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기업 경영자도 격렬한 경쟁 속에서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현신양장(賢臣良將)’을 구해야 한다. 보좌해주는 야무진 부하가 있어야 한다. 경영자가 ‘상현(尙賢)’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재능을 기준으로 쓸 만한 인재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주역』은 말한다. “사람이 모이면 어지럽고 사물이 모이면 싸우며 일이 모이면 문란하니, 대인이 다스리지 않으면 모임은 다투어 어지럽게 된다.”1) 그렇기에 그저 인재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인새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충분하게 인재를 존중하여야 한다. 소순(蘇洵)도 말한 적이 있다. “인재를 고르고 예로써 대해야 한다.”2) 인재가 기업에서 일하려고 하는 까닭은 그저 수입이 많고 적음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회사의 분위기이다. 높은 소양이 있는 인재는 더욱 서로 이해하고 화합적인 분위기를 창출하기를 원한다. 경영자는 그런 분위기의 창립자이다. 창립자의 가장 좋은 방식은 ‘존중’이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먼저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인재를 존중하고 존중하며 또 존중하여야 한다. 모토롤라 경영자가 말한 적이 있다. “모토롤라의 모든 것은 변할 수 있다. 단지 사람에 대한 존중과 고상한 도덕 정서를 견지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토롤라의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기업문화다.” “척도 짧을 때가 있고, 촌도 길 때가 있다.”3) 이 말은 중국인이 평상시에 듣는 말이다. 한 자의 길이가 때에 따라서는 짧아 걱정하는 수가 있는가 하면, 한 치의 길이도 때에 따라서는 길어서 곤란할 때가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나 물건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 않던가. 당태종 이세민이 인재를 쓸 때 일찍이, “군자가 사람을 쓰는 일은 그릇을 쓰는 것과 같아 각기 그 장점만은 취한다.”4) 라는 명언을 남겼다. 많은 경영자가 늘 인재가 없다고 한탄한다. 사실이 그런가? 그렇게 말하는 경영자는 인재의 장점을 알아보는 식견이 없을 따름이다. 사람을 쓰는 데에 한황(韓滉, 723~787)처럼 한다면 버릴 인재는 하나도 없다. 한황은 당 덕종 때에 진해(鎭海)절도사를 지냈다. 사람을 쓰는 방면에 있어 재능에 따라 적재적소에 썼다. 친한 친구의 아들이 의탁했는데 어떤 장점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한황이 그를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정하게 앉아 옆자리 사람과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폐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한황은 그의 그런 모습에서 비범한 일면을 찾아내었다. 한황은 그를 창고 문을 지키도록 파견하였다. 그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단정하게 앉아서 지켰다. 그러자 감히 마음대로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 예부터 지금까지 뛰어난 인재를 잘 쓰는 사람은 많고도 많았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당태종 이세민의 용인술을 기록하고 있다. 이세민은 말했다. “영명한 군주는 인재를 임용함에 있어 재주가 있는 목장이 목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 똑바른 것으로는 끌채로 삼고 굽는 것으로는 바퀴를 삼으며 긴 것은 동량으로 삼고 짧은 것은 두공으로 삼는다. 굽든 곧든 길든 짧든 상관없이 각기 쓸모가 있다. 영명한 군주가 사람을 씀도 이와 같다. 총명한 사람은 책략을 취하고 우둔한 사람은 힘을 쓰며 용감한 사람은 위무를 쓰고 겁이 많은 사람은 그 신중함을 쓴다. 총명하든 우둔하든 용감하든 겁이 많든 모두 쓸 데가 있다. 그렇기에 뛰어난 장인은 재료를 버리지 않고 영명한 군주는 인재를 버리지 않는다.”5) 사마광(司馬光)도 말한 적이 있다. “무릇 사람의 재질(재능才能과 품성禀性)은 각기 능력이 있다. 덕에 뛰어나기도 하고 재능이 강하기도 하며 이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저것이 단점일 때도 있다. 사람을 쓰는 것은 그릇을 쓰는 것과 같다. 각기 그 장점을 취하면 된다.” 사람을 깊이 이해하기만 하면 진정으로 맞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 사람을 잘 쓸 수 있으며 사람을 훈육할 수 있으며 사람을 머물게 할 수 있다.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지 않는가. “사람의 단점만 보면 세상에 쓸 만한 사람이 없고 ; 장점만 보면 세상에 쓰지 못할 사람이 없다.” 성격이나 유형은 좋고 나쁨이 없다. 그저 다를 뿐이다. 모든 성격 특징은 각기 가치가 있고 장점이 있다. 물론 단점도 있고 주의하여야 할 점도 있기 마련이다. 자기 성격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자신의 장점을 더 뛰어나게 발휘할 수 있다. 사람됨이나 일을 맡아 처리할 때나 자기 성격 중의 단점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타인과 스스럼없이 교류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타인의 성격 특징을 명확하게 이해하면 충돌을 피할 수 있고 효과적으로 단합하고 협력할 수 있다. ***** 萃卦 ䷬ : 택지췌(澤地萃) 태괘(兌卦: ☱)상 곤괘(坤卦: ☷)하 취(萃)는 왕이 사당을 두게 되었으니, 대인을 봄이 이로운 것은 형통하기 때문이니 바름이 이롭다. 큰 제물을 써서 길하니, 가는 것이 이롭다./ 취(萃)는 왕이 사당에 가니, 대인을 봄이 이로운 것은 형통하기 때문이지만 바름이 이롭다. 큰 제물을 써서 길하니, 가는 것이 이롭다.(萃,亨王假有廟,利見大人,亨,利貞.用大牲,吉,利有攸往.) [傳] 췌괘(萃卦䷬)는 「서괘전」에서 “구(姤)는 만나는 것이다. 사물이 서로 만난 이후에 모이기 때문에 취괘로 받았으니, 췌괘는 모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사물이 서로 만나면 무리를 이루기 때문에 췌괘가 구괘 다음에 온다. 괘의 모양은 태괘(兌卦☱)가 상괘 곤괘(坤卦☷)가 하괘이다. 못이 땅보다 올라가 있는 것은 물이 모인 것이기 때문에 췌괘이다. 