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3000호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하며 주택시장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244호로 6월보다 2.3% 줄었다. 이 중 제주지역 미분양은 2924호로 집계됐다. 입주가 가능한 '준공 후 미분양'은 1611호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2만7057호로 한 달 새 341호(1.3%) 늘었다. 전체의 83.5%가 지방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는 소폭 감소했음에도 지방권 주택시장의 '악성 재고'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역별로는 대구(3707호), 경남(3468호), 경북(3235호), 부산(2567호) 순으로 많았고, 충북은 한 달 새 22.7% 급증했다. 주택 공급 지표도 불안하다. 지난달 인허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 줄었고 준공도 12.0% 감소했다. 특히 지방 준공 물량은 44.2% 줄어든 반면, 수도권은 46.5% 늘어 대조를 이뤘다. 거래 시장 역시 냉각세를 보였다. 전국 주택 매매는 6만4235건으로 6월월보다 13% 줄었고, 아파트만 놓고 보면 서울이 21.5%, 수도권 전체가 23.8% 감소했다. 제주 역시 거래 위축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도내 부동산 전문가 김모씨는 "제주를 포함한 지방의 미분양 문제는 건설사와 금융권에 구조적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며 "공급 조절과 수요 회복 전략을 병행하지 않으면 악성 재고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의사 면허 없이 전국을 돌며 침 시술을 한 7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배구민 부장판사는 29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70대 A씨에게 징역 2년 4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224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B씨(70대)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제주를 비롯해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을 돌며 치매·암 등 각종 질환을 앓는 환자 120여명을 상대로 무면허 침 시술을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불치병은 없다", "평생 못 고친 병도 내가 고칠 수 있다"는 말로 환자들을 속였다. 일반 한의원보다 5배가량 비싼 비용을 받아 약 2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8㎝ 길이의 장침을 쓰거나 침을 꽂아둔 채 환자를 돌려보내는 등 비정상적인 시술을 해 복통·염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도 드러났다. A씨는 과거에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 판사는 "A씨는 동종 전력이 여러 차례 있음에도 같은 범행을 반복했다"며 "B씨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해안 지역에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며 늦여름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 최저기온이 27도를 웃돌고 낮에는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치솟고 있다. 29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8일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제주(북부) 27.0도, 서귀포(남부) 27.5도, 고산(서부) 26.2도, 성산(동부) 26.6도로, 모두 25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올해 들어 누적 열대야 일수는 서귀포 56일, 제주 53일, 고산 41일, 성산 35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밤사이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낮 동안에도 무더위는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 북부·동부에는 폭염경보, 남부·서부·중산간·추자도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돼 산지를 제외한 제주 전역이 폭염특보 영향권에 들어 있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오르고, 밤에도 열대야가 지속될 것"이라며 "수분 섭취와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등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소상공인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최저 수준에 머무르며 '성장 없는 생존'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27일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제주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12만1000개로 5년 전보다 22.7% 증가했다. 그러나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1억3610만원으로 호남권 광주(1억6600만원), 전남(1억6580만원)보다 낮아 지역 간 격차가 뚜렷했다. 매출 규모별 분포에서도 2000만원 미만 구간의 비중이 34%로 비교 지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창업은 활발하지만 소득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셈이다. 업종 편중도 뚜렷하다. 2023년 창업 사업체 중 숙박·음식점업 비중은 28.4%로 가장 많았으나 폐업 비중 또한 26.6%로 최다를 기록했다. 관광 수요에 기댄 업종 쏠림이 결국 과잉 경쟁과 높은 폐업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자의 연령 분포에서도 불균형이 나타났다. 전체 소상공인 대표자는 50대가 31%로 가장 많지만 신규 창업에서는 40대가 30.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존 사업체는 고령화되는 반면,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청년·중장년층 창업이 늘어나면서 장기 성장이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제주 소상공인의 5년 생존율은 40.3%로 호남권 3개 지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생존 이후 매출 성장이나 업종 다변화는 뒤처지면서 장기적 경쟁력은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내 청년 창업자 홍모씨(29·여)는 "매출이 날마다 줄어들어 아르바이트생조차 쓰지 못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며 "힘들어 폐업을 고민했지만 창업 과정에서 받은 대출과 가맹계약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마음대로 접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병우 호남지방통계청 지역통계과장은 "제주는 오래 버티지만 크게 벌지 못하는 모순에 갇혀 있다. 성장 없는 생존이 반복되면 지역경제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관광 편중에서 벗어나 업종 다변화와 내수 기반 확충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가 인구 대비 식중독 환자 발생률이 높은 지역으로 나타나 위생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24년 식중독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식중독은 265건 발생해 7624명의 환자가 집계됐다. 발생 건수는 경기가 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산 29건, 서울·경남 27건, 충남 19건, 경북 18건, 전북 16건, 제주·충북 15건 순이었다. 제주에서는 모두 20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경기도(1898명)와 전북(1223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인구 100만명당 환자수로 환산하면 제주는 301명으로, 전북 698명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았다. 식중독 원인 병원체는 살모넬라가 32%로 가장 많았고, 노로바이러스(20%), 병원성대장균(13%) 순으로 조사됐다. 2021년부터 3년간 식중독 주요 원인균이었던 노로바이러스가 살모넬라에 자리를 내준 셈이다. 살모넬라는 주로 오염된 식품 섭취로 감염된다. 지난해 발생한 사례 중 66%가 식당에서 비롯됐다. 식약처는 달걀 껍데기를 통한 교차오염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달걀을 만진 뒤 반드시 손을 씻고 다른 식품을 조리할 것을 당부했다. 식약처는 "노로바이러스는 전체 집단급식소 식중독의 35%를 차지하며 생굴이나 김치, 지하수 등 오염된 식품 섭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안전하게 익혀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식중독은 주로 7월에서 9월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9월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해 개인과 업소 모두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은 27일 오전 지난 5월 모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교육활동 보호 정책' 기자회견에서 "'우리학교변호사' 제도를 신설·운영해 특이민원에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앞서 지난달 10일 제주지방변호사회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률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해 31명의 매칭 변호사를 확보했다. 