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bio)라는 용어는 생물과 관련된 분야에 일반적으로 쓰이는데, 생물(生物)은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와 말 중에 어떤 것이 생물이냐고 묻는다면 말은 생물이고 자동차는 무생물이라고 누구나 쉽게 답한다. 그런데 말과 자동차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라면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다. 생물은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먼저 말은 숨을 쉬지만 자동차는 숨을 쉬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 동물이 숨을 쉬는 이유는 먹은 음식물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도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야 바퀴가 굴러가는데 이때 산소가 필요한 것이다. 말은 풀을 먹고, 사자는 고기를 먹고, 사람은 밥을 먹듯이 자동차는 휘발유, 경유, 가스를 먹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려면 산소(O2)가 필요하고 이산화탄소(CO2)와 물(H2O)로 완전 연소가 일어난다. 즉 말이나 자동차 모두 숨을 쉬고 먹이를 먹는 것이다. 미생물 중에는 산소가 있으면 오히려 살기 어려워서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이 있다. 이러한 혐기성 세균은 공기 없이도 잘 살기 때문에 숨을 쉬느냐의 여부는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또한 말이 태어나서 병 들고 노화되어 죽듯이, 자동차도 만들어져 고장나고 낡아서 폐차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도 생물의 특성이 될 수 없다. 말은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지만, 자동차는 생각이 없고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면 생물일까? 나무는 생물이지만 바람이 불어야 움직이지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누구도 생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공지능(AI)은 바둑에서 이미 인간을 이겼듯이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생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식물이나 미생물은 뇌가 없기 때문에 생각이란 것이 없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생물이다. 즉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생물은 아닌 것이다. 그럼 자라는 것, 즉 성장하는 것이 생물의 특성일까? 자동차는 한번 만들어지면 낡아서 고장날뿐 성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자란다는 것이 생물의 결정적인 특성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생물인 고드름이나 석회동굴의 종유석도 점점 자란다. 성장한다는 것도 생물을 정의하는 척도가 아닌 것이다. 이외에 생물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자동차도 유전자처럼 설계도가 있어 그 안에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그러면 말과 자동차의 명확한 차이가 하나 남는데 그것은 새끼를 낳을 수 있냐는 것이다. 새끼를 낳는다는 의미를 똑 같은 개체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본다면 자동차도 공장에서 똑 같은 것들을 계속 만들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말은 말이 낳지만 자동차가 자동차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생물은 자기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데 이것을 자기복제라고 한다. 생물을 정의하는 기준은 자기복제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럼 할머니는 애기를 못 낳으니 무생물로 봐야 하느냐는 우스운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할머니가 애기를 낳지 못하는 것은 노화 때문이고 인간 종족 전체로 보면 애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할머니는 당연히 생물이다. 그런데 자기복제가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라이거는 암컷 호랑이와 수컷 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것인데 라이거끼리는 새끼를 낳을 수 없고, 씨 없는 수박도 번식이 불가능하다. 라이거는 자기복제를 못하기 때문에 무생물로 봐야 하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자연 상태에서 사자와 호랑이가 만나 결혼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사자와 호랑이는 서식하는 환경이 아예 다르다. 사자는 초원에 살고 호랑이는 밀림에 살기 때문에 만날 일이 없고 설사 만나더라도 서로 사귀기는커녕 싸우려고 들 것이다. 인간이 개입하여 사자와 호랑이를 교배시켜 라이거가 태어난 것이지 자연 상태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씨 없는 수박도 인간이 먹기 편하게 만든 것이지 자연 환경에서라면 수박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씨를 만들었을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생물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복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의 존재 가치는 자기복제를 통해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세균과 같은 생명체는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하여 세포를 둘로 나누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진 세포는 후손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볼 수 있다. 인간과 같은 고등 생물들은 정자와 난자에 자신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자기복제한 후 수정(결혼)을 통해 자기 유전자를 가진 후손에 남기는데 이것은 자연에서 자기 유전자를 살아남게 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만약에 내가 추위에 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세균처럼 그대로 유전자를 복제한다면 후손도 나와 똑 같은 유전자를 가지기 때문에 강추위가 닥치면 모두 멸종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추위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 내 후손은 추위에 약한 내 유전자와 추위에 강한 배우자의 유전자를 동시에 가지기 때문에 강추위가 닥치더라도 살아남게 된다. 결국 추위에 약한 내 유전자도 살아남는 것이다. 고등생물은 교배를 통해 자기 유전자의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자기 유전자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돌연변이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전자를 계속 바꿔 나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백신이 개발되면 돌연변이를 통해 유전자를 바꿈으로써 기존의 백신을 피해가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만들어진다. 아주 작은 미생물에 대해 다룰 때 사람들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균은 자신의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할 수가 있다. 유전자를 한 생명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로 비유하면 이 설계도를 복사하여 널리 퍼트리는 것이 생물의 사명이다. 