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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18)] 프로빈스의 운명을 움켜쥔 조배죽

 

김철수는 잔인한 린치와 함정에 밀어 넣으려는 계획된 공작이 계속되었는데도 말려들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고 버티고 있던 정신마저도 무너질 위험에 놓여 있었다. 이제는 한계치를 넘어 그 경계선에 서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거나 일생이 파멸되어 버렸을 것이다. 포기하여 모두 놓아 버린다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고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위해서?' 조배죽들의 목적은 김철수의 인격을 파괴시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가까운 이웃은 김철수가 중요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혹은 바닷가를 배회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였다고 기억한다. 말도 횡설수설하는 일이 잦아 졌다고 한다. 그러나 하늘의 보살핌으로 순간을 버티고 있다.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은 것은 가까운 이웃의 조언 덕분이다. 독서량을 늘리고 책 한권을 읽으면 다시 반복하여 읽고, 다시 읽고 메모하면서 책을 외워 버리라고 권한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책방에서 읽을거리를 찾던 중 책방 주인이 “반품할 책이 한권 있는데 그냥 가지고 가세요.”하고 권하자 고맙게 받아왔다. 책의 표지만 떼어 반품하고 나머지는 폐품 처리하겠다고 했다. 잠시 휴식시간에 다른 사람이 안보이도록 책상 밑으로 책을 내려놓고 집중하여 읽기 시작했다.

 

우동호(紆狪嗥)가 책을 읽는 김철수의 뒤로 다가와 부르륵 부르륵 거렸다. 우동호는 조용히 구석에 않아 있는 김철수가 항상 불만이다. 우동호는 김철수보다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아래인데도 “(가짜) 출장 내라‼”며 지시하듯 명령한다. “출장 갈 일 없다‼”며 거절하여 버렸다. 우동호는 김철수가 (가짜) 출장을 가지 않으면 자신도 (가짜) 출장을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못마땅하다.

 

우동호의 별명은 '부구리'다. 부구리는 방언으로 성체가 다 된 진드기이다. 소 같은 가축에 한번 달라붙으면 피를 빨아 피둥피둥 살이 부풀러 오를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착한 ‘눈’을 가진 소는 진드기가 부구리 될 때까지 피를 빨아대지만 불평할 줄 모르는 가축이다. 부구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없이 시비를 잘 걸고 한번 물면 끝까지 물어뜯는 성질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조배죽 전성시대가 되었으니 궁합이 잘 맞았다.

 

진짜 간신이 뭔지 보여 주겠어‼

 

조선시대 대표적인 간신으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주도했던 한명회(韓明澮)는 탁월한 권모술수로 수많은 정적들을 제거하며 세조가 정권을 찬탈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인물이다. 그가 권력을 장악하는 수단은 살생부(殺生簿)였다. 반대파들을 제거하는데 쓰여졌던 이 살생부는 권력의 원천이었다.

 

연산군 시대의 간신 임사홍(任士洪)은 주변의 손가락질에 “내가 간신이라고?” 반문하면서, “좋아‼ 진짜 간신이 뭔지 보여 주겠어‼”라며 더욱 간악한 간신이 되고자 결심을 한다. 온갖 악행으로 '천고에 으뜸가는 간흉(奸凶)'으로 역사에 기록된 자이다. 이 대표적인 간신들은 살아서는 부귀영화를 누렸으나 죽어서는 영원히 간신으로 낙인이 찍혔다. 영원불멸할 것 같이 누렸던 권력은 잠시였다.

 

프로빈스에는 직원들이 경조사에 다녀오는 순간 “거기(반대파의 경조사에) 다녀왔지?”라는 추궁이 떨어졌다. 좁은 바닥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얽힌 연고가 있어서 다녀 왔을텐데 그것은 문제였다. 특히 총독의 경쟁자와 친한 사람의 경조사에 다녀오면 즉시 누군가에 의해서 어디론가 보고되었다. 촘촘한 감시망을 깔아 놓은 것 같다.

 

김철수는 경조사는 물론이고 다른 사회생활을 단절하여 버렸다. '자칫하면 나로 인해서 우연히 자리에 같이 앉아 있던 사람이나 친하게 대화를 나눈 사람 혹은 전혀 관계가 없는 엉뚱한 사람이 덤터기를 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철수의 처지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어쩔 수 없다.

 

조배죽들은 총독의 경쟁자인 상대방의 학교 동문 모임에 참석한 자가 누구인지 혹은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파악하였다. 이를 보고하였던 '조배죽 똘마니' 우공서(雩䱋鼠)는 승승장구하여 나중에는 핵심 조배죽이 되고 부귀영화를 누렸다. 그 반대로 참석자 명단에 적혀 있던 자들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중에서는 의도됐다고 의심할만한 작전에 의하여 불명예스럽게 프로빈스를 떠나는 직원들도 생겨났다. 인생이 파멸되었다.

 

김철수는 그런 음습한 공작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다가도 남는다.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과 사용하는 과정까지도 잘 알고 있다. 프로빈셜 홀 지하실에는 햇빛이 들지 않는 구석에 독버섯이 자란다. 이 독버섯이 악의 기운을 뿜어대고 프로빈스를 오염시킨다.

 

우동호는 김철수의 말과 행동은 물론이고 업무로 전화를 하는 상대방이 누군지 시시콜콜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약점을 잡아 보고할게 없으니 짜증이 났다. (가짜) 출장도 가지 못하고 할 일이 없으니 하품만 나오고 심심하다. 김철수는 실세 조배죽인 듯 거만을 떠는 우동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매일 점심을 사주었다. 그러나 우동호는 오늘따라 김철수가 점심을 사지도 않았으니 “조배죽을 몰라보냐?”며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철수가 점심 짜투리 시간에 책을 읽다보니 30분정도 초과해 버린 것이 실수였다. 우동호는 배알이 몹시 뒤틀렸다. 부구리의 본성대로 “(근무시간에 책을 읽었다고) 고라 불겠어(보고하겠다)‼”라고 시비를 걸어왔다. (상대할 나위가 없어서) 입을 닫아 버렸다. 책을 낚아 채 가더니 돌려주네 마네 소동이 일어났다. 책을 낚아채는 우동호의 모습은 일제시대 순사가 조선 백성들을 탄압하던 모습과 꼭 닮았다.

 

마녀 사냥(Witch Hunt)

 

중세 유럽에서는 부패한 성직자들이 기득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여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려 하였다. 이를 위하여 마녀사냥이라는 잔혹한 방법으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한 집단이 개인을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인격 살인' 또는 정치적 반대파들에게 잔인한 방법으로 박해하는 것을 '마녀 사냥'이라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1950년부터 1954년까지 매카시즘(McCathyism)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근거 없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감옥에 가거나 직장을 잃었다. 상원의원이었던 매카시(Joseph R. McCathy)의 근거없는 폭로에 국가 전체가 휘둘렸다. 심지어는 유명한 영화배우는 국가가 연주되는 시간에 엉덩이를 긁었다가 블랙 리스트에 오르며 해고당하기도 하였다.

 

21세기 프로빈셜 홀에서는 조선시대의 살생부와 중세 유럽의 마녀 사냥 같은 방법으로 희생된 무고한 직원들이 많았다. 조배죽들이 프로빈스의 운명을 맡았다는 사실은 비극이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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