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괘(震卦) 진동(震動)은 천둥이 진동하다, 우레가 울다 이다. 우레가 우는 것은 하늘이 노한 것이다. 사람, 특히 군자는 마땅히 올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서야 한다. 자기 주변의 재난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의 행위를 반성하여야 한다. 태연스레 웃어야 한다. 태연자약 하여야 한다. 언행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하여야 한다. 겁이 많고 나약하며 비굴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어떤 일을 하던 간에 자기 자신을 충분히 믿어야 한다. 평정심을 유지하여야 한다. 긴급 상황이나 돌발 상황을 만나게 되더라도 정서를 안정시켜야 한다.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감정을 눌러야 한다. 이 규칙을 준수하기만 하면 일을 하는 데에 목적이 생기고 힘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주역』은 말한다. “진(震)은 형통하다. 우레가 옴에 조마조마 하면, 웃고 말함이 하하 하리니, 우레가 백 리를 놀라게 하는데도 국자와 울창주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무슨 말인가? 천둥이 친다. 신령에게 제사지낸다. 우레가 갑자기 치면 두려움에 엄숙하게 된다. 계속해서 태연하게 웃는다. 언행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천둥이 천리를 진동하고 놀라게 하지만 손에 들고 있는 국자와 맛있는 술은 떨어뜨리지 않는다. 인생에 있어 성패와 득실을 다 예측할 수 없다. 많은 일을 우리가 다 맡을 수도 없다. 그저 노력해 나갈 뿐이다. 우리가 지불해야 할 일에 대해서 태연자약할 수 있으면 된다. 그러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인생은 짧다. 항구하지 않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내일 어떤 운명이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라도 평정심,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떠한 환경에도 잘 적응하고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침착하고 여유가 있어야 한다. 안정과 고요를 가져야 한다. 태연하게 인생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변화무쌍한 인간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순풍에 돛을 올리듯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수는 없다. 인생에 십중팔구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역경에 처했을 때에도 불행을 한탄할 필요 없다. 고난은 일순간에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노력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면서 분투하여야 한다.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버드나무 우거지고 백화가 만발하게 된다. 막혔던 앞길이 열린다. 불운이 극에 달하면 행운이 온다. 고생 끝에 낙이 오지 않던가. 음이 극에 달하면 양이 온다. 세상 만물은 모두 순환 반복의 과정에 있다. 흥망성쇠는 본래부터 있는데 총애와 모욕에 따라 놀랄 필요 있던가. 하늘은 담백하고 구름은 한가로이 떠있으며 물을 자연스레 흐른다. 산은 푸르고 푸르며 꽃은 꽃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 아니던가. “하늘의 운행이 굳건하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1) 생활을 향유하여야 한다. 욕망에 빠져들라는 말이 아니다. 향유할 것은 마음속 안정이며 고요함이다. 자신을 잘 대해줘야 한다. 우리가 동경하는 아름다움을 쫓지 말라는 게 아니다. 태연하게 자기 영혼을 대면하여야 한다. 희망은 늘 우리 눈 속에서 빛을 발한다. 우리는 새로이 길을 가야 한다. 시계추와 같은 일을 계속할 것인가? 격정적이지도 않은 생활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가? 선택하여야 한다. 마음속 무기력함과 곤혹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웃는 얼굴로 자기 영혼을 포장할 필요가 있다. 매 시간마다 귀중한 생명을 체득하여야 한다. 매일 생활이 부여한 활력을 향유하여야 한다. 노력으로 얻어진 모든 기회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선택이다. 즐거움과 고통은 따지고 보면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 여정 중에서 태연하게 인생을 대면해야 생활이 더 멋들어진다. 단단히 쥔 두 주먹, 확고한 웃는 얼굴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주고 행복을 준다. 인생길에서 태연하게 웃는 얼굴은 없어서는 안 된다. 흔들리지 않는 언행은 풍모를 더 멋있게 만든다. 선(禪)은 말하지 않던가 : 꾸미는 데에 고심하지 말고 태연자약하시라.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을 중시하면 도를 얻을 수 있다. 상은 모두 공이거늘 고생스레 쫓을 필요 뭐 있는가. 태연자약하면 진짜 자아인데 몸과 마음을 닦아 마음을 편안하게 하시게. 