도교육청은 도내 전체 194개교를 5개 지구로 나누고 지구별로 3∼9명의 변호사를 배정했다. 이들 변호사는 다음달부터 학교에서 특이민원이 발생하면 법률 자문 등을 지원하고, 교원이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경우에 동행해 지원한다. 김 교육감은 또 도교육청 통합민원팀을 갈등 조정 전문가, 변호사, 전직 경찰관, 학생 보호자 등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확대 개편해 특이민원에 대한 법률 자문, 분쟁 조정, 행정 지원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민원팀으로 특이민원이 이관되면 장학사와 변호사가 신속하게 학교를 방문해 사안을 파악하고 통합적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특히 교원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교사 비율을 현행 11%에서 최대 2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교원 비율이 50%를 넘을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을 고려하면 교사 비율을 최대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제주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교장, 교감 등 관리자를 포함한 전체 교원의 비율은 32%인데 관리자 수를 줄여서라도 교사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도교육감은 이 밖에 다양한 사전 예방, 사후 지원 방안을 내놨다. 사전 예방을 위해 그동안 여러 경로로 제기됐던 학교의 모든 민원을 학교 대표전화, 학교 누리집 '민원신청' 메뉴 등 공식 창구를 통해서만 신청·접수하기로 했다. 교원의 개인 연락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현재 한 가지 유형으로 지원하는 교원안심번호서비스 유형을 확대한다. 사후 교원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직통전화 1599-9179(구해줘, 친구야)를 개설하고, 전문가의 심리상담을 최대 12회까지 할 수 있게 한다. 휴직 교원에 대해서도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교육활동 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교권 침해에 대한 제도적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활동보호정책지원단을 상시 운영하고, 교육활동보호센터 누리집에 제안 창구를 개설해 운영한다. 김광수 교육감은 "힘들고 아프면 쉬고 말해야 한다. 교사들이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더 보고 더 들으며 현장에서 요구하는 대책이 있다면 보완해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서귀포의료원이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 공사를 추진하면서 법정 절차를 누락하고 특정 업체와 특혜성 계약을 반복하는 등 모두 25건의 문제점을 노출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28일 서귀포의료원 종합감사 결과를 공개하며 의료원이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119병상 규모 급성기병상 증축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심의와 일상감사를 거치지 않은 채 공사를 발주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비는 585억원에 달해 법적으로 심의와 감사 절차가 필수적이었다. 의료원은 또 37억8000만원 규모의 건설사업관리용역 역시 계약 심사를 받지 않고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원은 중환자실 증축 및 본관 리모델링 사업 건축설계용역을 공모 방식 대신 기존 설계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추진했고, 올해 2월 옥상 헬기장 증축공사 설계용역에서도 동일 업체와 재차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위는 "수의계약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해 다른 업체들의 참여 기회를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재활병원 CCTV 설치공사 계약 부적정으로 인한 민원 발생 ▲의약품 조제 과정 서류 미비 ▲고압산소치료센터 재해 예방 대책 미흡 ▲비위 해임 임원 퇴직금 감액 규정 누락 ▲인사발령 부적정 ▲음주운전 등 징계 관련 내부규정 미흡 ▲공공산후조리원 대행사업비 지원·정산 방식 불합리 ▲의사용 기숙사 유휴세대 존재에도 외부 숙소 임차료 지원 ▲업무추진비 집행 부적정 등 문제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감사위는 계약업무를 부당 처리한 과장에 대해 중징계를, 관련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요구했다. 또 의료원에 대해 내부 규정 정비와 관리·감독 강화로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전국체전이 내년 제주에서 열린다고요? 근데 전 스포츠에는 관심이 없어요." 내년 가을, 제주는 한 달간 '스포츠 섬'이 됩니다. 9월에는 31개 종목·1만여 명이 참가하는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0월에는 50개 종목·3만여 명이 모이는 제107회 전국체육대회가 잇따라 열립니다. 155명 규모의 조직위원회가 출범했고, 도청·교육청·체육회·경찰까지 총동원해 경기장 보수와 운영 준비에 한창입니다. 그러나 거리에서 '전국체전' 이야기를 꺼내면 돌아오는 도민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아, 선수들이 하는 거잖아요", "우리랑 상관없다"는 말이 심심찮습니다. 대회가 눈앞인데 체전이 지역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기운은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주는 K리그1 제주SK FC(전 제주 유나이티드)가 있는 '축구의 섬'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스포츠 다양성이나 관심 확산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전국은 지금 창단과 이전으로 들썩입니다. K리그2는 내년 김해·용인·파주가 합류하고, KBL 농구는 전주 KCC가 부산으로, 고양에는 새 구단이 들어섰습니다. 배구도 안산 OK금융그룹이 부산으로 이전했습니다. 이 '확장과 재편'의 지도 속에서 제주는 비어 있습니다. KBO 규격 야구장도, KBL·V리그 기준을 충족하는 실내 아레나도 없습니다. 과거에도 시도는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민간 주도로 '제주 프로야구단' 창단이 논의됐으나 항공 이동·원정 숙박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2010년대에도 실내 프로구단(농구·배구) 유치를 위한 타당성 검토가 있었지만 관중 기반 부족과 기업 스폰서 풀의 한계로 무산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제주에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발목을 잡았던 구조적 부담은 기술과 시장 변화로 상당 부분 완화됐습니다. 항공 운임은 대형 단체 계약과 저비용항공사(LCC) 노선 확대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낮아졌고, 원정 숙박도 성수기를 피해 비수기 관광 인프라를 활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경기 일정과 관광 일정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을 만들면 외부 관중을 유치하는 동시에 지역 관광 소비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예매·모바일 티켓, 방송·스트리밍 기술 발달로 '현장 관중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자리 잡았습니다. 예전에는 '돈이 너무 든다'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경기할 시설조차 없다'는 인프라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국체전처럼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대규모 이벤트가 열려도 그 열기가 지역 스포츠 문화나 상시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체전 기간에는 경기장마다 함성이 울리고, 미디어가 연일 메달 소식을 전하지만 막을 내리는 순간부터 스포츠 뉴스는 자취를 감춥니다. 남는 건 '축구의 섬'이라는 이미지와 K리그 한 종목에 쏠린 관심뿐입니다. 제주SK FC의 관중 동원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23시즌 평균 8155명으로 인구 10만명당 관중 수 전국 1위를 기록했고, 1만명을 넘긴 홈경기도 나왔습니다. 올 시즌에도 평균 6000명대 후반을 유지하며 K리그1 중위권 수준을 보였습니다.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특히 접근성이 제한적인 섬 지역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대형 프로스포츠가 없는 환경을 고려하면 '축구의 섬'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충성도 높은 팬층이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홈경기 때마다 도민뿐 아니라 관광객까지 관중석에 앉는 독특한 관람 구조도 제주만의 강점입니다. 그러나 절대 관중 규모로 보면 여전히 상위권 구단과 격차가 큽니다. FC서울·전북현대·울산현대 등은 평균 1만명 이상을 꾸준히 모으고 있고, 대구FC도 1만명대에 근접한 관중을 유지합니다. 