못이 땅위에 있다고 하지 않고 못이 땅보다 올라가 있다고 하였으니, 땅보다 올라가 있다고 하면 바야흐로 모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 人聚則亂,物聚則爭,事聚則紊,非大人治之,則萃所以致爭亂也.(췌과(萃卦)·「전(傳)」) 2) 擇之以才,待之以禮.(宋•소순(蘇洵)「광사(廣士)」) 3) 尺有所短,寸有所長.(『초사(楚辭)·복거편(卜居篇)』) 4) 君子用人如器,各取所長.(『자치통감(資治通鑑)·당태종정관원년(唐太宗貞觀元年)』) 5) 李世民, 『帝范』「審官第四」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고, 10년 내에 재차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이 지난 4월 새롭게 시행되었다. 기간과 관계없이 음주운전을 2회하는 경우 곧바로 가중처벌하는 소위 ‘윤창호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자 새롭게 보완한 것이다. 처벌이 강화되면서 음주운전 관련 상담이 무척 늘었다. 상담을 하다보니 음주운전에 관하여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많아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보려고 한다. 첫 번째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단순 음주운전으로는 실형을 선고받는 일은 없거나 매우 적다는 것이다. 벌금 정도 내거나 아무리 심해도 징역형에 집행유예 정도로만 처벌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발생시키지 않더라도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제주지방법원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283%로 만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된 피고인이 재판이 진행되던 중 다시 또 0.196%로 음주운전을 하여 집행유예 없는 징역 2년 형을 선고한 바 있다. 위 사안의 경우는 피고인이 2017년 이미 한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된 전력과 재판 중에 재차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위 경우 외에 단순 음주운전이라 하더라도 혈중알코올 수치가 높고, 재범이라면 단순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두 번째는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면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사고를 수습하지 않고 도망하여 상해로 그칠 피해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만들 수 있고, 형량으로 보더라도 사고 발생 이후 도주하는 경우가 더욱 중하게 처벌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 통상 ‘위험운전치상죄’로 처벌된다.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반면,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 ‘도주차량죄’로 처벌되며 형량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언뜻 보면 10년 이하의 징역이 더 중한 처벌 같지만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더욱 중한 형이다(1년 이상의 유기징역은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과 같은 의미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였다면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자 구호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지 두렵다고 도망가서는 절대 안 된다. 세 번째는 소주 1~2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의 음주운전 예방 자료에 따르면 70kg 성인 남성 기준으로 소주 1잔을 마셨을 때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0.015%로 알려져 있기는 하다. 음주운전의 최저 혈중알코올농도수치인 0.03%에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혈중알코올농도는 체질, 음주 당시 신체 상태, 술의 종류, 안주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차이가 난다. 따라서 사람, 상황에 따라서는 소주 1잔으로도 0.03%를 초과할 수 있다. 실제로 감기에 걸려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맥주 4캔을 마시고 잤는데, 다음 날 오전 8시경 혈중알코올농도 0.03%를 초과하여 처벌받은 사례도 있다. 소주 1잔을 마셨더라도 신체 상태에 따라 곧바로 음주운전이 될 수 있다. 제주도에서 11년 만에 음주운전 신고포상제가 부활된다고 한다. 2012년 11월 말 전국 최초로 시행하였다가 신고가 속출하여 6개월 만에 무려 ‘예산부족’을 이유로 중단되었던 제도다. 이번에도 도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거리라고, 술을 얼마 마시지 않았다는 핑계로 음주운전을 하여서는 안 되겠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음주운전이 초래하는 결과를 생각하면 절대로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1573명에 이르며, 지난 4월에는 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아홉살 어린이를 사망하게 한 끔찍한 일도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인도로 돌진하여 초등학생을 쳐 사망에 이르게 했는데도 운전자는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음주운전이 살인운전이라 불리는 이유다. 음주운전은 더 이상 ‘술에 취하여 저지른 실수’가 아니며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너, 참 예쁘다." "너야, 아니 나야?"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한순간에 - 디미트리스 P. 크라니오티스(Dimitris P. Kraniotis) 너는 넘어섰지! 그들이 묻어둔 너 자신을 알라는 경계를, 너는 파괴했어 감옥을 커튼 뒤에 숨어있었지만 너의 분노의 불꽃으로 환해졌지, 울음조차 없이, 속삭임도 없이, 한순간에, 그저 그렇게 쉽게, 어둠 속에 적힌 것이지만 (그렇게 쓰여 있어도) 전하지 않은 것을 포용함으로써 빛을 낳았어. In a flash (Dimitris P. Kraniotis) You violated the borders which buried their know thyself, you destroyed prisons behind curtains turned ablaze by the spark of your anger, without cries, without whispers, in a flash, that simple it was, you gave birth to light when you embraced what isn’t told (although written) in darkness. ◆ 디미트리스 P. 