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제주지역 조례 일부에서는 여전히 지번주소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조례 내 도로명주소 미반영 조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 조례 중 지번주소가 표기된 조례는 모두 13개로 조사됐다. 특히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가 혼용된 조례로는 ▲제주국제평화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주아트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 설치 및 운영 조례 등이 있었다. 제주국제평화센터의 실제 주소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227-24'이지만 조례에는 '중문관광로 227-24번지'로 표기돼 있었다. 마찬가지로 제주아트센터는 '오남로 231' 뒤에 '번지'가 붙어 있었고, 해녀박물관 역시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길 26번지'로 잘못 표기된 상태였다. 또 '제주특별자치도 자연휴양림 등 입장료 및 시설 사용료 징수 등에 관한 조례'는 도로명주소와 지번주소가 혼용돼 사용되고 있어 행정의 일관성과 정확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 관계자는 "도로명주소가 전면 시행된 이후에도 지번주소를 사용하는 것은 행정정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며 "이는 도로명주소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의 정확성과 규칙성,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도로명주소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로명주소는 1996년 처음 도입돼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지번주소와 병행 사용됐다. 2014년부터는 도로명주소 사용이 전면 시행됐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단독주택에 침입해 금품을 훔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강도 및 주거침입 혐의로 50대 A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5시쯤 제주시 일도동에 있는 한 단독주택에 침입해 400여만원 상당의 현금과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주택 내부를 뒤지던 중 귀가한 집주인과 마주치자 "소리치지 말라"며 협박한 뒤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와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A씨는 현금과 휴대폰 등을 챙겨 집 밖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6시 8분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은 인근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최우선 대응 상황인 '코드0'를 발령해 형사 3개 팀을 현장에 투입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A씨의 인상착의를 파악한 뒤 신고 두 시간 만인 오후 8시 제주시내 길거리에서 그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A씨의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검거 초기 범행을 부인하던 A씨는 이후 "생활고로 인해 범행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여죄를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 중국 BYD가 제주를 포함한 한국 승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특히, 제주도는 높은 전기차 보급률과 친환경 정책을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의 선두지역으로 꼽히고 있어 BYD의 주요 전략 거점이 될 전망이다. 17일 BYD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천 중구에서 열린 BYD 승용 브랜드 론칭 행사에서 BYD코리아는 준중형 전기 SUV '아토3'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제주에는 올해 중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개설해 더욱 나은 접근성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주는 2023년 기준 전기차 보급률이 9%에 달하며 전국 평균(3%)을 크게 상회하는 전기차 선도 지역이다. 도는 2030년까지 도내 차량의 10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Carbon Free Island 2030'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관련 인프라와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 부문 대표는 "제주도는 한국 전기차 정책의 선두 지역으로 친환경 자동차 수요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BYD의 뛰어난 상품성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제주 고객들의 신뢰를 얻겠다"고 말했다. BYD의 아토3는 60.48kWh 용량의 자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상온 복합 321㎞(도심 349㎞·고속 287㎞)를 주행할 수 있다. 제주 지역의 촘촘한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와 결합하면 충전 편의성이 높아져 지역 운전자들에게 적합한 모델로 평가된다. 아토3의 가격은 기본 트림이 약 3100만원, 상위 트림이 약 3300만원대로 책정됐다. 도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기본 트림 기준으로 2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경쟁 모델인 현대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3 등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BYD는 제주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삼천리EV를 포함한 전국 딜러망과 함께 제주에 전시장을 설립하고, 서비스센터를 개소해 고객 접점을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제주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신속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BYD는 제주 고객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제품 품질과 개인정보 보안 문제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 서버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제주 고객들의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BYD는 제주를 포함한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중형 전기 세단 '씰'과 중형 전기 SUV '시라이언7'을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BYD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중국 전기차의 안전성이 국내에서 인정 받을지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전기차 운영 환경이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좋은 만큼, BYD도 제주에서 안정성을 입증하고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는 17일 고용노동부 금정수 부이사관(55)을 신임 제주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금 신임 위원장은 행정고시 46회 출신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약 20년간 근무하며 직업능력정책과장, 산재예방지원과장, 장관 비서관, 일학습병행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파견과 군산지청장 등 현장 경험도 두루 갖춘 노동 분야 전문가다. 