태어나면서부터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천성, 환경, 기회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때에는 이 차이가 너무 뚜렷하고 쉬이 바꿀 수 없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자기 본래 모습을 가지고 자신을 받아들이고 용납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단점을 가지고 타인의 장점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북해에 대붕(大鵬)이라는 새가 있다. 날개를 한 번 펴서 날면 9천 리를 간다. 땅에 있던 참새가 날아가는 대붕을 보고는 부러워하지 않았다. 참새는 생각하였다 : 무얼 그리 높이 날고, 그리도 멀리 간다는 말이냐? 우리 같이 작고 깜찍한 몸은 조그마한 가지에 깃들 수 있지 않던가. 9천 리는 날지 못하지만 매일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지 않더냐. 비교한다는 것은 우리 삶이 타인의 눈빛과 척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아를 상실하게 될 뿐이다. 비교는 스스로 비하하게 만든다. 비교하면 할수록 남보다 못함을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된다. 배궁사영2)이란 말처럼 모든 일에 쓸데없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다시 맛볼 기회조차 우물쭈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멈추어 서게 만든다. 사기, 용기, 의지 모두 사라져 버린다. 그런 까닭에 비교에서 오는 자괴감은 청년의 영혼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활력을 잃게 만든다. 반드시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사회에서 만든 여러 표준은 결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빈궁과 부유, 즐거움과 비애, 성공과 실패, 고상함과 비천함, 건강과 병태 ― 이것에 대한 현대인의 관점이 갈수록 크게 변하고 있다. 하루 종일 그리 안정적이지 않은 표준을 가지고 자신을 따져볼 필요 없다. 비교하는, 그런 것을 절대 마음에 둘 필요 없다. 비교하지 않으면, 마음속에 평정과 침착함을 지킬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비교하지 않으면 만족할 수 있다. 그것 때문에 마음이 번거롭고 정신이 산란하게 되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으면 본모습을 늘 유지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진정한 자신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인도 사상가 라즈니쉬(Osho Rajneesh)는 말했다. “장미는 장미이고 연꽃은 연꽃이다. 그저 보기만 하라. 비교하지 마라.” 물론 타인의 장점과 능력은 우리가 참고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총명한 사람은 자기의 마음을 매번 그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일단 맹목적으로 비교하는 잘못된 부분에 빠져들면 신선하고 개방적인 관점에서 사물을 보지 못하게 된다. 동시에 개인의 독창성을 말살하게 된다. 생명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파괴하게 된다. 비교하지 않으면, 변변치 않은 음식도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향기롭고 맛있다. 거간꾼이나 심부름꾼도 누구나 똑같이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자신이 살아가려면, 자기 방법대로 살아가려면, 자신을 표현하고 싶으면, 태연하게 웃으라. 태연자약 하라. 어떤 것에도 언행이 흔들리지 말라. 이것이 인생 행위에 표준이 되는 길이다. ***** 震卦 ䷲ : 진위뢰(震爲雷) 진괘(震: ☳)상 진괘(震: ☳)하 진(震)은 형통하니, 우레가 옴에 조마조마 하면, 웃고 말함이 하하 하리니, 우레가 백 리를 놀라게 하는데도 국자와 울창주를 떨어뜨리지 않는다.(震,亨,震來,虩虩,笑言,啞啞,震驚百里,不喪匕鬯.) [傳] 진괘는 「서괘전」에 “제기[기(器)]를 주관하는 것은 맏아들만한 이가 없다. 그러므로 진괘로 받는다” 하였다. ‘솥[정(鼎)]’은 기물이고, 진괘는 맏아들이다. 그러므로 ‘제기를 주관한다’는 뜻을 취하여 정괘(鼎卦)의 뒤를 이었다. 맏아들은 나라를 전승하고 지위와 호칭을 잇는 자이다. 그러므로 제기를 주관하는 주인이 된다. 「서괘전」은 그 한 가지 큰 뜻을 취하여 ‘잇는다’는 뜻으로 삼았다. 진괘는 양 하나가 두 음 밑에 생겨 움직여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레[진(震)]’가 된다. ‘우레’는 움직임이다. ‘움직임[동(動)]’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우레’에 움직여 떨쳐 놀라게 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건괘와 곤괘의 사귐이 첫 번째로 구하여 진괘를 이루니, 태어난 사물 가운데 맏이이다. 그러므로 맏아들이 된다. 그 상이 벼락이 되고 그 의미가 움직임이 된다. 우레에는 진동하고 떨치는 상이 있고 움직임은 놀라고 두려워한다는 뜻이 된다. 1) 天行健,君子以自彊不息. 2) 배궁사영(杯弓蛇影), 공연한 의혹으로 고민을 하다 뜻이다. 진대(晋代) 악광(樂廣)이 손님을 청하여 주연을 베풀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벽에 걸린 활 그림자가 술잔에 비친 것을 뱀으로 잘못 알고 뱀을 삼켰다고 생각하여 병이 난 고사에서 온 말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화 중에 - 마영파(马永波) “어디야?”라는 것은 사람들이 있어야 할 집이나 직장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지 탈출인가 순례자인가? 우리가 가는 길이라면 무슨 상관이겠는가? “무슨 일이야?” 