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괘(睽卦) 규(睽)는 괴팍하다, 위반하다, 대립하다 뜻이다. 사회는 통일되어 있으면서도 대립하기도 한다. 어떤 모순(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점이 있다. 바로 ‘같은 점’이다. 같은 점을 찾아내야만 쌍방인식의 일치(공통 인식)를 이룰 수 있다. 세상에 영원한 친구란 없다. 영원한 적도 없다. 구동존이(求同存異,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점은 놔둔다.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우리가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마다 다른 배역을 충당할 기회가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과 사귈 기회도 있다. 일하거나 생활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도리를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을 사랑하여야 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 합쳐지면 반드시 떨어지게 되고 떨어지면 반드시 합쳐지며, 같음 속에 다름이 있고 다름 속에 같음이 있다.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 의견차이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 일이다. 자신과 타인이 의견차이가 있을 때 관건은 시기를 파악해 다름 속에서 같음을 구해야〔이중구동(異中求同)〕 한다. 다름 속에서 같음을 찾는 것은 사람이 처세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점을 이행하려면 대범하고 도량이 넓어야 한다. 잡념을 버리는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타인이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 위배되거나 조화롭지 못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동존이(求同存異)다. 세상에 어떤 사물이라 할지라도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동일성이 존재한다. 사회에서 다른 연령, 다른 지역, 다른 문화 사이에 다른 관점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입장, 사상, 생활 방식이 다른 문제에 속한 것에 대해서는 논쟁하지 말고 서로 존중해주라.” 세상에 완전히 같은 나뭇잎은 존재하지 않는다. 쌍둥이를 포함하여 완전히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 개성, 애호, 인식, 능력과 이익 추구가 다 다르다. 그렇게 천자만태의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차이는 질서의 근원이다. 모두 질서정연한 차이를 끌어낼 수 있다. 모두가 사물을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힘이다. 차이는 활력의 기초다. 차이가 결핍되면 서로 보충하고 왕래하는 활력이 부족하게 된다. 조화는 차이의 통일을 가리킨다. 다른 사물의 상호 보충과 배합, 협조다. 차이가 있기에 경쟁이 생긴다. 경쟁은 조화의 압력기제요 동력기제다. 사회 조화는 그런 동력 아래서 끊임없이 부조화의 요소를 없애는 과정 중에서 도달된다. 다른 원료와 재료가 있어야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음이 규율에 따라 배열될 때야만 하모니가 이루어진다. 교향악은 여러 악기가 있어야 하고 여러 음색, 음계, 여러 선율이 있어야 기세가 넘치고 심후하다. 한 악단이 한 음부만 연주한다면 단조롭게 된다. 요리가 한 품종으로 만 만들어졌다면 무미건조하게 된다. 한 도시의 건축물이 천편일률적이라면 생기가 없게 된다. 한 지역, 한 직장에 한 목소리만 존재한다면 아무런 생기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사회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채롭고 풍부하며 무한한 활력이 생겨난다. 조화를 추구하려면 먼저 차이를 인정하여야 한다.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반드시 ‘구동존이(求同存異)’하여야 한다. ‘구동(求同)’은 상방의 공통점을 구하고 확대하는 데에 노력하는 것이요, ‘존이(存異)’는 쌍방에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바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구동은 존이의 목적이요 존이는 구동의 조건이다. 존이해야만 구동할 수 있다. 구동은 반드시 존이하여야 한다. 큰 목표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차이를 인정하면 모순(갈등)을 푸는 데에 유리하고 공존 공영할 수 있다. 진리 그 자체는 사람의 마음을 정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자체의 힘은 믿음이 있다는 표현이다. 구동존이라는 사상 기초가 있다면 불일치가 존재할 때 너무 급히 일치되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는데 어려운 일을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지 않게 된다. ‘콘크리트 블록’ 표준에 따라 인재를 설계하지 않게 된다. 권력을 빌어 억지로 통일을 이루려 하지 않게 된다. 구동존이가 있어야만 ‘백화재방’, ‘백가쟁명’의 문예 번영의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의견 차이는 타인을 염려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의심하게 한다. 우리는 응당 타인을 믿어야 한다. 타인을 믿어야 당신이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당신이 타인을 의심하게 되면 당신이 보는 세상은 추악한 것이 된다. 자기 동지나 친구조차 의심하게 된다면 자기 자신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다. 『주역』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만약 자기 친구나 동지를 의심하면 수레 안에 귀신이 가득한 것〔재귀일거(載鬼一車)〕을 보게 되는 것처럼 되어 위험하게 된다. 지도자라면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고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말아야 한다. 아랫사람을 믿고 의심하지 않으려면 재능이 있는 사람과 현자를 받아들이는 기백과 아량이 있어야 한다. 1. 사람의 장점을 받아들이라. 지도자라면 일반적인 인재를 임용해 쓴다. 그런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뛰어난 인재나 자신보다 재능이 있는 인재는 용인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과 중심 위치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 인재를 억압한다. 진정으로 우수한 인재는 반드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이 두각을 나타내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도 제어할 수 없다. 뛰어난 지도자에게는, 훌륭한 인재는 기쁨이지 우려할 것이 아니다. 치켜세워야지 억압해서는 안 된다. 구해야지 버려서는 안 된다. 2. 사람의 단점을 받아들이라. 인재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어떤 이는 장점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단점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자기의 재능을 믿고 교만해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사소한 일에 주의를 돌리지 않기도 한다. 인재 사이에는 여러 가지 모순이 존재한다. 지도자라면 그 장점도 받아들이고 단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3. 사람의 말을 들어라. 얻은 인재의 여러 주장, 의견을 들으려거든 그들에게 말하도록 장려하여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의견을 제시하게 하여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인재라면 정확하고 확실한 견해가 있다. 자신의 견해에 자신감이 충만하기 때문에 상사 의견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주 자신의 의견을 고집할 것이다. 어떤 인재는 세상일을 알지 못하여 정실에 흐르지 않는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직언하기도 한다. 지도자라면 타인의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민주를 발양하는 태도다. 지도자라면 응당 현명한 제언과 간언을 받아들이고 언로를 넓혀야 한다. 4. 무례한 짓을 받아들이라. 포용하는 것 중에서 타인의 무례한 짓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호랑이 꼬리를 밟아서는 안 된다.” “태세신의 머리 위 흙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처럼 건드리기만 하면 펄쩍 뛰고 움직이기만 하면 노발대발하는 지도자가 있다. 타인이 조금만 무례하게 굴면 기회를 엿보고 보복하려고 한다. 식견과 도량이 있는 지도자는 무례하게 구는 자에게 ‘앙갚음으로 따끔한 맛을 보게 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무례라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무례라 할지라도 사업이 중하기에 대국적인 견지에서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간덩이가 큰’ 무례를 범하는 자는 대부분 천성이 정직하고 솔직하며 정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얻기 힘든 인재로 사업 희망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 睽卦 ䷥ : 화택규(火澤睽), 리(離: ☲)상 태(兌: ☱)하 규(睽)는 작은 일은 길하다.(睽,小事,吉.) 「상전」에서 말하였다 : 위는 불이고 아래는 못인 것이 규(睽)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같게 하면서도 다르게 한다.(象曰,上火下澤,睽,君子以,同而異.) 상구는 어긋남에 외로워 돼지가 진흙을 짊어진 것과 귀신이 한 수레 실려 있음을 본다. 먼저 활줄을 당겼다가 뒤에 활줄을 풀어놓으니, 도적이 아니라 혼구(婚媾)이다. 가서 비를 만나면 길하다.(上九,睽孤,見豕負塗,載鬼一車.先張之弧,後說之弧,匪寇,婚媾,往遇雨則吉.) [傳] 규괘(睽卦)는 「서괘전」에 “집안의 도(道)가 다하면 반드시 어그러지므로 규괘로 받았으니, 규(睽)는 어그러짐이다”라고 하였다. 집안의 도가 다함에 어긋나 흩어짐은 이치가 반드시 그러하므로 가인괘(家人卦䷤)의 뒤에 규괘(睽卦䷥)로 받았다. 괘는 위가 리괘(離卦☲)이고 아래가 태괘(兌卦☱)이니, 리괘인 불은 타오르고 태괘인 못은 적시어 내려가서 두 몸체가 서로 어긋남이 규괘의 뜻이다. 또 둘째 딸과 막내딸이 비록 함께 있지만 시집가는 곳이 각각 다르니, 그 뜻이 함께 가지 않는 것이 또한 규괘의 뜻이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새 봄을 맞아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정치학 박사이자 시·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강병철 작가의 ‘세계시선(詩選)’입니다. 