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미제로 남았던 제주 성폭행 사건 피의자를 경찰이 유전자(DNA) 대조를 통해 뒤늦게 특정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9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제주동부경찰서는 특수강간 혐의로 40대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공범 B씨와 술을 마시고 2008년 6월 제주시 한 주택에 침입해 C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목격자나 다른 증거가 없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두 피의자의 DNA를 확보했다. 하지만 당시 DNA 데이터베이스에는 해당 DNA와 일치하는 정보가 없었다. 그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미제 사건 현장에서 추출한 DNA를 재분석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A씨의 DNA가 과거 C씨를 성폭행한 피의자의 DNA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2008년 6월 이후 다른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에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 받은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지난달 30일 제주시 모처에서 A씨를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성폭행 사건 당시 현장에서 찾아낸 DNA가 A씨 성폭행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성폭행 사건 당시 A씨 DNA는 피해자 체내 등이 아닌 현장에 있던 물품에서 채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당시 DNA 채취 과정과 사건 기록 등을 다시 살펴보는 등 보완수사를 거쳐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수년째 표류 중인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제주도는 잡화부두, 접안시설 등을 추가 조성하는 내용의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발주했다고 1일 밝혔다. 제주외항 2단계 개발은 코로나19 이후 소비회복 및 제주관광 수요 증가로 인한 제주외항 물동량 증가와 선박 대형화에 따른 선석 부족, 화물 처리 한계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추진되는 사업이다. 2만t급 선박이 선적할 수 있는 잡화부두 1석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접안시설 210m, 호안시설 446m(접속 호안 105m, 해양공원 호안 341m), 배후부지 1식 등도 들어선다. 제주항의 물동량은 2017년 1280만t에서 지난해 1690여만t으로 40% 가까이 늘어났다. 연평균 제주항 물동량 증가율은 7.7%다. 제주외항 2단계 사업은 2016년부터 추진됐지만, 크루즈 입항이 줄어들면서 진척을 보지 못해 왔다. 도는 제주항 포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사업 추진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고종석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제주외항에 잡화부두를 신규 건설하면 제주항을 이용하는 선박들의 이용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설계 및 공사 등 후속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사업이 적기에 완료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4·3평화재단이 제정하고 한국기자협회와 제주도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4·3언론상 대상에 KCTV제주방송의 '4·3특별기획 뉴스멘터리 - 땅의 기억'(김용민, 김용원, 문수희)이 선정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2018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4년 동안 보도·방송·제작된 신문·출판 부문 9편, 방송·영상 부문 15편, 대학언론 부문 5편 등 모두 29편의 응모작을 대상으로 심사해 이같이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대상에 선정된 KCTV제주방송의 '4·3특별기획 뉴스멘터리 - 땅의 기억'은 4·3 당시 초토화작전으로 가족의 생명을 잃은 것도 모자라 조상 대대로 살아 온 땅까지 빼앗긴 피해 유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지역 방송사 최초 보도물이다. 소개령과 초토화작전으로 불타 없어지거나 폐허가 된 마을, 그중에서도 삶의 터전이던 토지 피해 실태와 이후 소유권을 되찾으려는 후대의 노력, 제도개선 사항 등을 기획뉴스와 다큐멘터리 형식을 결합한 '뉴스멘터리' 콘텐츠에 담았다. 4·3언론상 본상 신문·출판 분야에는 한겨레신문 '제주4·3 70주년 기획 - 동백에 묻다'(허호준)가 선정됐다. 방송·영상 분야에는 KBS제주방송총국 '탐사K 3부작 - 4·3과 조작간첩…잊혀지는 기억들'(강재윤, 나종훈, 부수홍, 신익환)이 뽑혔다. 한겨레신문 '제주4·3 70주년 기획 - 동백에 묻다'는 5차례 신문지면 기사와 15차례 인터넷 기사를 통해 모두 20차례에 걸쳐 연재한 장기 연재물이다. 1부는 4·3의 진실과 현재, 미래를 드러내는 데 중점을 뒀고, 2부에서는 다양한 4·3의 직·간접적인 경험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4·3의 진실을 실존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기사화했다. 4·3의 전국화를 넘어 세계화를 위해 기사를 영어, 일어, 중국어로 기사를 번역해 총 65회의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KBS제주방송총국 '탐사K 3부작 - 4·3과 조작간첩…잊혀지는 기억들'은 4·3과 조작간첩 사건의 연관성을 밝힘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과거 잘못에 대한 성찰과 지속적인 감시 역할의 필요성을 알린 작품이다. 