그런 다음 뭐라고 말하지 하지만 자정에는 전화 요금이 가장 저렴해지면서 열정도 0도까지 떨어지고 신이 부르네 어두운 선반 위에서 진동하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 솟아오르는 강물의 반짝이는 입자처럼 무언가가 사라지고 있어 전화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 “별일 없어. 읽고, 일하러 가지. 뭐라도 써라. 만날 날짜를 정하자.” 다른 날, 후일에. 또 만나자 수화기를 내려놓고 사람들은 계속 걸어간다 어두운 땅에서 어떤 의미(또는 말)를 찾았던 잭 케루악(Jack Kerouac)과는 달리 위층으로 가. 나는 글을 쓰지. “흐렸다가 맑아진다. 세상은 거기에 있다.” 지금 누군가 낯선 사람의 침대에서 깨어나고 있다. (1998년) On the Phone “Where are you?” which suggests people may not be where they are supposed to home or workplace is it an escape or pilgrim? what does it matter if we are on the way “What’s up?” then say something But with phone bill reducing to the lowest at midnight Enthusiasm drops to zero degrees too, call from God shakes on the dark rack, nobody is to answer Something perishing like the shining particles in rising river may be the reason for calling “Nothing much. read, go to work, Write something. let's fix a date for meeting.” some other day, other day. see you Putting down the receiver, people continue walking But Unlike Jack Kerouac who spanned the whole dark land, searching for some meanings (Or words). go upstairs. I write on “Cloudy and then sunny. The world is there.” Now somebody is waking up on a stranger’s bed (1998) 打电话 “你在哪儿呢?”这说明 人们不在惯常称之为家和单位的地方 逃亡还是朝圣?总之是在路上 “有事儿吗?”那么说些什么吧 电话费在午夜降到最低,热情 也降到零度,上帝的电话 在黑暗的支架上震动,无人倾听 打电话的理由是一些事物的消失 像上涨的江水中发亮的东西 “我没干啥。看书,上班, 写点儿东西。找机会聚聚吧。” 那么改天吧,改天聚聚。再见 放下电话,人们继续在路上 但不是凯鲁亚克那样,去跨越 整片黑暗的大陆,寻找一些意义 (或者词语)。上楼,我接着写 “今天天气阴转晴。世界存在着。” 有人从陌生人的床上醒来 (1998) ◆ 마영파(马永波) = 1964년 헤이룽장 성에서 태어났다. 시인, 시 평론가, 시 이론가, 번역가와 작가다. 영국과 미국의 포스트 모더니즘시의 주요 번역가이자 연구원으로 1986년부터는 문학 작품에 대해 논평, 번역 및 집필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8권 이상의 원본 및 번역 작품이 출판되었다. 시안 교통 대학 동문 문학 협회 회장, 장쑤 현대시 연구 협회 부회장, 《东三省诗歌年鉴》의 편집장이며 지방의 주요 과학 연구 프로젝트 "Longjiang Literature Department - Translation Literature Volume"의 편집장이다. 엘리엇 이후 가장 유명한 미국 시인 애쉬 베리를 처음으로 중국에 소개했다. 문학 박사로 현재 난징과학기술대학교 인문학부 부교수로 난징과학기술대학교 예술문학과(시학연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학문적 방향은 중국과 서양시, 포스트 모던 문학 경향, 생태 비평, 문학 및 예술 이론이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소송 등 법적 분쟁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을 보면 여전히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일은 심적으로 많은 부담인 것처럼 보인다. 가끔 내가 변호사가 되기 전에 법정 분쟁을 겪게 되었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 역시도 변호사를 찾아가서 법적인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도, 그 많은 변호사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도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라 보통 서민들이 부담하기에 매우 큰 금액인 경우가 많고, 더욱이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에는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을 해야 되는 상황이기에 소송을 하기 전에 변호사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사 소송에서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은 어떤 원리로 산정이 되고, 누가 부담하게 될까? 