동·서양 곳곳을 아우르는 나라의 고전과 현대 명시(名詩)를 강 작가의 유려한 문체로 우리 말로 풀어냅니다. 번역이란 새로운 창작물의 재탄생을 통해 문학의 참맛도 엿보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바랍니다./ 편집자 주 어머니의 나무상자 - 루오치우홍(罗秋红) 시인에게 펜을 들게 하라 죽기 전에 어머니가 지녔던 나무상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천으로 만든 신발을 나무상자에 두어 어머니가 만든 헝겊 신발을 보전하라 우주의 암호에서, 빛에 대항하여 자유롭게 걷는 것 자신의 성전을 짓게 하라 구부러진 용광로 불길을 위하여 성전을 가질 수 있도록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줄자 줄자가 불운을 토해내도록 놔두라 인간의 미덕의 최저 허용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잉크로 구절을 측정하고 세상의 채찍질 당한 흉터를 재기 위해 자, 본연의 맛과 향의 줄자 우주 배경을 가로질러 탐색하네 나무상자의 눈에서 펜의 발자취를 그리고 성전 앞 불더미 9미터의 봉인으로 차단 인간관계의 변덕스러움 [번역=강병철 작가] 母亲的木箱子 (罗秋红) 允许诗人怀揣一支钢笔 望着母亲生前的木箱子发呆。 允许木箱子跟着母亲做的 布鞋奔跑。允许布鞋住进 宇宙密码里,逆着光 自由行走。 让它为佝偻的炉火 搭一座自己的庙堂。 允许庙堂里有 原汁原味的卷尺。 允许卷尺吐出厄运 测量人类道德底线 测量人间墨韵鞭痕。 此刻,原汁原味的卷尺 穿越空间背景,从木箱子 眼神里获得一支钢笔的 探索足迹。 而庙堂前方一堆炉火 用九米的印章,阻隔了 世态炎凉。 Mother’s Wooden Box (Luo Qiuhong) Allow the poet to have a pen In a daze looking at Mother’s wooden box during her life. Allow the wooden box to run together with the cloth shoes Made by Mother. Allow the cloth shoes to live In the code of the universe, against the light To walk freely. Let it build its own temple For the stooped furnace fire. Allow the temple to have A tape measure of original taste and flavor. Allow the tape measure to vomit bad luck To measure the lowest permissible level of human virtue To measure verses in ink and whip scars in the world. Now, the tape measure of original taste and flavor Traverses space background, obtains the probing footsteps of a pen from the eyes of the wooden box. And a pile of fire before the temple With the stamp of nine meters, to obstruct The fickleness of human relationships. (Translated by Zhang Zhizhong) ◆ 루오치우홍(luoqiuhong, 罗秋红) =1961년생으로 현재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에 살고 있다. 중국시 학회, 후베이성 문인협회와 후베이성 음악가 협회의 회원이다. 그녀의 작품은 《人民日报》《诗选刊》《星星》《光明日报》《延河》《天津诗人》《岁月》《世界日报》《音乐时空》《羊城晚报》등 잡지와 신문에 실렸고, 많은 연간시선집에 포함되었다.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소설《雪儿,你在哪儿》을 출간했다. 또한, 작품집으로 《罗秋红个人作品集》(音乐作品集);其代表作《中国妈妈》荣获原创音乐三等奖,《娘的佛经》被称为神曲,被收入2012年新歌经典合辑。曾获第六届中国当代诗歌奖•新锐奖 등이 있다. 제6회 현대중국시인상 및 신인상(the 6th Contemporary Chinese Poetry Award• New Talent Award)을 받았다. 작품들은 외국어로 번역되어 많은 나라에 소개되고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 가인괘(家人卦) 가인(家人)은 가정의 성원이다. 가인은 또한 단체다. 단체이기에 규칙이 있다. 규칙이 없다면 어찌 방원(方圓, 모진 것과 둥근 것)1)이 있겠는가? 집에는 집안규칙〔가규(家規)〕이 있고 가문이나 사문에도 그에 따른 규칙이 있다. 단정한 가풍이 있고 자식을 가르치는 데에 적절해야만 아름다운 가정을 창조할 수 있다. 자녀를 잘못 가르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집〔가(家)〕은 지지배배 거리는 둥지다. 애정의 작은 울타리이다. 실패자의 상처를 치료하는 곳이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나의 집은 나의 성’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집이 진정한 성이 되려면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녀와 자부가 있어야 한다. 화목하게 지내는 형제자매가 있어야 한다. 안과 밖에서 활동하는 가정의 용장이 있어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움에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된다.” 가풍이 바르면 가정이 바르다. 가정이 바르면 국가가 안정된다. 가족에게는 무조건 맹종하라는 불합리한 요구를 하면서 주변 사람에게는 관대한 사람이 있다. 큰 비바람의 충격을 대항할 수 있으면서도 아내의 ‘베갯밑송사’를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가풍을 망치면 자신에게 영향이 미칠 뿐 아니라 친족이나 친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면서 좋지 않은 사회풍조를 형성하게 된다. 가풍이 바르고 바르지 않음, 가정이 청렴하고 청렴하지 않음은 민풍, 정풍의 좋고 나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지도층 인사의 가족, 자녀가 사회에서 언행과 행동거지를 대중은 주목한다. 좋은 말이 있지 않은가. “마룻대가 바르지 않으면 아래들보가 비뚤어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부모가 솔선수범하지 않고 자신에게 아주 엄격하지도 않아 체면 깎이고 웃음거리가 된다면 자식이 어찌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 어느 부모가 딸이 큰 인물이 되고 아들이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거들랑 반드시 먼저 해결하여야 하는 조건이 있다. 가풍을 바르게 하라! 옛사람의 말이 옳다. 가정의 언어는 공허한 설교가 아니다. 마땅히 구체적이 내용, 풍부한 감정이 있어야 한다. 가정은 반드시 조화롭고 화목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알맞은 시기를 잡아야 한다. 『안씨가훈顔氏家訓』의 ‘교자(敎子)’편에는 며느리를 지도하려면 가장 알맞은 시기는 며느리가 집에 막 도착했을 때이다. 자녀를 지도할 가장 알맞은 시기는 아기 때부터 하여야 한다. 『삼자경(三字經)』은 말한다.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잘못이다.” 자녀가 교양이 없는 것은 아버지 잘못이다. 이치에 맞다. 아버지와 자녀는 친밀하게 접촉한다. 자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제때에 고치지 않고서 오랜 시간이 흐르게 되면 자녀는 교육이 통하지 않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자녀의 잘못은 아버지의 잘못이라 하는 것이다. 등소평(鄧少平)도 말했다. “교육은 갓난아기 때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방법이 있다. 1. 아이의 호기심을 보호하라. 아이는 묻기를 좋아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기 때문이다. 호기심은 아기가 발전하는 원천이다. 아이가 질문할 때 절대 아이의 호기심과 자존심에 타격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내향적으로 변한다. 성적이 좋지 않게 될 때에 다시 아이를 책망한다고 하여도 이미 때는 늦다. 2. 아이와 함께 발전하라. 한 가정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성격, 기질은 그 가정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우리는 자기 아이가 우수하고 다재다능하며 두각을 나타내기를 바란다. 그런데 아이는 결국 아이다. 아이의 판단력과 변별력은 아직 완전하지 않아 주위 환경의 영향을 쉬이 받는다. 생각해보자. 한 아이가 하루 종일 마작 하는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숙제 검사를 해달라고 했는데 부모에게서 숙제는 무슨 숙제, 필요 없다고 늘 듣게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게 아닌가. 그런데 농촌 과부가 혼자서 박사 두 명과 석사 한 명을 길러낸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성장한 후 각 분야에서 출중한 인물이 되었다. 자식들은 말했다. “어머니는 까막눈이였지만 사리에 밝았습니다. 어머니 혼자서 우리를 길러내는 데에 힘들었지만 우리를 학교에 보냈습니다. 어머니도 농촌의 문맹 퇴치 반에 참가하여 저녁이면 조그만 램프 아래서 우리와 함께 밤늦게까지 공부했습니다. 어머니가 마르고 굼뜬 큰 손에 붓을 들고 종이 위에 글을 쓸 때면 우리는 감동받아 몰래 눈물 흘렸습니다. ……나중에 어머니의 그런 강인하고 끈기 있는 정신이 우리 생활 내내 영향을 미쳤습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우리는 버텼습니다. 우리 지금의 성공은 어머니에게서 얻은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3. ‘모진 마음’을 먹는 부모가 되라. 어느 유치원에서 아이 20명을 선발해 개개인에게 사탕을 주면서, 만약 지금 이 사탕을 모두 먹어버리면 이후에 아무 것도 없고 20분 후에 먹는다면 맛있는 사탕을 더 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결과는? 20명 중 2명만이 사탕을 먹지 않고 버텼다. 실험에 참가하였던 사람은 그 20명의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연락하며 지냈다. 30년 후, 누가 성공했을까? 2명은 훌륭한 사람이 됐다. 만족(滿足)의 지연(遲延)(delay of gratification) ; 덮어놓고 아이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말라. 아이에게 절제하는 기질을 배양시켜야 한다. 일정 정도에서 많은 아이들은 ‘끝없이 욕심을 부린다.’ 심지어 어떤 때는 ‘막무가내로 행동하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가 하는 대로 무조건 따라주기만 하면 아이는 나쁜 버릇이 들게 된다. 4. 아이 성장의 지렛목을 제대로 찾으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어릴 때 이야기이다. 달빛이 밝고 밝은 어느 날 저녁, 어머니는 밥을 짓고 있었고 꼬마 암스트롱은 뜰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 달빛 아래 늘어진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보고 재미있다고 느꼈는지 그림자 위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어머니가 뭘 하냐고 묻자 어린 암스트롱은 대답하였다. 