크라니오티스(Dimitris P. Kraniotis)=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그는 그리스와 해외에서 10권의 시집을 출판했으며, 그의 시는 28개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출판됐다. 그는 여러 국제 시 축제에 참여했다. 그는 이탈리아 문학 박사이며, 2011년에는 세계 시인 대회(Greece 2011)의 회장, 세계 시인 협회(WPS)의 회장, 지중해 시 축제(Larissa, Greece)의 감독 및 PEN 그리스의 평화 작가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 췌괘 췌(萃)는 모이다, 집결하다 뜻이다. 많은 뛰어난 인물이 모이니 영웅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영재가 서로 모이면 반드시 하늘과 땅이 뒤집히듯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아름다운 미래가 창조된다. 인재가 부족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고상함과 고상함이 모인다. 아름다움과 희망이 모인다. 전국시기에 진(秦)소왕(昭王, BC325~BC251)은 사람됨이 낙관적이었다. 기상이 넘쳐나 원대한 계획을 크게 펼쳐 천하통일을 바랐다. 그러나 천하통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기(單騎)로 창을 들고 적진에 뛰어들 듯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소왕은 천하의 현재를 끌어 모을 마음을 먹었다. 범저(範雎)는 원래 은사(隱士)였다. 시서와 병법을 두루 익혀 원대한 계략에 뛰어났다. 당시 유명한 현인으로 이름을 떨쳤다. 범저는 여러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다 진(秦)나라에 이르렀다. 진 소왕이 듣고는 범저를 초빙해 부하로 삼고 자신을 위하여 일을 시킬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친히 범저를 찾아갔다. 소왕은 범저를 보자마자 주변에 사람을 물린 후 독대하였다. 소왕이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서 가르침을 청했다. “선생을 무엇을 가지고 내게 가르침을 주겠습니까?” 무릎을 굻은 것은 진심을 표현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범저는 우물우물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그러자 소왕은 다시 한 번 더 무릎을 꿇고 가르침을 청하며 말했다. “선생은 어떻게 내게 가르침을 주겠습니까?” 두 번째 무릎을 꿇으면서 더욱 공경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어떤 불만스런 표정도 없었다. 그래도 범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왕은 화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해낸다는 마음으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선생은 내게 가르침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까?” 세 번째 무릎을 꿇자 범저의 마음이 움직였다. 실로 그렇지 않은가, “정성이 지극하면 쇠와 돌도 열리지”1) 않던가. 소왕의 정성어린 행동을 보고 범저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범저는 자신이 진언하고 싶지 않은 걱정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범저가 걱정거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소왕은 네 번째 무릎을 꿇고서 말했다. “선생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합니까? 진나라는 외지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 있는 국가입니다. 나 또한 재능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선생이 우리나라에 왔다는 것은 하늘이 내게 선생을 성가시게 굴어서라도 선왕이 남긴 고업을 중단하지 말라는 계시를 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선생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하늘이 선생에게 선왕을 도와 나를 버리지 않게 한 것입니다. 선생이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후부터 일이 크든 작든, 위로는 태후부터 아래로는 대신까지 모든 것에 대하여 선생께서 내게 하나하나 가르침을 주세요. 나에 대해서는 어떤 의심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소왕의 뜻은 명확하다. 범저가 말을 하도록 모든 우려를 없애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범저는 마음속에 있는 말을 남김없이 하도록 만들었다. 결국은 자신이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범저의 말을 한 마디로 놓치지 않았다. 범저는 줄곧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였다. 소왕이 특별히 허락했지만 여전히 쉬이 입을 열지 않았다. 먼저 실험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대왕의 계책도 실수하는 바가 있습니다.” 소왕은 그 질책을 듣고도 화내지 않았다. 범저가 진언하려는 전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시기를 잡아야 했다. 범저의 우려를 철저히 없애야 했다. 소왕은 다섯 번째 무릎을 꿇고 말했다. “과인이 실수한 계책이 무엇인지 상세히 듣고 싶습니다!” 말은 더 정중하였고 태도는 더 공경스러웠다. 이때서야 범저도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았다. 더 빼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소왕을 도와 육국을 통일하는 데에 보좌하겠노라고 답하고 자신의 계책을 알려주었다. 범저는 기인이다. 자기 재능을 믿었고 청렴하였다. 속세를 경시하였다. 소왕은 인재를 사모할 정도였다. 인재를 얻고 인재를 머무르게 하기 위하여 제왕의 몸을 다섯 번이나 굽히면서 범저의 진언을 구했다. 