우선 원칙은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게 되고, 다만, ①승소자가 그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하지 않은 행위로 발생한 소송비용 ②상대방의 권리를 늘리거나 지키는 데 필요한 행위로 발생한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 ③승소자가 적당한 시기에 공격이나 방어의 방법을 제출하지 않아 소송이 지연되어 발생한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 ④승소자가 기일이나 기간의 준수를 게을리해 소송이 지연되어 발생한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 ⑤그 밖에 승소자가 책임져야 할 사유로 소송이 지연되어 발생한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에 대해서는 법원은 승소자에게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98조, 제99조, 제100조) 또한 피소자가 부담해야 될 소송비용의 종류로는 인지액(민사소송비용법 제2조), 서기료(민사소송비용법 제3조), 당사자, 증인, 감정인, 통역인과 번역인에 대한 일당, 여비 등(민사소송비용법 제4조), 법관과 법원서기의 증거조사에 필요한 일당·여비와 숙박료(민사소송비용법 제5조), 감정, 통역, 번역과 측량에 관한 특별요금(민사소송비용법 제6조), 통신과 운반에 쓰인 비용(민사소송비용법 제7조), 관보, 신문지에 공고한 비용(민사소송비용법 제8조), 송달료(민사소송비용법 제9조), 변호사 비용 또는 소송서류의 작성비용 등(민사소송법 제109조)이 있어, 변호사 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해야 될 소송비용의 일부 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패소자가 부담해야 될 변호사 비용의 산정은 승소자가 그 변호사에게 지급한 변호사 비용 전부가 아니라, 변호사 보수의 소소입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 의해서 그 비용이 제한되는데, 그 기준은 아래와 같다. 예를 들어 A가 B를 상대로 300만원의 대여금 소송을 하면서, 변호사에게 1억 원의 변호사 수임료를 지급한 경우다. A가 승소를 한 경우, A는 B에게 변호사 비용 1억 원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30만원의 한도 내에서만 B에게 청구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즉, 이러한 경우에는 A로서는 굳이 변호사 비용을 들여가면서 소송을 진행할 실익이 없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분한 감정을 해소가 위하여 많은 변호사 비용을 부담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소송은 권리의 행사 및 의무의 이행 한도 내에서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을 풀기 위해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의 감정은 자연스레 사그라 들지만, 현실적으로 위와 같이 소송비용 부담 등의 문제는 여전히 본인 몫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감정 보다 앞서 소송에 나서기 전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안이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번뿐이야." "놓칠 순 없지."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 석다(石多)의 고향 돌이 많다는 것의 평가도 시대에 따라 담론이 달라진다. 과거에는 제주가 석다(石多)의 변방이자 척박(瘠薄)함의 대명사로써 고작 말이나 키우는 황무지 목장으로 인식됐다면, 오늘날은 문화경관으로써 제주도의 독특한 특성을 보여주는 자연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돌은 자연에서 나와 사람의 손을 거쳐서 구멍이 송송한 돌담이 된다. 오로지 제주에 현무암 재료가 많다는 이유로 대표적인 토산재(土産材)가 된 것이다. 그러나 흔하다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적(量的)인 것이 질적(質的)인 것을 새롭게 구현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세상 만물은 그 무엇이라도 각각의 효용성과 오로지 그것만이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이 있다. 돌은 이 두 가지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돌은 섬땅을 거칠게 만든 원인도 되겠지만 반대로 섬의 모진 바람을 막아주는 매우 요긴한 결과도 있었다. 그러기에 돌을 모두 나쁘다고 하는 것도 틀렸고, 모두 좋기만 하다고 해도 꼭 들어맞진 않는다. 사물에는 그것만의 속성이 있고, 또 상황에 따라 그 사물의 상태가 달라지기도 하며, 대응하는 방법에 따라 효용성도 다르게 나타난다. 돌의 물리적 속성이 갖는 특성에서는, 밭농사를 매우 어렵게 만들기도 했지만 목축산업의 경계구분과 방풍을 위한 돌담의 역할에서는 더없이 이로운 기능을 수행했던 것이다. 한갓 하찮다고 생각했던 돌덩이라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유용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만일 그렇지 못하게 되면 그저 쓸모없이 구르는 파치(破治)로 취급되기 일쑤다. 사실 파치도 여러 모로 쓸모가 많다. 보석 원석의 부스러기도 다른 보석과 어울려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고, 감귤 파치도 훌륭한 주스나 요리 재료가 되기도 한다. 천차만별의 보통사람들도 저마다 제 눈의 안경이 돼 상대방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 유용과 무용,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 파치는 정확히 말해서 상품이 못되는 제품, 즉 공산품을 말한다. 농산물도 상품이 되면서 상품으로 판정된 것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파치가 된다. 여기에 상품미학의 무서움이 있다. 