엄마, 나 달 위로 뛰어갈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그렇게 하렴. 내 아들,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네가 분명 달 위까지 뛰어갈 거라는 것을 믿어. 하지만 돌아와서 저녁밥을 먹는 것은 잊지 말거라. 그랬다. 나중에 암스트롱은 정말 올라갔다. 인류 최초로 달에 오른 인물이 됐다. 어린 암스트롱의 어머니는 작은 일에서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였을 뿐 아니라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게 말할 줄 알았다. 아이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부모는 아이의 우수한 점을 지렛목으로 삼아 격려하여야 한다. 아이의 성취감을 배양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성장의 동기를 심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레버리지효과(leverage effect)’다. 어떤 이는, 가정은 이치를 따지는 곳이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감각에 의지해 존재하는 곳이라고 한다. 친밀과 애교처럼 이유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순과 겸애는 가정의 견실한 지렛대이다. 화목과 공경은 가정이 화평하다는 상징이다. 성실과 반성은 즐거운 가정이 되는 원천이다. ***** 家人卦 ䷤ : 풍화가인(風火家人) 손(巽: ☴)상 리(離: ☲)하 가인은 여자가 바르게 함이 이롭다.(家人,利女貞.)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아우는 아우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움에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되니, 집안을 바르게 함에 천하가 안정될 것이다.(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而家道正,正家而天下定矣.) [傳] 가인괘(家人卦)는 「서괘전」에 “이(夷)는 상(傷)함이니, 밖에서 상한 자는 반드시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가인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밖에서 상하고 곤궁하면 반드시 안으로 돌아오니, 가인괘가 이 때문에 명이괘(明夷卦)의 다음이 됐다. 가인(家人)은 집안의 도이니, 부자(父子)의 친함과 부부(夫婦)의 의리와 존비(尊卑)․장유(長幼)의 차례에 윤리를 바르게 하고 은혜와 의리[은의(恩義)]를 돈독히 함이 가인의 도이다. 괘가 밖은 손괘(巽卦☴)이고 안은 리괘(離卦☲)여서 바람이 불로부터 나오게 되니, 불이 세게 타오르면 바람이 생긴다. 바람이 불로부터 생김은 안으로부터 나옴이다. 안으로부터 나옴은 집으로부터 밖에 미치는 상(象)이다. 이효와 오효가 안과 밖에서 남자와 여자의 자리를 바르게 함이 가인의 도가 되며, 안에서 밝고 밖에서 공손함이 집안에 거처하는 도이다. 사람은 자신이 지닌 것은 집안에 시행할 수 있고, 집안에서 행하는 것은 나라에 시행할 수 있어 천하가 다스려짐에 이르니, 천하를 다스리는 도가 집안을 다스리는 도이다. 미루어 밖으로 행할 뿐이므로 안으로부터 나오는 상을 취하였으니, 가인의 뜻이 된다. 문중자(文中子)의 책에서는 ‘안을 밝게 하고 밖을 가지런히 하는 것’으로 뜻을 삼았는데,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를 좋게 여기지만 상에서 취한 뜻은 아니다. 이른바 ‘제호손(齊乎巽)’은 만물이 손괘(巽卦)의 방향에서 깨끗하고 가지런해짐을 말하는 것이지, 손괘에 가지런하다는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호건(戰乎乾)’이 건괘(乾卦)에 싸운다는 뜻이 있는 것이 아님과 같다. 1) 방(方, 方形, 모진 것)은 규칙, 조직, 틀로 사람됨의 근본이다 ; 원(圓, 圓形, 둥근 것)은 원만, 원통, 노련으로 처세의 도이다. 무방(無方), 세상에 규칙이 없으면 약속도 없다 ; 무원(無圓), 세상이 부하가 너무 중하여 장차 스스로 처리하지 못한다. 사람됨과 처세에는 방(方)할 때 방해야 하고 원(圓)할 때 원해야 한다. 방 외에 원이 있고 원 가운데에 방이 있다. 방과 원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만 사회가 조화롭게 된다. 인생은 본래 방과 원에 있다. (方圓之道)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새 봄을 맞아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정치학 박사이자 시·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강병철 작가의 ‘세계시선(詩選)’입니다. 동·서양 곳곳을 아우르는 나라의 고전과 현대 명시(名詩)를 강 작가의 유려한 문체로 우리 말로 풀어냅니다. 번역이란 새로운 창작물의 재탄생을 통해 문학의 참맛도 엿보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바랍니다./ 편집자 주 등대 독백(燈塔自白) - 리쿠이셴(李魁賢) 드넓은 바다에서 너를 비추는 한 점의 불빛이 되고 싶어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아마도 너는 모든 곳을 여행하러 떠나겠지, 더 멀리, 더 멀리, 혹은 해안선에 정박하기로 할 수도 있겠지, 이 아름다운 섬에서 함께 지내며, 구불구불한 해안에 기대어. 낮에는 단순한 풍경일지도 모르지만, 밤에는, 확실히 찬란한 불빛이 번쩍이지 해안의 역사를 조명하며 새벽까지. 네가 머무를 때, 우리는 이 섬에서 너와 함께 해. 네가 떠나면, 우리는 영원히 헤어질 거야. [번역=강병철 작가] Monologue by Lighthouse (Lee Kus-shien) On the vast sea I wish to emit a spot of light for you leading a certain direction. Perhaps you will depart for touring everywhere, further go and further away, or you may decide to moor on the shoreline, staying together in this beautiful island, leaning on the meandering coast. In daytime, although perhaps just a simple scenery, at night, it definitely emits a brilliant ray illuminating the history of seacoast until dawn. When you stay, we will accompany you on this island. When you leave, we will be separated forever. 燈塔自白 (李魁賢) 茫茫海上 我願給妳一點光 指點一個方向 或許妳從此遠遊四方 漸去漸遠 或許妳決心靠岸 廝守美麗的海島 偎倚曲折的海岸 白天單純是一個景點 夜裡絕對會放射光芒 照耀海岸歷史 直到天亮 妳留下 共存海角 妳離去 各自天涯 2008년 3월 5일 ◆ 리쿠이셴(李魁賢;Lee Kuei-shien) =1937년 타이베이에서 출생한 대만 시인이다. 대만 국가문화예술기금회이사장國家文化藝術基金會董事長)을 역임했다. 현재 2005년 칠레에서 설립된 Movimiento Poetas del Mundo의 부회장이다. 그는 53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그의 작품들은 일본, 한국, 캐나다, 뉴질랜드, 네덜란드,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인도, 그리스, 리투아니아, 미국, 스페인, 브라질, 몽고, 러시아, 쿠바, 칠레, 폴란드, 니카라과, 방글라데시,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코소보, 터키, 포르투갈,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서 번역됐다. 영역된 작품들은 'Love is my Faith'(愛是我的信仰), 'Beauty of Tenderness'(溫柔的美感), 'Between Islands'(島與島之間), 'The Hour of Twilight'(黃昏時刻), '20 Love Poems to Chile'(給智利的情詩20首), 'Existence or Non-existence'(存在或不存在), 'Response'(感應), 'Sculpture & Poetry'(彫塑詩集), 'Two Strings'(兩弦), 'Sunrise and Sunset'(日出日落) and 'Selected Poems by Lee Kuei-shien'(李魁賢英詩選集)등이 있다. 한국어 번역본은 2016년에 발간된 '노을이 질 때(黃昏時刻)'가 있다. 인도, 몽고, 한국, 몽고, 방글라데시, 마케도니아, 페루, 몬테니그로, 세르비아 등에서 국제문학상을 받았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시간강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4. 맹호 두 마리가 싸우면 한 쪽은 다치게 마련이다. 부부지간의 싸움은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상대방은 자그마한 과실이 있을 뿐인데 한 쪽에서 용서하지 않고 지나치게 몰아붙이면 ‘전쟁’까지 불사하게 된다. 다음 부부의 싸움은 어떤가? 참고할만하다. 아내 왕 씨는 찻상을 치울 때 잠시 부주의해서 남편이 놓아둔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려 깨뜨렸다. 남편이 가장 아끼는 찻잔이었다. 거의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귀하게 여겼다. 하필이면 어제 찻잔 하나를 깨뜨렸는데 오늘 또 한 개를 깨뜨렸으니 남편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왕 씨도 화가 났다. “찻잔 두 개에 불과한데, 뭐 그래. 가슴 아파하는 걸 보니, 찻잔 두 개보다 내가 못하다는 것 같아. 밖에서 욕먹고 집에 와서는 하루 종일 좋지 않은 낯빛으로 날 보면서. 그렇게 하지 말아요. 아내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남자가 무슨 영웅호걸이라고. 능력 있는 사람은 찻잔 두 개를 아내보다 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요.” 이렇게 되자 벌통을 건드린 꼴이 되었다. 남편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 “내가 능력이 없다고? 그래, 밖에 능력 있는 사람들 널렸지 널렸어. 유감인 것은 당신이 그런 복을 누릴 운이 없는 게지. 그래서 나같이 능력 없는 사람은 만난 거 아니겠어.” 아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것도 꼭 그렇다고는 말하기 어렵지. 언젠가는 내가 능력 있는 남자를 데리고 와서 당신에게 보여줄 수도 있거든.” 이미 이성을 잃을 대로 잃어버린 남편은 찻상 위에 놓은 물병을 들고는 세차게 던졌다. 왕 씨도 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울며 소리치며 난리 쳤다. 결국 남편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서는 아령을 들고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텔레비전을 깨뜨려 버렸다. 이렇듯 작은 문제에서 비롯되어 격렬하게 충돌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는 일은 비단 부부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자질구레한 일로 끝내 비극적인 결말로 전개되는 일이 신문지상에 비일비재하게 보인다. 