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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27)] '불루 오션(blue ocean)'을 찾아서

 

프로빈스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추구하고 있다. 김철수가 많은 관심을 가진 분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학술자료도 충분하지 않고 오류도 많은 초보적인 분야라서 영국과 미국, 독일과 프랑스의 전문서적과 학술논문, 사법판결문과 관련 헌법과 법률들을 집중하여 검토하는 중이다.

 

원래 지방분권은 프랑스에서 유래된다. 프랑스에서는 1789년 시민혁명이 발발한 직후에 중앙집권을 강화하기 위하여 중앙정부가 대리인(prefet)을 임명하여 지역공동체를 직접 통치하도록 중앙집권국가로 회귀하였다. 지역공동체는 ‘꼬뮌(communes)’과 ‘데파트망(department)’ 과 같은 소규모의 지방자치단체를 말한다.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야 제정된 ‘지방분권법’에 따라 주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지방의원으로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중앙정부가 임명한 대리인의 감독 하에 있었던 지방자치 권한을 지역 공동체에 되돌려 주었다. 이를 지방분권(decentralization)이라 하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방분권의 고전적 의미는 지방자치 권한을 주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자로 구성된 지방자치단체에 이전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유럽연합 지방자치헌장을 비롯하여 각국의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중앙정부가 임명하여 지방에 파견한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deconcentration)한 위임통치와는 달리 주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지역 공동체의 선거직 공무원에게 그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지방분권이라 한다.

 

냄비 조배죽

 

김철수는 조배죽들에게 둘러 쌓여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처지라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필요를 느꼈다. 기존 시장에서 피가 터지도록 경쟁하여야 하는 '레드 오션(red ocean)'에서는 조배죽들의 집요한 공격을 막아 낼 수 없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흠을 파고드는 능숙한 솜씨로 걸핏하면 부풀려서 어디론가 꼬질러 바치는 동물적인 감각을 가졌다.

 

김철수가 찾고자 하는 것은 '블루 오션(blue ocean)'이다. 치열한 경쟁현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의 찬란한 대양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김철수는 해외유학 대상자로 다시 선발되었다. 그러나 국가가 매년마다 정기적으로 자격과 능력을 갖춘 자를 공개모집하는 기회에 선발되었음에도 프로빈스에서는 '부글부글' 냄비에 물이 끓는 듯이 소란이 이어졌다. 조배죽들이 배알이 뒤틀려 긁는 소리이다. 냄비에서 물이 끓을 때에는 두껑이 '부르릉 부르릉' 소리를 내며 덜컹덜컹거리고 수증기를 요란하게 뿜어낸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우치근(喁誺跟)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그중에서는 김철수보다도 한참 나이어린 대여섯 명이 모여 앉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술을 마시다가 꼭지가 돌아 김철수가 다시 유학 간다는 사실에 모여 앉아 안주삼아 씹어대고 있었다.

 

“모가지 잘라 불켜(버리겠다)‼”

 

“갔다 오면 죽여 불켜(버리겠다)‼”

 

“총독이 (다시) 오면 넌 죽은 목숨이야‼”

 

“혼자만 잘난척. 이××‼”

 

김철수는 우치근에게 거세게 들이 받았다. “인사부서에 해외유학제도를 없애라고 하면 될 텐데 그런 말 할 용기도 없냐?” “공문서는 읽어 봤냐?” “공개된 기회에 선발되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

 

그러나 대꾸할 틈도 없이 우치근의 욕지거리가 쏟아졌다. 이미 배알이 꼬여 끝내 못마땅하다. 그러나 김철수는 단호하게 마음을 다잡았다. 다시 험난한 시련과 가시밭길이 예상되었지만 그들을 무시하여 버렸다.

 

“동료직원 해외 유학에 배알이 골리는 너희들(조배죽들) 수준이라면 뻔하지‼”

 

“더 이상 너희들(조배죽들)에게 당할 내가 아니지‼”

 

앞으로도 조배죽들은 수탉처럼 수없이 시비를 걸어 올 것이 뻔하고 김철수는 이를 끝없이 방어하여야 한다. 수닭들은 주인이 모이를 던져주면 모이를 먹으려고 벼슬을 땅바닥으로 수도 없이 조아리며 찍어댄다.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다가 주인을 쳐다보며 눈치를 살피는 행동이 수십번 반복되고, 배가 불어 할 일이 없고 심심하면 머리에 빨간 벼슬을 바짝 세우고 다른 상대방에게 이유도 없이 달려들게 된다. 그러나 이제부터 김철수는 싸움닭 같은 조배죽들이 걸어오는 시비에 말려들어 귀중한 삶의 시간을 소모하지 않을 것이다.

 

프로빈스의 공지사항에는 경조사가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다른 공적인 공지사항에 비하여 몇 배 이상 인기가 있다. 출국하기 전에 조배죽의 경조사가 공지되자 부조금 봉투를 전달하려다가 마음을 바꾸어 다른 지역 자선단체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입금하여 버렸다. 앞으로 김철수는 조배죽들에게는 아예 등을 돌려 버릴 생각이다.

 

같이 떠나게 되는 다른 지역의 사무관은 장도를 축하하는 회식장소에서 젊은 후배들이 “나이 든 선배님이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가 존경스럽습니다‼”라는 덕담을 건넸다 한다. 김철수는 이런 사실을 부러워할 처지가 되질 못한다. 조배죽들이 터줏대감처럼 ‘뭉’이나 쓰는 프로빈스에서 축하 회식은 기대할 수 없다. 대신에 그들의 입에서는 덕담 대신 악담, 축하 대신 저주가 터져 나온다. 그들의 인성은 이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우경선에게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신고를 하였지만 대답도 없이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제대로 갖추어진 고위간부라면 “다녀와서 더 열심히 하세요‼”라고 격려를 해 주었을 것이다. 예전부터 삐져있었던 우경선의 자질도 의심스러웠다. 이제 총독이 선거에서 이겨 다시 프로빈스에 들어선다면 김철수에게 시련이 이어질 것이고 조배죽들과의 한판 승부가 예고되고 있었다.

 

김철수는 미국에서 우선 하여야 할 일이 있다. 막대한 외자를 곧 투자할 듯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정체불명의 외국인들을 만날 계획이다. 달랑 명함 한 장 뿐, 흔하게 쓰는 웹 사이트도 없는 그들은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한 번도 프로빈스에 나타난 적이 없다.

 

그 종이 한 장짜리 '투자의향서'가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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