오로지 해당 상품을 돋보이게 하는 일이 상품미학의 본질이라면, 본질이 어쩠더라도 상품 포장에 더 신경 씀으로써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그 기준만을 위해서, 모든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언젠가 나는 “기준은 권력이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어떤 것에 기준을 조금만 완화하게 되면 많은 것들이 살아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품의 목표가 이윤을 창출해야만 하는 목적을 갖게 되면서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준을 더욱 강화하게 된다. 사실상 기준이란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데, 그 이데올로기는 결국 소수를 위한 소수에 의한 자본주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상품 생산자들의 마케팅인 셈이다. 만일 하나의 농산물을 생산품으로 본다면 기준에 못 미치는 작은 것이라도 버리지 않고, 용도를 달리해서 유통시키기가 쉽다. 생산품이란 대지에서 이룩한 모든 물적인 산물을 말하는 것으로써 모양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맛의 차이에서 맛의 깊이만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다. 상품보다는 생산품이 그만큼 유용한 쓰임의 범위가 넓어지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눈으로 보면 상품은 유용한 물건이고 파치는 무용한 물건이 된다. 반대로 생산자의 시각으로 보면 상품이나 파치나 다 유용한 물건이 된다. 거기에 기준이 설정되면서 잘 생긴 것을 상품으로, 못생긴 것을 파치로 여기게 된 것이다. 옛날에 돌은 골칫거리였다. 돌을 딴 데로 치우는 것도 버거 워서 밭 주변을 최대한 이용했던 것이 오늘날 돌담이었다. 그것으로 보면 돌은 그냥 무용한 물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강한 바람이 불고, 사유지가 생기고, 또 집을 짓는 재료가 되면서 농사를 위한 방풍(防風)과 경계 구분을 위한 담(墻, fence)이 되면서 마소의 침입 방지에 적합해서 점점 유용한 물건으로 인식되었다. 요즘에는 돌도 귀해서 돈이 되고 있다. 토산재로써 돌은 건축 분야에서 제주다움의 건축미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재료가 되고 있다. 돌은 무엇보다도 내구성(耐久性)이 좋으며, 형태를 가공할 수 있는 성형(成形)의 응용력이 뛰어나 제주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건축미를 좌우한다. 한 마디로 돌은 자연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사실 돌이 등장하기 전에는 목재가 제주 지역을 지배했다. 목재는 비교적 부드러워서 다루기가 쉽고 가까운 한라산이나 곶(藪)의 천연 수림지대에서 쉽게 구할 수가 있어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목재는 물에 약하다는 것이 큰 약점이어서 외부의 설치물들은 점점 돌에게 내어주고 말았다. ◆ 낭(나무)에서 돌로 대체 시킨 환경 낭(남, 나무)의 효용도가 많아 도구의 역사 중에서 석기, 골각기, 목기(木器, 썩는 특성 때문에 오래된 유물을 보기 어렵다)는 인류 처음 시대에 해당해서 나타났다. 농기구, 가옥의 대문 등 내부에 두는 도구는 나무를 사용하면서도 외부에 축조하거나 설치되는 도구들은 물팡, 디딜팡, ᄆᆞᆯ팡돌, 정주석이 있고, 화로, 봉덕, 돗도고리 같은 도구들은 모두 돌로 대체되었다. 제주도의 목재 이용은 대개 도구에 집중되고 있다. 실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동백기름을 매기면서 내구성을 유지하였다. 목재로 만든 도구들을 보면, 잠대(쟁기), 절벤(동그랑떡, 빗살무늬로 해를 상징)과 솔벤(월변, 반달로 달을 상징) 떡본, 안반(나무 안반과 돌 안반이 있다), 솜빡(솔빡), 되약새기, 곰배, 도리께, 세답막개, 덩드렁막개, 당그네, 갈래죽(가래죽, 삽), 쉐질메, 마소 멍에, 테왁어음, 남도고리, 남박, 남테, 나막신, 마차, 혼백상자, 뒤주, 차경, 차경, 사둘, 산태, ᄃᆞᆯ체, 살레, 궤, 남죽, 남자, 괴움낭, 낭공쟁이, 목도낭, 목탕(목침), 남박새기, 참빗(쳉빗), 작박, 개판, 기둥, 포, 문지방, 고팡문, 대문, ᄌᆞ록, 선반, 돔베 등이다. 제주도 나무의 대표적인 수종으로는 소낭(소나무)에도 곰솔(흑송)과 비교적 해발고도가 높은 데 1000m 이상에서 사는 적송이 있고, 사옥(벚나무),굴무기낭(느티나무), ᄌᆞ배낭(구실잣밤나무), 북가시낭(ᄇᆞᆰ가시나무), 가시낭(종가시나무), 먹쿠실낭(멀구슬나무), 녹낭(녹나무), 폭낭(팽나무), 조록낭(조록나무), 노가리낭(주목), 비자낭(비자나무), 솔피낭(솔비나무), 후박낭(후박나무), 종낭(때죽나무), 구상낭(구상나무), 황칠낭(황칠나무), 돔박낭(동백나무), 굿가시낭(구찌뽕 나무), 윤노리낭(민윤노리나무) 등이 목재 도구의 재료로 쓰였다. 그러나 목재는 아무리 단단한 나무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제주도는 연 평균 강수량이 1800mm가 되고, 습기가 많아서 목재는 외부용 설치도구인 경우 10년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목장의 목책(木柵) 대신 돌담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아무튼 외부에서 수명이 짧은 목재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등장한 것이 석재였다. 특히 외부용 설치 도구들은 장기간 존속돼야 교체하는 노동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기 때문에 주로 건축 관련 축조물에 이용되었다. 돌로 된 도구들이나 설치물들을 보면, 주로 마모나 동물의 움직이는 힘을 견뎌야 하는 것들에 사용되었다. 곡물을 계속 찧어 장만해야 하는 돌절구, 가루를 내기 위해 오래 돌려야 하는 ᄀᆞ래(맷돌)와 풀ᄀᆞ래, 받혀서 깨지지 않도록 힘이 센 돼지를 위해 마련된 돗도고리. 