결국 범저를 제단에서 내려오게 하여 기꺼이 자신을 위하여 힘을 다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자신이 세운 공명의 뜻을 이루게 만드는 것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 현인을 모집한다는 평가를 이루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산과 사직이 안정을 이루게 됐다는 점이다. 대업을 이루려는 원대한 계획이 실현됐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는 점은 말할 나위가 없다.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소왕이 마음을 비우고 현인을 받아들인 조치는 옳았다. 범저는 진나라를 위하여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래서 채택(蔡澤)이 말했다. “제후를 제압하고 삼천(三川) 일대를 도모한 위세로 의양(宜陽)을 튼튼하게 했으며, 양의 창자 같은 험지를 끊어 태항산의 길을 막고……천하가 모두 진나라를 두려워하니 진나라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졌고, 그대의 공적은 극에 달했소.”(『사기·범수채택열전(范睡蔡澤列傳)』) 이것은 소왕이 현인을 존중하고 능력 있는 자를 높여 받아들인 결과다. 현인을 존중했기에 많은 인재를 불러 모았다. 자신이 군웅을 웅시할 수 있는 자본이 됐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 1) 精誠所至,金石爲開.(『후한서(後漢書)·광릉사왕형전(廣陵思王荊傳)』)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구직사이트에 '고수익 알바'라는 홍보글이 올라왔다.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본인을 김철수 팀장(박영희 과장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거짓인데 실명이겠는가)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은 대부업체 추심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고객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할 아르바이트 직원을 모집한다고 하였다. 대출금 회수라면 고객으로부터 직접 회사계좌로 송금을 받으면 될 텐데 굳이 현금으로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하니, 자신이 일하는 대부업체가 이자제한법을 초과하는 고금리사채를 운용하기에 흔적이 남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책임지는 것은 회사이니, 단순히 대출금만 회수해서 회사에 전달한 아르바이트 직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알바비는 회수하는 금액의 1%이며 교통비는 따로 지급하고, 실적이 좋은 경우 정직원으로 채용도 고려한다고 하였다. 고객으로부터 돈만 받아서 회사에 전달하면 되는 것이라서 별로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 하는 일에 비하면 알바비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한 번 해볼까? 무슨 문제 있겠어? 절대, 절대, 절대 하지 마라. 문제가 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행에 가담하는 결과가 되어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누군가는 알고 있겠지만, 그런 기회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지 않는다.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피해자를 속이는 방식은 다양하나, 구체적인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목적은 피해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현금을 들고 나와 현금수거책(아르바이트 직원이 판결문에서는 ‘현금수거책’으로 바뀐다)에게 전달하게 하는 것이다. 일단 현금이 전달되어 대포통장 계좌를 거치면 지구상에서 찾을 수가 없다. 외계인이 최종적으로 범죄수익을 가져가는지도 모르겠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직접 현금을 받은 현금수거책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역할이 대부업체에서 빌려준 돈에 대한 회수라고 김철수 팀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기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단순히 돈을 회수한 본인은 별다른 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 경솔히 생각한다. 왜냐하면 팀장이 그렇게 설명하면서, 모든 책임은 회사가 진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그 말을 믿었을 뿐인데. 그러나 이러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수사기관이 판단하여 기소되는 경우, 죄명은 보통 ‘사기’가 된다. 그리고 알바비로 받은 10만원이 아니라, 피해자로부터 받은 1000만원이 사기의 피해금액으로 산정된다. 유사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무죄 판결도 찾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유죄판결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널리 문제가 되어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다루었기에, 이제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인식이 심어졌다고 전제된다. 여기에 '미필적 고의'라는 법리가 가미되면, 유죄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방도가 없다. 사기범죄에 가담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용인하였다는 것이다. 졸지에 형사피고인이 되어 버린 현금수거책은 피해자에게 피해회복을 하며 합의를 하여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건에서 범죄수익금을 챙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실체를 찾을 수 없어 이들은 기소가 되지 않고, 현금수거책만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기에 현금수거책이 사실상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내막은 잘 알지 못하기에 현금수거책도 범죄에 적극 가담하였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피해를 입은 금액을 기준으로 합의를 요구하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받은 현금 1000만원을 보이스피싱범죄조직에 넘겨주며 받은 수익(알바비 명목)은 10만원뿐인데,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서 수백만원을 물어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땀 흘리지 않고 돈을 벌어 보려다가 진땀을 흘리게 된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저 비 때문에 갇혔네." "이 비 때문에 너와 가까워졌는데, 난."