제주는 축구에서만 비교적 존재감을 보일 뿐 농구·배구·야구 등 다른 종목에서는 이렇다 할 프로스포츠 관중 문화나 팬덤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스포츠 소비와 관심이 특정 종목에만 쏠리는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지역은 전국체전을 계기로 종목 저변을 넓히고, 생활체육 참여를 늘립니다. 프로 구단 유치 논의까지 연결해 스포츠 생태계를 확장합니다. 충남 보령시는 전국체전 이후 머드광장을 활용한 해변 스포츠 대회를 상설화했고,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 시설을 리그·국제대회 유치 거점으로 전환했습니다. 일부 도시는 체전 이후 경기장을 리그 홈구장으로 개조하거나 청소년·여성·장애인 스포츠 프로그램을 상설 운영하며 지역의 일상 속에 스포츠를 심습니다. 김해시는 제105회 전국체전 주 개최지로서 성공적인 대회 이후에도 전국 단위 스포츠대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스포츠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전국체전 개·폐막식이 열린 김해종합운동장은 시민친화형 복합문화스포츠 공간으로 조성돼 체육대회는 물론 K-pop 공연, e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김해시는 설계 단계부터 수익시설과 생활체육시설을 이원화해 대회가 없는 시기에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또 김해는 프로축구 K리그3 소속 시민구단인 김해 FC의 K리그2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전국체전에서 형성된 스포츠 열기를 프로스포츠 확장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김해 FC가 지역사회의 새 구심점이 돼 시민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 지역 성장을 견인하는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김해시는 전국체전을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인 스포츠 인프라 확충과 프로 구단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스포츠 도시' 전략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반면 제주는 그 거대한 파도가 지나간 뒤 다시 고요해지는 '한 시즌짜리 스포츠 축제'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나마 시즌이 끝난 각 종목의 프로구단들이 전지훈련지로 제주를 찾으며 경기장이 먼지 쌓이는 일은 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외 전지훈련이 재개되고 일본 등으로 구단들의 발길이 옮겨가면서 이마저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경기장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리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팬 문화와 지역 정체성이 스며들어야 뿌리내립니다. 이도현 전북현대 단장은 "스포츠 이벤트는 단발성 흥행으로 끝나선 안 된다. 지역과 팬이 상시적으로 교류하며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가 다시 팀과 대회를 지탱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경기와 대회가 끝난 뒤에도 팬들의 관심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구단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시설 활용 전략이 필수다. 이런 기반이 있어야 스포츠가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은 창단과 이전으로 스포츠 지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 내년 전국체전을 치르고도 여전히 '스포츠 변방'으로 남을 건가요? 잠깐만요!! 전국체전이 끝나도 이어질 스포츠 이야기, 준비돼 있습니까?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 <잠깐만요!!>는 <제이누리>만이 아닌 여러분의 생각도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 컷 또는 여러 컷의 사진에 담긴 스토리와 생각해볼 여지를 사연으로 담아 보내주십시오. 저희가 공유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보낼 곳은 제이누리 대표메일(jnuri@jnuri.net)입니다.
제주도 해안 전역에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역대 2번째 장기간 기록이다. 28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제주지역(제주·서귀포·성산·고산 평균)의 올해 열대야 일수는 현재 45.3일로,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이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역대 2번째로 많다. 지점별 열대야일수는 서귀포(남부) 55일, 제주(북부) 52일, 고산(서부) 40일, 성산(동부) 34일로 관측 이래 제주와 서귀포는 역대 3위, 고산은 2위, 성산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에서 열대야가 역대 가장 많았던 해는 지난해로 63.5일 발생했다. 지점별로는 제주 75일, 서귀포 68일, 성산 60일, 고산 51일이었다. 제주에서는 한동안 열대야가 더 나타날 전망이다. 기상청 중기예보를 보면 다음달 초까지 제주도 최저기온은 25∼27도로 예보됐다. 제주에서는 9월 열대야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제주도의 9월 열대야일수 평년값은 1.3일이다. 더위가 극심했던 지난해의 경우 9월에만 열대야가 15.5일(제주 19일, 서귀포 18일, 성산 14일, 고산 11일)이나 발생했다. 기상청은 산지를 제외한 제주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당분간 낮 동안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북부·동부 35도) 안팎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고, 밤에는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으니 건강관리 등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1회 전국 소상공인 한마음 걷기대회'가 오는 31일 서귀포시 올레 8코스 일부 구간에서 열린다. 제주도가 후원하고 제주도소상공인연합회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걷기대회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 제주 개최를 기념하고, 소상공인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걷기대회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이어도프라자에서 출발해 주상절리 매표소, 중문단지 축구장, 대포포구 등 올레 8코스 일부 구간을 거쳐 약천사 주차장까지 약 3.7km구간에서 이뤄진다. 현재 전국 소상공인연합회 임원 등 400여 명과 서귀포시 걷기 협회 400여 명이 등록을 마쳤다. 도민과 관광객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에게는 삼다수 및 수건, 완주기념품(탐나는전 5000원) 등을 증정한다. 주상절리대 입장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료입장의 혜택도 주어진다. 또 걷기대회를 기념해 서귀포시립합창단과 전국 무용제 대통령상을 수상한 다온무용단 등의 공연도 펼쳐진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대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필수의료 과목 지원자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필수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도민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7일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이어진 하반기 전공의 공개 모집에서 모집 정원 69명 중 30명만 지원해 지원율은 43%에 그쳤다. 세부적으로는 인턴 9명, 레지던트 1년차 9명, 레지던트 상급 연차(2~4년차) 12명이다. 특히 필수의료 과목은 심각한 미달 사태를 보였다. 병원은 이번 모집을 통해 내과 15명, 소아청소년과 1명, 심장혈관흉부외과 1명, 응급의학과 6명, 신경외과 1명, 신경과 1명 등 주요 진료과를 충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내과에 6명이 지원했을 뿐 나머지 과목에는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현재 제주대병원 전공의 정원은 100명이지만 실제 근무 중인 인원은 31명에 불과하다. 필수과목 전공의가 빠져나간 자리를 교수진과 의료진이 메우고 있어 업무 과중은 물론 장기적인 진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응급의학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은 지역 환자들의 필수 진료와 직결되는 과목이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율이 전국적으로 40~60%에 머무는 반면, 수도권 대형병원은 70~80%를 기록해 격차가 뚜렷하다. 도내 의료계는 "수도권 쏠림과 섬 지역 근무 기피 현상이 겹치면서 제주 의료 인력난이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선발된 제주대병원 전공의들은 다음달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한다. 하지만 필수의료 인력 확보 실패로 지역 의료현장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내과를 제외한 필수과목 전공의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인력난은 불가피하다"며 "이대로라면 응급·외과·소아 진료 공백으로 도민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국제대가 경영난으로 내년도 정부 학자금 지원이 제한되는 대학 명단에 포함됐다. 