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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배추 한 포기 가격 2만원 넘어 ... 지독한 폭염 등 이상기후 때문
사과 주산지 재배면적 감소하고 ... 수온 상승에 어종 지도 바뀌어
물가에 악영향 미치는 이상기후 ... 정부,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해야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섰다. ‘금배추’로 불릴 정도다. 지독한 폭염과 가뭄 탓이다. 강원도 지역 고랭지 배추 작황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날이 너무 뜨거워서 배추 모종을 심는 족족 타죽었다.

다급해진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수입했다. 정부 차원의 배추 수입은 2010년, 2011년, 2012년, 2022년에 이어 다섯번째다. 수입 배추에는 한시적으로 할당관세(0%)를 적용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 장려금을 지급해 배추의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할인판매도 지원했다. 올봄 사과 값이 한개에 1만원까지 뛰어오르며 ‘금사과’ ‘애플레이션(apple+inflation)’ 조어가 나돌 때 취했던 조치(대체 농산물 긴급 수입, 할당관세 적용, 납품단가와 유통업체 할인판매 지원 등)와 비슷하다.

추석과 추분이 지나서야 폭염의 기세가 꺾였다. 인류가 앞으로 보낼 여름 중 올해가 가장 선선했던 시기로 기록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한반도라고 예외일 리 없다. 기온이 세계 평균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며 지역 특산 농산물 재배지도가 크게 변화했다.

사과는 대구에서 강원도 양구로, 배는 전남 나주에서 경기도 안성까지 북상했다. 제주도 특산물이었던 귤이 전남에 이어 서울까지 올라왔다. 열대과일인 망고와 바나나도 제주도를 넘어 수도권 인접 지역까지 북상했다.

사과의 경우 주산지였던 대구ㆍ경북지역 재배면적이 30년 새 44% 감소했다. 농촌진흥청은 현재와 같은 기후변화 추세라면 오는 2100년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계 평균보다 두배 이상 높아진 한반도 인근 바다 온도에 어종魚種 지도 역시 변했다. 명태와 오징어가 동해에서 자취를 감췄고, 그 자리에 난류성 어종인 방어와 참다랑어가 등장했다. 삼치 어장도 북상 중이고, 남해안에선 수온이 상승한 바닷물에 정어리 떼가 집단 폐사했다.

 

이상기후는 물가와 산업생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2001~2023년 우리나라 이상기후지수(CRI)와 산업생산, 물가상승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상기후가 성장(산업생산)은 낮추고 물가는 끌어올렸다.

이상기후 충격은 발생 시점으로부터 약 12개월 뒤 산업생산 증가율을 0.6%포인트 갉아먹었다. 농림어업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1%포인트, 건설업 GDP 증가율은 0.4%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상기후 충격 이후 3개월 만에 0.03%포인트 더 높아졌다. 특히 식료품과 과실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 물가 상승분의 10% 정도는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수확과 어획량 감소는 장바구니 물가와 가계 식탁을 위협한다. 고물가 속 내수를 침체시키고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킨다. 특정 농산물의 생산 차질로 가격이 뛸 때 수입에 의존하는 대응은 한계가 있다. 이상기후가 지구적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주요 농산물 수출국들도 영향을 받는 경우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화하고 일상화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수급 차질에 긴급 수입이나 할당관세 적용, 정부 재정을 동원해 유통업체의 할인판매를 지원하는 등의 임시방편 대응에 급급하면 우리나라 농업은 결국 무너지고 만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따라 오는 2050년께엔 여름배추 재배지가 눈에 띄게 줄고, 2090년에는 아예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가능한 국내 농산물 생산 및 수급 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설 때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품종 개발이 진행되고 있긴 하다. 지난 6월, 더위에 강하고 속잎이 빨리 차서 조기 수확할 수 있는 소형 배추 신품종 ‘하라듀’(여름 ‘하夏’와 오래 견딘다는 뜻의 영어 durability 합성어)를 선보이고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위기가 현실화한 만큼 덥고 습도가 높은 환경에 강한 품종과 재배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탄소 배출을 저감시키는 영농기술의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 단순히 특정 채소나 과일 가격을 단기적으로 안정시키는 차원을 넘어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 위기 대응 노력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기후위기가 곧 경제위기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농축어업 맞춤형 지역별 날씨와 장기 변화 추세를 제공하도록 기상예측 능력을 높여야 한다.

전근대적인 농산물 유통체계에 대한 수술도 절실하다. 농산물 납품업체와 도매상 등 중간상인이 이득을 보고,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는 피해를 보는 유통구조를 서둘러 개혁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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