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정의(定義)를 초월하는 - 스캇 토머스 아웃러(Scott Thomas Outlar) 예술은 제도가 아니고… 그것은 숨겨진 불타는 아름다움을 깊게 파고드는 이들의 내면의 불길에서 태어난다. 예술은 학계에서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고… 그것은 이 세상의 완벽한 순수함을 느끼는 이들의 정신적인 공명이다. 예술은 거래가 아니고… 그것은 원천의 반영으로서 분출될 수밖에 없는 감성의 표현이다. 예술은 판매 광고가 아니고… 그것은 결정적인 초월의 이상과 함께하는 새로운 차원을 여는 강렬한 감정 파열이다. 예술은 아직 무덤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것은 죽어가는 육체에 대한 격렬한 반발로서 인생의 고통을 이겨내는 가장 달콤한 곡조를 불러낸다. Transcending Definitions (Scott Thomas Outlar) Art is not an institution… it is an inner fire born out of those whose eyes pierce deeply into hidden burning beauty. Art is not a class taught by Academia… it is a holy vibration pulsing through the veins of those who sense the truth of this world’s perfect purity. Art is not a transaction… it is a soulful expression that has no choice but to be released as a reflection of the Source. Art is not a sales pitch… it is an intense emotion coupled with a vision of crystalline transcendence that ruptures open new dimensions. Art is not yet ready for the grave… it is a raging protest against the mortal flesh that sings the sweetest melody about overcoming life’s suffer ◆ 스캇 토머스 아웃러(Scott Thomas Outlar)=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출신이다. 현재는 메릴랜드주 프레더릭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Pushcart Prize와 Best of the Net에 여러 번 후보로 올라갔다. CultureCult Press에서 출판한 Hope Anthology of Poetry와 Setu Mag의 2019-2023 Western Voices 판에서 초빙편집자를 역임했다. 그는 2015년에 출간된 Songs of a Dissident, 2018년에 출간된 Abstract Visions of Light, 2019년에 출간된 Of Sand and Sugar, 그리고 공동 저자 Mihaela Melnic과 함께 쓴 2021년 출간작 Evermore을 비롯해 총 7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의 시 중 일부는 14개 국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그는 지난 8년 반 동안 Dissident Voice에 매주 기고하고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친구가 가지고 있는 뜻은 대단히 넓다. 부모나 형제자매처럼 간단하지 않다. 친구는 잃음과 동시에 다른 친구를 얻을 수 있다. 가정처럼 보호하는 데에 진력할 필요가 없다. 일단 교류하고 공통의 사상이 뜻하지 않게 통하게 되면 친구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동료와 같이 작업 환경을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 인사 관계도 필요치 않다. 겹쳐 엇갈리는 일환이 없기에 더 쉽게 서로 자신의 업무, 가정,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 친구는 가깝기도 하지만 멀어질 수도 있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피차간에 변화막측한 올가미를 가지고 있다. 친구는 가까울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동성 간에는 손과 발 같은 형제처럼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성 간에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렇다. 그것이 친구의 가장 높은 경지다. 그런데 피차간에 그러한 경지에 도달한다면 친구라고 부를 수 없지 않는가. 새로운 어휘를 가지고 형용해야 옳다 보지 않는가. 친구가 되는 과정에는 3가지 구성 요소가 필요하다. 물론 다른 요소도 필요하겠지만 여기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것만 이야기하려 한다. 바로 우의(우정), 좋아함, 사랑이다. 우의(우정)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는 기본적 요소다. 사람 사이의 교류, 사업 관계, 동료 관계, 모임 관계를 포함한다. 친구는 단지 그중의 일부분만을 뽑아내어 초기의 주춧돌을 형성한다. 좋아함은 어떤 사람 혹은 사물이 될 수 있다. 친구도 그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요소를 뽑아내 연속되는 연결체로 삼는다. 사랑은 친구 중의 결과다. 남녀의 사랑, 장유의 사랑, 재화의 사랑, 능력의 사랑, 감상의 사랑을 포함한다. 여기에 이르면 이미 친구 사이의 관계가 끝이 나고 새로운 관계 유형이 형성된다. 두 사람이 서로 만난 이후 이야기를 나눠봐서 의기투합하면 친구라 부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친구는 단지 깊지 못한 교제일 따름이다. 그때 두 사람 사이에는 그저 어떤 방면이나 혹은 국한적인 몇 가지 방면에서 인식의 일치를 볼 뿐이다. 혹은 성격적인 면에서 서로 간에 어느 정도 가깝거나 경모하는 것일 따름일 수 있다. 그것은 일방적인 친구일 뿐이다. 상대방의 배경을 그리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서로 간에 계속 교류하려는 바람을 갖게 된다. 이것이 친구를 사귀는 처음 단계다. 