사실상 폐교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4년 만에 정이사 체제로 전환되긴 했지만 재정난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27일 2026학년도 국가장학금·학자금 대출 등 학자금 지원이 제한되는 대학 17곳을 밝혔다. 이 중 일반·산업대 10곳, 전문대 7곳이 포함됐다. 제주국제대는 대구예술대·신경주대·나주대·대전신학대 등과 함께 '경영위기대학'으로 분류됐다. 이번 조치에 따라 해당 대학 학생들은 내년도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신청이 1년간 전면 제한된다. 제주국제대는 이미 2019학년도부터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지정돼 내년까지 8년 연속 정부 재정지원에서 배제되는 상황이다. 앞서 제주국제대는 교비 횡령 사건으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2021년부터 임시 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동원교육학원에 정이사 8명을 선임하면서 4년 만에 정상적인 이사회 체제로 전환됐다. 정이사 체제로 돌아오면서 대학 이사회는 재정과 재산 처분에 대한 의결권을 가지게 돼 자진 폐교나 구조조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그러나 올해 신입생은 10여 명에 불과하고, 교수·직원 50여 명이 재직 중인 가운데 전·현직 교직원의 체불임금이 350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가 재정진단 결과와 관계없이 학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국제대가 향후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상화보다는 폐교 수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의 치료 가능 사망률이 여전히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의료 격차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필수의료 인력과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27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부산 금정구)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제주지역 치료 가능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45.67명으로 17개 시도 산술평균인 45.36명보다 높았다. 치료 가능 사망률은 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조기 사망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의료 접근성과 필수의료 인력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꼽힌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49.94명으로 가장 높았고, 울산은 36.93명으로 가장 낮았다. 제주 외에도 인천(49.59명), 부산(49.47명), 강원(49.26명), 전북(48.14명), 경북(47.91명), 전남(47.57명) 등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 기반을 강화해 의료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백 의원은 "지역별로 치료 가능 사망률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 의료체계가 균형 있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라며 "거주지와 상관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역별 공공병원 확충과 필수의료 인력 지원 등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역시 전공의 지원 부족으로 필수의료 인력 공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역 의료 강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우도에서 오토바이 관련 사고가 잇따라 허술한 관광지 안전관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7일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7분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에서 60대 남녀 관광객이 탑승한 대여용 삼륜 전기오토바이가 2~3m 아래 갯바위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남성 A씨가 머리에 중상을 입었고, 동승한 여성 B씨도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앞서 지난 7월에도 같은 연평리 해안가에서 관광객 2명이 탑승한 대여용 삼륜 전기오토바이가 바닷가로 떨어져 남성이 머리에 큰 부상을 입고, 동승자가 함께 다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또 지난 5월에는 연평리 해안가 인근 2m 높이 난간에서 전기오토바이가 추락해 40대 남성과 7세 여아가 다친 바 있다. 우도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대여용 오토바이와 전기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 관리와 제도적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도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도로와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행하다 보니 사고 위험이 크다"며 "안전 교육 강화와 도로 안전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잇따른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도는 우도 내 이륜차 대여업체 관리와 도로 안전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 해안 전역에서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졌다. 28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7일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제주(북부) 27.2도, 서귀포(남부) 26.2도, 고산(서부) 25.9도, 성산(동부) 25.6도 등으로 열대야가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지점별 열대야 일수는 서귀포 55일, 제주 52일, 고산 40일, 성산 34일 등이다. 기상청은 "밤사이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제주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기록하며 열대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낮에도 무더위는 이어지겠다. 산지를 제외한 제주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당분간 낮 동안 최고 체감온도 33도 안팎의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한편, 지난해 제주지역 전체 열대야 일수는 제주 75일, 서귀포 68일, 성산 60일, 고산 51일로 각각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대통령 선거를 2주 남짓 남긴 가운데 느닷없이 현직 대통령의 가공할 만한 성추문이 터진다. 백악관은 현직 대통령의 성추문을 덮기 위해 ‘알바니아’라는 동유럽의 작은 나라와의 ‘가짜 전쟁’을 조작해서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이 기상천외한 여론조작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곤두박질쳤던 ‘성추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을 멈추고 반등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대외(對外) 작전을 총괄하는 CIA는 야당의 집요한 추궁에 입장이 곤란해진다. 결국 CIA는 “알바니아와 전쟁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은 이제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발표로 야당을 달랜다. 전쟁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CIA 발표에 국민들의 관심은 다시 대통령의 성추문으로 옮겨간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다시 내리막을 탄다. 대통령의 성추문을 덮고 그의 재선 성공을 위해 ‘해결사’로 영입한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은 다시 바빠진다. ‘가짜 전쟁’ 조작으로 1차 위기를 넘긴 브린은 2차 위기에 ‘가짜 영웅’ 조작으로 대응에 나선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다음과 같다. 알바니아와의 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눈부신 전공을 세운 한 미
