밟고, 농작물을 실어 나르는 등 제주의 농경 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역마(役馬)였다. 이뿐 아니라 1950~1960년대만 해도 제주마는 마차에 짐을 실어 먼 거리 이동 시 또는 결혼식 때 신랑과 ‘우시’ 2인(집안에 따라 3~4인)들을 태우는 의전용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이들은 예장(禮裝)이 접수되고 신붓집의 ‘문전고사’가 끝나야 말에서 내릴 수 있었다. 농한기가 끝나고 결혼 성수기가 돌아오는 10월이면 고경수 옹의 집에서는 선흘뿐 아니라 인근 김녕까지 착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잘생긴 말 5마리 정도를 목장에서 집으로 데려다 놓고 갈기를 단장하고 빛깔을 윤기 있게 하여 무상으로 결혼식 의전용으로 빌려주곤 했다. 예약은 항상 밀려있었고 고맙다는 주변 칭송이 자자했다. 모든 말이 처음부터 ‘착한 말’이 되지는 않는다. 길들이기, 즉 순치(馴致) 과정이 필요했다. 말은 소보다 성질이 민감하고 인내심이 부족하여 길들이기나 순치 기간이 다소 오래 걸리며 방법이 다르다. 역용(役用) 말은 처음부터 밭갈이용으로 길들이기 하지 않고 마차나 달구지를 끌 수 있도록 순치시키고, 마차나 달구지를 끌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밭갈이용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순치가 되면 마구를 장착하여 마차나 달구지를 직접 끌게 했다. 처음 한쪽 또는 양쪽 바퀴를 고정하여 구르지 못하게 하였다. 날뛰거나 제어하기 힘든 말을 금방 지치게 하여 순응시키기 위함이다. 이때 사람이 굴레 또는 재갈에 연결된 ‘돌’을 이용하여 말을 직접 끌고 다녔다. 몇 번 하다 보면 말은 이내 순응하고 주인에게 복종했다. 제주 바다에 해녀가 있다면 한라산과 오름에는 ‘테우리’가 있다. ‘테우리’는 목축에 종사하는 목자(牧者)를 의미하는 제주어다. 이들은 전문 목축기술을 가지고 광활한 목장 초지대를 누비며 우마를 방목하며 제주도 전통 목축 목화를 만들어낸 주체들이다. 이들 ‘테우리’들은 관리하는 가축 종류에 따라 ‘소 테우리’ 혹은 ‘말 테우리’라 부른다. ‘테우리’들은 마소를 관리하는 일 이외 밭을 밟아주는 일과 ‘바령 팟’을 ‘ᄇᆞᆯ리는’ 일을 하였다. 화산회토 지대에서 바람이 불면 흙과 함께 파종한 씨앗이 날려 농사를 망치기 때문에 사람보다는 힘이 좋은 우마를 투입해 파종한 밭을 밟아주었다. 이를 진압농법(鎭壓農法)이라 했다. 밭에서 거름을 얻기도 했다. 이런 밭을 ‘바령 밭’이라고 했다. 마소들을 놀리고 있는(휴한기) 밭으로 몰아넣은 다음, 이들의 배설물을 받아 쌓아놓은 뒤 적당한 때에 이를 농사용 거름으로 이용했다. 이때 말 떼를 잘 부리는 노련한 ‘테우리’ 일수록 좁은 밭 안에서 질서 정연하게 밟도록 말 떼를 몰 수 있다. ‘테우리’들은 자신의 마소를 직접 키우거나, 일정한 보수를 받고 다른 사람들의 마소들을 대신 키워 주거나, 마을 공동목장에 목감(牧監)으로 고용되기도 했다. 공동목장 내에 지어진 ‘테우리 막’에 살면서 마소를 관리하기도 했다. 이들은 방목지에 있는 오름과 하천, 동산의 이름 그리고 마소의 이동로와 관련된 주요 지명을 손끔 보듯 알고 있었다.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오름의 위치, 물을 먹일 수 있는 물통이나 하천 위치 그리고 풀이 자라고 있는 위치를 경험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방목 중인 마소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고경수 옹의 어릴 적, 그의 아버지는 ‘가랑ᄆᆞᆯ(가장 좋은 말)’을 타고 ‘테우리’ 서너 명과 함께 키우던 말 15마리를 몰고 선흘이나 동복 심지어 김녕 마을까지 가서 무상으로(점심 식사만 제공) 밭들을 말로 밟아주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 밭 주인들은 나중에 고경수 옹의 아버지네 목장 일을 도와주거나 겨울철 말에게 먹일 ‘ᄎᆞᆯ(꼴)’을 베어 오는 일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바로 ‘수눌음’이라는 제주풍습이다. 승용마 길들이기는 더 어렵다. 말타기 능숙한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역용마(役用馬) 길들이기와 마찬가지로 말에 올라타기 전 사람과 친숙해지는 순치 과정이 필요했다. 