장래에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어쩌면 다음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더 광범위한 부분을 이해하는 상황에서 느낌이 좋지 않으면 더 이상 교류하지 않게 된다. 아니면 그저 서로 알고 지내는 친구로 지낼 뿐이다. 어쩌면 오로지 함께 먹고 마시고 노는 친구로, 어려움은 함께 할 수 없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장래에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봐야 한다. 계속해서 접촉하는 과정에 교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이것이 동료 중에서 친구가 되는 확률이 많은 이유다. (물론 동학, 어릴 때 같이 놀았던 벗을 포함한다) 피차간에 늘 만나면서 서로 쉽게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 함께 할 기회도 비교적 많기에 그렇다. 이것이 좋은 친구가 형성되는 과도기 단계다.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좋은 친구로 발전되는 것은 모두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해를 통해서 천천히 상대방의 더 많은 장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사람이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인정(감정), 인지상정이다. 최초의 단계에서는 누구라도 자신의 가장 우수한 면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교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은 적어지고 더 점점 상대방의 단점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이때에 자신의 마음속에 차지하는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을 따져보게 된다. 상대방의 결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가늠하게 된다. 상대방의 결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친구와 계속해서 교류해 나간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면?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될 것은 분명하다. 이때 둘 사이의 관계는 새로운 높이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이후의 교류 과정에서 빈번하게 교류하던 빈도는 감소하게 된다. 친구 사이는 이것저것 죄다 말하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털어놓을 이야기가 적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한 덤덤함은 그저 형식일 뿐 감정적인 것은 아니다. 쌍방이 이미 상대방의 단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쌍방의 우의(우정)가 여전히 고정적으로 존재하는 가장 견실한 기초가 된다. 이때가 되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좋은 친구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 옛 사람이 말했다.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기가 단술과 같다.”1) 좋은 친구 사이에 서로 만나는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말은 아니다. 앞서 얘기한 친구 사이의 담담함은 쌍방이 더 이상 털어놓을 말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담담함이란 사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이다.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다면야 친구 사이에 계속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되지 않겠는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 교류는 친구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일단 만나서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으면 서로 만난 시간이 길든 짧든 상관이 없다. 시간이 무슨 그리 중요하겠는가. 좋은 친구가 된 후, 더 깊이 사귀게 되면 좋은 친구라는 형식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지기(知己)’다. 하나는 ‘남녀의 사랑’이다. 그런데 대부분 친구 관계는 역시 보통 친구와 친한 친구로 맺어진다. 지기는 친구의 최고 경지다. 남녀의 사랑을 초월한 가장 깊은 우의(우정)의 경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으로 이해하는, 말을 안 해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다. 서로 속으로 잘 알고 있어 밝히지 않는 묵계다. 우리의 세계는 바로 이렇다. 결국 가장 진귀한 것은 소수다. 우리는 흔히 이야기한다. “물건은 흔치 않을수록 귀한 법이다.” 진정한 우정도 별반 다름없다. 또 이야기 한다. “막역한 친구는 구하기 어렵다.” ‘지기’가 어디 쉬우랴! 어떻든 간에 우리는 한 평생 살면서 친구가 없을 수는 없다. 친구가 있어야 영원히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친구를 선택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 姤卦 ䷫ : 천풍구(天風姤) 건괘(乾: ☰)상 손괘(巽: ☴)하 구(姤)는 여자가 건장하니, 여자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姤,女壯,勿用取女.) 「단전」에서 말하였다 : 구(姤)는 만남이니, 부드러운 음이 굳센 양을 만난 것이다. “여자를 취하지 말아야 함”은 더불어 오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 만물이 모두 빛나고, 굳셈이 중정(中正)을 만나 천하에 크게 행해지리니, 구(姤)의 때와 뜻이 크도다! [傳] 구괘(姤卦䷫)는 「서괘전(序卦傳)」에 “쾌(夬)는 결단함이다. 결단하면 반드시 만남이 있기 때문에 구괘(姤卦)로 받았으니, 구(姤)는 만남이다”라고 했다. 결(決)은 판가름함이다. 물건은 결단하여 판가름하면 만나 합함이 있으니, 본래 합했으면 무슨 만남이 있겠는가? 구괘가 이 때문에 쾌괘의 다음이다. 괘됨이 건괘(☰)가 위에 있고 손괘(☴)가 아래에 있다. 두 몸체로 말하면 바람이 하늘 아래에 다니니, 하늘 아래는 만물이다. 바람이 다님에 경유하고 접촉하지 않음이 없으니 만나는 상이고, 또 한 음이 아래에서 처음 생겨 음이 양과 만나기 때문에 구괘가 됐다. 1) 君子之交淡如水,小人之交甘若醴.