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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29)] 정치 기계 조직과 엽관제 ... 조배죽 전성시대

 

미국이 독립 이후에는 산업화로 인하여 대부분의 인구는 도시로 모여들었다. 독립 이전에 있었던 주민자치 초기에 농촌을 중심으로 오손도손 지역 공동체를 꾸려 가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 대부분으로 거의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안정된 소득이 없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보건과 위생, 상하수도와 도로문제, 범죄 등 지방정부가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쌓여갔다. 그러나 당시의 지방정부는 해결할 능력이 없었고 부패하고 무능했다. 그들은 정경유착을 통하여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세력들을 중심으로 범죄조직과 다름없는 정치조직을 형성하게 된다.

 

정치 기계 조직(political machine)

 

19세기에 유럽으로부터 쏟아지는 이민자들은 거의 빈손으로 들어와 생계가 막막했다. 정치권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하여 그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환심을 얻었다. 대신에 이민자들은 정치 지도자에게 맹목적으로 이유 없이 충성하여야 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먹고 살기 위해서 줄을 서야 하는 형편이다.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지방정부에는 이권과 특혜를 제공하여 뇌물과 교환되는 정경유착이 만연하고 그 정점에는 지방정부의 책임자들과 토호세력들이 있었다. 언론에서는 이를 '정치 (기계) 조직'이라 불렀다.

 

그 우두머리는 '보스(boss)'다. '보스'는 '거미줄의 가운데에 앉아있는 거미'와 같이 모든 하부조직과 지역조직을 장악하였다. 보스가 거미줄을 통하여 신호를 보내면 조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이탈리아의 마피아 우두머리를 '보스'라고 하는 점과 하부조직과 지역조직을 갖추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는 점에서 범죄조직과 다름없다.

 

19세기 뉴욕에서 이 조직의 우두머리로 유명한 '보스'는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카운티의 책임자(supervisor)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뉴욕의 정치와 경제는 물론 공공분야와 철도, 은행과 광산 등을 비롯하여 모든 헤게모니를 한손에 장악하였다. 이 '보스'는 선거에 기여한 자들에게 지방정부 공직을 임명하기도 하고 이권과 특혜에 개입하는 등 권력남용과 부정부패의 주범으로 기소되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엽관제(spoils system)

 

엽관제는 당시 만연되었던 정치 풍토다. '전리품은 승리한 자에게 속한다(to the victor belong the spoils)'라는 속담에서 비롯되었다. 선거에서 승리를 한 보상으로 선거에 기여한 자들에게 정부의 공직을 제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공무원 임용기준은 자격이나 능력이 필요한 전문성보다는 선거 기여도에 따라 정하여 지고 부정부패의 악순환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해결하여야 할 문제는 쌓여가면서 점차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엽관제는 연방정부가 1883년에 연방공무원법(Pendleton Act)을 제정하여 실적제(merit system)를 마련하기 이전까지 만연하게 벌어졌다.

 

그러나 지방정부에서는 20세기에 들어설 때까지 여전히 엽관제에 의한 부정과 부패가 반복되어 기승을 부렸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나타나는 부패와 무능을 보다 못한 시민들이 전국적인 조직(National Municipal League)을 갖추어 변호사와 언론인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들이 지방정부 혁신운동에 나섰다.

 

이 혁신운동은 지방정부의 부패한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 운동에 돌입하여 1894년에는 뉴욕, 1895년에는 볼티모어, 1896년에는 시카고에서 부패한 시장과 지방의원들을 모두 몰아내고 '정치 기계 조직'과 '엽관제'에 의한 부패와 비능률을 날려 버렸다.

 

조배죽 전성시대

 

김철수는 프로빈스에 복귀하는 순간부터 희안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직원들이 전화에 매달려 검지 손가락 하나로 전화번호를 찍는 모습은 매우 날렵했다. 프로빈스 조직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장기간 프로빈스에 근무하면서 재난과 같은 비상시에도 이런 일사분란한 모습을 경험해 보질 못하였다.

 

매일 오후에는 “실적 냅서게(내세요)‼” 전화 실적을 수합하는 직원이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은 듯 목소리가 찢어지게 터져 나왔다. 직원들은 주섬주섬 종이에 표기된 '正 正 正 正 正 正 正 正 正 正 正....'을 하나씩 세어 전화실적을 보고하여야 한다.

 

직원 한사람이 실적은 A4 종이에 '正' 표기를 가로 15개 정도, 세로 20개 정도가 표기된다. 그러면 종이 한 장에는 1500회 정도의 실적이 채워진다. 직원 한사람이 5일 동안 전화를 했다면 7500건 이상이 된다.

 

일부 직원들은 두세대의 전화기를 자기 책상에 끌어다가 전화번호를 찍어 대는데 손가락이 보이질 않을 정도다. 자신의 통화실적이 다른 사람의 실적보다 저조하다고 생각을 하는 직원들은 핸드폰으로 열심히 찍어 실적을 올렸다. 자신과 가족의 핸드폰으로 전화실적을 올린 직원들은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깡통같이 생긴 기계를 만들어 수금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적이 떨어진 직원들은 주말에 나와 전화기 대여섯대를 자신의 책상으로 끌어와서 순식간에 수천건의 전화실적을 올렸다. 주말에 1만 건을 했다면 하루치로 나누어 매일 2천건을 제출한다. 이미 전화하는 기술은 상당한 수준으로 진화된 듯하다.

 

이웃 어른이 프로빈스에 민원 전화를 여러날 하였더니 온종일 통화중이어서 하는 수 없이 찾아 갔더니 “너네덜 허는 꼬라지광(너희들 하는 꼬라지 하고는)...하루 종일 (전화질만) 두닥두닥‼” 혀를 차며 질책을 하였지만 김철수는 변명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얻어진 7대경관이다. 그러나 성과는 매우 초라하다. 전화요금으로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도 논란에 휩싸였다. 동시에 소나무 숲이 붉게 병들어가는 재선충과 같은 재난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쳐버리고 다른 분야에도 그럭저럭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김철수는 프로빈스에서 19세기 미국의 지방자치에서 만연했던 '정치 기계 조직'과 '엽관제'와 같은 수많은 무능과 부패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 조배죽의 전성시대가 다시 열렸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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