금 위원장은 노동쟁의 조정 및 중재,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판정, 노동조합 임시총회 소집권자 지명 의결, 근로조건 심사·중재·해석·권고·자문 등의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2명 이상을 추천하면 도지사가 임명한다. 제주도는 "금정수 위원장이 고용·노동·기획·직업능력·산재예방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과 전문성, 조직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제주지방노동위원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가 유수율 85% 달성 목표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했다. 17일 제주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최근 유수율 향상을 위한 중장기 추진 계획을 수립하며 유수율 85% 달성 목표 시점을 기존 2027년에서 2035년으로 연기했다. 유수율이란 수돗물이 상수도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급된 뒤 요금으로 부과된 비율을 뜻한다. 이번 목표 연기는 노후화된 관로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3년 기준 제주 지역 상수도관 총연장 4833㎞ 중 약 27.2%인 1316㎞가 내구연한을 초과한 상태다. 상수도관의 내구연한은 일반적으로 20~30년으로 정해져 있다. 이를 초과할 경우 누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제주 지역의 유수율은 2023년 54.2%에 머물러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상수도관의 전면적인 정비가 불가피해졌다. 이를 위해 도는 막대한 예산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도는 유수율 85% 달성을 위해 약 1조3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매년 1000억원 규모의 국비를 확보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노후 관로 교체와 상수도 시설 개선을 통해 유수율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수돗물 공급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서울 곳곳에 있는 제주 기관과 제주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 탐라영재관이 서울시 용산구 한국마사회 장학관 건물로 모인다. 제주도는 16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한국마사회 장학관 회의실에서 한국마사회와 ‘한국마사회 장학관 건물 사회·공익적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협약식에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을 비롯한 양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마사회 장학관은 과거 마권 장외발매소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농어업인 자녀 대학생들을 위한 마사회의 대표적 장학사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제주도는 장학관 건물 저층부 일부를 사무공간으로 임대해 활용하게 된다. 향후 장학관 건물 매각 시에는 관련 법규 허용 범위 내에서 제주도를 우선 협의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제주도가 현재 서울 곳곳에 흩어져있는 제주 기관들의 효율적 협업을 위한 수도권 협업 통합공간을 마련하고, 강서구에 위치한 탐라영재관의 지리적 한계와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정 건물을 물색하던 중 한국마사회와의 협의를 통해 성사됐다. 도에 따르면 현재 도 중앙협력본부와 서울제주도민회, 제주관광협회 서울홍보사무소,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서울사무소, 제주개발공사, 제주경제통상진흥원 서울사무소 등이 서울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탐라영재관은 건물이 2001년에 지어져 낡은 데다가 서울 서쪽 끝자락인 강서구에 있어서 여러 대학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도는 2027년까지 장학관 건물 일부를 임대해서 쓰다가 2028년에 매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떤 기관들이 언제 이전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도는 전했다. 오 지사는 “이번 협약으로 서울 핵심지역에 제주의 상징적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며 “수도권 소재 제주 출자·출연기관들의 통합공간 조성으로 도정의 미래정책 추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으로 진학한 제주 출신 대학생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보금자리를 제공해 미래 인재 양성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이번 협약으로 장학관 건물의 공익적 목적을 유지하면서 자산 효율화도 달성하게 됐다”며 “향후 장학사업은 더욱 고도화된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도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내면 받을 수 있는 답례품으로 귤, 애플망고, 제주 버스교통카드, 서귀포in정 쿠폰 등이 추가됐다. 제주도는 올해 41개 공급업체와 협력해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으로 31개 품목을 제공한다고 16일 밝혔다. 답례품으로 기존 귤로장생(제주농협 감귤 브랜드) 외에 귤 품목이 추가돼 업체 2곳이 신규 선정됐다. 애플망고도 새롭게 추가됐다. 또 서귀포in정(서귀포시 공식 온라인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과 제주 버스교통카드도 추가됐다. 기부자가 답례품 포인트로 나무를 구입해 재기부함으로써 제주 환경보전에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됐다. 또 자투리 포인트를 제주도에 재기부할 수도 있게 됐다. 기부자들은 고향사랑e음 답례품몰에서 시중가의 절반 가격으로 갈치와 감귤와인을 구매할 수 있다. 귤과 돼지고기는 증량된 특별 상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지난해 제주 고향사랑기부 답례품 중에선 귤류(32.9%)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이어 수산물(18.8%), 돼지고기(14.4%), 탐나는전(10.2%) 순이었다. 