과거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재일교포 사업가 위장간첩 사건의 43년만의 재심 무죄 확정 소식을 보도하며 조작간첩사건의 30%가 제주인이 연루되었다는 인과관계를 밝혀냈다. 이와 함께 과거 조작간첩을 만들었던 판사, 검사 등을 취재하고 현재 이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반응을 보여줬다. 또 신인상에는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의 특집 기사인 '특별법 개정안으로 재기억하는 4·3사건'(김현경)이 선정됐다. 4·3언론상은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기여하고 평화·인권·민주·정의 등 4·3의 가치와 정신을 계승·선양하며 4·3의 전국화 및 세계화를 위해 헌신한 언론인이나 언론기관·단체, 그와 유사한 활동을 하는 개인 및 단체의 공적을 발굴해 시상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됐다. 제1회 시상식은 다음달 16일 제주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수상작에는 상패와 함께 대상 1000만원, 본상 각 500만원, 신인상 300만원이 수여된다. 제주4‧3평화재단 고희범 이사장은 “4·3언론상이 앞으로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기여하고 평화, 인권, 민주, 정의를 확대해 4·3의 전국화, 세계화에 기여하는 뜻깊은 상으로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외제차를 사주면 2000만원 상당의 차익금을 지급한다고 속여 모두 190억원을 가로챈 수입차 투자 사기 사건 피의자 1명이 추가로 구속됐다. 제주경찰청은 외제차를 살 명의를 빌려주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차량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50대 수입차 딜러 A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57억원 상당의 수입차 79대를 다른 사람 명의로 구입해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공범들과 함께 "캐피탈 업체를 통해 60개월 할부로 고급 수입차를 사주면 차량 할부금을 모두 대납해 주고 출고된 차를 수출해 관세 등을 경감해 발생한 수익금 중 일부를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하지만 A씨 일당은 피해자들 명의로 출고한 차량을 매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대포차 등으로 유통해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공범을 상대로도 차량 출고에 선수금이 필요하다고 속여 돈을 뜯어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이 사건 피해자는 130여 명에 달하고 피해액은 190억원이다. 경찰은 A씨를 포함해 11명을 검거하고 7명을 구속했다. 이 사건 핵심 피의자 3명은 지난 3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레고랜드 사태가 마비시킨 국내 회사채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기도 전에 흥국생명 사태가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금융회사와 기업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들었다. 불과 한달여 사이 국내 채권 발행과 외자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 이쯤 되면 한국 정부의 금융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생보업계 8위 흥국생명이 5억 달러어치 신종자본증권(달러 표시 영구채)의 조기 상환을 연기했다가 상환하겠다고 번복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흥국생명의 상환 연기 발표로 한국 채권의 신뢰가 약화됐다. 흥국생명 채권은 물론 다른 금융사와 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발행 조건이 나빠져 다른 금융사들이 자금조달 계획을 보류하거나 중단하는 일까지 나타났다. 그러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 흥국생명과 모기업인 태광그룹으로 하여금 은행과 다른 보험사들을 통해 5000억원을 조달해 상환하도록 압박했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주체 대부분은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옵션)를 행사해왔다. 따라서 시장에선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으로 여겨진다. 이를 흥국생명이 5년 만에 갚지 않고 미루겠다고 하자 한국 금융사와 기업들의 재무 상태에 대한 불안감까지 키웠다. 사실 흥국생명 사태는 금융당국이 미리 대응했으면 벌어지지 않을 혼란이었다. 금융위원장은 국회에서 “당국도 알고 있었고, 방치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금리가 치솟고, 레고랜드 사태가 터져 국내 채권시장이 불안해진 판에 해외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콜옵션 연기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전문성에 의심이 가는 심각한 오판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우리은행이 후순위채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한국 기업들이 한동안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잊었는가. 금융당국의 무신경과 무책임은 레고랜드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강원도가 지역 내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에 약속한 지급보증 책임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지자체 일’로 치부했다. 그러다가 금리가 치솟고 채권발행이 어려워진 뒤에야 급히 자금을 풀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사들이도록 했다. 결국 보증채무 2050억원으로 막을 수 있었던 레고랜드발發 작은 불씨를 진화하는 데 50조원이 동원됐다. 