설계도를 복사하려면 복사기, 종이와 잉크도 필요하고 또한 복사기를 돌리는데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하려면 재료, 일꾼, 에너지와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 세균은 이러한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어 유전자를 자기복제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유전자 복제에 필요한 재료, 일꾼, 에너지가 모두 없기 때문에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할 수는 없다. 바이러스는 유전자와 그것을 보호하는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즉 설계도(유전자)가 금고(단백질 껍질) 안에 보관되어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는 유전자가 들어있는 금고를 막으로 한번 더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숙주세포에 들어가서 숙주세포가 가지고 있는 재료, 일꾼,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기 유전자를 복제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가지고는 있지만 자기복제가 불가능하므로 생물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본다. 자기복제 능력이 없는 바이러스 조차도 다른 생명체의 시스템을 이용하면서까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영원히 남기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최고의 고등생물이라는 인간에게서 이 숙명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임신 가능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가 0.72명이란 의미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국가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을 약 2.1명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오래 살기 때문에 일할 사람은 적어지고 부양할 인구는 늘어나니 젊은 세대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살기 어렵기 때문에 애를 낳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후진국에서는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가 출산율을 낮추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애를 낳아도 대학 보낼 때까지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무한 경쟁에 몰리며, 번듯한 직장 잡기도 어렵고, 집을 갖기는 더욱 어려우니 그러한 환경에 내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내놓기가 두려운 것이다. 원인을 파악하였고 저출산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후손을 남기는 생물의 본능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단수이강의 거꾸로 비친 그림자(淡水河的倒影) - 린셩빈(LIN Sheng-Bin, 林盛彬) 단수이강둑에 앉아 강에서 수천의 물고기 이야기를 듣네 예측할 수 없는 산 구름과 막연한 약속을 하는 파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단수이강둑을 걸었지 수천 개의 눈이 물을 응시하네 이곳에서 수백 년을 지켜온 아카시아들이 걷고 앉는 연인들은 한 번의 만남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겠지 단수이강의 거꾸로 비친 그림자 매일 눈을 떠 매일 입을 벌려 결국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 淡水河的倒影 (林盛彬) 坐在妳的河岸 千萬張的魚嘴巴在河面張口 說捉摸不定的山雲 說只有含糊承諾的水波 走在妳的河岸 千萬隻的眼睛在水中凝視 一住就是千年的相思樹 那些走走坐坐的戀人 一次性的相遇 無止境的遺忘 淡水河的倒影 每天睜開眼睛 每天張開嘴巴 沒有人記得 Reflection of the Tamsui River (By LIN Sheng-Bin) I sit on your bank Listening to thousands of fish mouthes opening on the river They are discussing the unpredictable mountain clouds Talking about water waves, as there are only vague promise I walk on your river bank Watching thousands of eyes staring at the water Those acacia trees that have lived here for hundreds of years Lovers who walk and sit a one-time encounter with the river endlessly forget about it Reflection of the Tamsui River always opens its eyes opens his mouth every moment While no one remember it eventually ◆ 린셩빈(LIN Sheng-Bin, 林盛彬) = 1957년 대만 윈린(雲林/Yunlin)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신베이시(新北市) 단수이(淡水)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Complutense University of Madrid)에서 스페인 문학 박사 학위를, 대만 최고의 사립대학인 담강대학교(Tamkang University)에서 중국 문학으로, 파리소르본대학(Paris IV-Sorbonne University)에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그는 Li Poetry(1964년에 창간된 격월 잡지)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그는 파리 IV 대학, 파리 소르본 극동 연구 센터(Université de Paris IV, Centre de Recherche sur l’Extême-Orient de Paris Sorbonne)의 객원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The War (1988)、The Family Genealogy (1991)、The Wind blows from my deep heart (2002)、Anthology of Poetry by Lin Sheng-Bin (2010), Contemplation and Meditation (2010), Blowing wind and Beating heart(2012) 등의 작품집을 출간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형사재판의 첫 공판기일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공소사실에 대한 인부’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느냐의 질문 절차다. 재판의 절차진행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의 선택에 따라 재판이 간단하게 종결되기도 하고,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 진행이 필요하여 재판이 길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인식처럼 형사재판이라고 하여 피고인이 주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사실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절차상 재판 과정을 통하여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 무죄를 주장하며 진행되는 사건이 전체 형사사건 중의 일부일 뿐이며,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공소사실이 다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본인도 억울한 점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는 판결 결과에서 형량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렇다면 같은 사건에서 유죄로 판단되더라도, 처음부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자백하면서 받게 되는 형량과 공소사실에 대하여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다가 받게 되는 형량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 물론 현실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니, 둘 중에 하나의 길을 선택하면 가지 않은 길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컴퓨터 게임처럼 세이브 후 로드(save & load)하며 여러 선택지를 경험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건에서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비슷한 피고인들이 여럿일 때, 각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 이를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는 있겠다. 