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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제주공항, 포화상태에 안전문제도 ... 남북활주로 이용도 불가능"
박 "관제시스템 개선으로 충분 ... 성산 입지도 오류 투성이"

 

갈등의 소용돌이에 있는 제주 제2공항을 놓고 원희룡 제주지사와 반대 측 박찬식 제2공항 비상도민회의 상황실장이 맞짱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원 지사는 현 제주공항이 포화상태라는 점과 안전 문제 등을 들어 제2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 보고서의 내용은 이론일 뿐 현실 적용과는 괴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박 실장은 제주공항 포화와 안전 문제는 관제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DPi 보고서의 내용 역시 관제시스템 개선으로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제주도와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는 4일 오후 7시10분부터 KBS제주방송총국에서 ‘제2차 제주 제2공항 공개 방송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은 제2공항 관련 의혹해소 방안과 각종 문제 및 갈등해결 방안 등의 대주제를 바탕으로 자유토론 형식으로 이뤄졌다.

 

◇원 지사 “제주 공항 이미 포화” vs 박 실장 “관제시스템 개선으로 충분” = 이날 먼저 발언에 나선 원 지사는 “현재 제주공항은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며 “표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작년에는 충돌 사고가 날 뻔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와이의 경우 한 해 공항 이용객이 2100만 명인데도 활주로를 4개 사용한다. 세계적인 추세가 활주로의 이착륙 횟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제주공항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고 가야 한다. 항공은 도민들의 대중교통이고 그 필요성 때문에 나온 것이 제2공항 사업이다.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인 이유는 관제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미 1단계 확충을 통해 3200만명 수용 규모로 확장됐다. 또 표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활주로 용량이 아닌 관제시스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박 실장은 그러면서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시간당 40회의 이착륙이 가능하지만 현재 35회로 제한된 것도 그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영국 한 공항의 경우 공항 운영과 관련한 시스템 개선을 통해 1개 활주로에서 시간당 55회의 이착륙을 하고 있으며 연간 4800만명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원 지사는 “제주공항의 수용능력에 대해선 국토부가 ADPi 등을 통해 이미 검토를 했다”며 “ADPi는 활주로 시설을 기존보다 2배 늘리는 것까지 이론적으로 제시했고 국토부가 검토를 했지만 시간당 한 회 늘리는 것도 실패했다. 이론상으로 제시하는 것과 현실에서 실행하고 검증된 결과로 도출된 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실장은 원 지사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그것은 첫째도 둘째도 관제의 문제”라며 “관제시스템만 갖춘다면 시간당 40회 운항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제주공항 관제탑은 기둥에 가려져 사각지대가 있고 공간이 좁아서 첨단 기계를 들여놓을 공간이 없다”며 관제탑 이전 문제를 꺼냈다. 그러면서 “ADPi는 세계 3대 공항설계 업체다. ADPi의 용역을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주장하며 회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에 “관제사와 조종사는 영어로 교신한다. 평시에는 관계없지만 비상시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아시아에선 언어장벽이 부담”이라며 “ADPi가 미국과 유럽의 기준을 근거로 제시한 이착륙 횟수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활용 및 후보지 선정에서도 설전 =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이용과 관련해서도 원 지사와 박 실장의 설전이 오갔다.

 

원 지사는 “남북활주로 활용은 활주로의 교차 운영 및 바람방향 문제 등으로 불가능 하다”며 “바람이 많다는 특성을 가진 제주에서는 동서활주로와 남북활주로를 동시에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어 “남북활주로를 쓰게되면 아라동과 사라봉 일대까지 제주시 전역이 소음구간이 된다”며  건축고도를 두 배로 높인 원도심의 안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제주시내 만성 교통체증도 악화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실장은 “남북활주로는 제주시내 방향이 아닌 북쪽 바다방향만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고도제한과 소음은 상관없는 문제”라며 교차활주로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관제사들이 훈련이 안된 것은 맞지만 관제신호를 주는 시스템을 갖추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바람 문제도 남북활주로가 이착륙에 유리하다. 때문에 제2공항에 남북 활주로를 하려는 것도 그 이유”라며 “바람 강도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1년에 열흘도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제2공항 후보지로 성산이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원 지사는 “성산으로 입지가 결정되면서 피해를 보는 주민분들에게는 죄송하다”면서도 “발전의 열매가 희생을 당하는 분들에게 어떻게 돌아가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성산으로 부지가 결정된 것은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도 성산 후보지를 당일 통보받았다. 당혹스럽지만 성산이 아닌 다른 곳이 부지로 선정됐다고 해도 반대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타당성은 갖췄어야 했다”며  “버드스트라이크 문제와 철새 도래지 문제 등이 입지 타당성 조사에서 빠졌다. 동굴조사도 문헌조사만 했다. 폭설이나 폭우도 평가하지 않았다. 성산에 불리한 요소들만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제주에서 환경에 영향을 안주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 오름을 깎든가 동굴이 있든가 하는 등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제주도부터 반대를 했겠지만 큰 틀의 오차범위에서 중대한 하자가 없다는게 제주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이에 “원 지사가 국토부의 발언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실제로 중대한 하자와 오류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도민 공론화와 관련해서도 박 실장은 “도민들의 뜻을 묻는 공론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원 지사는 “전문가들끼리의 견해도 엇갈리는 상황에서 도민들이 결정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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