“정옥아, 나 어떵 허코 이? 배가 막 고프다게....” “어머니…. 아까 식사 해수게! 좋아허시는 고등어 구이영 언니가 해 온 호박잎 국에 밥 혼 그릇을 다 비워수다….” ‘배고프다’라는 말처럼 서러운 일이 또 있을까? 1923년생인 103세 어머니가 요즘 들어 자주 하시는 말씀이 ‘배고프다, 먹을 거 도라!(주라)’는 요청이다. 애써 식사를 차려 놓았는데 ‘못 드시겠다’라는 말보다야 백번 천번 배부른 소리지만, 어머니의 ‘배고프다’라는 말은 참으로 슬프고도 쓸쓸하다. 이후에 어머니가 천국 가시고 나서 덩그러니 비어 있는 어머니의 식탁을 볼 때마다, 나는 얼마나 자주 울먹이며 잘못 해 드린 흔적들을 속절없이 바라보게 될 것인지…. 오래도록 내 가슴을 울릴 후회와 한탄은 또 얼마나 자주 하게 될는지…. “이 국은 누게가 끓여시니? 호박잎도 쿠숭허고(구수하고), 촐레(반찬)도 잘 촐려신게!(차렸네)....” 아, 저 말은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자주 하시던 식사 후의 고마운 표현이 아니던가. 어머니에게 특별한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간략하게 기록해 놓는 일기장을 펼쳐서 오늘의 일상을 기록해 놓는다. 적는 김에 기후에 대해서도 몇 자 옮겨본다. ‘연일 기세를 올리고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 개편의 시동을 걸었다. 10개 기업들은 나프타분해시설(NCC) 270만~370만톤t을 줄이고 고부가가치ㆍ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는 사업재편 계획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 원칙 아래 금융ㆍ세제ㆍ연구개발(R&D) 등을 아우르는 기업별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NCC 감축량은 국내 생산능력(1470만t)의 18~25%에 해당한다. 정부로선 ‘빅딜’을 주도하진 않겠지만 사업 재편을 회피하는 ‘무임승차’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국내에서 한해 소비되는 에틸렌은 800만~900만t이다. 2016년 2219만t의 에틸렌을 생산했던 중국이 꾸준히 생산량을 늘렸고, 2027년 7225만t을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산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어려우니 국내 소비량 정도로 생산을 줄이라는 게 정부 주문이다. 이제라도 구조개편 방향을 잡은 것은 다행이지만,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한참 늦었다. 일본과 유럽은 설비 축소를 통한 구조조정에 더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육성하는 체질 개선에 나선 지 오래다.
백악관을 견학차 방문한 14세 걸스카우트 소녀를 성추행한 영화 ‘왝 더 독’ 속 대통령은 일말의 부끄러움이나 죄책감도 없다. 겨우 이런 일로 삿대질해대는 야당과 ‘반국가적’인 국민들이 괘씸할 뿐이다. 백악관 보좌관들도 어떻게 하든 이 ‘못된’ 대통령을 재선시켜 자신들의 ‘꽃길’ 확장과 연장에만 골몰한다. ‘성추행 대통령 어게인’ 프로젝트에 동원된 ‘정치 해결사’ 브린(로버트 드 니로 분)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모츠(더스틴 호프먼 분) 역시 이 뻔뻔한 프로젝트 참여에 단 한순간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자와 패거리들이 의기투합하면 천하무적이 된다. 백악관에서 걸스카우트 소녀를 추행하고도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대통령은 89%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한다. ‘무통각증(無痛覺症ㆍInsensibility to Pain)’이라는 선천성 희귀 질환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정상인이라면 자지러질 통증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질병이다. 권력자들이 보여주는 뻔뻔함을 보노라면 무통각증은 강자들의 ‘종특’처럼 느껴진다. 강자들은 약자들이 느끼는 수치심을 조종해서 약자들을 지배한다. 그러나 정작 강자들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무통각증이 희귀한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이쯤되면 거의 여론조작이라 말하는게 나을 듯 싶다. 제주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세우자는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시점에서다. 연이어 쏟아지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수치가 오히려 도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도와 도의회, 정당과 연구기관, 나아가 언론사까지 앞다퉈 민심을 계량화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제각각이고 질문은 자의적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나온 조사조차 상반된 결론을 내놓으니 도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정치적 셈법에 맞춘 각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일 발표된 제주연구원 조사에서는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 찬성 46.3%, 반대 3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찬성 응답자의 63%는 내년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도입을 원한다고 답했다. 표면적으로는 찬성이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공개한 여론조사는 정반대였다. 도당 조사에서는 3개 구역안 반대가 43.1%, 찬성이 35.9%로 반대가 더 많았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정반대 결론이 도출된 셈이다. 도의회는 다시 별도의 여론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번 조사는 1500명을 대상으로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권고안 인지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법률안 인지도 ▲선호 구역(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지난달 3일 새벽 5시. 초여름의 선선한 공기 속 제주시 삼도2동 제2투표소(제주남초)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가 시작되기 직전의 풍경이었다. 정당 참관인과 투표 사무원,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전 5시 30분, 개시 준비가 본격화되자 사무원은 참관인을 상대로 투표지와 도장, 봉인 스티커를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봉인작업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됐고, 투표소는 긴장감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전 6시 35분. 한 50대 남성이 조용히 투표소에 들어섰다. 신분증을 내민 그에게 여성 사무원이 선거인명부를 대조하던 순간, 전산 시스템에는 이미 '사전투표 완료'로 명시돼 있었다. "혹시 사전투표 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원의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안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무원은 옆 동료와 눈짓을 주고받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재차 "29일에 혹시 사전투표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물었다. 남성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신분증을 챙겨 빠르게 투표소를 빠져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참관인과 사무원들
"학생을 지키려다 제가 무너졌습니다." 제주시 한 고등학교 교사 A씨가 남긴 말이다. 그가 마주한 상황은 한마디로 무방비였다. 신체 접촉 피해를 입고도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가해 학생과 수학여행을 떠나야 했고, 신고를 했지만 돌아온 건 "화해하라"는 말과 "수행평가 때문에 복귀해달라"는 요구뿐이었다. 결국 A씨는 병가와 특별휴가를 연달아 사용한 끝에 교단을 떠났다. 학교는 침묵했고, 교사는 끝내 혼자였다. 사건은 지난 5월 수업 중 발생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학생을 제지하자 학생은 갑자기 A씨를 껴안으려 했고, 뿌리쳐도 다시 강하게 팔을 붙잡았다. 이후에도 새벽 시간에 문자가 왔고, 복도에서 위협적인 접근이 반복됐다. A씨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분리 조치는 없었다. "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되기 전까진 어렵다"는 설명이 전부였고, 보호 매뉴얼도 없었다.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조차 A씨가 직접 확보해야 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닷새 뒤 그 학생과 함께 수학여행에 인솔 교사로 떠나야 했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A씨의 호소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그 뒤로 이뤄진 분리 조치는 고작 5일. 병가에 들어간 A씨에게는 "수행평가 문제
지난 20일 오후 2시 제주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 '제주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 공청회가 열렸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수소트램 사업에 대해 전문가와 도민이 마주한 자리였다. 단상 위에서는 장밋빛 '미래의 제주'가 펼쳐졌다. 관광객 수요, 탄소중립 교통수단,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익숙한 키워드들이 연이어 쏟아졌고 '제주형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수식어도 덧붙여졌다. 이날 발표된 핵심 교통수단은 '트램(Tram)'이다. 도로 위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운행되는 노면 전차로 지하철보다 건설비가 저렴하고 정시성이 높아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대중교통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 트램과 달리 도가 도입을 검토 중인 수소트램은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이용상 한국철도문화재단 이사장은 "수소트램 역세권 주변에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사업 추진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익 대전광역시 철도정책과장도 "도시철도 건설은 단순한 교통망 확충을 넘어 도로와 교량, 교각 등 기반시설을 함께 개량하고 개선함으로써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부랑자, 무뢰배와 거지의 자연적 관계 불량배, 무뢰배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는 ‘유맹(流氓)’이다. ‘맹(氓)’자는 원래 글자 뜻대로 고찰하면 거지와 연대관계가 깊다. 