오래 전에 진행한 사건이다. 사건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외국인 3명이 관광 비자를 받아 제주도를 방문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입국 후 2~3일 정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돈을 잃고, 차량을 렌트해서 교외에 있는 한적한 타운하우스 등지를 돌며 절도행각을 벌였다. 이후 경찰에 피해신고가 접수되어 수사기관에서는 CCTV 등을 확보하여 차량번호, 동선 등을 추적하여 용의자 특정을 하였고, 사전에 출국금지를 해두어서 이들이 관광비자 만료 즈음 제주공항에서 출국하려는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수하물에서는 피해물품인 명품시계 등이 발견되었다. 1심에서 피고인 A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B, C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였다. 그리고 수하물에서 피해물품인 명품시계가 나온 것에 관하여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모래사장에서 주었다던가, 사건 현장 CCTV에 찍힌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등으로 변명하였다. 1심의 결과는 피고인 A는 징역 2년, 피고인 B와 C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나는 피고인 B의 변호인으로서 2심을 진행하게 되었으며, 교도소에서 피고인 B를 접견하여 진실은 무엇이냐고 가장 먼저 물어 보았다. 그러자 피고인 B는 체념한 모습으로 사실 자신들이 범인이 맞으며 다만 처벌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범행을 부인하였다고 뒤늦게 고백하였다. 나는 대한민국에는 ‘괘씸죄’라는 것이 있다고 알려주었다(국경을 초월하여 어느 사회나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한 개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보더라도 증거가 확실하고, 명백한 상황인데 피고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괘씸죄’가 추가로 적용되어 원래 받아야 하는 형량보다 높게 형량을 받는다고. 그리고 피고인 B가 원래 받을 형량은 피고인 A와 같이 징역 2년형 정도였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피고인 B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번의하여,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2심 재판부의 선처를 바라기로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C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범행을 부인하며 무죄 주장을 유지하였다. 결국 2심 재판의 결과는 피고인 B는 징역 3년으로 감형되었고, 피고인 C는 항소가 기각되어 징역 4년이 유지되었다.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모두 다르기에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어렵겠지만,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다가 유죄가 인정되면 그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등의 표현이 적혀지면서 피고인이 원래 받을 수 있는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받게 될 확률이 커진다고 생각된다. 대략적인 사실관계가 일치하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라면, 처음부터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재판에 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도 바람직한 선택이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입니다.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격이나 다름 없는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난 고양고양 이녁을 안아 보곡 소랑호젠" (나는 곱게 너를 안아보고 사랑할게) "I will hold you and love you with all my heart."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 )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적토마가 탄식하며 말했다. “공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여포, 그는 가장 신용이 없는 사람입니다. 부귀영화를 위하여 정원(丁原)을 죽였고 미색을 얻으려고 동탁을 죽였습니다. 유비에게 의탁해서는 서주(徐州)를 빼앗았고 원술(袁術)과 결탁하서는 혼인 사절을 죽였습니다. ‘사람이 신용이 없으면 설 수 없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처럼 신용이 없는 사람과 이름을 같이 한다는 것은 내 평생 가장 큰 치욕입니다. 나중에 나는 조조에게 갔습니다. 조조에게는 맹장이 구름같이 많았지만 영웅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는 이번 생애에서는 노예의 손에 모욕을 당하고 살 수 밖에 없겠구나, 그저 마구간에서 죽겠구나 걱정했습니다. 나중에 조조가 나를 관우장군에게 하사했습니다. 나는 일찍이 호뇌관(虎牢關) 앞에서 그의 무용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백문루에서 그의 은의를 보고 앙모한 지가 오래됐습니다. 관우장군이 나를 보고는 크게 기뻐하며 조조에게 감사했습니다. 조조가 왜 그렇게 기뻐하느냐고 물으니 관우장군은 대답했습니다. ‘이 말이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다행히도 적토마를 얻었으니 어느 날 내가 형의 행방을 알게 되면 하루 만에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의 성심이 이와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습니까. ‘새는 난봉(鸞鳳)을 쫓아 멀리 날고, 사람은 현량과 동반해 품성이 고상해 진다.’ 내가 어찌 죽음으로 보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백희가 듣고는 탄식하였다. “사람들이 관우장군이 그토록 성신을 갖춘 인물이라 말하였는데, 오늘 그대에게 들으니, 과연 틀림이 없구나.” 적토마는 울면서 말했다. “나는 일찍이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했던 백이, 숙제의 의기를 앙모했습니다. 옥은 부서질지언정 하얀색은 손상되지 않고 대나무는 불에 탈지언정 마디는 휘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죽습니다. 사람은 진실로 믿는 까닭에 존재합니다. 내가 어찌 오나라 곡식을 먹으면서 구차하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백희도 방성대곡하였다. “미물도 이러하거늘, 사람이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나중에 손권에게 상소하였다. 손권이 듣고는 역시 울면서 말했다. “나는 관우가 그렇게 성신(誠信)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오늘 그 충의지사를 내가 죽였으니, 내가 무슨 면목이 있어 천하의 창생을 대면하겠는가?” 후에 손권은 유시를 내려 정중하게 관우 부자와 적토마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성신(誠信)은 인생의 지렛목이다. 사람됨의 준칙이기도 하다. 사람은 서로 존중하여야 한다. 