생활에서 유사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상대방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어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말이 귀에 거슬리는 상태까지 왔다면 우리는 냉정을 찾고 기름에 불을 붓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꼭 기억해 두시라 : “강자 둘이 서로 싸우면 한 쪽은 반드시 다치게 마련이다.” 5. 한걸음 물러서는 것은 낮춤이 아니다. 미국 전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는 용인 문제에서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한번은 국회 회의석상에서 한 의원이 면전에서 그를 욕했다. 그는 끝까지 인내하면서 화를 내지 않았다. 상대방이 욕을 다 끝내자 온화한 말투로 얘기하였다. “지금은 노기가 좀 수그러졌겠지요. 이치대로 하면 그렇게 나를 힐문할 권리가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내가 더 상세하게 설명을 드리지요.……” 이런 물러서는 태도는 의원의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갈등도 다소나마 누그러졌고. 생각해보자. 매킨리라 일리가 있다고 지나치게 몰아붙이면서 자신의 직위의 우세를 이용해 기세등등하게 반격하는 말을 했다면 상대방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쌍방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치에 맞는 인물이 참고 양보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상대방의 적대감은 완화될 것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하면, 사람됨이 너무 고집스러워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당신이 도리로 보아 당연하다 할지라도 유감의 뜻을 전하고 융합하라는 말이다. 이치가 설 때 한걸음 물러서는 것은 낮춤이 아니다. 사람들은 결국 당신이 옳다고 인정하게 되고 당신이 대범하고 관대하다고 칭찬할 것이다. 그렇기에 위험에 빠졌을 때, 물러서야 할 때, 양보를 배우고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을 가라앉히라. 칼끝을 너무 날카롭게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주역』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태양은 만물을 비춘다. 그런데 만약 빛발이 너무 세면 만물은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러면 만물은 빛발을 피하려고 한다. 송나라 심괄(沈括)은 『몽계필담보(夢溪筆談補)』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송나라 구준(寇準)이 재상에 임명될 때 조정에서 내린 조서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 큰일을 결정할 수 있고 사소한 것에 구애되지 않는다. 용장의 도량이 있으며 재능이나 포부 등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다. 만물을 비추는 밝음을 지니고 있어 참고 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속이 아주 깊다. 희로애락이 얼굴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큰일을 자신 있게 이룰 수 있다. 『채근담』은 말한다. “군자의 마음씨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처럼 맑기에 남에게 모르게 하는 일이 없다. 군자의 재능은 소중히 간직한 보물과 같기에 남이 쉬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군자의 마음이란 수양이 있는 사람의 마음씨이고 군자의 능력은 수양이 있는 사람의 재능이다. 마음씨는 맑은 하늘처럼 맑고 깨끗하게 하며 재능은 쉬이 드러내지 않게 하는 것,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태어나면서 평등하다. 사람마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공평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민주적인 사회가 돼야만 사람은 성심으로 타인을 대할 수 있다. 서로 속고 속이지 않게 된다. 더 나아가 조화로운 인간관계와 안정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반면 시기심이 충만한 환경이라면, 재능이 질투를 불러온다는 교훈을 기억해둬야 한다. 역사에서 권신이나 소인이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보다 재능 있는 사람을 죽여 버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잠시 명철보신하고 옥온주장(玉韞珠藏)하여야 한다. 영원히 소극적이어야 하고 의기소침 하라는 것이 아니다. 시기가 도래할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위험한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혼란스러운 나라에는 거류하지 않는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타나고 도가 없으면 숨어버린다.”1)(『논어·태백』13) 그렇지 않던가. 어떤 때에는 자신을 숨기는 것도 일종의 경계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머리를 내미는 새를 총으로 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그렇지 않던가. ‘옥온주장’은 심사숙고하는 태도를 표현하기도 한다. 입이 가볍거나 근거 없는 의론을 하지 않는 것이다. 침묵했다가 말을 꺼내면 경천동지할 수 있는 경지! 그러면 자기의 원대한 포부를 실현시킬 수 있다. ***** 明夷卦 ䷣ : 지화명이(地火明夷), 곤(坤: ☷)상 리(離: ☲)하 명이(明夷)는 어려울 때에(어렵게 여겨서) 곧음이 이롭다.(明夷,利艱貞.) 「상전」에서 말했다 :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간 것이 명이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군중을 대할 때에는 어둠을 사용하여 밝게 한다.(象曰,明入地中,明夷,君子以,莅衆,用晦而明.) 傳 명이괘는 「서괘전」에서 “진(晉)은 나아감이니, 나아가면 반드시 상처를 입기 때문에 명이괘로 받았으니, 이(夷)는 상처가 남이다”라고 했다. 무릇 나아감을 그치지 않아서, 반드시 상처를 입게 됨은 이치상 당연한 일이므로, 명이괘가 진괘(晉卦䷢) 다음에 오는 이유다. 괘는 곤괘(坤卦☷)가 위이고, 리괘(離卦☲)가 아래이니,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감이다. 진괘를 뒤집으면 명이괘가 되기 때문에 그 뜻이 진괘와는 정반대가 된다. 진괘는 밝음이 융성한 괘로 밝은 임금이 위에 있고 여러 현자들이 나란히 나아가는 때인데, 명이괘는 어두운 괘로 어두운 임금이 위에 있고 밝음이 상처를 입는 때이다. 해가 땅속으로 들어가서 밝음이 상처를 입어 어둡기 때문에 명이가 된다. 1) 危邦不入,亂邦不居.天下有道則見,無道則隱.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새 봄을 맞아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정치학 박사이자 시·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강병철 작가의 ‘세계시선(詩選)’입니다. 동·서양 곳곳을 아우르는 나라의 고전과 현대 명시(名詩)를 강 작가의 유려한 문체로 우리 말로 풀어냅니다. 시작(詩作)이 번역이란 새로운 창작물로 재탄생하는 문학의 참맛도 엿보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바랍니다./ 편집자 주 꿈(Dream) - 에바 페트로포울로우 리아누 나의 꿈은 함께하는 것 해가 지고 있네 산의 얼굴 뒤편으로 수평선을 바라보며 나는 너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하늘의 색은 너무 많았지 주황색 분홍색 그리고 약간의 녹색이 중간에 있지 화가로서 나는 섞었지 차갑고 따스한 색깔들을 검은 연필로는 눈을, 연한 붉은 색으로는 입술을 나는 하늘에 물었지 나의 태양이, 다시 돌아올까? 하늘이 대답했지: 만일 네가 빛을 믿는다면 태양은 항상 당신을 위해 빛날 거야!!! [번역=강병철 작가] Dream (Eva Petropoulou Lianou) My dream of togetherness The sun has fallen Behind the mountain s face Looking at the horizon I see your shape.. The sky had so many colors Orange Pink And some green In the middle As a painter I mixed up The cold and the warm colors Making yours eyes with a black pencil and your lips with a light red -I ask the sky -Did my sun, will come back again? The sky responds : If you believe in Light Sun will always shine for you!!!! ◆ 에바 페트로포울로우 리아누 =(EVA Petropoulou Lianou) 시인은 그리스 자일로카스트로(Xylokastro) 출신으로 그리스 예술가와 문인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uthors and artists Greece) 회원이며 시인이자 동화작가다. 피레우스 예술가와 작가협회(Association artist and authors Pireas) 회원이자 그리스 코린토스 작가협회(Association Authors of Korinthos)회원이다. 초기에는 언론인으로 활동했으며 1994년 프랑스의 'Le Libre Journal' 잡지사에서 일했다. 2002년 그리스로 돌아가 문학 활동을 했다. 전자문학잡지를 운영하며 다른 문학단체와 협업을 하고 있다. 그리스 문학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미국의 국제문학연맹(International Literary Union)과 협업하고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제주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제주대 정치외교학과 시간강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 명이괘(明夷卦) 명이(明夷)는 빛이 사라지다 혹은 빛이 감춰져 있다 뜻이다.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천둥 번개가 한꺼번에 칠 때에는 숨어야 한다. 모습을 나타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천둥 번개에 해를 입을 수 있다. 커다란 어려움이 닥칠 때에는 물러서서 스스로 지켜야 한다. 재능이나 포부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해가 나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동요해서는 안 된다. 예기(銳氣)와 재주를 모두 드러내 보이면, 지나치게 뽐내며 자신을 과시하면 어떻게 할까? 상(商)나라 시기에 주왕(紂王)에게 구금되었을 때에 주문왕(周文王)은 맹목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혜를 은밀히 숨겼다. 자신의 예기를 수렴하고 밖으로 온순한 척 했다. 