당나라 공영달(孔穎達)은 『모시정의』에서 말했다. “맹민(氓民)의 명칭은 문장 중의 뜻이 다르다.……맹(氓)은 몽(懵)이다. 몽(懵)은 무지한 모양(안 : 사리에 어둡다, 흐리멍덩하다)이다.” 원나라 유근(劉瑾)은 『시전통석(詩傳通釋)』에서 제기하였다. “맹(氓)은 모호하고 무지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나라 단옥재(段玉裁)는 『설문해자』 주(注)에서 풀이하였다. “다른 지역에서 온 백성을 맹(氓)이라 한다. 그래서 민(民)과 망(亡)을 따랐다.” 근대에 어떤 학자는 단옥재의 설명에 대하여 『시·위풍·맹(氓)』의 맹(氓)은 ‘다른 지역에서 온 백성’에 부합한다고 하였다.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주하거나 이 마을에서 저 마을도 옮긴 사람을 모두 맹(氓)이라 하였다. 그래서 청나라 훈고학자 주준성(朱駿聲)은 ‘맹(氓)’을 ‘저기에서 여기로 온 백성’이라 하였고 위원(魏源)은 ‘맹(氓)’을 ‘유랑하는 백성’이라 하였다. 현재 통속적인 표현으로 ‘맹(氓)’은 바로 ‘타지인’, ‘외래인’의 뜻을 가진다.(『신화문적(新華文摘)』) 이 해석을 빌면 불량배 뜻인 ‘유맹’은 우매하고 무지하며 정상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서 도처로 옮겨 다니고, 심지어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킨다. 물론 이미 ‘맹(氓)’자의 본래 뜻에서는 벗어났다. 거지와 같은 부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다. 거지가 사회에 커다란 해악을 끼친다는 것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그들은 단체를 결성하고 흑사회 집단으로 전락하였다. 미국의 인류학자 복(P. K. Bock)은 주장하였다. “사회에서 정당한 단체가 연속적으로 제기되는 사회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을 때는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단체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자발적 단체의 기능은 그 구성원에게 분명하게 행동하게 하거나 다른 형식으로 자아를 표현할 기회를 부여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거지는 떳떳하게 정당한 사회단체에 진입하기 어렵다. 거지 개인도 왕왕 사회에 발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공동의 사회 지위와 운명은 구성이 복잡한 하층 사회 구성원과 연계하여 한 사회 층면에 속한, 특수한 내부 질서를 갖춘 여러 가지 단체를 구성하였다. 자발적이면서 강압적인 성격을 가지는 단체 속에서 그 구성원은 생존해 나가는 데에서, 의지할 수 있는 곳과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 민국 초기, 상해 거지의 사회조직 상황 본세기 30년대 상해에 있던 거지의 집거지를 조사한 결과 조막에서 거주하던 거지도 파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향토(고향)에 따라 산동방(幇), 강북방, 안휘방 등, 각 방파 사이에 자체적인 계통이 있었다. 각 방파에는 우두머리가 있었다. 거지 두목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두목은 소굴 내부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장악하고 있었다. 모든 일은 두목의 허락을 받고서야 진행할 수 있었다. 각 방파는 촌락과 같았다. 두목이 곧 촌장이었다. 거지의 방파란 ‘개방(丐幇)’을 말한다. 각 개방의 두목은 봉건시대의 제후와 같았다. 당시에 상해의 거지를 이끌던 두목은 육(陸), 주(周), 종(鍾), 왕(王)과 2심(沈), 2조(趙)인 8명의 방주였다. 육 씨가 제일 위에 있었고 다음으로 조 씨가 있었다. 합쳐 8형제라 불렀다. 전체 상해의 거지는 향토(고향)를 근거로 봉양(鳳陽), 회양(淮陽), 산동(山東), 강북(江北), 현지 방파를 합쳐 5대 개방으로 나뉘었다. 방파가 공동으로 제일 높은 우두머리인, 큰형님 ‘노대(老大)’를 추천했다. 두목들을 절충한 전권 대표였다. 두목은 지방의 상인대표와 지보(地保)가 본바닥 깡패 중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자를 추천하여 임무를 맡겼다. 부자세습이었다. 그들은 근거지 상해를 동서남북 4지역으로 분할하여, 8형제 중 2사람씩 나누어 각각 한 지역씩 관리하였다. 평상시에 거지 두목들은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고 협력하는 책임을 졌고 갈등을 해결하였다. 연말연시가 되면 상점에서 헌납금을 받아다가 일부분을 여러 거지에게 나누어 주었다. 거지들이 평상시에 구걸한 수입도 일부분을 두목에게 납부하면 각계각층에 진공하였다. 만약 개방의 ‘가법’을 복종하지 않거나, 두목이 벽보를 붙인 상점에서 강제로 재물을 요구하거나, 개방에 반대해 다른 단체에 가입하거나, 다른 근거지에 침입하거나, 음란한 행위를 하거나 하면 상황에 따라 처벌하였다. 그들의 처벌 방식은 주로 형구를 쓰는 고문 형태였다. 예를 들어 ‘찰혼돈(扎餛飩)’은 손발을 묶어 하루 동안 밥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판유배(扳油裵)’는 수 촌 넓이 목판을 등뼈에 끼워 넣는 형벌이었다. ‘판입액(板入額)’은 1촌 정도의 판을 이마에서 피부 안으로 끼워 넣는 것이었다. 더 센 것은 죽을 때까지 때리거나 경외로 추방하였다. 이러한 강력한 관리와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조직 계통이 있기 때문에, 거지 두목은 십여 분이면 전 시내의 거지를 불러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범위가 그렇게 큰 상해시에서 오토바이 부대도 아닌데 어찌 그리 신속하게 모일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 말에서 개방 조직의 힘을 엿볼 수 있다. 개방에서 가장 제일 작은 두목이 ‘야숙(爺叔, 숙부 뜻을 가진 상해 방언)’이라 불렀다. 직접 자기 관내에서 여러 거지를 관리하였다. 야숙도 거지이기는 했으나 모두에게서 ‘효경(孝敬)’을 받을 뿐 직접 구걸하지는 않았다. 거지 두목들은 조직 내에서 확고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왕왕 사회에 명망 있는 인물을 후원자로 삼아 도움을 받았다. 보스 즉 ‘노두자(老頭子)’로 모셨다. 상해 거지의 ‘노두자’는 대부분 흑사회의 중심인물이었다. 이렇듯 거지 조직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흑사회 조직과 안팎으로 결탁하여 서로 이용하였다. 그러면서 거지 조직인 개방도 자연스레 흑사회 일원이 되었다. 내부적으로는 강권 통치를 실행하고 외부적으로는 온갖 나쁜 짓을 저질렀다. 이것이 바로 강호의 여러 유랑자, 깡패, 무뢰배 조직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다를 우주로 생각하는 해녀 지구상의 바다는 지구의 3/4을 차지하며, 바다의 평균 깊이는 3700m이고, 부피가 13억 4000만㎦로 지구상의 대부분의 물을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양이다. 이 가운데 눈과 빙하가 2%가량, 이동이 자유로운 담수는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거대한 바다를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한다. 바다에는 경계가 없다. 그래서 바다는 전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지만 다양한 생물층의 지역들로 나눠져 있고, 생물들이 광합성을 하는 빛이 드는 유광층(有光層) 지역과 빛이 없는 무광층 지역으로도 구분된다. 또 다른 분류방식은 해수의 밀도나 화합적 성질의 변화로 구분하여, 햇빛과 강수의 영향으로 수온이 높고 염분이 낮으며, 밀도가 작은 표층(혼합층) 해수와 깊을수록 온도가 차겁고 염분이 높은 심해층으로 구분한다. 사실 바다는 다양한 생물들로 가득찼다. 이 경이로운 바다의 생물들은 가까이는 연안의 조간대에서 멀게는 먼바다 깊은 해저까지 수심에 따르는 생명들의 하모니가 해류를 타고 전지구를 오르내리면서 순환한다. 바다는 우주에 속한 지구 행성 속 물로 된 우주다. 제주 신화의 세계에서는 섬을 중심에 놓으면, 하늘은 천상계가 되고, 땅은 지상계(지하계)이며, 바다는 해양계(용왕)이고, 물속은 해저세계(용궁), 제주 섬 밖은 해양타계(바다 너머 이상향)가 된다. 제주의 잠녀(해녀)들이 믿는 중요한 세계는 바로 바다로써, 즉 해양세계와 해저세계이다. 바다야말로 곧바로 자신의 삶과 연결되는 생존의 지평이며, 잠녀(해녀)들은 거기에서 모든 생명의 원천을 얻는다. 잠녀(해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살려면 바다의 생산력(토대)이 필요하고, 그곳에서 자연히 종교적 믿음이 탄생한다. 위험한 바다에 가려면 심리적인 안전감을 주는 신념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해녀들은 바다의 신인 용왕을 제일의 신으로 의지한다. 생존을 위해서 믿는 구석, 즉 숭배대상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화가 해녀 나경아의 작품세계 화가는 작품으로 자신을 말한다고 했다. 자신의 몸으로 만든 작품인 것이다. 메를로 퐁티는 “모든 기법은 몸의 기법이며, 그러므로 그 기법은 우리 살(肉)의 형이상학적 구조로 형상화하고 확대시킨다”라고 했다. 나경아는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작용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영혼의 창을 통해 축적된 이미지들을 표현한다. 닮은 것이 아니라 몸이 느낀 행위 자체라고 할까? 나경아의 두 개의 직능으로 합쳐진 ‘바다 표현(화가)’+‘해녀(직능)’ 라는 호칭에서 보면, 화가 해녀라는 말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래서 나경아에겐 해녀가 체험이나 놀이가 아닌 실존의 몸부림이고, 화가의 삶은 결코 취미나 여가가 될 수 없다. 나경아는 보다 더욱 자신의 몸으로 바다를 감싸안을수록 몸이 느끼는 바다의 파동은 강렬하다. 그것을 옷감에 비유해서, 그 바다는 자신을 둘러싼 바깥감이고, 몸의 체온은 안감이 돼 자신이 몸의 박동이 바다에 반응하는 방식이 된다. 우리 세계의 물질들은 구상과 추상의 형태를 동시에 갖는다. 