국내 자금시장이 급속히 경색됐고, 부동산 경기 급랭과 맞물려 11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등장했다. 금융시장은 속성상 어느 한곳이 불안해지거나 마비되면 급속히 전이돼 금융권 전체가 흔들린다. 가뜩이나 미국발 고금리와 강달러에서 기인한 고환율 등 외생 변수로 취약해진 금융시장에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 같은 내부 요인에 의한 리스크가 가세하도록 방임해선 안 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신속히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공정과 상식, 자유를 앞세우며 출발한 새 정부의 지난 반년을 평가하는 여론은 차갑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률은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부정평가의 절반에 못 미친다. 국정수행 지지도는 4개월째 30%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묻는 질문에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두배를 넘어설 정도로 응답자들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불안 등 경제위기, 이태원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위기, 진영 갈등 격화와 같은 정치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 모두 부정 평가가 60%대로 긍정 평가(20%대)의 두배를 웃돌았다. ‘지난 6개월이 6년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많았다. 경제가 어려워 먹고살기 팍팍하다고들 한다. 정부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로 경제위기 대응이 으뜸으로 꼽힌다. 사회적으로는 물론 경제 분야 안전사고도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솔직히 반성·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확실하게 세워 실천해야 한다.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조짐이 보이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믿음직한 정부여야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우리가 오늘이 힘들고 고달파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와 바람에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국민의 바람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2%로 여전히 높다. 이로써 미국은 기준금리 4% 시대에 진입했다. 또한 미국(연 3.75∼4.0%)과 한국(3.0%)의 기준금리 차이는 1.0%포인트로 확대됐다.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0 %포인트 인상)을 밟아 0.25%포인트로 좁혀놓은 것이 이내 되돌아갔다. 그만큼 더 높은 금리(수익률)를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수 있다. 원화가치 약세는 각종 원부자재 등 수입물품의 원화 환산 가격을 높여 국내 물가 오름세를 자극하게 된다. 이런 판에 지난 8~9월 둔화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5.7%) 들어 다시 가팔라졌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오름폭이 커졌다.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 즉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아졌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한은으로선 물가 오름세 심리를 꺾으려면 통화긴축의 고삐를 더 죄어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 “물가상승률이 5%를 넘으면 여러 고통이 있더라도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딱 한차례 남았다. 따라서 오는 24일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좁혀 놓아야 한다. 문제는 식어가는 국내 경기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월 수출이 1년 전보다 5.7% 감소했다. 20 20년 10월 이후 2년만의 역성장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수출 감소는 불길한 징조다. 이미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적자를 내며 연간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수 경기를 떠받치는 민간 소비도 고물가와 고금리에 치여 언제 고꾸라질지 모른다. 경기침체 우려에 레고랜드 사태가 덮쳐 회사채 시장이 한때 마비되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이래저래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판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4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 직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며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은 연준이 12월에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본다. 연준이 마냥 기준금리를 인상하진 못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주변국들과의 금리격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 차이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돈이 몰리게 만든다. 이는 미국 달러화 강세, 즉 다른 나라 통화의 환율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금리격차가 너무 커지면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주변국이 자국 통화가치의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면 가격이 내려간다. 