도는 답례품 품질 강화를 위해 민관 협업 답례품 품질관리단을 구성해 답례품 품질과 서비스를 상시 점검한다. 도는 아울러 도외 홍보 행사에서 답례품 공급업체와 협업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제주 특산품 홍보에도 나선다. 제주도는 연간 10만원 이상 기부자에게 '탐나는 제주패스'를 발급해 공영관광지 33곳 무료 또는 할인, 민영관광지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탐나는 제주패스는 고향사랑e음에서 자동 발급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최고 20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다.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의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또한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지역 특산품과 관광상품 등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로 2023년(18억2335만원)의 2배에 달하는 35억9334만원을 모금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하는 것과 관련해 정의당 제주도당이 구속영장 청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란의 주범인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 질서를 조롱하듯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공수처는 즉각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것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남용한 결과"라며 "그는 법치를 내세우며 내란 혐의에 대해 '불법 수사'와 '불법 영장'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체포 첫날 묵비권을 행사한 데 이어 '더 이상 답할 내용이 없다'며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야 할 이유를 더욱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협한 행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다시는 제2의 윤석열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고 방조한 국민의힘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측의 기일 연기와 같은 시간 끌기를 허용하지 말고, 신속히 탄핵 심판을 진행해 대통령직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청년 전세임대주택 지원 제도가 제주 청년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배·장판 교체 지원에서 제주가 제외되면서 주거 환경 개선을 원하는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6일 제이누리 취재에 따르면 LH는 청년 전세임대 지원주택 입주 전·후 도배와 장판 교체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서울, 경기, 인천, 전북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고, 제주 지역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상태다. LH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주는 도배와 장판 교체를 임대인의 책임으로 보는 지역적 관행이 있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보단 제주의 독특한 임대관행에 따른 이유가 더 크다. 제주의 경우 사실상 청년전세 임대가 드물기 때문이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전세 매물보다 연세나 월세 매물이 주를 이루는 특성을 보인다. 게다가 LH 청년 전세임대주택은 공동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제주 지역의 대부분 오피스텔은 생활형 숙박시설로 등록돼 있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계가 있다. LH 청년 전세임대주택의 전세금 한도는 제주도의 경우 8500만원이다. 초과분은 입주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최대 전세금 한도인 1억2750만원을 넘길 수는 없다. 제이누리가 16일 제주 지역 내 주요 부동산 플랫폼 3곳을 조사한 결과 LH 청년 전세임대주택 조건을 충족하는 임대물건은 단 한 곳도 확인되지 않았다. 제주 삼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청년 전세임대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임대인이 많고, 정책을 알고 있더라도 복잡한 절차 때문에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설령 LH 조건에 부합하는 매물이 있더라도 임대인의 담보대출 문제나 LH 권리분석 과정에서 부결되는 사례가 많아 실제 혜택을 받은 청년을 본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제주의 기후도 주거 환경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한 바람과 높은 습도로 벽지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장판이 손상되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LH는 도배와 장판 교체를 임대인의 책임으로 간주하고 있어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면 청년들이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제주 지역 청년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제9기 청년원탁회의 청년위원 김모씨(37)는 "제주와 타 지역을 구분해 정책을 운영하는 것은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며 "LH와 제주도가 도배·장판 지원 확대와 같은 주거 복지 정책을 통해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도배·장판 지원 지역 확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청년 주거 환경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주거복지연구원은 "전국적인 청년 전세임대 지원 확대와 함께 지역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해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만든 2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홍은표)는 17일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21)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명했다. A씨는 2023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중학생 B양 등 미성년자 2명과 여러 차례 성관계하며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피해자에게 나체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해 받아 소지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 부족한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 복구도 안 됐다"며 "다만 피고인이 반성하는 점, 유포 정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경찰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내부로 진입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관저 내부에는 경찰 수십명이 진입한 상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 진입을 시도한 지 약 2시간 반 만이다. 