먼저 굴레 씌우고 끌기를 하면서 말이 달아나려는 습성(fly animal)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제압하고 순치시켰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말과 가까이하게 되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어느 정도 순치가 되면 재갈 굴레를 씌우고 등 위에 살짝살짝 올라타면서 체중 적응 순치를 시켰다. 그다음 안장 채우고 한 사람이 말을 끌고 또 한 사람은 말 등에 조심스레 올라타 승용(乘用) 목적으로 길들이기 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정책 특보를 역임하고,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제주지식산업센터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오달진 근대제주』(2019), 『오달진 제주, 민요로 흐르다』(2021), 『제주의 화전생활사』(2022) 등이 있다.
『청패류초·걸개류·상해유호북지개(上海有湖北之丐)』 기록이다 : “상해에 호북 출신 거지가 있다. 모두 부인과 남자아이이고 건장한 남자는 없다. 늘 서너너덧이 모여서 시가를 돌아다닌다. 손에는 소라, 북, 구련환(九連環)을 들고 등에는 칼과 갈퀴 등 잡물을 담은 자루를 지고 다닌다. 한 사람은 강회(江淮) 소곡, 예를 들면 「십팔모(十八摸)」, 「십배주(十杯酒)」, 「십송랑(十送郞)」 등을 부르며 손에는 칼이나 갈퀴를 떨구고 한 사람은 북을 치거나 소라를 치면서 박자를 맞춘다. 광서, 선통 사이에 처음 보였고 선통, 신해에 많아졌다. 삼봉고(三棒鼓, 북채 3개를 사용해 연주하는 방법, 삼반고(三班鼓)라고하기도 함)도 구걸하는 도구다. 그 연주법은 3명이 함께 한다. 한 사람은 북을 펼쳐놓고 치는데 북은 움직일 수 있는 대나무 지지대가 있어 열고 닫을 수 있다. 한 사람은 작은 북을 두드리고 한 사람은 징, 소라의 박자에 맞춰 노래한다. 가사는 천한 내용이 많다. 언어는 대개 호북성 지방어이다.” 호북 거지가 삼봉고를 공연하면서 구걸하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명나라 때 전예형(田藝蘅)은 『유청일찰(留靑日札)』에서 말했다. “오(吳), 월(越) 사이에 부녀자가 북채 3개를 가지고 위아래로 북을 친다. 삼봉고라 한다. 강북 봉양(鳳陽) 남자가 더 뛰어나다. 당나라 때의 삼장고(三杖鼓)가 그것이다.” 이런 곡예 표현 예술은 공연할 때 동전을 새겨 넣은 북채 3개로 차례대로 돌아가며 북을 치면서 노래하는 것에서 이름을 얻었다. 호북, 호남 일대에서 유행하였다. 봉양화고(鳳陽花鼓)에서 변화 발전했다고 전한다. 이 설은 일리가 있다. 역사상 재난이 끊이지 않았고 궁핍하고 낙후된 봉양은 거지가 많이 생겨나 각지로 떠돌아다녔다. 『청패류초·걸개류·봉양인걸식지유(鳳陽人乞食之由)』는 말한다. “강소, 절강 접경지역에 매년 겨울이 되면 봉양 유민이 늘 시내에서 구걸한다. 해마다 흔히 있는 일이 되었다. 그 걸식하는 이유를 헤아려보면 호주(濠州, 봉양부鳳陽府)가 명 태조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전란이 끝난 후 사람이 적어지고 토지가 황폐해지자 강남의 부유한 백성 14만을 이주시켜 채우고서는, 사사로이 귀향하는 자는 중죄로 다스렸다. 부유한 백성이 고향으로 돌아가 성묘하려 해도 방법이 없자 남녀가 거지로 분장해 몰래 고향으로 돌아가 제사지내고 성묘하였다. 겨울에 떠나 봄에 돌아왔다. …… 마침내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걸식하는 것이 업이 되었다.” 원인을 그 당시 거지 출신 황제 주원장(朱元璋)과 그의 정책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일리가 있다 싶다. 전기적인 색채가 있다는 것은 맞지만 역대로 그곳에서 거지가 많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궁핍해져서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형성된 전통관념, 습속, 지리 문화, 심리상태에 기인한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상술한 전설 자체는 비정상적인 가치 관념을 반영하고 있다. 거지를 천하게 보지 않으려는 관점이 그것이다. 다시 예를 들면 강서(江西) 서창(瑞昌), 구강(九江), 무녕(武寧) 등지에서 유행하였던 ‘용선고(龍船鼓)’〔서창선고(瑞昌船鼓)〕도 원래는 단오 때에 호숫가 지역에서 용주로 강을 건너는 활동 중에 탄생한 오락성 짙은 곡예 종류다. 소라, 북을 치는 반주에 맞추어 말하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한다. 청나라 건륭 연간에 대단히 유행하였다. 