진실하게 믿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에게 존중받을 수 있다. 성신의 기초 위에서 당신은 곳곳에서 수원을 얻을 수 있고 만사가 형통하며 풍족하게 수확할 수 있다. 『주역』은 말한다. “헤아리면 길하니, 다른 마음이 있으면 편안하지 못하다.” 무슨 말인가? 일하는 데에 전심전력, 온 마음을 다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길하다. 다른 꿍꿍이셈이 있으면 불길하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업무나 학업에서 성취하려면 우유부단하거나 딴 마음을 품거나 들떠있는 것은 가장 큰 방해물이 된다. 사람을 비교해 보면 총명한 정도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전심전력을 하느냐의 정도가 다르다. 얻는 성적도 큰 차이가 있다. 모든 일에 전심전력하는 사람은 탁월한 성적을 얻는 경우가 많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만족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퀴리부인이 과학에서 그렇게 큰 성취를 거둔 것은 평생 일하는 데 전심전력으로 몰두했기에 가능하였다. 혁추(奕秋)는 고대에 유명한 바둑기사였다. 명성을 선모해 두 명이 찾아와 스승으로 모셨다. 혁추는 일심으로 자신의 기예를 전수해주려고 특별히 열심히 가르쳤다. 한 학생은 전심전력으로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다른 학생은 표면적으로 열심히 듣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집중하지 못했다. 창밖에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면서 새 고기 먹는 것을 상상하였고……. 혁추가 모든 것을 다 가르친 후 두 학생을 불러 대국케 했다. 학생은 스승의 요구에 따라 바둑을 두기 시작하였다. 바둑을 둔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뚜렷해졌다. 한 명은 침착하게 공격도 하고 수비도 했으나 한 명은 다급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여 허둥지둥하였다. 두 사람의 바둑 기술이 너무나 차이가 났다. 혁추는 바둑 기예가 뒤쳐진 학생에게 말했다. “너희 둘이 내게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 쟤는 전심전력으로 공부하였고 너는, 정신을 딴 데 팔았구나.” 사람이 전심전력하면 여러 가지 일을 잘 할 수 있다. 사람의 사상은 굉장히 놀랍다. 어떤 일에 전심전력하면 자신도 놀랄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지금 하는 사업이 아직 발전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성심으로 믿고 전심전력을 다하기 바란다. ***** 中孚卦 ䷼ : 풍택중부(風澤中孚) 손괘(巽: ☴)상 태괘(兌: ☱)하 중부(中孚)는 돼지와 물고기까지 하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고, 곧게 함이 이롭다.(中孚,豚魚,吉,利涉大川,利貞.) 초구는 헤아리면 길하니, 다른 마음이 있으면 편안하지 못하다.(初九,虞,吉,有他,不燕.) [傳] 중부괘(中孚卦䷼)는 「서괘전」에서 “절제하여 믿게 하므로 중부괘로 받았다”라고 한다. 절(節)이란 절제하여 넘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믿은 이후에 행할 수 있으니, 윗사람이 믿어서 지킬 수 있고 아랫사람이 믿어서 따른다. 절제하여 믿게 하니 중부괘가 절괘 다음에 있는 까닭이다. 괘의 모양은 연못 위에 바람이 있으니, 바람이 연못 위로 불어 물속으로 감동하게 하는 것이 중부(中孚)의 상이다. ‘감동[감(感)]’은 느껴서 움직이는 것이다. 안팎이 모두 충실하고 가운데가 비어서 ‘속이 미더운[중부(中孚)]’ 상이 된다. 또한 이효와 오효가 모두 양이어서 가운데가 충실하니 역시 ‘미더운[부(孚)]’ 뜻이 된다. 두 몸체로는 가운데가 충실하고 전체로는 가운데가 비었는데, 속(가운데)이 빈 것은 미더움의 근본이고, 속(가운데)이 충실한 것은 미더움의 실질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내 어린 소녀의 신발 - 나탈리아 에스퀴벨 베니테즈(Natalia Esquivel Benítez) 우리 아기의 작은 발에서 벗겨진 신발은 날개가 있고 특이해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그들은 서둘러 떠나죠 신발은 피부와 붙어있게 만들어지지 않아요. 신발은 용의주도하게 빠져나가죠. 아마도 그들은 차를 마시기 위해 사라질 거예요. 거기에서 그녀는 그것들을 버려두고, 그녀의 발바닥을 위해 웅덩이와 길에 걷고 열린 들판, 꿀, 바다를 경험하죠 비행기에 신발이 없어요 태양을 가진 이 아이에게는 그녀는 맨발로 세상을 누비고 있어요. 떠도는 꽃처럼. My Little Girl’s Shoes (By Natalia Esquivel Benítez) The shoes that slide off of my baby’s little feet have wings and are peculiar. They leave in a hurry, when no one sees. Shoes are not made to bind your skin: they are wary and slip away, perhaps they disappear to have tea. There she leaves them cast aside, for the soles of her feet belong to puddles and paths; open fields, honey and sea. There are no shoes for the flight of this child with a sun: she goes barefoot through the world, like a wandering flower. Poem extracted from Del Poemario Arrullos de Sol y Mar (Clubdelibros, 2021, second Edition). ◆ 나탈리아 에스퀴벨 베니테즈(Natalia Esquivel Benítez) =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1973년 12월 15일에 태어났다. 작곡가, 기타 연주자, 가수, 시인, 교육자와 연구원이다. 코스타리카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그녀의 음악 앨범, 교육 및 시집은 유명 출판사에서 제작 출판되었다. 그녀의 출간 서적들은 Andamios de lluvia (Poiesis Ediciones, 2021), Arrullos de Sol y Mar. (Editorial: Club de libros, 2021), Cancionero Nana de la luna: Poemas y Música para cantar, jugar y soñar. Vol. 1. (Ocarina Ediciones, 2020). Natalia is co-author of the anthology CANTO PLANETARIO: HERMANDAD EN LA TIERRA, Volume I, compiled by compilación de Carlos Javier Jarquín, (H.C EDITORES, Amazon.com, 2023). 중에는 Scaffolds of rain(Poiesis Ediciones, 2021), Arrullos de Sol y Mar.(Editorial: Club de libros, 2021), Cancionero Nana de la luna: Poems and Music to sing, play and dream 등이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갑진년 새해를 맞아 올해부터 달라진 법령과 제도를 형사법 위주로 살펴본다. #1 음주운전 재범방지를 위해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설치 제도가 도입된다. (2024년 10월 25일 시행)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 호흡을 검사해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장치다. 해외에서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에서 시행 중이며, 프랑스에서는 이미 2015년부터 전체 버스 차량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되어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설치 제도는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여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음주운전자는 해당 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 음주운전 면허를 발급받도록 하는 것이다. 