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새도정 준비위원회가 ‘대통합카드’를 꺼내 들었다. 6·4선거에서 격전을 치른 상대방인 신구범 새정치연합 후보를 위원장으로 지목, 삼고초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단식을 치른 신구범 캠프가 8일 비상소집, 원 당선인의 제안을 놓고 숙고에 돌입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인이 이날 예고했던 ‘새도정 준비위원회’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연기했다.
일부 위원 선임 문제와 위원장 인선 문제가 아직 결론을 얻지 못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당선인은 당초 이날 오후 1시 선거 캠프로 사용하던 옛 KBS제주방송총국 사옥에서 새도정 준비위원회 위원장과 각 분과 위원장, 분과 위원 등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또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위원장 인선 배경과 위원회 구성 원칙도 밝힐 예정이었다.
원희룡 당선인 캠프와 신구범 후보 캠프 등에 따르면 원 당선인은 최근 신구범 후보 측에 ‘새도정 준비위원장’ 역할을 맡아달란 제의를 했다.
제의를 받은 신구범 전 지사는 이를 놓고 현재 측근들과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솔직히 제의 소식을 듣고 다소 놀랐다. 일부에서 ‘정치쇼’나 원 당선인의 특유의 ‘이미지 정치’란 의혹의 시선이 있지만 우린 원 당선인의 진정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신 전 지사는 도민통합을 고려한다면 특정 정파의 이익·이해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진정 제주의 발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원 당선인 측의 제의를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는 답변이다.
재경제주도민회 핵심인사를 비롯해 제주출신 중진 언론인 등 서울의 원로그룹도 원 당선인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의 한 인사는 “신망을 얻는 서울의 제주출신 원로들이 ‘신구범 위원장’ 체제가 도민통합 실현에 최적이란 의견을 원 당선인 측에 전한 것으로 안다”며 “이제 도민사회가 새로운 전진의 길로 가기 위한 다수의 생각을 담아 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정치적 야합’이자 ‘정치쇼’라는 주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8일 ‘신구범 준비위원장 위촉說’과 관련해 긴급 성명을 내고 “저열한 정치쇼”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신구범 전 지사를 당선인 인수위원장(새도정 준비위원회장)으로 위촉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발끈했다.
특히 “선거가 끝난 지 이틀 만에 들려온 이러한 소식은 과연 원희룡 당선자가 줄곧 내세웠던 ‘협치’의 실체가 과연 이런 것이었나 하는 분노와 자괴감을 갖게 만든다”며 “얼핏 보면 초당적 협력과 연정을 통한 통합의 도정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는 상대 당 도지사 후보였던 인물을 통해 원 당선자의 통합 상징성을 과시하고 자신의 이미지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매우 저열한 ‘정치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협치에 대한 진심은 우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상대 당 후보였던 사람을 당 차원에 대한 사전 협의는 커녕 최소한의 절차나 순리에 따르는 대화조차 없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 앉혀 당선자 스스로의 이미지 수단으로 삼으려는 처사는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하고 독단적인 것이라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구범 전 후보에 대해서도 “진정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식 후보로서 함께해 왔던 본인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자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특히 “이번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이는 협치를 가장한 ‘야합’임을 분명히 하고, 매우 강력한 사후 대응과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원 당선인 측은 8일 새도정 준비위 명단발표 기자회견 연기사유에 대해 “도민통합과 새로운 제주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을 준비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준비위원장 인선이 마무리 되는대로 날짜를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원 당선인은 지난 5일 당선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편 가르기를 뛰어 넘어 도민이 참여하는 민선 6기 제주도정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정당 구분은 의미가 없고, 민선 6기 제주도지사로 선출된 이상 굳이 따진다면 ‘제주당’을 목표로 모든 일을 하겠다”고 ‘도민 대통합’론을 설파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