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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현장 대기도 의문 ... 사설 응급차 출동 헤매고 세컨드 자격 논란, 사고 은폐 의혹까지 "예견된 사고"

 

예견된 사고였다. 경기도중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는 중학생 선수 사고를 놓고 대회 운용의 총체적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대통령배 경기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사고예방 차원이 조치는 물론 안전관리 대책은 곳곳에서 허점을 보였다.

 

제주 서귀포에서는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제55회 대통령배 전국 시.도 복싱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대한복싱협회가 주최하고, 대한복싱협회와 제주도복싱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제주도가 1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는 1971년 서울에서 제1회가 열린 이래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다. 그동안 수많은 복싱 유망주를 발굴하며 국내 복싱 저변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

 

이번 대회는 중·고등부 선수 500명 등 대학부와 일반부까지 포함해 1500명 가까운 인원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였다.

 

그러나 이 대회 개막 첫날인 지난 3일 오후 4시쯤 전라남도 소속 모 중학교 학생 조모(15)군은 경기도중 다운을 당하고 의식을 잃었다. 조군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뇌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뒤 이 대회의 운영 전반을 확인해 본 결과 대회 운영 전반에서 안전관리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대회 운영측은 사고 직후 "의료진이 상주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현장은 달랐다. 뒤늦게 사설 구급차가 출동하는가 하면 인접 병원인 서귀포의료원에 도착한 것도 후송부터 32분이나 걸렸다. 서귀포 지리를 제대로 몰라 사설 응급구조 측에서 길거리를 헤맸기 때문이다.

 

취재차량이 신호를 준수하며 사고 현장인 서귀포 다목적체육관에서 서귀포의료원까지 차량으로 이동해도 19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사고시간대인 점심시간대 교통여건을 고려해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조군의 아버지는 8일 오전 이에 경기가 진행중인 전지훈련센터 링 위에 올라가 한대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안전 논란은 선수들이 착용하는 글러브 관리에서도 불거졌다. 대회 참가 선수는 "매 경기 글러브를 지급받았다"고 했지만 지급된 글러브가 매번 새 제품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대회 관계자는 "경기 때마다 새 글러브로 바꿔 지급하는 것은 참가인원과 경기숫자를 고려하면 거액이 예산이 들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중간중간 교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복싱게 한 관계자는 "프로 경기보다 아마추어 경기인 경우 안전관리 대책은 더 세심해야 한다"며 "결승까지 최대 여섯 경기를 치르는데 동일한 글러브를 반복 사용한다면 선수 안전을 당연히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글러브라 하더라도 여러차례 사용하면 패딩이 눌리고 마모돼 충격 흡수력이 떨어진다. 일부 선수는 오히려 그 점을 노려 편치력을 강화하고자 일부러 콘크리트 벽에 글러브를 끼고 펀치를 날려 글러브의 완충력을 떨어뜨린다"며 "최소한 예선, 준결승, 결승 단계에서는 글러브를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싱협회가 이번 대회에 확보한 글러브는 고작 40~50벌, 개당 약 2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참가 인원이 1500여 명에 육박하고 12체급이 운영된 점을 감안하면 선수들은 사실상 여러차례 사용해 이미 낡은 글러브로 경기에 임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만큼 막상 펀치를 얻어맞는 선수의 피해강도는 예상할 정도의 아마추어 경기 수준이 아닐 수 밖에 없다.

 

안전관리에 핵심인 선수 검진 절차도 허술했다. 선수의 건강상태를 확인할만한 절차도 없었고, 의사의 확인도 사실상 경기 첫날을 제외하곤 없었다.

 

대회 관계자는 "대회 기간중 매일 새벽 계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검진이 아니라 단순한 체중측정에 불과했다.

 

한 참가 선수는 "대회 첫날에만 맥박, 혈압, 심장, 눈, 근골격 등 6개 항목을 검사했을 뿐 이후에는 경기일 새벽에 체중만 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경기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대회 첫날 이후 참가한 모든 선수들은 체중 외에 신체적 이상현상은 이미 고려대상이 아닌 안전 사각지대였다.

 

실제 대회 참가자들은 "그동안 여러 대회를 참가해 봤지만 마모된 글러브의 강도 때문인지, 선수들의 건강상태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탓인지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다운돼 기절하는 선수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의료진 배치 규모에 대해서도 증언은 엇갈린다.

 

한 참가 선수는 "링 닥터가 있었던 걸로 알았다"고 했지만 다른 코치는 "사고 전에는 링사이드에 의사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사고 이후에야 의료진이 늘었다"고 반박했다.

 

대회 관계자도 "원래 4명이었는데 사고 이후 6명으로 보강됐다"고 뒤늦게 의료진을 추가한 사실을 인정했다.

 

 

사고 당일 조 군의 세컨드(선수감독)를 맡은 인물이 소속 체육관 지도자가 아닌 다른 지역 체육관 지도자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평소 조군과 함께 훈련한 적 없는 인물이 세컨드로 참여해 선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경기를 이어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조군은 이미 1라운드에서 스탠딩 다운을 당했으나 경기는 계속됐다.

 

조군 부모는 "기량 차이가 뚜렷한 상황에서 수건을 던져 경기를 중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군의 원 체육관 소속 지도자 A씨는 "심판을 겸하고 있어 세컨드를 맡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올해 심판 교육을 받지 않아 실제 자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그는 "세컨드를 볼 수 있었지만 보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사고 은폐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사고 이후 복싱협회와 일부 관계자들이 부모와 목격자에게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조군 부모는 "체육관 대표가 찾아와 기자에게 제보했느냐고 따지고, 기사 삭제를 요구하도록 압박했다"며 “기사를 내리라고 말하도록 기자 전화번호를 직접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상우 대한복싱협회 기술위원 역시 "협회 간부들이 인터뷰에 응하지 말라고 했다"며 "사실을 감추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증언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사고 이후 대처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고 응급 대응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배 복싱대회는 국가대표 선발로 이어지는 권위 있는 무대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드러난 운영 실태는 대회의 위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글러브 교체 내역, 검진 기록, 의료진 배치, 세컨드 자격, 이송 타임라인 등에 대해 대회 운영 측은 아직도 객관적 자료 공개와 검증을 미루고 있다.

 

서귀포경찰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운영전반에 대해 대한복싱협회와 제주복싱협회 등 대회 주최.주관 측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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