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공사가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인사권에 참여한 9월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직원평가단에 노조가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일자 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고 "노조의 인사 개입 철회"를 요구했다.
27일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제주개발공사는 지난달 20일 본부장급 인사에 이어 이달 2일 자로 38개 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백경훈 사장은 팀장 인사를 위해 3급 후보자 62명을 대상으로 보직선정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는 ▲사장 30% ▲4총괄 30% ▲노조위원장 20% ▲직원평가단(하위직 30명) 20%로 배점이 구성돼 노조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인사 평가에 참여하게 됐다.
개발공사는 "상반기 인사에 대한 불만 여론을 수렴해 팀장급 인사에 직원들이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했다"며 "파격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의 과도한 영향력이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개발공사 내부 관계자는 "직원평가단이 노조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노조가 팀장 인사에 40%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인사 결과 보직을 받지 못한 일부 대기 발령자들은 "노조위원장의 인사 개입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개발공사 이사회가 나섰다.
인사 직후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는 '노조의 인사 개입 철회'를 요구했다. 경영진의 권한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노조의 인사 개입이 지속될 경우 직원들이 경영진보다 노조의 눈치를 더 보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타 공공기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이사는 "노·사가 상생해야 한다는 원칙은 중요하지만 인사는 경영진의 책임 영역"이라며 "노조의 인사 참여는 위험한 실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는 인사 규정 준수, 보직선정위원회 운영 개선, 노조의 인사 개입 지양 등을 포함한 권고문을 백 사장에게 전달했다. 특히 "노조의 인사 참여가 향후 노·사 대립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개발공사는 내년 3월 전까지 개선책 마련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미 공공기관 내 노조의 인사 개입 요구가 확산되며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경훈 사장은 "노동존중 문화를 구현하고 상반기 인사에 대한 불만을 고려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며 "이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인사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