음주운전자 이외의 사람이 대신 호흡을 불어넣고 시동을 걸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측정장치에 얼굴 인식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식, 시동을 건 이후에도 주행 중에 호흡측정을 요구하는 방식, 운전자의 호흡, 음성을 코드화하고 호흡과 음성을 동시에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음주운전자 자신이 비용을 들여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장치 부착까지 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2 중대범죄자 ‘머그샷’ 공개 등 신상정보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2024년 1월 25일 시행) 현재까지 신상공개 대상범죄는 특정강력범죄, 성폭력범죄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대상범죄가 확대됐다. 중상해·특수상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조직·마약범죄에 대해서도 신상공개가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피의자로 한정되었던 공개 대상자가 피고인 또한 신상공개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까지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더라도 신상공개의 대상이 되는 범죄와 신분의 범위가 협소하여 신상공개가 불가하였는데, 대상 범죄의 범위가 늘어나며 신상공개 여부에 대한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3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국선 변호사 선임 특례 조항이 신설되었다. (2024년 1월 12일 시행) 기존 스토킹 처벌법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국선 변호사 선임 특례 규정이 전무하였다. 때문에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합의 종용도 피해자가 직접 대응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인데, 실제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다가 피해자를 살해하던 사건도 발생했었다. 그 밖에도 피해자가 진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재판에 참석하여 가해자와 대면해야 하는 등 실질적인 권리행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기존 아동·청소년 대상 범죄, 성범죄 등에서 한정적으로만 인정되던 피해자 국선 변호사 선임 특례 조항이 스토킹 처벌법에까지 확대됨으로써 피해자 보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 중부괘(中孚卦) 중부(中孚)는 내심의 신용, 신용을 지키다 뜻이다. 어떤 일에 성실하지 못하고 신용을 지키지 못하면 일을 잘 마무리 할 수 없다. 어떤 사람도 환영하지 않는다. 성실하고 신용을 지키고 온 마음을 다 기울이면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신용을 잃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중국의 전통 윤리문화 중에 ‘성신(誠信)’은 풍부한 함의(含意)를 가지고 있다. 어의(語義)에서 보면 ‘성(誠)’과 ‘신(信)’은 상통한다. 『설문해자』의 해석이다. “성(誠, 정성)은, 신(信, 믿음)이다. 언(言)을 따르고 성(成)은 소리다.” “신(信, 믿음)은, 성(誠, 정성)이다. 인(人)과 언(言)을 따른다.” 그런데 실제 사용하는 데에 겉으로 드러난 특징, 즉 표징 의미는 차이가 있다. ‘성(誠)’은 도덕 주체에 내재된 일종의 품질, 신념이다. 이른바 “안으로 자기 마음에 성실하다”이다.1) ‘성(誠)’은 진성(眞誠), 성실(誠實), 정성(精誠) 등으로 표현된다. ‘신(信)’은 도덕 주체가 사회생활 중에 타인 혹은 사회 전체와 교류할 때 표현하는 구체적 행위 및 그 가치 지향을 가리킨다. 이른바 “밖으로 남의 믿음을 얻는다”이다. ‘신(信)’은 신의(信義), 신용(信用), 승낙 등으로 표현된다. ‘성(誠)’과 ‘신(信)’을 합쳐서 사용하면 성실하게 신용을 지킨다, 안팎이 같다, 도덕 행위와 도덕 품성이 서로 통일되다 등 풍부한 함의를 가지게 된다. 성신(誠信)은 윤리범주다. 가장 기본적인 함의는 성실이 근본으로 하는 언행일치(言行一致)다. 『주역』은 말한다. “중부(中孚)는 돼지와 물고기까지 하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고, 곧게 함이 이롭다.” 무슨 말인가? 내심의 성심은 돼지와 물고기를 감동시키니 그래서 길상을 얻는다. 큰 강, 큰물을 건너기에 알맞다. 중정의 도를 굳게 지키는 데에 이롭다. 성실함과 신용을 지킴은 통일된 것이다. 신용을 지키는 데에 성실이 기초가 된다. 성실을 떠나서는 신용을 지킨다고 말할 수 없다. 성실은 사람됨의 기본 준칙이요 사회 공덕과 직업 도덕의 기본 준칙이다. 성실하게 신용을 지키는 것, 즉 ‘성신(誠信)’은 중국의 우수한 전통이다. 수천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성신을 강구하였고 성신을 추앙하였다. 우리는 자주 원고시대를 그리워한다. 인격 매력이 충만한 시대였다. 그때 군자의 품위 있는 풍도의 배후에는 성실, 신용, 신념이 있었다. 성신의 풍조는 질박 순수하였다. 역사가 오래되면 오래 될수록 성신의 기풍은 빛을 발했다. 중국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성신의 기풍은 일찍이 중국 민족문화의 혈액에 융화되었다. 문화 기본 요소 중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말했다 : 인생이란 성실, 우호, 신임을 주고받으며 계속 순환하는 것이다. 다음은 중학생이 쓴 글이다. 충신인의(忠信仁義)가 후대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다 : 건안(建安) 26년, 서기 221년, 관우(關羽)는 맥성(麥城)에서 패하여 포로가 됐다. 항복하기를 거절해 손권(孫權)에게 죽임을 당했다. 어느 날 마충(馬忠)이 표를 올렸다 : 적토마(赤兎馬)가 수일동안 절식하고 있어서 오래지 않아 죽을 것 같습니다. 손권이 크게 놀라 강동 명사 백희(伯喜)를 급히 찾았다. 백희는 백락(伯樂) 이후에 말이 하는 언어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마충이 백희를 데리고 왕부의 마구간으로 데리고 갔다. 적토마는 땅에 엎드려 슬프게 울고 있었다. 아무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였지만 백희는 알았다. 백희는 사람을 내보낸 후 말의 등을 쓰다듬으며 탄식하였다. “지난 날 조조가 『구수수(龜雖壽)』에서 읊지 않았는가. ‘준마는 마구간에 있다 하여도 뜻은 천리를 달리고, 열사는 나이가 늙었으나 그 뜻은 그침이 없다.’ 나는 그대가 관우장군의 은덕을 잊지 못하여 장군을 쫓아 지하로 내려가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런데 여봉선(呂奉先, 여포)이 백문루(白門樓)에서 죽을 때 그대가 이처럼 함께 하려 했다는 것을 듣지 못했는데, 어째서 오늘에서야 이렇게 목숨을 가벼이 하는가. 어찌 군의 천리를 달리려는 뜻을 저버리려 하는가?” 적토마는 애달프게 탄식하고는 말했다. “내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 ‘새가 죽을 때가 되면 그 울음이 슬퍼지고,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그 말이 착해진다.’ 지금 다행히 선생을 만났으니 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말을 알려야 하겠습니다. 나는 서량(西涼)에서 태어났습니다. 나중에 동탁(董卓)이 거뒀습니다. 그 사람은 제멋대로 횡포하게 굴다가 소제(少帝)를 죽이고 용상에 드러누웠으니, 실로 도적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심히 증오합니다.” 백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중에 들으니 이유(李儒)의 계책으로 그대를 여포에게 보냈더군. 여포는 천하의 첫째가는 용장이지. 모든 사람이 말하잖은가. ‘사람 중에는 여포요, 말 중에는 적토마다.’ 생각해보니 군의 뜻에 어긋난 모양이로군.” 1) “안으로 (자기) 마음에 성실하면 밖으로 남의 믿음을 얻는다.”(內誠於心,外信於人)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마음 - 라쉬트 나자로프(Rashit Nazarov) 내 마음을 떼어내어, 손바닥에 올려 놓고 내 단짝에게 가져갔지 내 마음을 네게 가져왔어 내 사랑 왜 내 마음을 보지 못하니? 내 사랑아! 당황해서 나는 내 마음을 하늘로 쏘았어. 내 마음은 펄떡이며 하늘 높이 올라갔지 별처럼 높이 나의 사랑! 밖으로 나가서 새벽의 동쪽 하늘을 올려봐! 