투입된 경찰들은 사다리를 이용해 관저 앞을 막은 경호처 차벽을 넘어서는 등 1차 저지선을 돌파한 뒤 관저 진입로로 이동했다. 이들은 이어 경내 2차 저지선에 설치된 차벽은 우회하는 방법으로 통과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과 함께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다이빙(戴兵)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중국은 제주∼칭다오 신규 항로를 허가했으며, 한국 정부가 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다이빙 대사는 지난 15일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와 만난 자리에서 오 지사가 "제주도는 항만 내 세관·사무실·숙소 등 실무 준비를 마치고 한국 정부의 조속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자 이같이 화답했다. 오 지사는 제주∼칭다오 바닷길 항로 개설 등 경제통상, 문화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지난 15일 오후 주한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다이빙 대사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첸지안쥔 주제주중국총영사도 "이를 계기로 양국과 양 지역 간 우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며 한·중 간 호혜적 협력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물류비 절감과 운송 시간 단축 등을 위해 중국 선사인 산둥원양해운그룹주식유한공사와 협의해 제주∼칭다오 신규 항로 개설과 화물선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선사가 화물선 취항을 위해 양국에 항로 개설을 신청한 후 중국에서는 허가가 됐으나 우리 해수부 허가는 아직 나지 않았다. 해수부는 기존 항로에 미칠 영향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에서는 또 제주와 중국과의 학생·청년 교류 등 한중 우호 협력,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등 탄소중립 분야의 협력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다이빙 대사는 오 지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최고위급 인사의 제주 방문을 제안하자 "양국 간 고위급 교류가 성과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설립 10년 만에 독립 신청사로 이전한다. 오는 20일 개원식을 열 예정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16일 설립 10주년을 맞아 제주시 산지로 27에 위치한 독립청사로 이전하면서 연구 활동과 정책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2014년 1월 제주도청 제2청사에서 시작된 연구원은 2019년 연오로로 임대 이전했다. 이번 독립청사 이전으로 연구원 운영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게 됐다. 새 청사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삼천서당 터에 자리하고 있다. 삼천서당은 1736년 영조 12년 제주목사 김정이 설립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공신정과 운주당, 동문터를 끼고 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다. 청사 앞에는 조선시대 제주읍성의 생명수로 불리던 산지천이 흐르고 있어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청사 이전은 지난해 7월 제주도로부터 청사 관리 위탁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9월부터는 숙박시설에서 교육연구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고 내부 환경 정비를 진행해 새로운 연구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새 청사는 연면적 1208㎡, 지상 4층 규모다. 1층에는 성별영향평가센터, 가족친화지원센터, 양성평등교육센터 등 수탁기관이, 2층에는 회의실, 3층에는 원장실과 경영관리실, 4층에는 연구실이 배치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새 청사 이전을 계기로 여성과 가족복지, 돌봄, 아동·청소년·청년 정책, 인구정책 등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특히 양성평등 문화 확산과 체감형 가족복지 정책 발굴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올해는 제주여성정치아카데미 심화과정을 통해 여성 리더 양성과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정책의제 발굴단을 운영해 제주 지역의 체감형 가족복지 정책을 발굴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원도심 이전은 정주 인구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무 인력 유입과 연구·교육 인력의 왕래가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오는 20일 열리는 개원식은 제막식과 연구원의 경과보고 영상 상영,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도의회 의장의 축사 등으로 열린다. 특히 일도1동과 건입동 주민들이 함께 참여해 지역사회의 축하와 환영을 받는 행사가 될 예정이다. 문순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원장은 "이번 청사 이전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제주를 성평등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 전 제품 용기 무게를 약 12% 줄였다고 16일 밝혔다. 개발공사는 친환경 가치를 실현하고자 지난 1년간 용기 경량화에 집중해 왔고, 제품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개발공사는 용기 경량화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연간 3400톤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8000톤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량화 제품은 이달 생산과 판매를 시작한다. 제주개발공사는 "친환경 생산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포장재 무게 감축과 재생 원료 활용 확대, 무(無)라벨 제품 생산 증대 등 노력을 이어왔다"며 "현재 무라벨 제품 생산 비중은 약 65%로 내년 모든 제품을 무라벨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결과가 발표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지역 민심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드마이크 의뢰로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6.6%로 집계됐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2%로 긍정과 부정 평가 간 격차는 좁았다. 