그런데 봉양화고가 삼봉고가 된 운명과 같이, 용선고도 나중에 점차 현지 거지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북경민간생활채도』 제13도 「삼봉고도」는 지역 유랑민이 북경에서 삼봉고를 두드리면서 구걸하는 그림이다. 그 제사는 이렇다. “이것은 중국 삼봉고 그림이다. 이 사람은 섬서성에서 북경에 업무차 왔다. 손에 나무 북채 3개를 들고 아래에는 작은 북이 놓여있다. 북채를 북 위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연달아 치면서 노래한다. 여비를 마련하려고 동냥하는 것으로 강호에서 공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례도 거지가 삼종고를 구걸하는 수단으로 삼아 타향을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이런 민간예술 형식이 광범위하게 전파됐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각지의 유사한 곡예 형식이 서로 교류하고 참고하며 융화됐음도 알 수 있다. 우갑골(牛胛骨) 등을 치면서 반주에 맞춰 말하고 노래하며 구걸하는 것도 정통 민간예술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큰 임시성과 무작위성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여러 ‘구걸하는 예술’ 중 반주로 박자를 맞추는 타악기는 민간에서 흔히 보이는 것으로, 이미 거지가 몸에 지니고 다니는 상징이 됐다. 거지의 간판이요 구걸하는 자들의 부호적인 특징이 됐다. 그런 부호적인 특징은 사람들에게 신분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구걸하는 방식이다. 바로 그러한 성질을 기초로 끊임없이 새로운 모양새를 창출하였다. 다음과 같은 보도가 있었다. 음력 돼지해 정월 초하루 아침, 홍콩에서, 차 마시려는 손님이 찻집에 들렸는데 좌석이 하나도 없었다. 손님이 들어차 몸 붙일 데가 없었다. 망설이던 차에 그 지역 큰길 입구에서 전자 확성기를 틀고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하는 절름발이 노인이 보였다. 탁자를 점거해 신춘 차를 마시고 있었다. 10살 전후로 보이는 어린아이 1남 1녀가 흥을 돋우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찜통, 자기접시가 빽빽이 놓여있었다. 먹으면서 흥이나 분위기가 막 무르익고 있었다. 알고 보니 명성이 자자한 ‘전자 거지’가 아닌가. 이웃사람이라 서로 안면이 있었다. 알아본 늙은 거지가 급히 자리를 하나를 비워 차를 마시려는 손님을 앉혔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옆에서 필사적으로 새우를 먹고 있는 소년 3명은 음력설 기간에 구걸한, ‘장사’가 번창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30원을 받으며 ‘전자 거지’를 도와주는 동업자가 되어 있었다. 늙은 거지가 최근에 또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한다. 크기가 서로 다른 고무통 7개를 가지고 구걸할 때 돌아가면서 두들기니, 고저가 다른 음가를 내면서 아프리카 산림 중에 흑인 부락이 내는 북소리와 비슷하였다. 길 가던 사람들이 기묘한 소리에 이끌려 에워싸서 구경하면서 1원이나 50전을 던져주었다. 수입액이 굉장하여 어린 동료들에게 한 턱 낸다고 하였다. “그들은 정월 초하루부터 초이렛날까지 나를 따라 중환 부두에서 천교 밑까지 구걸하러 다녔지요. 장사가 너무 잘되니 그들에게 상금을 내리는 겁니다요.” 늙은 거지가 말을 꺼내니 엄숙하고 위엄 있는 사장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북을 치면서 구걸하는 유형의 거지가 좋은 구상을 생각해내어,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시키면서 많은 액수를 벌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켰고 동료들을 고용하여 서로 도우면서 구걸해 좋은 결과를 도출해냈던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굿(의례)은 의례 공간, 집전자(매개자), 대상자(주체), 내용(주제)과 형식(절차별 퍼포먼스) 등으로 이루어진다. 제주에서 행하는 공동체 의례인 본향당(本鄕堂)은 마을 공동의 신당(聖所)인데 일종의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곳이다. 마을신의 이름은 ‘본향’ 또는 ‘본향한집’으로 불리는데 해당마을의 조용한 곳에 좌정하여 마을을 지켜준다. 