(『명심보감(明心寶鑑)·교우편(交友篇)』)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습관들이 있다. 진열장 뒤쪽에서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제품을 굳이 끄집어내는 행동이다. 하지만 유통기한 외에 포장이나 용기에 표시된 다른 내용에 그리 주의깊게 살피는 이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표시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표시제는 가공식품의 제조일자, 유통기한(소비기한), 원재료 및 성분, 원산지, 사용 및 보관방법, 영양정보, 인증내용 등에 관한 식품정보를 제품의 포장이나 용기에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식품표시제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적절한 보관방법 및 유통기한(소비기한) 등을 표시하여 소비자가 안전하게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영양정보를 표시하여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영양소 섭취를 용이하게 한다. 이렇듯 가공식품의 포장이나 용기에는 그 식품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그런데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가공식품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총 3회에 걸쳐 ‘가공식품 포장 속 숨은 그림찾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번째 숨은 그림찾기는 식품에 표시되는 날짜에 대한 것이다. 식품에 표시되는 날짜의 종류에는 유통기한, 소비기한, 제조일자 및 품질유지기한이 있다. 네가지 날짜가 의미하는 것이 전혀 다르지만 소비자들은 식품에 표시되어 있는 날짜를 모두 유통기한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이다. 식품의 품질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보다 짧게 설정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맹신, 여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날짜가 하루만 지나도 다량 폐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연초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식품폐기물 처리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기한은 적절한 보관법을 준수하였을 때 소비자가 그 식품을 섭취하여도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는 기한이다. 즉 유통기한은 제조사 입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기한이라면 소비기한은 소비자 입장에서 먹을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따라서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어서는 안될 것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이미 제작된 식품 포장지를 소진하여 자원의 낭비를 막고 제도의 정착을 돕기 위해 올해 12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 포장지나 용기에 표시된 내용을 잘 살펴 제품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흰 우유의 경우 냉장보관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쉽게 변질이 될 수 있어 현재 소비기한 표시에서 제외되었다. 제도가 안정화되는 2031년부터는 적용 대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흰 우유는 여전히 유통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다만 흰 우유에 제조일자를 같이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장 신선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마케팅 전략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흰 우유는 소비기한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마셔도 될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흰 우유는 제조사에 따라 유통기한을 1~2주일 정도 설정하고 있고 가정에서 냉장보관을 철저하게 잘 지킬 경우 개봉하지 않은 우유는 45일까지 섭취해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맛과 냄새 등을 잘 확인하여 이상이 없을 때만 먹어야 할 것이다. 제조일자는 제조.가공 후에 장시간 보관해도 부패나 변질의 우려가 적은 설탕, 소금,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에 적용된다. 이러한 제품은 소비기한 표시 대상이 아니어서 제조일자로 표시하거나 또는 ‘제조일로부터 5년’과 같이 유통기한을 같이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소금이나 설탕은 보관만 잘하면 오래 두어도 썩거나 변질되지 않고, 아이스크림도 냉동고에서 두고두고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큰 의미가 없어 대신에 제조일자(제조년월일)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장기간 유통이 가능한 식품에 대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최근에 제조된 제품을 선택할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락,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상하기 쉬운 즉석식품도 제조일자.시간과 소비기한을 함께 표시, 소비자들이 식품을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품질의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유통기한과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과의 차이가 큰 레토르트식품, 통조림, 꿀, 잼, 장류, 김치, 젓갈 등은 제조일자와 함께 소비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할 수 있다. 품질유지기한은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으로 보관할 경우 해당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최종일을 말한다. 