나중에 안전하게 험지를 빠져나왔을 때 일거에 상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를 세웠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알려준다 : 어려운 시기에는 마땅히 도광양회(韜光養晦)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도광양회란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다.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큰일을 위하여 치욕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일에 칼끝을 거둬야 한다. 재능과 행적을 숨겨야 한다. 조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 시기가 도래하면 자신의 원대한 포부를 전개하면 된다. 군자의 밝은 덕은 해를 입게 된다. 이때에 또다시 전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현명한 방법은 자신의 재능을 수렴하는 것이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비정상적인 시기에는 자신의 포부를 실현시킬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어떤 때에는 포부가 실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생명 또한 지킬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는 물러서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강자 둘이 서로 싸우면 반드시 한 쪽은 다치게 마련이다.” 이 옛 사람의 교훈을 반드시 기억하여야 한다. 불 위에 기름을 부어서는 절대 안 된다. ‘초가삼간 태우는’ 비극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한 발 양보하는 것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치에 맞고 서로 양보할 수 있다면 다중은 우리가 옳다는 것을 인정할 뿐 아니라 우리가 도량이 넓고 관대하다고 칭찬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뭇사람이 기대하는 바의 훌륭한 경지에 이르게 되리라. 1. 양보로 시작하고 승리로 끝내라. 양보로 시작하고 승리로 끝내는 것은 인간관계학 중에서 보기 드문, 비단주머니 속의 묘책이다. 위험성 있는 일을 할 때 냉정하고 침착하게 한 걸음을 양보하면 대단히 훌륭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공의 첫걸음은 자신의 이익과 의도를 절대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관점과 이익을 존중하고 돋보이게 하는 것이 타인과 합작하는 강력한 법보다. 우리는 자주 이 법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너무 과하게 자신의 요구를 강조하면 타인은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태도를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 타인을 감동시키려면 타인의 필요에서 착수하여야 한다. 필요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각자 자신만의 호오가 있기에 그렇다. 성심으로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를 탐색하여야 한다. 특히 우리 계획과 관련돼서는, 타인의 애호에 근거해 일을 진행하여야 한다. 먼저 자신의 계획을 타인의 필요에 맞춰야 우리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타인을 설복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점 중 하나는 교묘하게 상대방의 심리나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유별나게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우위를 점하려 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방어하는 데에 주력하게 된다. 2. ‘새 병에 묵은 술을 담는’ 방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라. 양보는 표면적으로는 한 걸음 물러서지만 실제로는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는 방법이다. 이른바 ‘약탕만 바꾸고 약은 바꾸지 않는’ 방법이다. 즉 형식은 바꾸지만 내용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은, 유명한 희극배우인 후파(侯波)가 공연 중에 말했다. “내가 머물고 있는 여관은 방도 좁고 낮을 뿐 아니라 쥐조차도 곱사등이다.” 여관 주인이 듣고는 무척 화가 났다. 후파가 여관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그를 고소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후파는 기이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자신의 관점은 결지하면서도 필요 없는 성가심을 피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텔레비전 방송국에 나와 상대방에게 유감을 표하면서 말했다. “내가 일찍이 내가 머물고 있는 여관방의 쥐가 모두 곱사등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잘못한 말이다. 지금 정중하게 고치고자 한다. 그곳에는 곱사등이 쥐는 한 마리도 없었다.” 후파의 유감은 분명 정정하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전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풍자의 정도도 더 깊고 힘이 있었다. 다른 예를 들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 앨프레드(Alfred)라는 학생이 있었다. 시를 잘 쓰기로 교내에서 평판이 좋았다. 하루는, 그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시를 낭송하고 있었다. 찰스(Charles)라는 동학이 말했다. “앨프레드의 시는 책에서 훔쳐온 것이다.” 앨프레드는 대단히 화가 났다. 찰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였다. 찰스는 생각하다가 대답하였다. “이전에 나는 내 자신이 한 말을 되돌린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틀렸다. 본래 앨프레드의 시는 내가 읽었던 그 책에서 훔쳐온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책을 찾아보니 그 시는 여전히 그 책에 있었다.” 두 말을 가만히 보면 표면적으로는 다르지만 뜻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가 표절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비웃고 풍자하며 야유하는 정도가 한층 더 강해졌다. 이러한 방법은 묘한 점이 많다. 거짓으로 진실을 가릴 수 있고 허로써 실을 살필 수 있다. 반어적으로 옳게 말할 수 있다. 허실이 정해져 있지 않다. 확실한 것은 상대방을 모호하게 만들며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양보를 함으로서 진일보하는 고도의 기술이며 책략이다. 3. “높은 목표를 본보기로 삼으면 적어도 중간 정도의 결과는 얻는다.” 우리는 문틀을 넘어서고 계단을 오를 때 다리를 높이 들고 걸음을 낮게 한다. 본능에 가까운 그런 습관은 사교에서도 교묘한 양보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큰 요구를 하면서 양보하게 만드는 것이다. 위장하여 작은 요구를 성취하는 것이다. 먼저 큰 요구를 한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시 작은 요구를 한다. 심리습관과 일반 사유방식에 있어서 상대방이 일단 대폭 양보했다고 느끼게 되면 십중팔구는 작은 요구에 동의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작은 요구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타인의 동의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자주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매일 집에 일찍 돌아오게 하려면? 1시간 씩 텔레비전을 보게 하려면? 아이에게 30분간만 허락한다고 말하면 된다. 아이가 재삼재사 요구하면 당신은 그저 1시간 요구를 들어주면 아이는 더 이상 조르지 않는다. 당신이 이미 양보하였기 때문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좌전』도 말한다. “군주가 된 자는 장차 덕을 밝히고 어긋나는 것을 막아서 모든 관리들이 임조함에 있어 혹시나 자신이 할 일에 빠뜨린 부분이 있을까 두려워한다.”1) 옛말이 있다.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 성심으로 감동시키고 ; 포악한 사람을 만나면 온화함으로 훈증하며 ; 사악함에 빠져 사리사욕만 꾀하는 사람을 만나면 대의와 절조로 격려하면 천하에 나의 도야 중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 없게 된다.”2)(『채근담菜根譚』) 무슨 말인가? 교활하고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만나면 진실한 마음으로 그를 감동시키고 ; 성정이 광폭하고 뒤틀린 사람을 만나면 온화한 태도로 그를 감화시키며 ; 행위가 부정하고 사리사욕을 취하는 자를 만나면 대의명분과 절의로 그를 격려하라는 말이다. 만약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천하사람 모두 우리의 미덕에 감화될밖에. 세상 사람은 각인각색이다. 모든 사람은 자기 인생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사회 문제에 적응해 나간다. 우리는 불변으로 만변에 응해야 한다. 성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덕으로 사람을 따르게 한다는 마음으로 각색의 사람에 적응하여야 한다. 사리에 어둡고 완고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성심으로 대해야 한다. “정성이 지극하면 쇠와 돌도 열린다.” 그렇지 않던가. 나의 덕으로 감화시켜 타인의 양지(良知)를 개발케 한다면, 사리에 어둡고 완고한 사람도, “아침에 사람이 행해야 할 도리를 들어 깨달으면 저녁에 죽는다 해도 좋다.”(『논어·이인里仁』) 라는 지경에 이르는 일도 적지 않다. 이것도 임종할 때 깨닫는 것과 같다. 덕으로 교화하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완고한 사람도 그럴진대 하물며 일반사람이야 말해 무엇 하랴. 나의 미덕으로 그와 더불어 있으면 결국 낙후된 사람을 덕으로 감화시킬 수 있을 터이다. 넓은 하늘에 깔린 별들 모두 자기 위치를 지키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자신의 생존 공간이 있다. 우리의 생존 공간은 종횡으로 얽혀있다. 입체적으로 교차한다. 어깨가 부딪치고 발뒤꿈치가 잇닿은 듯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심리 공간은 넓고도 넓다. 한번 봐보시라, 세상을 보는 감각은 모두가 다르지 않던가. 마음속에 고뇌와 사욕으로 꽉차있다면 모든 우주를 가진다고 하여도 공간은 너무 좁고 너무 답답하다고 느낄게 될 것이다. 반대로 사람마다 넓은 심리 공간을 지닌다면, 타인은 존중하는 도리를 깨닫는다면, 고통과 억울함을 견디어낼 수 있다면 충돌과 마찰이 감소될 것이다. 