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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5)] '적대적 환경'을 조성한 회사도 책임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처럼 김철수는 맡은 일을 하고 주어진 봉급이나 받으며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조배죽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서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한직에 있는 것이 오히려 잘 맞을 수도 있다. 그다지 능력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벼슬을 해먹을 위인도 되질 못한다. 능력과 관계없이 특별한 은혜를 입어 영전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여 주변에서 구시렁거리지만 그에 별 관심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정상인으로 살아가는게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어느날 앞니 하나가 갑자기 툭 떨어져 나갔다. 치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으니 이 뿌리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있었다. “혹시 전에 폭행을 당한 적이 있나요?”라는 간호사의 질문에 김철수는 대답할 수 없었다. 2차를 사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이 어린 사람에게 멱살을 잡혀 끌려간 적이 있는데 '그때 얻어터진 때문인가?' 기억이 떠올랐다.

 

사선(死線)을 넘어 처참한 몰골로 귀국했었다. 독한 양주를 억지로 받아 마셔 피를 토하고 두달 넘게 잠 안재우기 고문을 당했지만 또다시 사선을 넘어 섰다. 이어진 무고로 천길 벼랑 끝에까지 밀려났지만 다시 돌아왔다. 김철수는 세번 죽었다가 네 번째 살아가고 있다. 태양을 볼 수 있어서 하늘에 감사하지만 앞으로도 수많은 함정을 지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조배죽 전성시대

 

우철이(雨屮吏)는 조배죽 전성시대를 즐기고 있다. 그다지 프로빈스에 기여한 것도 없는데 높은 자리에 올라 있다. 책상 위는 아무것도 없이 항상 깨끗해서 일을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프로빈스에 근무하였지만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도 고속으로 성장하여 분에 넘치는 자리에 있다.

 

주변에서는 수군수군댔다. “저 사람(우철이) 글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 “자기 이름이나 쓰는 정도?” “그런데 막강한 배경이 있어서 어쩌질 못해‼” “그런데 술만 마시게 되면 펑펑 울어, 자신을 받들어 모셔 달라고 하는 것 같아‼” “좀 모자란 사람 같기도 해‼”

 

우철이의 특징 중의 하나는 만만한 부하 직원에게 쌍욕을 해 대는 것이다. 욕질을 할 때에는 사무실이 다 떠나갈 듯 했다. 어디론가 전화질로 욕질을 해대기도 한다. 욕질은 업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이유 없이 오물을 토해내다시피 뱉어낸다. 우철이는 감찰부서에 근무하는 것에 최고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어느날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김철수에게 전화를 걸어 호출한다. “철수‼ 당장 튀어나와....이 ⅩⅩ야‼” “예? 어디로요?” 우철이는 김철수를 단란주점으로 불러냈다. 양주와 맥주 그리고 안주들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고 종업원이 앉아 있다. 이미 거나하게 마신 모양이다. 술값이 꽤나 많이 나올 듯 했다.

 

의자에 앉자마자 “너 이 ⅩⅩ‼....당장 모가지 짤라 부켜(자르겠다)‼” 기고만장한 우철이의 호통이 단란주점을 쩌렁쩌렁 울렸다. 김철수가 어안이 벙벙해서 “이유가 뭡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다 알고 있어....이 ⅩⅩ‼야”라며 방방 떠들어 댔다.

 

옆에 앉은 여종업원이 보기에는 염소수염을 꼬아가며 중죄인을 취조하는 사또 영감처럼 보였다. 우철이는 만취한 것처럼 이미 혓바닥이 꼬여 있었다. 섬축제 실패 책임이 어쩌니 저쩌니 황설수설하면서 주워들은 풍월을 읊어댔다. 조배죽들이 하나같이 모두 김철수에게 덤벼들고 있으니 자신도 한 건 올리겠다는 발상이다.

 

김철수는 권세나 부리며 사또 영감놀이를 하려는 우철이에게 시달릴 이유가 없다. 종업원에게 잠시 나가달라고 부탁을 했다. 김철수는 종업원이 나가자마자 이 '감찰 담당 나으리'를 강하게 제압해버렸다. 일어서지 못하게 눌러버린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서 버렸다.

 

종업원이 “계산은요?”라고 물었다. 김철수는 “술 마신 사람(우철이)에게 받으세요‼”라고 일러주고 단란주점을 나왔다. 우철이는 김철수를 흔들어 대면 잘못했다고 조아리고 비싼 술값을 낼 것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악연이 따로 없다. 우철이는 몇년 후에는 김철수의 상관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조배죽의 시선에서 벗어나 변방 한직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신세인데도 널려있는 함정과 지뢰밭을 건너야 하는 처지이다. 김철수는 그들을 용서하려해도 용서하기가 쉽지가 않다. 추태와 만행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대적 환경(hostile environment)'을 조성한 회사의 책임

 

미국 연방대법원은 1986년 사건 판결에서 성적 학대를 저지른 가해자는 물론 그 가해자의 회사에 대하여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종전과는 달리 가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의 회사에 책임이 있는가의 문제이다. 가해자와 그 회사는 배상을 하도록 판결이 내려졌다. 이 판결 이후 10년 만에 1995년에는 유사한 사건들이 전국에서 터져 나오고 4626건으로 확대되면서 언론에서는 '막대한 규모의 법률시장'이라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는 '성적학대는 권력의 문제(sexual assault is about power)'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가해자는 피해자를 '지배하고 통제(dominance and control)'하기 위한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밝혔다. 또한 가해자는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와 정신병(psychosis) 혹은 성도착증(paraphilia)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에 피해자는 항상 위협과 불안정을 느끼고, 정신적 고통으로 정신질환 위험이 매우 높다고 진단한다. 그러함에도 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행위에 눈을 가리고,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매도하면서, 오히려 권력을 가진 자를 정당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대낮에 벌어진 성추행 사건

 

권력에 취해 있던 조배죽에 의하여 대낮에 프로빈셜 홀에서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곧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조배죽들은 위기에 처한 프로빈스를 변명하기 위하여 허둥대고 있었다. 미국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피해자를 매도하고 가해자를 정당화하는 행태가 벌어졌다. 막대한 법률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몇 년후 프로빈스에서 성추행 사건이 다시 벌어졌다. 그들은 권력을 거머쥔 지배세력으로써 '적대적인 환경'을 만들고 나머지를 피지배 세력으로 보아 '지배하고 통제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이 사건은 김철수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경악하였지만 피해자가 매도를 당하고 가해자가 정당화되는 현상이 벌어질까봐 외면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그 책임은 가해자와 프로빈셜 홀에 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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