강한 불씨를 견뎌야 하는 돌화리(화로)나 봉덕, 지속적으로 옷을 두드려펴야 하는 돌안반, 물 묻은 물구덕을 보관해야 하는 물팡, 마소에게 물이나 ᄎᆞᆯ(꼴)을 먹일 때 넘어뜨리지 않도록 한 무거운 돌구시(구유), 눈과 비, 바람에도 잘 서도록 만든 정주석 등이다. 도구의 재료는 견고해야 선택되고, 또 도구의 사용에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야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도구는 제주 풍토가 비바람을 이겨내야 하는 환경 여건에서 생계를 이롭게 하는 기능성을 우선 생각하는 것이 도구 본연의 역할이 아닐까. ◆ 물질의 속성은 남아도 형태는 변한다 필자는 2015년 발행된 『제주 돌담』이라는 책에서 같은 현무암이라도 제주 안에서 지역마다 돌담이 다르다고 쓴 적이 있다. 화산 현무암 지대이지만 색깔이나 모양이 다룰 수밖에 없는 것은 돌이 생성될 때 마그마의 성분과 온도와 굳은 조건들이 달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돌이라면 그저 딱딱하게 죽은 무기물(inorganic matter)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돌과 같은 고체(solid)도 과학적인 개념의 ‘계(系,lineage)’에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자들의 멈추지 않는 움직임이 있다. 물론 기체 상태에서 분자들은 활발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고체 상태에서는 분자들이 매우 천천히 느리게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고체는 겉이 딱딱해서 정지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 살아있는 것이다. 분자(分子, molecule)는 어떤 한 물질에서 그 물질의 특성을 유지하는 최소 단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단단한 고체인 돌도 분자운동에 의해 시간이 흐르면서 마모되거나 균열이 일어나 쪼개지고 , 마침내 작은 알갱이로서 가루가 된다. 지질학적 시간은 인간의 감각으로 보면 매우 더디고 지루한 연대기라고 할 수 있다. 하기야 인간은 수십억 년의 지질 연대에 비하면, 기껏해야 100년 수명을 채우기도 어려운데 더디고 더딘 암석의 변화 과정을 맨눈으로 관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은 대를 이어서 다시 뒷사람에게로 진화의 끈을 이어주어 문명의 힘을 빌려서 물질의 분자 운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돌이라는 고체 내부의 분자 운동이든, 외부적인 영향에 의한 풍화작용이든 돌의 형태들은 하루하루가 매우 천천히 변하면서 조금씩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 생각지도 않게 자신이 태어나던 해에 보았던 돌담이 노년이 돼서도 그대로 같은 돌담으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결국 그때와 같은 돌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는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고 있어서 그걸 몰랐던 것이다. 가령 작은 돌담의 변화도 모르고 살던 우리가 어느 날 내 주변 풍경이 눈에 띄게 달라 보이게 되면, 그때서야 화들짝 놀라는 자신의 뒤늦은 자각을 가리켜 우리는 미국의 지리학자 칼 사우어의 개념을 빌어 ‘풍경의 기억 상실‘이라고 부른다. ◆ 돌담, 대표적인 토산재(土産材) 지구상의 수많은 사람들도 같은 얼굴이 없듯이 그렇게 흔한 돌도 만인만상(萬人萬相)으로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띤다. 쌓아진 돌담이 다른 것은 화산 분출시 대지를 뒤덮은 마그마의 화학 성분과 지역 간 온도나 강수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 송당, 김녕, 한림, 고산, 대정, 가파도, 서귀포, 성산포 등등의 돌담들은 형태와 색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사실상 돌담이 마을마다 다른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시간과 시대에 따라 분출된 마그마의 성분이 다르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돌담으로 쌓은 이후 각종 기후 변화에 의한 외부적인 풍화작용으로 변형되었다는 것이 그 둘이며, 마을 돌챙이(石匠)들이 시대마다 각자 개성적으로 쌓았다는 것이 그 세 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분출된 마그마의 성분이 다르다는 것은 같은 현무암이어도 파호이호이 용암, 아아용암, 조면암으로 구분할 수 있고, 용암의 가스 함양에 따른 기공(氣孔)의 크기, 실리카의 함량에 따라 달라지는 돌빛깔이 결정된 후에도, 다시 바람, 기온, 비, 햇볕에 의해 변하는 외부적인 기후 조건까지, 돌의 변색이나 마모, 변형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솜씨에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듯이 돌을 다루는 기술에도 돌챙이(石匠) 개인마다 특성과 장점이 있다. 비록 하나의 섬에서도 기후 조건이 비슷할지 모르지만 그곳의 세부적인 풍토적 조건이 지질이나 지형, 풍화 조건에 따라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석질과 풍화적 환경조건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현무암이라도 해안에서 깎인 돌이냐, 내창(乾川)에서 구른 돌이냐, 아니면 드르팟(野)이나 곶(藪)에서 기후에 의해 풍화된 돌이냐에 따라 빛깔, 모양,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말했다. 