갈등이 감소할 것이다. 즐거움은 커질 것이다. 빛은 찬란하게 비출 것이다. 자연스레 생존 공간도 넓고도 넓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수칙을 지켜야 한다. 믿음으로 입신하고 믿음으로 세상을 대하며 믿음으로 일을 처리하여야 한다. 믿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렇게 정정당당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도덕이 결핍된 사람이 지위가 높으면 탐욕의 성정이 취약한 고리를 뚫고 들어오게 된다. 그때 관리가 된 자는 석서(碩鼠)로 변하게 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석서처럼 탐욕스런 사람이 높은 지위에 승진하면 그의 행위가 정당하더라도 앞길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왜 그럴까? 그런 사람은 알맞지도 않고 바르지도 않기〔부중부정(不中不正)〕 때문이다. 승진한 이후에 다시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향상하려 노력할 생각을 하지 않으면 멸망을 자초할 게 틀림없다. 높은 지위에 있을 때 넓은 도량을 갖추어야 한다. 개인 득실을 따져서는 안 된다. 밝은 심성을 가져야 한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이익이 있음은 당연하다. ***** 晉卦 ䷢ : 화지진(火地晉), 리(離 : ☲)상 곤(坤 : ☷)하 진(晉)은 편안하게 다스리는 제후이니, 여러 차례 말을 하사하고, 낮에 세 차례 접견을 한다.(晉,康侯,用錫馬蕃庶,晝日三接.) [傳] 진괘는 「서괘전」에서 “사물은 끝까지 장성할 수 없기 때문에 진괘로 받으니, ‘진(晉)’은 나아간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사물은 장성해서 끝내 그치는 이치가 없어서 융성해지면 반드시 나아가니, 대장괘(大壯卦䷡) 다음에 진괘가 있는 이유이다. 괘는 이괘가 곤괘 위에 있으니 밝음이 땅 위로 나온다. 해는 땅에서 솟아나서 하늘로 올라가 더욱 밝아지기 때문에 진(晉)이 되니, ‘진(晉)’은 나아가서 광명하고 성대하다는 뜻이다. 모든 사물은 점차 융성하게 됨을 나아감으로 여기기 때문에 「단전」에서는 “진(晉)은 나아감이다”라고 했다. 괘에는 덕을 갖춘 괘도 있고 덕이 없는 괘도 있는데 그 마땅함에 따른다. 건괘(乾卦䷀)와 곤괘(坤卦䷁) 이외의 괘에서 ‘원형(元亨)’이라 말한 괘는 진실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며, ‘리정(利貞)’이라 말한 괘는 부족하지만 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같지 않은 경우는 혁괘(革卦䷰)와 점괘(漸卦䷴)가 이것이니 괘에 따라서 확인할 수 있고, 나아감이 융성하지만 덕이 없는 이유는 갖출 필요가 없어서이다. 나아감이 밝고 융성하기 때문에 다시금 형통하다고 말하지 않았고, 큰 밝음에 순종하니 바르게 하라고 경계할 필요가 없다. 1) 君人者將昭德塞違,以臨照百官,猶懼或失之. 2) 遇欺詐之人,以誠心感動之;遇暴戾之人,以和氣薰蒸之;遇傾邪私曲之人,以名義氣節激勵之.天下無不入我陶冶中矣.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진괘(晉卦) 진(晉)은 전진, 진보, 승진 뜻이다. 승진은 기쁜 일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승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직업을 사랑하고 덕으로 사람을 따르게 만들며 공헌한 사람만이 승진할 수 있다. 게다가 승진은 점진적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배고프다고 밥그릇을 통째로 먹을 수 없듯이 조급하게 서두르면 되는 일이 없게 된다. 승진할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승진은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승진은 너무 빨리 할 수 없다. 너무 빠르면 추위를 견디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게 된다. 승진할 생각이라면 인원을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해 모든 직원과 우의를 나룰 기회를 얻어야 한다. 당신이 승진할 생각이 있다면 먼저 어떤 사람이 쉽게 승진하는가를 확실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주역』은 유순한 사람이 쉬이 승진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바로 태양과 대지와 같다고 ; 태양은 대지를 비춘다. 대지 만물은 유순하게 의지해 따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제후는 천자에게 공손하고 의지해야만 끊임없이 승진할 수 있다. 공손하고 순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책에 충실해 맡은 바 본분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기 직업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영지를 잘 다스려야만 천자의 신임과 표창을 받아 승진할 수 있다. 직장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일하는 직업과 업무를 사랑하는 것이다. 정확한 태도로 각종 직업 업무를 대하는 것으로 업무에 대한 행복감, 영예감을 배양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맡은 바 업무에 전심전력하는 것은 엄숙한 태도로 자기 업무를 대하는 것이다. 맡은 바 본분을 다하고 직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직장을 사랑하고 본분을 다하는 정신은 상통한다. 높은 표준으로 엄격한 요구로, 전심전력으로 자기의 직책과 직무에 충실히 하는 것이다. 직장과 직분을 사랑하는 것은 직원이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이다. 어떤 일에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면 무슨 일이든 간에 전심전력하여야 공을 세울 수 있다. 삼백육십 개 수많은 분야, 업종마다 전문가, 달인이 나올 수 있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갖가지 직업 모두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가 되는 전제 조건은 직장과 업무를 사랑하는 데에 있다. 전심적력으로 자신의 업무를 하고 사랑하여야 한다. 업무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여기면서 어떤 곳에서든지 전심전력하고 진취적인 태도로 직무를 수행해야만 비로소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성공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거머쥘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직장과 직무를 사랑하는 것은 보편적이며 평범한, 공헌할 수 있는 정신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천 년의 문명발전사에서 가장 눈부신 것이 있다 : 본분에 충실하고 성심성의껏 공헌하는 것이다. 찬란한 빛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헌하여야 할까? 우리가 영원히 기업 형상을 옹호하고 있다라는 것, 기업과 공동운명체라는 것을 나타내야 한다. 기업의 직원이 되었다면 어디를 가더라도 회사의 형상을 옹호하여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 형상을 옹호는 것은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두 방면에서 체현된다. 단정하고 장중하며 틀에 맞는 언행, 업무를 사랑하는 정신과 사람과 일에 대하여 성실히 책임지는 태도 모두 기업의 형상을 제고시킨다. 직원이라면 기업과 동고동락하여야 한다. 기업이 발전해야만 자기가 발전할 공간과 기회가 주어진다. 모든 직원의 가치는 기업 가치를 세우는 데에 있다. 기업이 성공하는 것을 벗어난 자아 가치의 체현은 공허한 말이다. 직원이 자아 가치를 실현하는 것 또한 기업을 발전시키는 근본적인 동력이다. 양자는 상호 의존관계이며 상호 추동관계에 있다. 개인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게 되면 평범한 직위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사업을 이루어낼 수 있다. 인도의 작가 타고르(Tagore)는 말했다. “열매의 봉사는 존귀하고 꽃의 봉사는 달콤하지만 내 봉사는 겸손한 헌신 그늘로 잎새의 봉사가 되게 하소서.”1)(『길 잃은 새』) 직장과 직무를 사랑하는 정신을 가진 사람은 늘 아름다운 꽃을 위한 평범한 녹색의 잎사귀가 되지만 실제로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승진은 기쁜 일이다. 그런데 최초의 승진은 그렇게 쉽지 않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사람이든 사업이든 최초는 모두 어렵다, 길하지 않다. 그저 승진할 때만 길하다. 승진 이후에는 길하지 않다.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을 때 구원의 손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기는 무척 어렵다. 그런데 그때, 정확한 길을 견지하기만 하면 여전히 길하다. 당신이 타인에게 신뢰를 받기 어렵기는 하지만 마음에 거리낄 것이 없는 상태에서 현실을 대면하면 재난도 자신에게서 멀어진다. 일을 시작하는 초기에, 너무 대우가 좋고 나쁨에 마음을 두지 말아야 한다. 월급이 많고 적음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확실한 도리다. 부단히 노력하는 동시에 의기가 투합하고 지향하는 바가 같은 사람과 단결하는 데에 주의하여야 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여러 사람의 신뢰와 지지는 지향하는 바에서 나온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높이 오를 수 있다. 윗사람의 원조를 받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심지어 고립무원이 되기 쉽다. 그래도 지향하는 바를 견지하면 복이 다가오게 된다. 때가 되어 상황이 호전되면 승진할 수 있다. 처음 떠오르는 태양과 같다. 점점 올라온다. 부드럽고 따스한 빛이 대지와 만물을 비추게 된다. 사람에게 복음을 준다. 사람에게 따스함을 선사한다. 그 다음에 광명의 덕행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우수한 품행으로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타인에게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게 된다. 『대학』은 말한다. “큰 학문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에 있다.” 1) The service of the fruit is precious, the service of the flower is sweet, but let my service be the service of the leaves in its shade of humble devotion.(『Stray Birds』)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장괘(大壯卦) 대장(大壯), 위력이 강대함, 성대하다 뜻이다. 강건할 때 너무 지나치게 자신의 힘을 써서는 안 된다. 