모든 것에 시선이 멈추는 순간 어떤 특별한 형태로 각인돼 기억된다. 비록 그 물질의 유체(流體)가 불확실한 구조를 갖더라도 시선이 정지되는 순간, 그 물질의 어떤 구조적인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체의 추상 형태는 기하학의 변형된 모습들일 것이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척도의 차이에 따라 무분별하게 보이는 프렉탈(fractal) 구조도 축적을 줄여서 보면, 층위적으로 반복되는 같은 패턴을 유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패턴은 모든 자연의 구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물의 흐름, 파도의 작용, 빛에 의한 물속 물체의 어른거리는 모습도 처음에는 매우 복잡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어떤 반복되는 패턴이 있어서 연속적인 단순성을 확인할 수 있다. 나경아의 인식은 우주 창조에서부터 시작되는 빅히스토리적 역사관의 바탕이 되며, 인상으로 받은 느낌에 충실한 추상적 관점은 야수파적인 영향을 보인다. 야수파는 19세기말 후기 인상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아, 강렬한 색채, 꿈틀대는 강한 선, 과감한 보색대비, 그림자 없는 평면적인 색깔 처리, 자극적인 단순한 형태, 마치 즉흥적으로 보이는 감정표현 터치 등은 이후 표현주의와 입체파의 토양이 되었다. 나경아는 신중하게 계산된 심미적인 배색 처리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직관 행위를 높이 사고 있다. 나경아의 '떠다니는 섬' 시리즈는 우주에 떠다니는 자유로운 행성들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바다에서 주황색 테왁을 보호장구로 삼아 물질하는 잠녀(해녀)들의 무리진 모습이다. 그러나 나경아에게는 그 모습이 우주의 행성들로 보여서 천체 한 공간에 떠다니는 별들로 인식된다. 이 상상은 나경아 자신이 물속에소 몸에 체화된 현실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자신도 해녀의 일상에서 해녀공동체와 인식을 같이 하지만 화가의 인상과 획득된 시선은 일반적인 사실성으로 회귀하지 않는다. 물에 뜨고 지고 하는 것은 먼 거리의 별들이 깜빡거리는 것과 같을 것이고, 해녀들이 이동하는 움직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어떤 테왁은 유성으로, 어떤 테왁은 공전하는 별로 보는 것이다. 시각을 미학으로 말하는 것을 관점이라고 한다면, “자연은 내면에 있다”는 세잔의 말은 되새겨 볼만하다. 바다는 생산지이자 작업장이다. 산업적인 개념으로 보면, 해녀들이 물질하러 가고 오는 모습은 말 그대로 '출근길'과 '퇴근길'에 다름 아니다. 이 작품들은 해녀들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려내는 것이 아니라, 바다, 해안의 현무암 환경에 오롯이 녹아든 인상적인 부분들만 강조를 하고 있어, 마치 해녀들이 우주의 한 부분 아니면, 공간에 흡수돼버려 경계없이 블랙홀로 합쳐지는 형상이 돼버렸다. 이번 개인전 작품들은 물질이라는 작업에서 숱하게 뜨고 잠기는 일과 같다. 마치 화가 자신도 실감하는 행위로써 뜨고, 잠기고(지고), 이동하면서, 때로는 깊은 곳(심연)으로 들어가고, 어떤 경우에는 유영하면서 바다속(우주)을 절대자의 시점으로 보는 것을 경험한 까닦에 탄생한 작품들이다. '나해녀'는 화가 자신의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은 화가의 미학적 사유를 말해준다. 마치 해녀인 자신이 우주인의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우주와 물속의 작업이 유사하게 보이는 이 작품은 어쩌면 나경아의 현재 인생에 대한 표상일 것이다. 생존을 위해 응시하는 시선, 깊은 심연이 물속과 우주의 심연이 다르지 않다는 확신에 찬 자화상 말이다. 그러나 이 자화상은 비단 자신이 아니어도 무방한데, 동네, 이웃집의 삼춘들이라고 해도 지구인의 초상화라는 점에서는 결코 틀리지 않는다. 만일 우리가 나경아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그의 작품들은 꽃?, 평야?, 태양?, 산?, 풍경?, 철조망? 호수?라는 등 수많은 상상력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실 그 무엇이라도 상관이 없다. 나경아가 본 시선은 정돈된 아름다움보다는 직관으로 현실의 물속에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상상적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작은 해안 마을의 해녀들의 작업을 통해서 스펙타클한 우주의 바다를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경아의 시선만이 가능한 일이다. 한 점에서 폭발하여 펼쳐진 빅뱅의 우주를, 테왁 하나로부터, 여러 명의 해녀들이, 우주의 행성이 되는 시선은 미는 매우 도발적인 의미를 갖는다. 고답적인 교육의 보수성을 일시에 걷어차 버린 나경아의 이번 '떠다니는 섬'은 삶과 예술의 합일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영혼의 창을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위해 활짝 열어젖힌 삶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더 가증스러운 것도 있었다. 거지 무리가 오고, 놀이를 끝내고 돈을 요구할 때에는 반드시 곧바로 지불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조금이나마 주저하는 기색이 있으면 욕설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시간을 지체했다고 힐책하면서 요구하는 돈의 액수를 올렸다. 예를 들어 처음에 100문을 요구했는데 일각을 지체했다고 곧바로 200문이 되고 400문이 되고 800문이 되었다. 줄 때까지 난장을 부렸다. 가끔 지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고 끝끝내 주지 않는 상대를 만날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과 같은 무리가 어찌 한둘인가. A무리가 가기도 전에 B무리가 오고, B무리가 오자마자 C무리가 오고 D무리도 잇달아 도착했다. 매 무리를 4명으로 계산한다해도 네다섯 무리 이상이면 거지 떼가 이삼십 명에 이르렀다. 사람이 많으면 세력도 크다고 하지 않던가. 문 밖에 진을 치면 상가는 장사를 그만 둬야 할 지경에 이르니 어찌 근심이 크지 않겠는가. 제각기 조직된 거지 무리가 처음 도착하면 먼저 거리를 한 바퀴 순찰했다. 거지 두목이 거지 헌납금을 받아오는 곳을 정하는데 그 수는 우두머리와 친분관계에 따라 결정되었다. 조직된 무리 당 삼사 명 혹은 오륙 명씩으로 똑같지 않았다. 무리 내에는 우두머리가 또 있었다. 거지 헌납금은 그 우두머리가 받았다. 매 계절마다 적어도 사오십 무리가 같이 다녔다. 두목이 지출할 총액은 수백 수천 문이었다. 들어오는 돈의 액수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많았다. 한 도시의 점포를 1천이라 가정하면 거지 헌납금은 2천 문이나 됐다. 10분의 3을 지출한다 하여도 천수백 문은 남았다. 가장 천한 직업인 거지가 받아먹는 봄, 가을 두 계절의 잉여금이 이삼천 문이나 되는 거금이니, 어찌 괴이하다 하니 할 수 있으랴. 물론 이삼천 문이나 되는 거액은, 일 년 동안의 비용이기에 모두 잉여금이라고는 볼 수 없기는 했다. 일시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거지 두목 한 명에게는 부두목 몇 명이 보좌했다. 이외에 다시 전문적으로 거지를 관할하는 인원을 적지 않게 고용도 해야 했다. 그들은 종일 아편을 피웠다. 계집질에 미쳐 있었다. 도박에도 미쳐있었다. 그런 자금 역시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 근교 몇 군데에 거지 천막을 쳐서, 현지의 병이 들거나 능력이 미약한 거지에게 서식처로 제공하였다. 겨울에 찬바람 불고 눈보라가 몰아쳐서 거지들이 구걸할 수 없을 때에도 죽을 제공해 주었고, 간식거리를 살 수 있는 금액을 나누어줘서 구제했다. 도시에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거지는 수천이나 되니 매일 그들에게 지불하는 액수도 적지 않았다. 개방이 떠돌아다니듯 구걸하지만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중등인물을 기준으로 하면 일정한 지역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강소성 오송(吳淞) 각 상업지역에 A무리가 갔다고 하면 B무리는 다시 가지 않았다. 상태(常太) 지역이 B무리에게 돌아갔다면 C무리는 발을 붙일 수 없었다. A주, B현, C촌, D진마다 개방 조직이 움직이는 경계선이 있었다.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구걸할 수 없었다. 상업지역을 돌아다니는 개방은 자신들이 돌아다니는 지역을 고정적인 부동산으로 봤다. 자기 지역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법도 대단히 엄격했다.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는 죽음의 땅이 될 경우가 많았다. 그런 까닭에 매해 2월, 8월이 되면 각처에서 개방 간에 고투하는 활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지난 해 2월에 모모 진에서 마음대로 지역을 돌아다니던 개방 A두목이 오륙 명의 형제를 데리고 길거리에서 협박하며 구걸하였다. 그곳의 두목 B가 자기 구역을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자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나가라고 했으나 A는 못들은 척하며 계속해서 거리를 돌아다니며 혼란스럽게 했다. 거지 두목의 체면을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B가 가만히 보니 개방의 법도도 먹히지 않고 무력으로도 제압할 수 없으니 될 대로 되라고 내버려 두었다. 당시 시내의 상인 모두 매우 놀랐다. 다음날,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인들이 일어나 등을 켜고 보니, 새벽의 동터오는 햇빛이 나기 시작했는데 오륙 명이 벌거벗겨진 채로 10여 명에게 에워싸여 동쪽으로 끌려가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살려달라는 소리가 계속 울려왔다. 잠깐 있으니 날이 밝았다. 주민들이 문을 열고 살펴보니, 거지 무리가 동쪽에서 보무당당하게 몰려오고 있었다. 어제 거지 B두목이 이끄는 부하 거지 무리였다. B두목과 안면이 있는 사람이 살려달라는 소리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B두목이 대답은 이랬다. 