이미 일본, 중국, 한국이 그렇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심화하면 연기금들의 자산이 줄고(평가손) 이자가 불어나며 재정 부담도 커진다. 미국 금융시장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미 적잖은 미국 기업들이 달러화 초강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를 호소한다. 해외 소비자 입장에선 자국 통화로 표시되는 미국 제품의 가격이 비싸져 구매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강强달러는 미국 기업의 해외매출에 대한 달러 환산액을 줄여 기업 이익을 악화시키고, 이는 해당 기업의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 3월께 5%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다. 내년 2월과 3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뒤 한동안 더 이상 올리지 않고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방관할 수 없는 한은으로선 11월 금통위에 이어 내년 1월과 2월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적절하게 금리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감내 가능한 금리 차를 어느 정도로 볼 것이냐가 관건이다. 당장 11월 금통위부터 금리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과 시장 상황을 감안해 인상폭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미간 금리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서도 안 되지만, 과감한 금리인상의 후유증을 간과해서도 곤란하다. 막대한 가계부채 뇌관과 취약 차주借主의 증가, 레고랜드 나비효과로 경색된 채권시장과 기업들의 자금난도 고려해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통위의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 1기 경제팀과 내각이 대오각성 분발해야 함은 물론이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북한 탄도미사일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뒤 경북 울릉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2일 울릉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5분께 울릉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발령됐다. 사이렌은 2∼3분간 이어졌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쏜 미사일 1발이 울릉도 방향으로 가다가 울릉도에 닿기 전 동해 공해상에 떨어졌다. 미사일 방향이 울릉도 쪽이었던 까닭에 탄도탄 경보 레이더 등과 연계된 민방위 관련 기관에서 공습경보가 자동으로 발신됐다. 사이렌이 발령되자 울릉군 공무원을 비롯해 일부 주민은 긴급하게 지하공간 등으로 대피했다. 경찰은 각 초소 등에서 상황을 살폈다. 울릉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습경보가 울렸고 실제 상황이라고 해서 직원들 일부가 지하 쪽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이나 군, 경찰 당국은 공습경보가 발령된 뒤 사태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많은 주민과 공무원은 사이렌 소리에 긴장하며 휴대전화나 TV로 관련 소식을 확인했다. 공습경보는 오전 9시 8분께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오전 9시 30분 현재 울릉지역에서는 탄도미사일에 따른 피해는 신고되지 않았다. 울릉군 관계자는 "처음에는 대피했다가 다시 제 자리로 와서 사실관계들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울릉지역 사이렌은 경찰이 울릴 수는 없고 공습경보는 군에서 관할하는 것으로 안다"며 "경찰 쪽에 울릉지역 피해 신고 들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곶자왈은 남과 북의 식물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따뜻한 곳에 사는 식물인 남방계 식물과 추운 곳에 사는 식물인 북방계 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제주도 생성의 역사와 곶자왈의 지질․지형적 특성이 결합한 결과이다. 제주도는 불과 1만여년 전에야 섬이 되었다. - 1만년은 인간의 시간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이지만 지질학적 시간으로는 찰나이다. - 즉, 그 이전에는 섬이 아닌 대륙의 일부였다. 빙하기가 끝나고 간빙기가 되면서 물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섬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제주가 섬이 되기 이전에는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제주에 분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간빙기가 되고 제주가 따뜻해져가자 추운 곳을 좋아하는 북방계 식물은 기온이 낮은 한라산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당연히 따뜻한 저지대의 북방계 식물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라산의 시로미, 구상나무, 암매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북방계 식물로서 한라산 일대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시로미 열매는 시베리아의 북극곰이 좋아하는 열매이다. 