사업이 순리적으로 풀릴 때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쩌면 이미 진퇴양난의 상태에 빠져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적립금을 준비해 두고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일찌감치 준비해둬야 한다. 반드시 기억해 두라 : 세상 모든 것이 극성(極盛)에 이르면 쇠로(衰老)해진다.(『노자』) 지나치게 끝까지 고집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노자(老子)가 말했다. “남을 아는 것을 지(智)라 하고, 자신을 아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남을 이기는 것을 유력이라 하고,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이라 한다.”(『노자』) 진정으로 강하다 함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양(羊)을 보자. 어릴 적에는 온순하지만 성장하여 다 자라고 난 후에는 용맹스럽기 그지없다. 힘이 넘친다. 자주 뿔로 울타리를 들이받는다. 벗어나 대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이다. 결과는?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지만 울타리는 꼼짝도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뿔이 울타리 위에 걸려 버린다. 끝내 몸을 뺄 수 없게 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때의 양은 극단의 강함이 아니라 경솔하게 실행에 옮긴 것이다. 부주의한 것이다. 빨리 고치지 않으면 후회 막급할 수밖에 없다. 울타리는 휘저어져 망가진다. 양은 여전히 계속해서 장대해진다. 현재 상황에 안정을 찾지 못하여 곳곳으로 돌아다니다, 결국 두렁 속에 빠져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장대해진 후 정확한 목표가 없고 순수한 동기가 없다면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의 단계에 들어가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훌륭하고 선한 동기와 고상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의 원동력을 잃기 쉽다. 일반인의 노력에는 명예, 이익, 권력, 세력, 지위를 추구하지 않은 게 없다. 그것을 추구하는 그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죄악은 더더욱 아니다. 문제는 추구하는 과정에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는 게 아닌가? 타인을 해치지는 않는가? 아니면, 도덕을 해치지는 않는가? 추구하는 과정에서 향상심, 적극성은 있어야 한다. 다만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은 적게 갖는 게 좋다. 그래야 생활이 더 유쾌해 진다. 자신의 집념 때문에 타인을 해치지 않게 된다. 적극적이라 함은 일종의 태도다. 그 자체는 잘잘못이 없다. 동기가 불순하고 목표가 바르지 않거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커다란 잘못이다. 목표를 달성한 후 득의양양해 하거나 반대로 극히 고통스럽다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다. 오직 목표가 순수하고 도달하는 방법이 정확해야만 적극적 태도가 장점이 될 수 있다. 자신과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우리 개개인에게는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 실제에 맞는 정확한 목표를 위하여 분투하면, 설령 과정에 고난이 있다손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객관적 실제에 위배된 목표를 위하여 끈질기게 나아간다면, 그런 ‘한번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해낸다’는 마음은 ‘용을 도살하는 기능 ;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도 써먹을 길이 없는 것’처럼 가소로울 따름이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가 말했지 않는가, 가장 따분한 것은 따분함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탐냄은 사람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통성이다. 어떤 때에는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움켜쥐고 포기하지 않으려 하면서 스스로 고통스러워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심지어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지기도 한다. 재물과 여색을 탐하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전도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 심지어 생명을 해치는 일이 벌어진다. 집요하게 추구하고 수확에만 골몰한다면, 잠시 소유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하여 고집한다면, 일득일실에 끙끙 앓게 되는 오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 심지어는 극단에 빠지게 된다. 외적 사물에 연연하게 되면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날 방도를 찾지 못하게 된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 말은 스스로 분발시키는 명언이다. 맞다. 세월의 변화 속에서 열정적으로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진맥진하고 상처투성이가 됐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힘들고 어려운 세월 속에서 배회하고 헛되이 보내게 되는 지경이 이르러서야 잔혹한 현실을 문득 깨닫게 되리라. 우리가 너무나 많은 헛된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리라. 집착이라는 것도 난관에 부딪치고 난 후 어리석은 고집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리라. 우리는 실제에 근거하여야 한다. 외부 요인과 자신의 조건을 살피지 않고 열 내서는 안 된다.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마음속 그 가장 높은 산을 위하여 참혹한 실패 뒤에 그 실패 원인을 깊이 생각하고 나서 적당한 시기에 포기를 선택하여야 한다. 능력 이외의, 힘이 미치지 않는 몽상을 포기하여야 한다. 실제에 맞지 않는 목표는 버려야 한다. 아쉬움 속에 손을 놓는 것이 가장 큰 해탈을 얻는 것이다. 그러면 유치한 격정이 성숙과 온건으로 대체됐음을 발견하게 되리라. 그렇게 하여 생명이 나날이 풍성해지는 것을 알게 되리라. 이러한 포기가 현명한 지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적당한 시기에 포기하는 것은 지혜다. 자신에게 내재된 잠재력과 외부 요인을 밝게 살펴볼 수 있게 만든다. 피폐해진 자신을 조정할 수 있게 만든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즐거우면서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집착은 지나친 욕망에 따른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유하고 있고 또 끝없이 잃어버리고 있다. 금전에 연연하면, 명리에 연연하면 끝내 지불해야 하는 것은 건강이요 심하면 생명까지 버리게 된다. 적당한 시기에 포기하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잔혹한 경쟁은 엄중한 스트레스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을 가지게 만든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젊은 인재들의 ‘과로사’가 끊이질 않는다. 오랜 기간 과부하가 걸린 채로 전전하기에 그런 젊은 생명이 일찍 시드는 것이다. 인생은 짧다. 그럼에도 생명을 무의미하게 마모시키는 것은? 장래를 위하여 생각하자. 먼 미래를 위하여 고민하자. 우리는 조금 일찍 재부에 대한 집요한 추구를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가? 아직도 권력을 집요하게 쫓고 있지는 않는가? 인생에는 아쉬움이 많다. 세상사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포기는 불현 듯 생각이 떠오른 마음에 따라 한 행동이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퇴각하는 책략도 아니다. 객관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냉정이다. 굳센 의지의 결과요 구현이다. 정확한 포기는 성공의 선택이다. 삶에 있어 추구는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 맹목적이어서는 안 된다. 포기는 가망이 없는 기다림에서 벗어나게 하여 우리를 새롭고 경쾌한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명철한 지혜를 가지게 만들 것이며 새로운 소득을 얻게 만들 것이다. ***** 大壯卦 ䷡ : 뇌천대장(雷天大壯) 진(震: ☳)상 건(乾: ☰)하 대장은 곧음이 이롭다.(大壯,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우레가 하늘에 있는 것이 대장(大壯)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예가 아니면 실천하지 않는다.(象曰,雷在天上,大壯,君子以,非禮弗履.) [傳] 대장괘는 「서괘전」에서 “돈(遯)은 물러남이다. 그런데 물건은 끝내 물러날 수 없기 때문에, 대장괘로써 받았다”라고 했다. 돈은 멀리 떠난다는 뜻이고, 장(壯)은 나아가서 장성하다는 뜻이니, 돈은 음이 자라서 양이 물러나는 것이며, 대장은 양이 장성한 것이다. 쇠하면 반드시 장성하면서 사라지고 생장함이 서로 의존하기 때문에, 물러났다면 반드시 장성하게 되므로, 대장괘가 돈괘(䷠) 다음이 되는 이유이다. 괘는 진괘(震卦☳)가 위이고, 건괘(乾卦☰)가 아래인데, 건괘는 굳세고 진괘는 움직여서, 굳셈으로써 움직이는 것이 대장의 뜻이다. 굳센 양은 크니, 양이 자라서 이미 중을 지났다. 큰 것은 장성함이며, 또 우레의 위엄과 진동이 하늘에 있는 것 또한 대장의 뜻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음으로, 소인을 멀리하면 자신은 소인이 모해하려는 목표에서 효과적으로 멀어진 수 있다. 소인과 접촉하면 내뱉어진 별스럽지 않은 말일지라도 소인은 손길이 가는 데로 집어내어 커다랗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면 당신이 해를 당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소인을 멀리해야만 우리 자신이 저속하지 않게 된다. 근묵자흑이라 하지 않았는가. 소인과 너무 가까이하면 소인에게 오염될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의 인격과 형상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소인이 내뿜는 오탁의 기운은 쉬이 없애지 못한다. 나쁜 것은 사라질지언정 그 악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나쁜 잔재는 쉬이 가시지 않는 법이다. 망령이 어디 쉬이 사라질까. 수천 수백 년 동안 사회를 좀먹지 않았던가. 