여론조사공정의 지역별 조사에서 강원과 제주를 합친 표본 수는 단 41명에 불과했다. 특히 제주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50.1%로 나타나 부정 평가와 거의 동률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1월 2주 차 정기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섰다. 이 조사는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5.7%,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1%p였다. 리얼미터의 지역별 조사에서 제주 지역의 표본 수는 단 11명에 그쳤다. 그러나 제주 지역은 전통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으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제주와 강원을 동일한 표본군으로 묶어 조사한 방식은 두 지역의 정치·경제적 특성을 무시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조사 과정에서 '체포영장 집행 불법 논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지연' 등 특정 지지층을 겨냥한 질문이 포함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질문 설계 과정에서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채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언론사는 값싼 조사를 발주하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지역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대해 지역 민심과의 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도는 환경 보호, 관광 산업, 자치권 강화 등의 지역 현안이 주요 정치적 이슈로 작용하는 지역이다. 중앙 정치보다 지역 정책에 대한 평가가 유권자들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질문 설계가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시장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사례가 많다"며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조사 방식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롱아일랜드 휴양지에 도착한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의 가족은 주말 2일간 임대한 고급 펜션에서 외부세계와 모든 ‘연결’이 차단되는 예상치 못했던 재난사태를 맞이한다. 가뜩이나 불안한 아만다 부부 앞에 야심한 시각에 방문객이 찾아온다. 불안한 마음에 몽둥이까지 챙겨들고 문을 열어보니 웬 파티복 차림의 흑인 부녀였다. 그는 자신을 조지(George·마허샬라 알리 분)라고 소개한다. 아만다 부부는 처음 보는 얼굴과 처음 듣는 이름이다. 조지는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며, 온라인에서 임대계약을 한 ‘G.H’가 바로 자신이며 G.H.는 George Henry의 이니셜이었다고 설명한다. 자신은 맨해튼에 살고 있는데, 맨해튼 전체에 정전 사태가 벌어져 부득이 이곳으로 왔으니 부디 하룻밤 재워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한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다(Homo Homini Lupus, est)’라는 라틴 경구에 깊이 공감하는 ‘인간혐오자’ 아만다는 갑자기 나타난 ‘하얀 늑대’도 아닌 ‘검은 늑대’를 도저히 집으로 들일 수 없다. 인간을 혐오하는 아만다가 흑인을 혐오하지 않을 리 없다. 조지는 아만다의 의심을 풀어줄 요량으로 상황을 열심히 설명한다. 지금 입고 있는 이 파티복은 마침
새해 들어 103세가 되신 어머니가 새삼 외로워 보인다. ‘누구라도 찾아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기도가 되었을까? 일요일 오후에 동생이 찾아왔다. 뜻밖의 방문에 ‘왠 일이냐?’고 놀라는 내게 동생은 햇살 같은 웃음으로 치킨을 들이민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다. ‘요즘은 병원에서 어머니 약을 타려면 주민등록증이 꼭 필요하다’는 동생이 오늘따라 더욱 착하고 예쁘게 보인다. 2남 7녀 중 8번째인 동생에게 아버지는 왜 정례(貞禮)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을까? 정열(悅: 기쁨)·정복(福: 축복)·정희(喜: 기쁨)라고 셋째딸을 첫번째를 맞을 때와 같이 기쁨으로 맞으신 후, 정숙(淑: 맑음)·정심(心: 마음)·정옥(玉: 구슬)이라 이름지으시고서, 마지막에 예(禮: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하심은 무슨 깊은 뜻이실까. 어쨌든 정례는 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받으면서 착하고 예쁘게 자랐다. 밭·바다·시장 등에서 하는 어머니의 온갖 궂은일에 7번째 정옥이까지 포함시켜 노동력을 확보하면서도 언제나 막내는 예외였다. 그래서인지 정례는 어디서나 귀하고 예쁘게 대접받으며 자랐다. 육십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위치에 있다. 사랑을 많이 받는 이가 사랑도
기술 발전과 산업 변화를 체감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세계적 박람회와 토론회는 새해를 맞는 기대가 큰 1월에 집중된다. 올해도 둘째주부터 이어졌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7~10일)를 필두로 117년 전통의 자동차 박람회인 디트로이트 오토쇼(10~20일), 주요국 정계·관계·재계 인사들이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20~24일·다보스포럼)이 그것이다. 하지만 올해 이들 이벤트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기업인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거나 경쟁국에 밀리는 모습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소용돌이 속 정치인과 정부인사 참석도 예년보다 적어 경제외교에서도 소외될 판이다. 166개국 4800여 기업이 참여한 CES 2025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해 산업과 일상생활에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전과 IT, 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AI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AI, 모빌리티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국의 공세가 매서웠다. 가전업체 하이센스와 TCL은 삼성전자 주변에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스마트 키친, 가정용 로봇 등 AI를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중국 기업들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웨어러블 로봇,