즉, 빙하기 때 제주로 내려왔던 추운 북쪽 지방의 식물이 간빙기가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한라산에 남아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한라산 아고산대 지역에만 서식하는 산굴뚝나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북방계 식물의 피난처로 한라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산간지대에 주로 분포한 곶자왈이라는 독특한 숲은 북방계 식물을 한라산까지 올려 보내지 않고도 품어 안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한들고사리,좀나도히초미,좀고사리,골고사리,큰톱지네고사리,왕지네고사리 등 북방계 식물은 곶자왈에 터를 잡아 살고 있다. 실제로 한들고사리의 경우 만주, 시베리아 등에 분포하는 식물이다. 남방계 식물의 경우에도 밤일엽, 큰봉의꼬리, 가지고비고사리, 더부살이고사리 등이 곶자왈에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식물상의 진화사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곶자왈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델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는지 이유를 과학적으로 들여다보자. 곶자왈은 주로 중산간 일대에 분포한 숲으로서 고지대에 위치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북방계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용암이 굳으면서 만들어진 지질적 특징이 곶자왈만의 미기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곶자왈의 온도는 일반적인 숲보다 훨씬 낮은 온도를 나타낸다. 곶자왈은 오름이 만들어낸 숲이다. 독립화산체인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은 후에 숲이 들어선 것이다. 그러다보니 곶자왈은 돌무더기 숲이다. 수많은 돌무더기와 함몰지, 풍혈지, 궤, 용암동굴이 곶자왈의 지반을 이루고 있다. 곶자왈 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단체인 (사)곶자왈사람들이 곶자왈의 함몰지 온도를 조사해 본 결과, 지표면의 한 여름 온도는 섭씨 23.1도인데 비해 함몰지 바닥은 섭씨 8.4도로 나타났다. 즉 함몰지 내 기온이 제주시 겨울 평균기온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북방계 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 반면에 곶자왈 내 함몰지와 지표간의 온도차는 섭씨 14.7도여서 해발로 치면 2,200m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곶자왈이라는 숲은 여름과 겨울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에게 큰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라산의 기온도 올라가면서 거기에 살고 있는 북방계 식물인 구상나무, 암매, 시로미 등이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곶자왈은 지구 온난화가 심화됨에도 불구하고 북방계 식물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숲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곶자왈은 기후 위기의 대응과 함께 생물다양성의 측면에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숲이다. 그 중에서는 종 자체가 없어지는 멸종위기동식물들도 있다. 또한 곶자왈에서 볼 수 있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은 제주고사리삼을 포함하여 8종이나 된다. 그리고 곶자왈에 자생하는 특산식물도 20종이나 된다. 이러한 동식물들이 곶자왈로 피난하여 생명을 유지 하고 있는 것이다. 멸종위기 생물 중에서도 제주고사리삼은 더 특별하다. 제주고사리삼은 세계에서 선흘곶자왈 일대의 건습지에서만 분포한다. 그것은 제주고사리삼이 '파호에호에용암이 지반을 이룬 상록활엽수림 속의 건습지에, 겨울에는 하늘이 트여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낙엽수'아래에서만 서식하는 아주 예민한 생태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까다로운 서식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보니 제주고사리삼이 선흘곶자왈 안에서도 매우 제한적으로만 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주고사리삼은 그 종에 대한 보전가치도 높지만 서식지 자체의 지질학적․생태적 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때는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 불리던 선흘곶자왈은 도내 곶자왈 중에서도 가장 많이 훼손된 곳이다. 수십 년 전부터 묘산봉관광지구, 채석장 그리고 최근에는 자연체험파크까지 개발이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제주고사리삼 군락지가 훼손되었지만 제주도당국에서는 다른 곳으로 이식하거나 울타리를 치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사업승인을 해줘버렸다. 그것은 지금도 현재진형형이다. 이제, 제주고사리삼은 식물 자체뿐만 아니라 독특한 서식지 자체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섬처럼 남겨놓고 주변을 개발해 버리는 행위는 결국 제주고사리삼의 멸종을 가속화 하여 지구상에 유일하게 있는 식물을 영영 못 보게 될 것이다.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신용준 전 제주한라대학장이 24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인은 1955년 중등교육계에 발을 들여 일선학교 교장, 제주도교육청 학무국장 등을 지냈다. 1984~1988년 초대 제주대사대부중·고 교장과 제주한라대 3~5대 학장을 역임했다. 제주한라대 학장 재직시절엔 초창기 간호전문대학의 면모를 일신시키며 대학기반 확장, 전공학과 증설,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대학교육행정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공로로 세종문화상(교육부문)을 수상했다. 1999년엔 제주도문화상 교육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모란장도 받았다. 