섬 둘레가 400여리(1리:0.4km) 남짓하고 섬 자체가 화산으로 이루어진 섬이지만 제주의 석질은 크게 현무암 내에서 파호이호이 용암과 아아용암, 그리고 조면암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토산재(土産材)라고 부른다. 토산(土産)이란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서 나는 돌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사는 곳에 적응해 가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여러 가지 주변 사물이나 기후 현상이 같은 등질지역(homogeneous region)에서 무리를 지어 살면서 서로 이웃을 이룬다. 그러나 만약 그곳에 동화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장소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해야만 한다. 이주(移住)란 작게는 집을 옮긴다는 이사를 말하지만 넓게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도외나 해외 이주가 그것이다. 최근 지구는 난민들의 이주로 인해 떠들썩하다. 이주는 자신이 살던 곳의 정치적 상황이 악화되거나, 경기가 폭망(暴亡)하여 실업으로 경제적인 희망을 잃어버리게 되면 새로운 땅을 찾아서 먼거리를 마다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어쩌면 인류의 문명사는 누가 뭐래도 길고 긴 이주의 대장정(大長程)의 생존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문명은 자연적 장애물에 대한 투쟁의 결과다”라고 한 프랑스의 인문 지리학자 블라쉬(Blache,1845~1918)의 말에는 자연·환경적 조건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생계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문명은 분명히 자연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룩한 도구와 편의시설의 역사인 셈이다. 알베르티(L.B.Alberti, 1404~1471)는 말한다. “자연의 힘은 너무도 커서 간혹 장애물에 의해 가로막히거나 다른 곳으로 흐름이 돌려질 수는 있을지언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서고 가로막는 그 어떤 것들도 항상 꺾어버리고 파괴할 것이다.” 그는 자연의 위력을 절대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자연에 맞선 까닭에 살아남지 못한 것을 우리는 읽고 또한 보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결국 사람들이 어떤 장소에서 유랑을 멈추게 된 것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삶의 요소들을 모두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그 삶의 흔적인 자신의 공간에서 자연에 맞서는 돌담을 다시금 볼 필요가 있다. ◆ 마을의 입지 조건이 만들어 낸 돌담 풍경 바닷가 마을은 바닷가 마을의 돌담 풍경(landscape)이 있고, 내창〔乾川〕 마을 가까이에는 그 곳의 돌의 특성이 배어든 돌담이 있다. 아아용암이 흔하거나, 그 돌이 가까이 있는 마을에서는 그 아아용암 석재를 건축에 이용할 것이다. 바닷가 먹돌이 많은 지역에선 먹돌로 돌담을 쌓는 것과 같다. 조면암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조면암 석재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그것으로 돌담을 쌓을 것이다. 그렇지만 재료가 많아도 그 재료가 단지 돌담만을 쌓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석질 자체가 상징적인 예술에도 이용이 가능 하다면, 죽은 자를 위무하기 위해 무덤 석상이나 비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비석은 특성상 망자의 생애를 새겨야 하기 때문에 석질이 글자가 잘 보여야 하는 돌을 선택하게 된다. 석상 또한 사실적으로 아이나 선비의 형상을 새겨서 묘주를 기념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석질이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제주에서는 비석과 석상 제작의 재료가 조면암이 많이 생산되는 화순리와 신예리, 그리고 영락리에서 주로 생산되었다. 제주도 남부지역과 서부지역에 해당하는 지역들인데 이 지역의 돌담들은 조면암 산지라는 이점 때문에 석물을 만들면서 깨트린 담돌들을 손쉽게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면암 산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무덤의 석물 재료를 공급했을까. 국가이념이었던 예사상의 전파는 전조선을 조상숭배의 도그마로 몰아넣었다. 공동체 사회가 한꺼번에 성리학 도그마에 휩싸였을 때 남들이 다 무덤에 석물을 세워가니 자신도 덩달아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집단무의식이 발동한다. 그래서 무덤의 석물 재료가 신통치 않더라도 손 놓고 있는 것 보다는 그래도 낫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마을 주변에서 글자를 새길 수 있을 정도의 조면질 현무암을 캐어다가 조면암 대신 비석을 만들고, 아아용암으로는 비록 석질이 나쁘지만 궁여지책을 삼아 석상을 만들어 세우기도 했다. 효도를 권장하는 사회에서 돌은 매우 중요한 ‘발견된 상징적 재료’가 되었고, 유독 제사를 잘 받드는 우리로서는 그런 돌의 발견이야말로 곧 국가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신하의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니었을까?