예를 들면 김치나 젓갈 같은 발효식품은 소비자에 따라 오래 묵힌 것을 좋아할 수 있고 또한 오래 두었다고 못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식품제조사에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품질유지기한을 설정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식품의 품질이 잘 유지된 상태에서 섭취가 가능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의 포장지나 용기에는 다양한 날짜들이 표시되는데 이 날짜들이 유통기한인지 소비기한인지 또는 제조일자인지 품질유지기한인지 정확히 알아보고 제품을 구입하는게 좋다. 또한 이러한 날짜를 잘 지키더라도 유통과 보관이 잘못되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하려면 해당 제품의 보관 방법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특히 냉동제품이 해동되었었거나 또는 냉장 제품이 0~10도의 온도 기준을 벗어났거나 개봉된 채로 보관되었다면 소비기한 이내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에 표시된 보관 기준이 잘 지켜지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표정이 왜 그래?" "?" "배불리 먹고... 엄마품에 안겼으면서 왜?" "엄마?" "네 짝이 없어서니?" "난 암컷도 수컷도 못돼." "무슨 소리야?" "나를 위해서라는데, 나에게 물어봤냐고?" "뭘?" "난 내 냄새랑 같은 엄마품이... " "그 좋은 향수가 싫다고? 거 참. 배가 부르구나 너. 근데 너희도 눈시울을 붉힐 줄 아니?"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바야흐로, 투잡의 시대다. 직장을 다니기 전에 잠깐 용돈벌이로 알아보던 아르바이트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집값부터, 당장 먹어야 할 식료품 물가까지, 오로지 근로소득 하나로는 의식주 유지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알바○○, 알바○ 등 대형 채용 플랫폼의 광고모델은 누구나 아는 유명 연예인이다.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은, 광고 모델인 유명 연예인이 해당 플랫폼을 검증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많다. 홀린 듯이 대형 구인 구직 플랫폼에 접속하고, 큰 의심 없이 게시글을 찾아보는 것이다. 나아가 채용 플랫폼은 사용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한다. 구직자의 경우 자신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등록해놓으면, 해당 구직자를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먼저 연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그 어떤 사람도 힘들고 보수가 적은 일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조금이라도 덜 힘들고, 남들보다 보수를 더 받는 일자리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고수익 보장’, ‘편한 일자리’라는 표현이 구직자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과연 편하고 보수가 많은 일자리가 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칠 것이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당장 한 끼를 사 먹을 돈이 없는 청년,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하여 퇴근 이후 시간에 어떤 일이든 해야 하는 직장인. 당장의 생활비가 간절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채용 플랫폼에 등록해놓은 이력서를 보고 어떤 기업에서 일자리를 제안해온다. 일단 어떤 일인지 들어나 보자. 생각보다 편한 일인데, 하루에 20만 원을 보장한다고? 과연 그런 일자리는 어떤 일자리일까. 그런 모든 상황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 없지만, 상당히 높은 비율로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다. 팍팍한 세상에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몹쓸 놈들, 바로 금융사기조직이다.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으로 표현되는 금융사기조직은 공통점이 있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회피하고 검거를 피하기 위하여 핵심조직은 해외에 두고, 단순히 현금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역할에 국내의 구직자들을 엮는 것이다. 그럴싸한 회사명을 붙여 번듯한 사업체를 꾸며놓고, 정상적인 일을 하는 기업처럼 보이게 만든다. 처음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금융사기와 연관되었으리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단순히 서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다가 전달하는 물품이 현금이 되는 순간이 되면 ‘설마’가 ‘아차’로 뒤바뀐다. 이미 늦었다. 직접 현금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역할은 사실상 모두 검거된다. 당연히,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는다. 단순 수거책만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도 나오기는 하지만, 징역형을 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해서 먹고 살아보려고 했던 사람이 순식간에 전과자가 되는 것이다. 금융사기조직의 수법은 널리 홍보되어,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사항을 알려주는 콘텐츠는 많이 등장했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금융사기조직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자주 들리는 요즘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아보고자 간절하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교활하게 진화한 범죄조직의 본질을 꿰뚫어 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