고인은 저술활동도 활발히 펼쳐 '학교경영과 리더십' '이형상 목사 제주시문선'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유족으로는 석하(제주국제대 교수)·원하·종하·정심·진명·진화씨가 있다. 빈소는 부민장례식장, 발인은 27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제주호국원이다. 연락처는 010-3692-0283(신석하).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채 발견된 갈치잡이 어선 예인 작업이 시작됐다. 21일 서귀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마라도 해상에서 전복된 서귀포 선적 근해연승어선 A(29t)호를 예인할 예인선이 이날 오후 현장에 도착, A호를 서귀포항으로 예인해오고 있다. A호는 22일 새벽 0시께 서귀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해경은 5000t급 경비함정과 방제정 등을 투입해 안전 관리와 해양오염 여부 확인을 하고 있다. 해경은 A호가 육상으로 인양되면 실종자를 찾기 위한 내부 수색은 물론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한국인 2명과 외국인 선원 2명 등 선원 4명을 찾기 위한 수색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함선 15척과 항공기 7대가 동원돼 해상을 수색했으나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수색은 이날 야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A호는 지난 18일 오전 5시 8분께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6.8㎞ 해상에서 뒤집힌 채 선체 대부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바닥만 보이는 상태로 해경에 발견됐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갈치잡이 어선 전복사고 실종자를 찾는 수색이 밤새 이뤄졌으나 성과를 얻지 못했다. 19일 서귀포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경과 해군 등으로 구성된 수색팀은 지난 18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함정과 선박 32척과 항공기 4대를 투입해 야간수색을 벌였다. 해경은 표류 예측 결과 등을 고려해 선체 발견 위치를 기준으로 동서와 남북 각각 36㎞ 해역을 살폈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은 날이 밝은 뒤에도 함정과 선박 32척과 항공기 7대를 투입해 이틀째 수색을 이어갔다. 수색 범위는 선체 발견 위치인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6.8㎞ 해상을 중심으로 동서 45㎞, 남북 46㎞ 해역으로 확돼됐다. 해경은 이날도 수중 수색을 통해 선실 진입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해경은 지난 18일 12차례에 걸쳐 수중 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심한 와류 등으로 선실에 진입하지 못했다. 조타실 수색에서는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A(29t)호는 지난 18일 오전 5시 8분께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쪽 6.8㎞ 해상에서 뒤집힌 채 선체 대부분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바닥만 보이는 상태로 해경에 발견됐다. 해경은 선주 진술 등을 바탕으로 A호에 4명(한국인 2·외국인 2)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신들의 땅 제주, 그리고 한라산, 또 널린 기생화산. 그곳을 안식처로 삼은 조랑말과 소까지 들여다보면 어느덧 마음이 숙연해진다. 하지만 그 피사체는 카메라렌즈 안이 아닌 밖으로 성큼 다가온다. 여느 작가와도 다른 따뜻함이 펼쳐진다. 작가 김수오의 사진전 '신들의 땅'이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제주시내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에서 열린다. 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瀛은 제주 사진작가 고(故) 고영일 선생의 뜻을 기려 제주도의 자연과 생활, 인물 등의 모습을 남기는 사진작가들을 발굴, 전시·공유하고 있다. 이번 김수오 사진전의 기획의도도 그렇다. 이번에 전시되는 사진은 모두 25점. 새벽과 저녁의 제주 오름 풍광을 담은 작품들이다. 한의사이기도 한 김수오 작가는 제주시 연동에서 늘푸른경희한의원을 운영하면서 5~6년 전부터 새벽과 퇴근 후에 제주 오름을 올랐다. 빛과 색, 그리고 오름에 기대어 살아가는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올해 김수오 작가는 제주오름 사진을 찍고 최창남 작가는 제주와 오름 이야기를 글로 써 책 '섬오름 이야기 신들의 땅'을 발간했다. 김수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길을 지날 때 밤길 어둠 속에서 실루엣으로 보이는 오름, 해안의 불빛 등을 황홀하게 바라본 적이 많다"며 "이런 제주가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사라지기 전에 현재 제주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소개한다. 최창남 작가는 소개의 글에서 "누구나 오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오름 너머의 세상을 보지는 못한다. 오름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지는 못한다"며 "너머의 존재를 찾아 전하는 것이 이 땅의 예술가에 주어진 역할이라면 김수오는 이 땅의 예술가임이 분명하다. 그는 이 땅의 소리를 듣고 전하는 이 땅의 기록자"라고 말했다. 김수오 작가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다시 한의대로 진학, 한의사의 길을 걷고 있다. 낮에는 늘푸른경희한의원에서 진료하고 퇴근하면 카메라를 들고 오름과 제주들판에서 사라져가는 제주 풍광을 담고 있다. 그는 2019년 '화산섬제주국제사진제', 2020년 '제주의 자연 사진전', 2022년 '섬 보다 듣다 가다'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계간 '제주작가'에서 포토에세이를 연재 중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