밝은 별을 보고 감동이 일면 그 별이 내 마음이란 걸 알아줘 하지만, 지금은 너무 높고 멀리 있지! Йөрәк Йыртып астым күкрәгемде, Йолҡоп алдым йөрәгемде Һәм йомарлап устарыма, Илттем уны дуҫтарыма. Илттем уны һиңә, йәнем. Тик күрмәнең ниңә, йәнем? Хурланып мин шул саҡ бик тә, Йөрәгемде аттым күккә, Осто йөрәк. осто йөрәк Йондоҙҙарҙан бейегерәк. Йәнем! Әгәр сыҡһаң тышҡа Таңын, ҡара көнсығышҡа,- Бер йондоҙ унда нур һипһә, Һәм хистәрең дөрләп китһә, Бел: был йондоҙ – минең йөрәк, Тик инде ул бейегерәк. Heart (By Rashit Nazarov) Ripping my chest apart, I put it in the palms, And took it to my chums. I brought it to you, my love. Why didn’t you see it, my love? I was upset, and so I threw it to the sky. My heart flew up and up To the bright stars- so high. My love! Go outside and, Look to the east at dawn,- If you see a bright star, If your feelings are strong, Do know: my heart is this star, But now it is high and far. (Translated by Rashida Yumadilova) ◆ 라쉬트 나자로프(Rashit Nazarov) = 1944년 11월 1일 소련의 바시키르 자치 공화국 투룸베트(Turumbet)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시인, 산문 작가로 1993년부터 바쉬코르토스탄 공화국 작가연맹 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벨로루시 공화국 국가상, Salavat Yulaev(2004), 아우르가지 지역의 Galimdzhan Ibragimov(1996) 상 등을 받았다. 그의 예술성은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바시코르토스탄(Bashkortostan)의 중등 및 고등 교육 기관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그의 첫 번째 시집은 1961년 잡지 "Agidel"에 게재되었으며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매년 나자로프의 생일에는 바쉬코르토스탄에서 시적, 문학적, 음악적 행사인 "나자로프 독서회"가 조직된다.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작가로 그는 2006년 10월 14일 바쉬코르토스탄 공화국 이심바이 시에서 사망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아들이 집안 재산 대부분을 상속받고, 딸들은 출가외인이니 상속은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대는 바뀌었고, 법률 또한 공동상속인들이 모두 균분으로 상속받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 그러나 상속에 대한 인식과 관련 법규 사이에 있는 거리감으로 인하여 상속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사실 형제자매들 간의 노고를 서로 인정하고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에 대한 협의를 원만하게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오랜 기간 직접 모시며 애쓴 자식과 타지에 산다는 핑계로 1년에 한 번 겨우 찾아뵙는 자식이 무조건 똑같이 상속을 받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근거도 없이 억지를 부리며 제멋대로 하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협의가 된다. 문제는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라도 협의에 응하지 않는 경우다.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 막무가내로 난장판을 만드는 경우, 법정상속분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경우 등 오만가지 사례가 있다. 당사자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때는 법률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법대로’ 하더라도, 모든 경우가 어렵고 힘들지는 않다. 단순히 균분하여 상속받게 되는 상황은 누군가 불합리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오래 걸리거나 복잡한 절차가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동상속인들 모두가 단순히 균등하게 상속받는 것을 거부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 일부에게 준 재산도 상속재산에 포함해야 한다거나, 고인이 유언을 남겼다거나, 평생 남처럼 살아온 형제에게는 상속재산을 줄 수 없다거나 하는 사정이 있다면 법원을 통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다. 사전증여, 기여분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등장하고, 유언의 효력에 대한 치열한 다툼이 시작된다. 재판의 난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재판 기간도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당연히 필요한 변호사 보수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상속으로 인한 법적 분쟁을 겪는 가족들의 공통점이 있다. 가족 간에 돌이킬 수 없는 감정의 골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당한 내 상속분을 찾기 위하여 시작한 분쟁이 나중에는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같은 피를 나눈 가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족 간의 사이가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대가는 아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과정에서 부수되었던 고액의 보수가 마냥 달가울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만이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가치는 아닐 것이다.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협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신속한 해결방안이다.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당나라 때 곽자의(郭子儀)는 분양왕(汾陽王)에 봉해졌다. 왕부는 수도 장안의 친인리(親仁里)에 건립하였다. 건양 왕부가 낙성한 후 매일 대문을 열어두고 사람이 자유스럽게 왕래하도록 했다. 곽자의는 부중 사람에게 그 일에 관여하지 말도록 했다. 어느 날, 곽자의 휘하 장수가 임지로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하러 왕부로 갔다. 안채로 건너가니 때마침 곽자의의 부인과 딸이 단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곽자의가 곁에서 시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내와 딸이 곽자의에게 수건을 건네주라면 건네주고 물을 떠오라면 물을 떠다주었다. 왕야(王爺)를 노복 부리듯 했다. 그 휘하 장수는 당시에 감히 곽자의를 조롱하지 못하고 귀가한 후에 참지 못하여 집안사람에게 말했다. 한 입 건너고 두 입 건너, 소문이 날개 돋친 듯 퍼져 나갔다. 그 일은 금방 온 경성에 퍼져나가 경성의 모든 이들이 그 일을 알게 됐다. 곽자의는 그 말을 전해 듣고서도 개의치 않았지만 아들들은 왕야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생각하였다. 아들들은 아버지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하였다. 아들들은 서로 약속해 함께 아버지를 찾아가 다른 왕부와 마찬가지로 대문을 닫고 관계없는 자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요청하였다. 곽자의는 아들들의 요청을 듣고서도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러자 몇몇 아들들이 무릎을 꿇고 간청하였다. “부왕께서는 공이 혁혁합니다. 