이 신은 호적, 물고(物故, 재물), 인명과 가축의 보호, 아이들의 생육, 출타하는 사람들의 안전 등 마을의 생명, 재산을 재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본향당에서는 정기적으로 굿(의례)을 행하는데 산간지역(목축신)과 해안지역(용왕신)이 산업적인 차이가 있어서 굿 내용이 조금 달라지지만, 전체적으로 의례는 신당(성소:의례 공간), 집전자(심방), 단골(마을 신앙만), 신화(신들의 이야기), 점복(占卜, 예언적 퍼포먼스), 신과 단골의 어울림(난장)으로 의례가 끝이 난다. 먼저 심방은 하늘에 있거나 만물에 깃든 신을 불러들이고, 그 신들을 배불리 먹인 후 무악으로 회포를 푼 뒤 단골 신앙인들이 요구를 제시하고, 신은 이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마을의 닥쳤던 재앙이나 다가올 액(厄)을 미리 막아준다. 이 과정에서 심방은 춤과 사설로 신과 단골 신앙민을 매개하여 신을 즐겁게 하고, 단골 신앙민을 안정케 한다. 굿의 과정은 율동과 음악과 사설이 동원되어 볼거리, 스토리텔링, 신성함, 스트레스 해소 등의 모든 과정이 풀어진다. 굿은 과학기술시대가 아닌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전승의례지만, 신당(극장), 제일(祭日, 상영일), 구술(시나리오)과 집전자(큰심방은 감독 및 주연, 작은 심방들은 배우), 몸짓(액션), 다수의 의례 도우미인 소미(小巫, 스텝) 단골 신앙민(관객), 어울림 마당(놀이) 들로 이루어지는 굿의 구조는 오늘날 영화체제와 무척 닮았다고 할 수 있는데 과거 전통시대의 연극·영화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과학기술의 집약된 종합예술로서 무성영화 시대를 거치고, 흑백시대를 넘어 컬러시대, 동시녹음 시대, 컴퓨터 그래픽, 3D 입체영상 등으로 확장되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진보하고 있다. 영화의 구조가 제작사(마을), 감독(집전:큰 심방), 배우(다수의 소미들), 시나리오(신화나 마을 설촌 유래, 사건), 상영관(본향당), 관객(마을 신앙민), 내용에 대한 흥미와 교감(난장), 흥행(단골들의 굿에 대한 평가·소문)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의례와 영화가 시대적으로 큰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요소가 닮았다는 것은 어느 시대건 볼거리, 들을 거리, 풀 거리(욕망의 해소)가 있으며, 의례와 영화가 당대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굿과 영화는 알튀세르가 말하는 이데올로기 국가 장치일 뿐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 기능과는 다르게 굿 의례와 영화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을 말한다면 ‘놀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굿에서의 놀이는 희로애락을 승화시키는 유희적 요소인데 억압된 기분을 푸는 효과를 줌으로써 대중(단골)의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는 이야기 전개, 액션, 사랑, 비극 등 인간사에서 있음 직한 사건을 통해 흥미를 주고, 관객들을 카타르시스를 통해 감정을 추스른다. 만약에 의례와 영화에 놀이적 요소가 없다면 인간의 욕구들은 경직되거나 숨 막히게 되고, 의례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 놀이는 삶 속의 욕망을 자극한다. 굿 의례가 놀이적 요소를 더욱 많이 도입하는 것은 집전자(무당/감독) 자기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고, 그 능력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을 때 관객(단골)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흥행의 문제는 굿 의례나 영화의 존폐에 직접적인 문제가 된다. 굿이 재미없고 영험하지 않다고 단골들이 판단하게 되면 마을굿의 집전자(감독)는 교체되기도 하고, 단골 집안의 굿(상영관)도 다른 심방(감독)에게 뺏기게 된다. 그래서 심방들은 단골 관리를 위해 평소 신경을 많이 쓰고 굿 의례도 노력해 영험다움과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영화 또한 관객들로부터 소외되었을 때 제작자나 감독의 어려움은 굿 의례에서 보는 바와 다르지 않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