뉴욕시 브루클린 지역에서 광고 마케터로 일하는 아만다(줄리아 로버츠 분)는 어느 토요일 새벽 충동적으로 가족들과의 주말 도시탈출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남편 클레이(에단 호크 분)는 초행길임에도 내비게이션을 켜고 출근길처럼 익숙하게 운전한다.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조수석에 앉은 아만다는 지도를 펼쳐들고 길라잡이하느라 클레이보다 더 신경이 곤두섰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 없다. 그런 번잡한 일은 내비게이션에 맡기고 느긋하게 창밖의 신록을 만끽할 수 있다. 인터넷 ‘초연결 세상’의 은총이다.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남매 16살 아치와 13살 로즈는 각자 무릎에 태블릿 PC를 올려놓고 집에서와 똑같이 인터넷 세상에 빠져든다. 아마 롱아일랜드까지 가는 1시간가량에 인터넷이 끊긴다면 아치와 로즈 모두 아만다의 여행계획에 난색을 표했을 듯하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시속 100㎞ 속도로 달리면서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로즈는 당시(1994~2004년) 미국의 전설적인 인기 드라마 ‘프렌즈(Friends)’에 몰입하고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치가 인상을 쓰고 창문을 내리면서 아만다에게 ‘로즈가 방귀 뀌었다’고 고발한다. 로즈는 방귀 뀌지 않았다고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북경의 ‘강방(杠房)’ 업종은 한때 흥성하였다. ‘강방’이란 전문적으로 장례(葬禮) 의장(儀仗)을 세주는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관을 덮는 수놓은 단자 덮개, 의장대용의 길을 여는 징, 우산, 부채, 깃발, 패, 수레, 가마 등을 빌려 주었다. 그와 동시에 의례하고 관을 메고 의장을 드는 인원을 대신하여 고용하기도 하고 관을 짜는 데에 필요한 목재 등 필요한 물품을 대신 구매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강방은 장례를 청부 맡아 처리하는 전문 직업이었다. 관을 메고 의장을 드는 것과 같은 막일은 비록 당시에 대단히 중히 여기는 의식 중 하나였기는 했지만 결국은 비천한 일에 속했다. 그래서 거지에게 임시로 일하여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때의 품삯은 행하(行下)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방에 교부하는 금전을 빼더라도 평상시에 구걸하는 금전보다도 많았다. ‘효자(孝子)’에 충당되어 길을 따라가면서 지전을 뿌리기도 했다. 그래서 강방은 또 ‘화자두(化子頭)’라는 명칭이 붙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 “실제로 북경의 이른바 화자두는 몇 푼 안 되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었다. 북경에서 과거에 푼돈을 구걸하는 것은 대부분 외지에서 온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겨울이 되면 올라와 적은 돈을 구걸해 갔다. 봄철에는 고향으로 내려가 목돈을 벌 수 있었다. 진정한 북경 토박이 화자두는 패거리를 이루어 대놓고 구걸했다. 그러한 사람들을 ‘간상인(竿上的)’이라 통칭했다. 노동력을 팔려고 하면 개인은 방법이 없었다. 항방에 가입해야 했다. 먼저 ‘간자(竿子)’에게 절하고 ‘간상(竿上)’에 가입해야만 나중에 일이 있으면 일을 맡겼다. 돈을 벌면 먼저 일정한 비율을 떼야했고 동시에 우두머리가 명령하면 반드시 따라야 했다. 민국 이후에 ‘간상인’의 세력은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강방의 업종에서 행했던 관을 메는 사람과 의장을 드는 사람은 여전히 구시대의 유풍이 되어 행해졌다. 현 중국이 성립한 이후에야 정부는 그런 노동인민을 조직하여 장례업 공회에 가입시켰다. 일이 있으면 돌아가면서 출근하고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했다. 노임도 강방과 협상한 후에 결정하였다. 나중에 그런 사람들은 모두 정식적으로 기중(忌中)조직에 가입하였다.”〔장관정(張官鼎)〕 옛날에 북경의 강방(杠房) 업종을 ‘화자두(化子頭)’라고하기도 했는데 항상 거지를 고용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거지를 고용하면 현지 거지 항방과 왕래해야 했다. 그래야 아무 때나 필요할 때 어려움 없이 고용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일정한 정도에서 필요한 지역 질서를 유지할 수 있어서 경영 과정 중에 생기는 의외의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모두 거지 항방 세력을 빌려야 가능한 일이었다. 중국문화가 쌓여온 과정을 보면 여러 가지 항방은 선천적으로 탄생 시기부터 봉건 색채가 침투되어 있다. 거지 항방은 직업이 없는 유민으로 이루어진 오합지졸이라, 유랑민 의식을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크고 작은 흑사회(黑社會, 폭력조직) 단원이기도 했다. 이것이 중국 거지 단체가 타락하고 변질된 기본 이유 중 하나였다. 항방은 관방이나 토비와 결탁하여 서로 이용하고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하며 불법 세력(조직)이 되었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 즉 50년대 이전에 불법조직이 된 거지 항방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활략하였다. 심지어 8,90년대에 이르러서도 범죄 집단이 된 거지 항방 세력이 또다시 대두하여 해악을 끼치기도 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옛날 동북지방에 또 다른 거지 항방(行幇)이 있었다. ‘이거(二柜)’가 그것이다. 그들은 1년에 두 계절에 대량으로 양식을 구걸하는 대광과는 달리, 여러 방식으로 흩어져서 각지를 유랑하면서 구걸하였다. 예를 들어 이른바 요구하는 ‘요적(要的)’, 즉 밥을 구걸하는 것은 2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밥을 담는 밥통을 들고 길거리에서 애걸하며 구걸하는 것, ‘찬밥 그릇을 요구하는 거지’였다. 여러 가지 구실을 만들어 구걸하는 부류가 있었다. 예를 들어, 농사꾼으로 분장해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느니 병을 치료해야 한다느니 말하며 집집마다 다니면서 고기와 쌀을 구걸하거나, 길가는 사람으로 위장해 여비가 부족하니 도와달라느니 하며 구걸하는 사람으로 ‘밥을 구하는 거지’1)였다. 이것보다 더 많은 부류는 노래를 하며 구걸하는 부류였다. 예를 들어 ‘죽림(竹林)을 먹는 거지’로, 고달판(呱哒板, 박자를 맞추는 목판)을 치며 다녔다. ‘화상(華相)을 말하는 거지’로 사랍계(沙拉鷄)2)를 연주하고 다녔다. ‘검은 막대기를 가지고 노는 거지’로 담배설대를 치며 다녔다. ‘평고(平鼓)를 치는 거지’로, 합라파(哈拉巴, 소의 견갑골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며 다녔다. ‘자기를 때리는 거지‘로, 밥그릇을 때리며 다녔다, 위에 열거한 거지는 모두 ‘이거(二柜)’에 속했다. ‘이거’의 두목은 마음대로 개방의 거지를 때리고 욕할 수 있었다. 죽으면 명이 짧을 것을 원망할 뿐, 두목은 독점해 제멋대로 나쁜 짓을 저질렀다. 밖에서 온 거지는 모두 먼저 두목을 예방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구걸할 수 없었다. 강호의 불법 선착장이나 다름없었다. 두목을 예방하는 것이 강호 항방의 규칙 중의 하나인 ‘배마두(拜碼頭)’이다. 예를 들어 현지의 ‘화상을 말하는 거지’가 사라계를 치면서 밥 좀 달라며 돌아다니는 외지에서 온 동업자를 보면 곧바로 본지 사라계 치는 거지에게 먼지 통지하고 즉시 나아가 노래하였다. “죽판을 치니 딸랑딸랑, 상부(相府)는 어디에서 오셨소?” ‘상부’란 강호에서 밥을 얻어먹는 사람의 통칭이었다. ‘대광’ 개방 중의 맹인 거지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외지에서 온 동업자가 만약 항방의 규칙을 알고 있다면 곧바로 노래로 답했다. “지금 막 도착해서, 겨를이 없었네요. 