소인이 득세하는 것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음험한 소인은 여전이 우리 생활에 많은 번거로움을 가져온다. 위연(魏延)은 촉(蜀)나라 장군이다. 용감하고 책략에 뛰어났으며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났다. 여러 차례 전공을 세운, 쉬이 찾아볼 수 없는 인재였다. 유비(劉備)가 살아있을 때에는 그를 대단히 중용하였다. 제갈량(諸葛亮)도 그를 무척 중시하면서 그를 군의 골간으로 삼았다. 그렇기에 대다수는 위연이 제갈량의 계승자가 되리라 여겼다. 그런데 제갈량은 일찍부터 장완(蔣琬)을 후계자로 정했다. 후주 유선(劉禪)에게 써서 보낸 편지에 제갈량은 말했다. “신이 만약 불행을 당하면 나중 일은 마땅히 장완에게 넘기소서.” 제갈량은 계속해 위연을 중용했으나 그 인물은, “단지 쓸 뿐, 의탁할 수는 없었다.” 위연은 전투에는 능하였으나 변덕스러운 소인의 마음을 가졌기에 그랬다. 제갈량은 군사로 매번 결단해야 했다. 촉나라의 생사존망을 모두 관장하고 고려하여야 했다. 그렇기에 사람을 씀에 있어서는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 하면서 재덕을 겸비한 인물을 선발해 중용하였다. 빠져나와야만 할 때는 단호하게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야 길하다. 그러한 결단은 소인은 내릴 수 없다. 소인은 일득일실에 끙끙 앓으면서 망설이고 결단하지 못한다. 지금의 후퇴는, 내일 더 빠른 전진을 위한 것! 소인은 한 손으로는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한 손으로는 아랫사람을 짓누른다. 소인에게 미움을 사면, 그는 앙심을 품어서 당신을 떼어내려 하고 밟아 죽이려 하고 제거하려고 한다. 화근을 뿌리째 없애지 못하면 윗사람의 ‘성지(聖旨)’라고 거짓으로 전하며 윗사람을 기만하고 아랫사람을 속이면서 제멋대로 나쁜 짓을 저지른다. 윗사람 앞에서는 고의로 사실을 외곡하고 이간시키면서 당신을 모함해 외톨이를 만든다. 소인은 이익을 중시하고 도의를 경시한다.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의리도 저버린다. 이익을 보면 곧바로 나서고 곤란한 상황이면 뒤로 물러선다. 결탁하기를 좋아하지만 단결하지는 않는다. 그룹을 만들기를 좋아하면서 대세를 무시한다. 모순과 충돌을 이용해 패거리를 짓는다. 공작 앞에서는 까마귀가 흉측하다 말하고 까마귀 앞에서는 공작이 헤프다고 말한다. 돼지에게는 원숭이가 시끄럽다고 말하고 원숭이에게는 돼지가 우둔하다고 말한다. 양다리를 걸치며 겉과 속이 다르다. 쌍방 앞에서는 자신이 ‘좋은 사람’인 것처럼 한다. 소인은 온갖 궁리를 다하여 ‘처세술’을 연구하고 쉽게 총애를 받으며 뜻을 얻는다. 그러면서 윗사람의 심복이 된다.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윗사람의 사고력은 소인에게 미혹돼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충신과 간신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소인은 재앙의 근원이다. 한 부서에 소인이 있게 되면 늘 소란스럽고 불안하게 된다. 내부의 대인관계가 긴장하게 되고 파별 투쟁이 극렬하게 된다. 소인은 윗사람만 염두에 둔다. 군중은 절대 안중에 두지 않는다. 소인은 윗사람이 스스로 파멸을 초래하게 만드는 원흉이다. 소인을 멀리하라, 군자와 더불어 있으라. 군자는 도의를 안다. ***** 遯卦 ䷠ : 천산돈(天山遯) 건(乾: ☰)상 간(艮: ☶)하 돈(遯)은 형통하니, 소인은 바르게 함이 이롭다. 돈(遯)은 형통하니, 조금 바르게 함이 이롭다.(遯,亨,小利貞.) 「단전」에서 말하였다 : 돈(遯)은 형통함이란 도피하여 형통한 것이다.(彖曰,遯亨,遯而亨也,) [傳] 돈괘는 「서괘전」에서 “항괘(恒卦)는 오래함이니 물건은 그 한 자리에 오래있을 수가 없으므로 돈괘로써 그 다음을 받았으니, 돈(遯)이란 물러남이다”라고 했다. 오래되면 떠나감이 있음은 서로가 필요로 하는 이치이니, 돈괘가 항괘를 잇는 까닭이다. 돈(遯)은 물러남이며 피함이니, 떠나감을 말한다. 괘의 형상은 하늘 아래에 산이 있는데, 하늘은 위에 있는 물건이고 양의 성질이 위로 올라가며, 산은 높게 솟은 물건이니 형체가 비록 높게 솟았다고 하지만 본체는 그치는 물건으로 위로 능멸하는 상이 있지만 그치고 나아가지 않고, 하늘은 이내 위로 올라가 떠나버리니, 아래에서는 능멸하고 위에서는 떠나가므로 이는 서로 어긋나 도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피해 떠나려는 뜻이 있다. 두 음이 아래에서 생겨 음이 자라나 장차 성대해지고 양은 사그라져 물러나니, 소인이 점차 성하게 되고 군자는 물러나 도피하기 때문에 돈괘가 되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돈괘(遯卦) 돈(遯)은 은퇴, 도피다. 도망쳐 숨다 뜻이다. 음기가 자라나고 양기가 숨는 것을 대표한다. 소인이 생장하고 군자가 멀리 사라진다. 풍설이 난무하기 시작하니 현사는 은퇴한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핍박받아 하직하는 사람이 생겨나기도 하고 도주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소인을 만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소인은 막기 어렵다. 사람은 살다보면 소인을 만나게 된다. 이른바 소인이라 함은, 음험하고 교활하며 본심을 헤아리기 어려운 사람을 가리킨다. 소인은 정도 의리도, 믿음도 덕도 없다. 권모술수에 능하다. 자주 중상모략 한다. 가장 비열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고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함정을 파고 덫을 놓으며 쌍방을 부추겨서 시비를 일으킨다. 농간부리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지껄인다. 헛소문을 퍼뜨리고 말썽을 일으키고 터무니없이 날조한다. 말은 달콤하게 하면서 속으론 늘 남을 해칠 생각만 하고 타인을 팔아먹는다. 이 모두가 소인의 특기이고 절기다. 무릇 소인은 윗사람의 호오를 열심히 연구한다. 아무 때나 윗사람의 희로애락의 ‘청우계’를 관찰한다. 윗사람의 말과 안색을 살펴보고 그 의중을 헤아려 비위를 맞춘다. 순종하며 환심을 산다. 『주역』은 우리에게 말한다 : 산이 높으면 하늘은 뒤로 물러선다. 산이 아무리 높아봐야 하늘에 닿을 수 없다. 소인을 멀리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소인을 증오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아무 엄격하게 행동하면서 소인이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하라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소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첫째, 가능한 한 소인에게 미움을 사지 말라. 소인은 불쾌하게 만들 필요조차 없다. 소인은 타인의 약점을 들춰내는 데에 유달리 능하다. 지극히 조그마한 은원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복수하려고 벼른다. 그렇기에 차라리 군자에게 미움을 살망정 소인에게는 미움을 사지 말라. 일단 소인에게 찍히면 귀찮은 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唐) 왕조 명장 곽자의(郭子儀)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안사의 난’이 평정된 후 공이 크고 권력이 세진 곽자의는 소인의 질투를 받지 않기 위하여 무척 조심하고 신중하였다. 한번은, 곽자의가 병을 얻자 관원 노기(盧杞)가 병문안을 왔다. 그는 역사에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간특한 소인이었다. 용모가 추하여 당시 사람들은 그를 반송장으로 취급하였다. 그래서 그를 보면 입을 가리고 킬킬 웃어대지 않는 부녀자가 없을 정도였다. 곽자의가 그가 찾아왔다는 문지기의 말을 듣고는 곧바로 가족에게 얼굴을 내밀지 말고 피하라고 하고는 자기 혼자 객실에서 손님을 맞았다. 노기가 떠나자 집안사람들이 병상에 모여들어 곽자의에게 물었다. “병문안을 온 모든 관원들 앞에서는 우리에게 피해있으라고 하지 않으셨는데, 어찌하여 저 사람이 왔을 때는 우리에게 숨어있으라고 하셨는지요?” 곽자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가 모르는 게 있다. 저 사람의 생김새만 추한 게 아니다. 내면도 음험하기 그지없다. 그대들이 그를 보고 실소를 참지 못하여 웃음소리를 내게 되면 저 사람은 분명 마음속에 원한을 품는다. 저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면 우리 가족은 재앙을 피하기 어렵게 되기에 그랬다.” 나중에 노기가 재상이 되자,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이전에 자기를 비웃거나 멸시하였던 사람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유독 곽자의만은 존중하였다. 소인에게 미움을 사지 않으면 우리 자신이 불필요한 갈등과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둘째, 군자는 소인과 다툴 수 없다. 어째서 군자는 소인과 다툴 수 없는 것인가? 소인은 도덕규범을 무시하고 상례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소인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교활한 소인이 델포이(Delphi) 신탁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서 다른 사람과 내기하였다. 약속된 날짜에 그는 참새 한 마리를 겉옷 속에 숨겨서 왔다. 신전에 들어서서 신 앞에서 자신의 품속에 있는 물건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신에게 물었다. 소인은 신이 자신의 품속에 있는 참새가 죽었다고 하면 산 채로 신 앞에 내놓을 것이고 살았다고 말하면 참새를 몰래 죽여서 신 앞에 내놓을 심산이었다. 신은 그의 졸렬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간사한 계략을 알아채고는 그에게 말했다. “이놈. 잘난 체 하지 말거라. 물건이 내 품속에 있지 않느냐. 죽었는지 살았는지 네가 말하면 될 일이 아니더냐!” 소인은 덕성도 없고 신의도 없다. 목적을 달성하려 양아치와 같은 수단을 총동원한다. 군자는 동일한 상례로는 소인과 다툴 수가 없다. 그렇기에 군자는 소인을 이기기 어렵다. 셋째, 군자의 도로 소인을 대하면 된다. 어쩔 수 없이 소인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게 된다면 군자의 도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 자기를 해하려는 소인을 대할 때는 절대 그 사람이 썼던 방법으로 그 사람을 다스리려 해서는 안 된다. 소인이 당신을 모해하는 과정은 그 본성이 폭로되는 과정이다. 군자의 도로 소인을 대하면 모두가 당신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을 인정하는 과정이 된다. 대중은 모두 스스로 시비를 판단하는 표준을 가지고 있다. 인심은 저울이다. 소인은 불의를 저지르기에 언젠가는 모두가 그의 낯짝을 간파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시장을 잃게 되고 길바닥에 나온 쥐새끼마냥 숨을 곳이 없게 된다. 넷째, 소인을 멀리하라. 먼저, 소인을 멀리하면 효과적으로 우리를 이용하려는 소인을 피할 수 있다. 소인은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서 시비를 부추긴다. 소인이 떠들어대는 말을 듣지 말고 소인의 미혹에 빠지지 않으면 된다. 소인이 이용하려고 하는 바를 피하면 된다. 그러면 자신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