어제 반항하면서 명령을 듣지 않는 강도 같은 거지들을, 오늘 생매장해 버렸다고 했다. 듣는 사람 모두 놀랐다. 그것이 거지의 법이었다. 이처럼 당시 거지 집단인 개방, 강호의 흑사회, 부패한 관부는 한통속이었다. 서로 이용하면서 무뢰하고 강도 같은 짓을 저질렀다. 그런 깡패 무리들 앞에서 무슨 강호의 의협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 강소, 절강 두 성 백여 주현은, 거지와 방회 무리가 거지 헌납금을 받으러 다니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달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신영대 교수의 '기(氣)가 흐르는 치유풍수'입니다. 풍수전문가의 시선으로 우리의 삶과 운명, 과거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반추합니다. 풍수(風水)는 우리 전래 삶의 지혜입니다. 만물의 이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거기에 얽힌 사연, 더불어 살며시 깃든 과학도 알려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글을 시작하며 ... 작가노트 기(氣)는 우주공간에 작용하는 전파와 같은 생명력의 근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 미립자와 같은 존재이자 우주 만물을 움직이는 근본 생명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이다. 보이지 않는 어떤 작용은 에너지, 즉 기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또한 냄새도 없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반드시 공간에는 어떤 유형의 기가 순행하며 유통하고 있다. 산천의 기운이 잘 응결된 풍수적 국세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부족한 지형과 구조를 풍수 이치에 맞게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천혜의 조건을 갖춘 완벽한 명당은 극히 드물다. 명당은 만들어가는 것이며, 영원한 명당도 흉당(凶堂)도 존재하지 않는다. 풍수의 이치를 응용하고 활용하여 주거의 조건을 좋은 환경으로 보완하고 개선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풍수적으로 조화로운 자연 생태환경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장소로 활용할 때 풍수지리가 행복한 삶을 위한 치유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는 양택풍수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가는 장묘 문화, 음택풍수 등을 소개한다. 심신의 건강과 쾌적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풍수적 방법을 알리고자 한다. 가능한 쉽게 풀어쓰려 노력하려 한다. 주로 생활 속 힐링풍수를 중심으로 기(氣), 즉 주택이나 건물을 중심으로 에너지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치유적 개념의 힐링 풍수를 다루고자 한다./ 작가 주 고대 원시사회로부터 인간은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기간 경험과 지혜를 축적해 왔다. 풍수의 태동은 바로 인류의 생존에 관련된 자연의 생태환경에서 기인했다. 풍수지리는 물, 바람, 땅 등 대자연의 순환 원리를 이용하는 자연합일의 심오한 자연과학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풍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는 학문이며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동화하는 대자연의 깊은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풍수의 원시적인 출발점이 천, 지, 인을 이론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데 천문, 지리, 인거(人居)의 구체적인 사물의 특징으로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생존하는 데는 바람 즉, 유동하는 공기와 인체의 혈맥에 비교되는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대에는 풍수를 '감여(堪輿)' 또는 '지리' 등으로 불렀는데 현대에 와서 혹자는 '우주자장과 인류관계학' 등에 연관 지어 부르기도 한다. 특히 민간에 뿌리내린 전래의 풍수는 화복의 영향을 중시한 발복풍수가 주류를 이루었다. 땅을 써서 잘되고 못되었다는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것은 속신(俗信)처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집안이 편안하고 자손들이 하는 일마다 잘되고 또는 집안이 쇠퇴하여 자손들이 번성하지 못하고 하는 모든 길흉화복의 주원인이 대체로 조상의 묘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대부분 조상의 유체를 땅 기운 즉, 지기가 왕성한 곳에 모셔 묘를 잘 써서 가문이 번창했다든지 혹은 문중에서 여러명의 군수나 장관이 나왔다든지 뛰어난 문장가나 호걸이 나왔다고 하는 것이 모두 기운이 잘 모이는 풍수의 적지(的地)를 골라 그에 따른 영향으로 복을 누렸다는 발복에 관한 내용이다. 인위적인 물질문명과 첨단과학이 최고조에 이른 오늘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 기준은 극도의 혼돈에 빠져 있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극에 달하여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자연환경 파괴로 이어져 이로 인한 생태계는 조화와 균형이 깨지고 인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지구 환경 곳곳이 오염과 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의 황폐화는 인류의 존망 문제로까지 퍼져 엄청난 자연의 보복과 재해가 인간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상호 교감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 자연의 에너지와 심신을 조화롭게 하여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것이 힐링 풍수의 지향점이다. 우리가 사는 주택을 풍수적인 조건으로 말한다면 먼저 집 안에 통풍이 잘 이루어지고 햇빛이 잘 들어야 하며 그늘이 지거나 습기가 차지 않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심신이 편안하여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되는 이치와 같다. 또한 주택이 자리한 지세의 위치와 형세도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서 뒤로는 산이나 언덕을 의지하고 앞으로는 감싸 도는 물을 맞이해야 한다는 배산임수(背山臨水)와 강하고 거친 바람을 막아주거나 고르게 하는 지형지물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의 장풍(藏風)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이 말은 산과 물이 포근하게 감싸주어 바람과 기운의 순환을 고르게 한다는 뜻이다. 힐링 풍수는 사회, 환경, 지리, 물리, 인문 등의 요소를 더욱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자연과학을 토대로 우리가 사는 주거 형태나 도시의 형태까지도 다양하게 연구하는 분야로서 바람, 물, 태양, 산 등에서 발산하는 다양한 에너지의 관계를 활용하는 학문이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힐링 풍수의 목적은 천지 대자연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영향권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자연생태계에서 발산하는 기운 즉 에너지를 활용하여 인생의 번영과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다. 자연에서 발산하는 좋은 에너지를 교감하여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운명 개척의 한 방법이다. 힐링풍수를 통한 치유 활동은 자연경관, 생태, 인문, 예술에 이르기까지 대상에 제한이 없다. 이를테면 풍수와 의학적 근거에 기초한 산림 요법, 식물 요법, 온열요법, 지형 요법, 수욕 요법, 숲 치유, 물 요법, 조화요법, 호흡 요법, 심리요법, 기후요법, 식이요법, 정신요법, 운동요법, 명상, 기공, 태극권, 요가 등을 비롯하여 풍수 실내장식 주택의 구조와 형태, 그림, 원예 가구 배치, 입지, 환경, 지맥, 자기장, 오행 색채, 식물, 음식, 의상, 조형물, 광물, 나무 등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재와 자연물로 풍수와 융합한 치유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본 코너에서는 치유의 개념 및 힐링 풍수의 입지환경과 조건을 살피고 기운이 잘 모이는 땅의 조건, 산과 물의 조화, 쾌적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건물의 공간 배치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어서 자연환경과 에너지에 대해 개괄하고 자연 환경과 풍수의 융합을 통해 심신의 건강 증진과 더불어 행운을 유도하고 복을 부르는 힐링풍수의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신영대는? = 대한풍수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역술인협회 공인 역학연구원이다. 중문학 박사와 풍수학자로서 ‘제주의 오름과 풍수’, ‘명리학원리대전’, ‘풍수지리학 원리’, ‘전원시인 도연명 시선', ‘흰 구름 벗을 삼아 읽어보는 당시선’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한라산 총서'의 구비전승·지명·풍수 분야와 ‘세계자연유산지구 마을일지 보고서’ 중 풍수 분야 공동 집필자로도 참여한 바 있다. 또 제주도 각 마을 '향토지' 풍수 부문에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제주관광대 관광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