천하의 사람들이 부왕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왕께서는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고 계십니다. 상관없는 사람조차 아무렇게나 안채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상나라의 어진 재상 이윤(伊尹), 한나라의 대장 곽광(霍光)도 부왕처럼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곽자의는 아들들의 말을 듣고는 웃음을 거두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내가 대문을 열어두고 아무나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것은 헛된 명성이나 헛된 명예를 좇으려는 게 아니다.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온가족의 목숨을 보전하려고 그런 것이다.” 아들들은 놀랍고 의아해 하면서 급히 그 까닭을 물었다. 곽자의는 탄식하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우리 곽가의 혁혁한 명성과 위세만 보고 있다. 이 명성과 위세를 상실할 위험은 보지 못하고 있다. 내가 분양왕에 봉해졌으니 앞으로 나아간다 하여도 더 얻을 부귀는 없다. 달도 차면 기운다. 차면 넘치는 법이다. 지나치게 흥성하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이것은 필연적인 도리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창 전성기일 때 결단성 있게 물러나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조정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물러나게 하겠느냐. 게다가 물러난다고 하여도 우리 곽가 1천여 사람이 은거할 지역을 찾을 수 있겠느냐. 지금은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형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왕래를 끊으면 우리 곽가와 원한은 맺은 사람이 우리가 조정에 이심을 품고 있다고 무함하기 시작하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듯 엎친 놈 위에 덮치게 되는 법이다. 어질고 재능이 있는 사람을 방해하는 소인이 화를 돋우는 말을 덧붙여 억울한 사건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곽가 9족이 죽어도 묻힐 곳이 없게 된다.” 곽자의가 왕부 대문을 항상 열어두는 것은 관리 사회의 음흉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곽자의가 뛰어난 정치적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덕행을 쌓고 수양하여서 여러 복잡한 정치 환경을 견디어 낼 수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필요할 때에 이익의 일부분을 희생하더라도 온가족의 안전을 확보하려 했던 까닭이다. 『주역』은 말한다. “달콤하게 절제하니 길하고, 가면 가상한 일이 있을 것이다.” 진심으로 기꺼이 절제하면 길하다. 그런 자세를 견지해 나아가면 상을 얻게 된다. 어떤 일이든 조금 절제하기만 하면 늘 좋게 된다. 홍응명의 말이 맞다.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 그 것을 가까이 하더라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 깨끗하다.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그것을 알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1) 사람을 유혹하는 영화부귀와 손을 델만큼 뜨거운 권세, 명리를 대면해서도 털끝만큼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품격은 고결하다. 부귀와 권세, 명리에 접근했으면서도 사치스럽게 낭비하는 습성에 감염되지 않는 품격은 더 고결하다. 교묘한 수단으로 기회를 틈타 사리사욕을 취하거나 권모술수를 부리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물론 고결하다. 그런데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 가장 고결하다. 그렇다. 영화부귀가 있으나 그것에 미혹되지 않고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사람은 모욕당하지 않는다. 평안무사하게 살 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스스로 단속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시시각각 자신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적당한 정도에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절제를 알게 되면 중요한 때에 자신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다. ***** 節卦 ䷻ : 수택절(水澤節) 감(坎: ☵)상 태(兌: ☱)하 절은 형통하니 괴롭도록 절제해서는 곧을 수 없다.(節,亨,苦節,不可貞.) “괴롭도록 절제해서는 곧을 수 없음”은 그 도가 다했기 때문이다.(苦節,不可貞,其道窮也.) 「상전」에서 말하였다 : 못 위에 물이 있는 것이 절(節)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수와 법도를 제정하고 덕행을 의론한다.(象曰,澤上有水節,君子以,制數度,議德行.) 구오는 달콤하게 절제하니 길하고, 가면 가상한 일이 있을 것이다.(九五,甘節,吉,往有尙.) 「상전」에서 말하였다 : “감미롭게 절제한 길함”은 있는 자리가 가운데이기 때문이다.(象曰,甘節之吉,居位中也.) [傳] 절괘(節卦䷻)는 「서괘전」에서 “환(渙)은 흩어지는 것이다. 사물은 끝까지 흩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절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사물이 흩어지고 나면 절제하여 멈추어야 하니, 절괘가 그래서 환괘 다음에 있다. 괘의 모양은 못 위에 물이 있다. 못의 용량은 한계가 있어 못 위에 물이 가득하면 받아들이지 못하여 절제가 있는 상이기 때문에 절괘이다. 1) 勢利紛華,不近者爲潔.近之而不染者爲尤潔.智械機巧,不知者爲高.知之而不用者爲尤高.(『菜根譚』)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류 역사 상 먹거리와 관련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냉장고라고 답할 것이다. 냉장고의 발명으로 인류는 먹거리를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식중독의 위험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인류가 먹을 것을 사냥하고 채집하는 시기를 지나 가축을 사육하고 농사를 짓게 되면서 식량 확보가 잘 되던 때에도 가장 큰 고민거리는 먹거리를 어떻게 하면 오래 저장할 것 인가였다. 먹거리가 풍족한 때 모아두었다가 부족한 시기에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인류에게는 큰 숙제였다. 냉장고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식품을 오래 저장하기 위해 동굴이나 지하창고를 이용했는데 이 역시 장기간 저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힘들게 얻은 먹거리가 저장 과정에서 부패하여 먹을 수 없게 되는 일이 많았고, 버리기 아까워서 섭취하였다가 식중독으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도 발생하였다. 이에 인류는 식품을 안전하게 오래 저장하기 위해 건조, 소금 처리, 발효 등의 방법을 찾아내었다. 식품을 상하게 하는 것이 미생물(세균, 곰팡이)이라는 것을 모르던 때에도 수분이 많으면 식품이 쉽게 부패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하였다. 미생물도 살아남으려면 사람처럼 물이 필요한데 건조를 통해 물을 제거함으로써 미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놓거나 햇볕에 말리는 방법이 일반적이었고, 연기를 쬐어서 살균하면서 건조시키는 훈연법도 사용되었다. 채소를 말린 것에는 시래기, 우거지, 무말랭이 등이 있고, 고기를 말린 육포, 생선을 말린 굴비와 마른 멸치 등이 먹거리로 애용되어 왔다. 건조한 먹거리는 오래 저장할 수 있으나 신선도가 떨어지고 질감이 딱딱하다는 단점을 가진다. 따라서 수분은 유지하면서 유해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용한 미생물을 이용하는 발효 식품이 만들어졌다. 