곧바로 거상을 찾아갈 거외다.” 그러고는 즉시 이거를 찾아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두 손으로 밥통을 떠받들고 말했다. “여러 부상님들, 밥통을 점검하소서!” 구걸해온 돈이 모두 밥통 속에 있으니 여러분이 살펴보라는 말이다. 이거 중의 한 사람이 상황을 보고 앉으라고 청하면 외지에서 온 거지는 밥통 속에 있는 돈을 쏟아내어 세면서 말했다. “오늘은 괜찮았습니다. 적지 않은 부스러기〔사자(渣子), 동전의 은어〕를 얻었고 나는 호랑이〔비호자(飛虎子), 지폐의 은어〕도 있습니다요. 여러분이 쓰십시오!” 이거의 사람이 답한다. “같이 써야지요.” 그러고서는 사라계와 밥통을 벽에 걸어두고 차를 마시면서 물었다. “상부, 상부는 어디에서 오셨소?” “상부라 부를 정도는 아닙니다. 사부를 만난 건 늦었기도 하고 사부를 일찍 떠나보냈습니다. 종종걸음 치는 놈일 뿐입니다.”(자기는 강호를 강중거리며 다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하는 말이다) 연이어 물었다. “어느 집안의 밥을 먹소?” 그러면 자신은 모 문 모 가〔정(丁), 곽(郭), 범(范), 고(高), 제(齊) 5가로 나뉘고 외문으로는 한(韓) 3문으로 나뉜다고 전한다〕 출신이고 모모 인의 발(사부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것)로 뛰고 있으며 모모 인의 밥주걱〔표파자(瓢把子), 사형이 누구냐를 말하는 것〕을 가지고 다닌다고 말한다. 연이어 사부와 태사부 등등을 묻는다. 대답하는 데에 오류가 없으면 본 가문의 사람(본 항방의 동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특별히 친하게 지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사부를 데리고 오라고 말한 후 물건을 압류하였다. 외부에서 와서 가문이 없는(항방에 가입하지 않은) 자는 그들에게 분명히 설명한 후에 믿음을 얻어 관례대로 밥을 빌어먹는다 하여도 항방에 가입되어 있는 거지처럼 그렇게 친밀해지지는 않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원래는 ‘쓸모없는 부채에 의지하다’(靠死扇子)인데 은어(암호)다. 뜻은 ‘要飯的化子’로 밥을 구걸하는 거지를 가리킨다. 2) 사랍계(沙拉鷄), 악기의 일종이다. 왼손에 두 줄기 판목을 연결시켜 만든, 판의 밑 부분이 보검 모양, 길이 약 30센티미터 넓이 약 2센티미터, 밑 부분은 3개의 얇은 철판이 드리워진 판(板)을 들고 흔들면 딸랑딸랑(叮叮当当)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 오른손에 길이 40센티미터 넓이 2.5센티미터 되는 대나무로 만든 판을 든다. 양측에 각각 29개의 끝이 원추형인 톱니가 있다. ‘salaji’, 곡예계(曲藝界)에서는 ‘수래보(數來寶)’의 박자를 맞추는 악기의 하나라는 것이라 한다. 발음을 빌린 것이라 한어가 제각각이다. ‘撒拉机’, ‘撒拉鸡’, ‘沙拉鸡’. ‘撒拉姬’, ‘撒拉击’, ‘撒拉笈’, ‘萨拉鸡’, ‘萨拉机’, ‘萨拉基’, ‘萨拉击’, ‘撒拉基’, ‘仨拉机’, ‘仨拉吉’, ‘仨拉击’ 등이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실제로 옛날에 궁가항 부류의 거지 항방(行幇)은 중국 어디에나 존재하였다. 일정한 지역을 각자의 기본 활동 영역으로 산재되어 있었고 연결되어 있었다. 청나라 말기 민국 초기에 길림(吉林) 해룡(海龍) 일대에 ‘대광(大筐)’과 ‘이거(二柜)’ 두 종류의 거지 항방이 활동하였다. 이른바 ‘대광’은 거지 집단이었다. 절름발이, 소경, 병자와 같은 거지가 평일에는 도시에 살다가 봄과 여름에 향촌으로 내려가 양식을 구걸하였다. 양식을 구걸할 때 ‘낙자두(落子頭)’가 무리를 이끌었다. ‘순자(順子)’라 부르는 작은 몽둥이나 ‘흘미(吃米) 팻말’을 손에 들고 갔다. 그 팻말은 지현(知縣)이 준 것으로 ‘황제의 명을 받들어 양식을 구한다’라는 증좌였다고 전한다. 이유가 충분하니 하는 말이 당당했다. 양식을 구할 때 쓰는 도구는 유관(柳罐, 버드나무 잔가지로 엮은 두레박 형태의 용기)이었다. 그래서 ‘대광(大筐)’이라 하였고 우두머리는 ‘광두(筐頭)’라 불렀다. 낙자두는 유관을 들고 무리와 함께 향촌으로 내려갔다. 주로 돈이 있는 천석꾼에게 양식을 요구했다. 그의 조수를 ‘방락자(幇落子)’라 불렀다. 낙자두는 조리 있게 말을 잘했고 대담했다. 황상이 효수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양식을 구할 때에는 사람을 보고 접시를 내놓듯이, 상대의 상황을 보고 행동하였다. 일반 집에 가면 유관을 집문 앞 반석 옆에 놓고 이상한 소리로 내질렀다. “주인님, 절름발이, 소경이 왔소, 먹을 양식 좀 주시오!” 그런데 세력 있는 향신 대문 앞에 가면 유관을 대문에서 3척 떨어진 곳에 놓았다. 세속은 권력이나 재력을 따지는 성질이 있다. 강자를 두려워하고 약자를 업신여긴다. 사회 하층에 속한 거지가 사람에게 구걸할 때에도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랐다. 분수에 따른 것일 터이다. 구걸해온 양식은 모두 광두가 분배하였다. 안으로는 개방의 가문을 관리하고 밖으로는 관부와 왕래하였다. 일종의 지방의 ‘인물’이었다. 매번 얻어온 양식은 대광에 속한 거지가 반 년 동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였다. 큰 수레를 이용하여 도시로 끌고 간 후 광두가 등급에 따라 분배하였다. 광두는 우두머리이니 도리로 보아 당연히 두 몫을 가져갔다. ‘선자(扇子)’는 한 손에 죽통〔竹筒, 송대의 범중화(范仲華)가 남긴 것이라 전한다〕을 들고 다른 손에는 신발바닥을 들고 애처롭게 부르짖으며 갈비뼈를 때리면서 구걸하는 거지다. ‘요자(舀子)’〔‘회자(擓子)’라고하기도 한다〕도 있다. 벽돌을 들고 자기 머리를 치며 먹을 것을 구걸하는 거지다. ‘파두(破頭)’도 있다. 칼로 자기 머리를 찍고 구걸할 집의 대문 앞에 드러누워 양식을 구걸하는 거지다. 그들은 낙자두와 한 통속이었다. 대광이 향촌으로 내려가 양식을 구걸하는 골간으로 각자 일정한 양을 분배받았다. ‘상부(相府)’(맹인 거지), ‘소락자(小落子)’(평상시에 작은 유관을 어깨에 메고 일반 집에 가서 간장, 짠지와 같은 것을 구걸하는 미성년의 어린 거지), ‘흘미적(吃米的)’(여성 맹인 거지)은 공헌이 그리 많지 않고 능력이 많지 않아 각자 반씩 분배받았다. 분배할 때 먼저 함께 먹을 양식을 남겨두고서 모두에게 입을 옷을 제공하였다. 남포(藍布) 옷 밖에 낡은 옷을 걸치는데 ‘음양저(陰陽底)’라 불렀다. 이런 절름발이, 병자, 맹인인 거지는 서로 운명을 같이 했고 서로 협력하였다. 큰 대오가 향촌으로 내려가 양식을 구할 때 개를 끌고 길을 안내하는 맹인 거지는 ‘연간(軟杆)’이라 불렀다.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앞에서 길을 인도하다가 구덩이를 만나면 ‘공(空)’이라 외치며 뒤따라오는 맹인 거지에게 다리를 높이 들라고 알려주었다. 그를 ‘경간(硬杆)’이라 불렀다. 그들이 대부호에게 양식을 구걸하는 근거는 궁가항의 조사 숭배 전설과 비슷했다. 옛날에 공자가 진(陳)나라에서 곤경에 빠지자 안회(顔回)를 보내어 범단(范丹)에게 산처럼 쌓인 쌀과 밀을 빌린 후에 후세에 대련을 붙인 집에서 빚을 대신 갚도록 했다는 게 구걸하는 근거였다. 대광 구성원 중에 사람이 죽으면 관 안에 흑사 사발을 4개 넣어주었다. 말굽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마 한 가닥을 넣었다. 말꼬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 내포하는 뜻은 이렇다. 죽은 자가 죽기 전에 한 평생 집집에서 밥을 얻어먹었기에 다음 생에는 역참 사이에서 편지를 전달하는 역마로 태어나 전생에서 입은 은혜를 갚으려 한다는 의미였다. 민국 초기에 정부가 대광을 금지하면서 사라졌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활념자는 소매치기하거나 닭을 훔치는 등 소도둑과 같은 부류다. 그 조사(祖師)는 둘이 있다고 전한다. 사(梭) 씨와 이(李) 씨로, 통주(通州) 상촌(上村)의 탈곡장에서 살았다. 어느 날, 둘이 집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술을 마셨다. 깨진 그릇에 가득 담긴 짠지가 전부였다. 깨진 주전자로 술을 따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가정〔嘉靖, 혹은 ‘가경(嘉慶)’, 구전이 정확하지 않아 애매하다〕 황제가 그곳에 몰래 방문하여 세 명이서 함께 술을 마시고 짠지를 안주로 먹었다. 나중에 황제는 하급 관리 자리를 줄 테니 일을 하라했으나 거절하자 둘에게 철포죽(鐵炮竹) 3개를 선물로 주고 군문(軍門, 청대에 제독에 대한 존칭)에 봉했다. 이후 사(梭)·이(李)는 한 파가 되었다. 사람들은 ‘사이(梭李)는 믿을 수 없다’라고 했는데 그들이 궁가항의 정파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사념자는 그들을 업신여겨 그들과 왕래하지 않았다. 그들도 스승과 제자 사이에만 전했고 사람 수도 적었다. 활념자는 아문의 포졸과 결탁해 훔쳐온 물건을 포졸 등에게 뇌물로 주고 암암리에 보호를 받았다. 훔친 물건의 주인이 세력이 있는 사람이라서 포졸을 찾아오면 포졸은 활념자에게 물건을 돌려주라고 했다. 훔쳐온 물건은 곧바로 장물로 처분할 수 없었다. 며칠이나 한 달 정도 보관하면서 상황을 본 후에나 처분이 가능했다. 가난한 사람에게서 닭이나 음식을 훔쳐오는 것은 예외였다. 아무 때나 처분할 수 있었다.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이른바 ‘간상(杆上)’은 포수(炮手, 전문적으로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다. 사념자는 자신이 활동하는 지역을 잘 알고 있었다. 혼례나 장례를 치르는 집이 있으면 ‘간상’을 초청해 폭죽을 터뜨리게 하고 비교적 많은 돈을 받아내었다. 그 사이에 구걸하러 오른 사람이 있으면 간상이 나서서 상대하였다. 실제 간상은 사념자 중의 능력 있는 사람이나 악질분자였다. 외지의 사념자나 활념자가 현지에 와서 활동할 때에는 간상에게 이로움이 있었다. 간상을 불러 자신들을 보호하도록 하고 보상하였다. 사념자와 활념자는 통칭 ‘유방(游方)’이라 하고 간상은 ‘좌방(坐方)’이라 불렀다. 유방이 모처에 가서 혼례나 장례에서 구걸하려면 좌방을 찾아가야 했다. 좌방이 그들을 데리고 가서 돈을 요구하고 구걸하여, 그들을 만족시키기 때문이었다. 만약 좌방이 유방의 요구에 만족시키지 못하면 유방은 길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시비를 가렸다. “당신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이요? 사부가 당신을 똑바로 가르치지 않았단 말이요? 밥 한 그릇을 가지고 둘이 나누어 먹겠다는 거요?” 즉시 그의 폭죽통과 만두 등을 뺏어버리며 말했다. “당시 사부에게 직접 와서 찾아가라 하시오!” 간상은 도제 간에 승계했기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직무를 이어받았다. 총결하면, 사념자는 궁가항의 주체다. 궁가항의 큰 수령을 ‘당가(當家)’라 부르고 밑에 각각 ‘염(捻)’이 있었다. 서너너덧이 1념이고 그 두목이 누자두(簍子頭)이다. 누자두는 거지들이 얻어온 것 중에서 대략 10%를 거두어 들여 자신이 사용하였다. 거지가 쓰는 먹는 소금은 모두 누자두가 공급하였다. 궁가항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고개 숙여 절하며 스승으로 인정하여야 했다. 스승으로 인정하는 것을 ‘배간(拜杆)’이라 한다. 배간할 때에는 3명이 있어야 했다. 사부(師傅), 명사(明師), 인사(引師)다. 면전에 1척 길이의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된 막대기를 설치했다. 붉은색은 위로 향하고 검은색은 아래로 향해야 했다. 술잔 없이 술 주전자를 가지고 돌아가면서 두 손으로 들고 마셨다. 사부에게 절하면 알려주었다 : 너는 몇 대이고 어떤 문파에 속하며 명사, 인사 각각 무슨 문파이고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인지 세세히 알려주었다. 추천한 사람을 불러 조직의 규칙을 위반하지 않겠다고 보증을 받은 후에 세워둔 막대 주위에 빙 둘러 서서 술을 뿌렸다. 스승을 인정하는 데에 어떤 사람은 타판, 소뼈, 소쿠리, 취사그릇 등을 나열해서는 똑같이 주위를 돌며 술을 뿌렸다. 이때부터 궁가항에 가입했다는 것을 확증한 것이다. 조직에 들어간 후 구걸할 때에는 ‘춘전(春典)’을 익힌다. 은어(隱語), 즉 암호(暗號)다. 예를 들어 유(柳), 월(月), 망(望), 재(在), 중(中), 신(神), 흥(興), 장(張), 애(愛), 거(居)는 1부터 10을 세는 암호다. 양(陽), 흑(黑), 도(道), 첩(妾)은 남, 북, 동, 서를 가리킨다. 이외의 암호는 다음과 같다 : 구걸할 때 어깨에 거는 도구인 탑자(搭子)는 노회(老灰), 머리를 찌르는 용도의 낫은 경자(輕子), 길가의 가을에 수확한 농작물을 훔치는 것을 타락재(打洛栽), 폭죽은 돈자(蹾子), 신관은 화묘자(火苗子), 화약은 피(皮), 불을 붙이는 용도의 화향(火香)은 화구(火邱), 야채를 써는 칼은 사도(師刀), 목청은 환두(喚頭), 등은 양자(亮子), 성냥은 진성자(進星子), 돈은 저(杵), 문머리에 붙이는 길상 도안은 간저(干杵), 해가 보이지 않은 흐린 날씨는 상만자(上漫子) 또는 타붕(打棚), 탁상용의 술병(주전자)은 용두(龍頭), 그릇은 봉미(鳳尾), 안을 댄 중국식 저고리는 칭길(稱吉), 양말은 왕(汪), 신발은 노언(蘆言), 밥을 먹는 것을 상간(上啃), 술을 마시는 것을 포병(抱甁), 개는 피자(皮子) 등등 대부분 강호 잡류의 은어(암호)와 상통한다. 동업자를 만나면 먼저 ‘고생하십니다’ 말하고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은 큰데 다리는 짧구먼’(올라가려 하나 높이 올라가지 못한다는 뜻)라고 말했다. 길에서 동종의 말을 주고받는 동업자를 만나면 반드시 사부, 명부, 인부의 이름을 말해야 했다. 항렬에 따라 좌석 배열이 다른 것이 규정이었다. 그들 내부에서는 좌석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서열을 구분하였다. 윗사람은 사부, 사숙이라 불렀고 항렬이 같은 사람은 형제라 불렀다. 등급에 따라 서열이 뚜렷하였다. 옛날에 영진현에서 초하루, 보름이면 궁가항의 ‘누자두’가 나서서 각 점포에서 돈을 구걸하고 얻은 돈을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누자두가 있는 지역에서는, 설에는 각설이 타령을 부르며 재신(財神)을 맞이하고 보내며 예를 올리거나 신년을 축하하는 방식으로 재물을 구걸하였다. 평상시에는 여러 거지가 시장이 열리는 기회를 이용하여 흩어져 있는 노점상에게서 재물을 구걸하였다. 하는 김에 부잣집에서 솥이나 노잣돈 얻었다. 밀 수확할 때나 추수할 때마다 누자두는 여럿을 거느리고서, 무리를 결성해 일륜차를 밀고 지주 부농을 찾아가 양식을 요구하는 ‘개설거(開踅去)’를 두 번 행했다. 갈 때에 말을 잘하는 누자두를 ‘장설(掌踅)’로 추천하였다. 장설인 누자두는 잠겨있는 작은 상자 하나를 들고 갔다. 안에는 성인부(聖人府)가 발행한 증명서와 황릉(黃綾) 바탕의 용봉기(龍鳳旗)가 놓여있었다. 상대방이 “내가 당신에게 빚진 게 있소?”라고 말하면 장예는 곧바로 받아쳤다. “내게 빚진 것은 당신은 갚지 못할 거요! 당신, 성인의 책을 읽어봤소? 당신이 대련을 붙이면 내게 빚을 갚아야 하오.” 필요할 때에는 증명서와 용봉기를 꺼내들었다. 응대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생떼를 쓰며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작은 지방에서나 효과가 있었다. 무사를 양성해 집안을 보호하거나 현지의 ‘간상’을 이용하는 호족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런 ‘개설(開踅)’로 양식을 요구하는 이론 근거는 실제 가난한 집안이 조상 숭배 전설을 믿는 행태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이 받아들이던 받아들이지 않던, 의지하는 것은 많은 사람의 숫자다. 억지로 빼앗는 구실이요 핑계일 뿐이다. 빈부 격차가 현저하고 계급 갈등이 첨예했던 역사 조건 아래서는 거지의 생성과 존재에 일정한 ‘합리’적 요소가 있다고 할 수는 있겠다. 그렇다고 그런 역사 배경이 아니라면 완전히 ‘불합리’한 현상으로 바뀌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