수분이 충분하면 해로운 미생물도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발효식품들은 소금을 넣어 발효를 한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배추에 있는 물이 빠져나가 숨이 죽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소금 농도가 높으면 삼투압 때문에 미생물로부터 물이 빠져나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자반고등어와 같이 소금 함량이 높으면 미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지만 적정량의 염분에서는 삼투압에 잘 견디는 미생물은 살아 남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발효 미생물에 비해 유해한 미생물들은 염분에 약하기 때문에 적정량의 소금을 넣어 발효시키면 식품을 오래 저장할 수 있고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용한 물질까지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김치, 된장, 젓갈과 같은 우리 전통의 발효 식품은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소금(나트륨) 함량이 높다는 단점도 가진다. 부드러운 질감은 유지하면서 소금을 과량 넣지 않는 장기 저장법으로 인류는 통조림을 발명하였다. 통조림은 식품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게 해주어 식량 낭비를 줄임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식품을 손쉽게 운송 및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통조림의 소비기한은 과일 통조림은 2~5년, 참치 통조림은 3~7년으로 매우 길다. 보존료라고 하는 방부제를 넣지 않고도 오래 저장할 수 있는데 제조 공정에서 공기를 제거하는 탈기와 밀봉 과정을 거쳐 살균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통조림은 원료를 익혀서 넣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고, 살균으로 미생물을 죽이므로 살균 과정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식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통조림에 들어가는 화학 식품첨가물과 장기간 보관 시에 유출되는 환경호르몬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조림의 소비기한이 5년이라는 것은 밀봉한 상태일 때를 얘기하는 것이지 개봉한 통조림을 5년간 먹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개봉하면 그 즉시 외부에서 미생물이 유입되고 통조림에는 미생물이 좋아하는 영양성분과 수분이 충분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빨리 부패할 수 있다. 따라서 개봉한 통조림은 빨리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마트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먹거리 중에 냉장이나 냉동 식품은 바로 냉장고로 들어간다. 채소, 육류, 어류, 달걀과 같은 신선 식품들은 대부분 구입 후에 냉장 보관한다. 이외에 보존료를 첨가한 가공 식품이나 건조 식품들은 실온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수분이 많지만 보존료를 넣지 않고도 실온에 보관 가능한 식품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살균 처리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통조림과 레토르트 식품(특수 포장재로 만든 주머니에 식품을 넣고 밀봉한 후에 고온에서 살균한 식품)이 고압증기로 살균 처리된 것이다. 레토르트 식품은 소비기한이 보통 1년 정도로 길지만 살균 방법에 따라 냉장 보관해야 하는 제품도 있으니 표시된 보관 방법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유의 경우에는 주로 유해한 세균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선택적 살균 방법이 적용된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일반 우유는 130도 이상에서 2초 이상 살균한 것으로 유해한 미생물을 죽이지만 유산균 등의 일반 미생물은 일부 살아 있기 때문에 냉장 보관해야 한다. 저온장시간 살균 우유는 63도에서 30분간 살균한 것으로 유해 세균은 죽지만 유산균이 살아 남기 때문에 냉장 유통 및 보관해야 한다. 이 밖에 균이 유익한지 해로운지에 상관없이 모두 죽이는 것이 목표인 멸균 우유도 있다. 사각 팩에 들어 있는 멸균 우유는 135도 이상(또는 제조사에 따라 132~150도)에서 3초 이상 멸균한 것으로 실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유통기한도 10주 정도로 매우 긴 편이다. 우유의 살균 온도에 따라 영양 성분의 변화는 미미하지만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선호도에 차이가 있다. 일반 우유 또는 저온살균우유와 같은 살균 제품은 유해 세균이 없더라도 일반 세균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래 두면 부패할 수 있어 소비기한 또는 유통기한 내에 제품을 먹어야 한다. 또한 완전 살균(멸균) 제품이라 하더라도 살균 과정에서 모든 미생물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제품의 성분이 변하거나 지방 성분이 산패되어 맛과 향 등의 품질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서는 소비기한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장고가 더욱 편리해지고 기능도 좋아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냉장고를 너무 믿는 경향이 있다.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종류의 유해 미생물들은 냉장고 안에서도 살아 남는다. 이미 식품에 미생물이 묻어 있다면 냉장고 안에 다른 먹거리까지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냉장고에 너무 오래 보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냉장고의 냉장 온도는 4도 이하, 냉동은 영하 18도 이하로 잘 유지되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하는데, 특히 여름철에 냉장고 안이 음식으로 가득 차있고 자주 열고 닫게 되면 냉장 기능이 떨어져서 유해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생선이나 육류는 냉장에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고, 채소류도 일주일 안에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오염된 식품의 유해 미생물이 다른 식품으로 옮겨가는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냉장고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채소와 과일은 깨끗이 세척하여 냉장실 하단에, 육류와 어패류는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실 중간에, 자주 꺼내 먹는 반찬류는 잘 밀폐하여 냉장실 상단에 보관하는 것이 좋겠다. 교차오염의 위험성이 큰 달걀은 다른 먹거리와 분리하여 냉장고에 보관할 필요가 있다. 냉동실도 육류와 어류는 하단에 보관하고, 오래 보관할 식품은 냉동실 안쪽에 넣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철에도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냉장고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미심쩍은 식품은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에서도 살아남기 때문에 오염된 식품을 냉장이나 냉동했다 하더라도 없앨 수 없다. 따라서 식중독에 걸리지 않으려면 손을 잘 씻고, 오래된 식품은 먹지 않고, 물은 끓여먹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먹는 일반적인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날로 먹는 음식이라면 원료를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오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사용하는 도마나 칼이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