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사람의 능력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잘 쓴다는 말은 리더십의 기술을 얘기할 때 자주 사용한다. 사람 능력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잘 쓰려면 먼저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 그 인물을 잘 임용하는 것이다. 사람 능력을 잘 파악하려면?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그 다음이 타인에 대하여 잘 아는 것이다. 사람이 귀한 까닭은 자기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자신의 결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자신을 잘 아는 것이 가장 큰 지혜다. 유방(劉邦)은 교묘하게도 자신을 잘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우두머리가 지녀야 할 능력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부하들을 이끌었다. 자기 부하가 무슨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았다. 어느 부하는 어디에 능력을 발취하는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무슨 특징이 있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느 위치에 있어야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하였다. 이것이 우두머리의 가장 큰 재능이다. 우두머리는 자신이 직접 가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꼭 자신이 직접 일을 챙기는 우두머리는 좋은 우두머리가 아니다. 뛰어난 우두머리가 되려면 인재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어야 한다. 인재를 합당한 자리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도로 충분하게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면 성공할 수 있다. 이런 이치를 유방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방이 한 왕조를 세우는 데에 선도적 역할을 했던 혁명 세력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삼국시대 때에 유비(劉備)는 관우(關羽), 장비(張飛), 조운(趙雲)과 같은 맹장이 있었지만 천자를 끼고 제후에게 명령하던 조조(曹操)에게는 제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삼고초려 한 후 공명(孔明)을 얻고서야 조조에게 새로운 안목으로 보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유비는 여러 차례 얘기하였다. “유비가 군사를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소.” 이 말은 생사를 같이 하겠다며 도원결의하였던 관우와 장비를 한동안 불편하게 만들었다. 관우와 장비는 맹장이다. 돌격하여 적진 깊숙이 들어가 용감히 싸우는 데에는 그 둘이 없어서는 안 됐다. 공맹은 서생이다. 닭 한 마리 붙들어 맬 힘도 없을 정도로 힘이 약했다. 적과 전투하는 것은 관우와 장비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장막 안에서 전술 전략을 세우고 천 리나 떨어진 먼 곳에서 승리하는 뛰어난 꾀를 내는 데에는 관우와 장비가 미치지 못했다. 유비는 인걸이다. 문은 제갈량보다 못했고 무는 관우, 장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나 권술에 능했다. 스스로 자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제갈량, 덤벙대는 장비, 스스로 대단하다 여기는 관우가 순종하여 신하를 칭하게 만들었다. 마음으로 따르게 만들었다. 유비는 장수를 잘 다스리는 장수였다. 이것은 유비의 뛰어난 능력이었다. 유비는 사람의 능력을 잘 파악해 적재적소에 썼고 어진 이를 예의와 겸손으로 대했다. 그래서 군웅이 할거하는 당시에 천자를 끼고 제후에게 명령하는 천시를 점유했던 조조와, 장강의 천연 요새에 지리적 장점을 점유하고 있던 손권(孫權)과 필적하여 천하를 다투었다. 천하를 삼분한 후 한 지역을 차지해 자신의 대업을 이루었다. 제갈량은 책략에 능했고 관우와 장비는 싸움을 잘했다. 능력이 재각각인 인재 중에서 자기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만들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제갈량이나 관우, 장비가 미칠 수 없었다. 유비만이 그런 국면을 이룰 수 있었다. 유비가 삼고초려 하여서 예의와 겸손으로 대하면서 제갈량을 감동시켰다. 제갈량은 초려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천하삼분의 형세를 파악하고 있었다. 융중(隆中)에서 유비를 깨닫게 하여 중임을 위임하게 했다. 제갈량은 자신을 알아준 은혜에 죽을 때까지 온힘을 다했다. 유비가 왕조의 기틀을 닦는 데에 견마지로를 다했으며 나중에 유비 임종 시 자식을 부탁받아 심혈을 기울이면서 불충할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이것은 모두 자신을 알아준 유비의 은혜를 잊지 않은 까닭이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전국책·조책(趙策)一』) 이와 마찬가지로 관우와 장비는 도원결의 이후에 대업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미담을 남겼다. 조조는 관우에게 항복 받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으나 유비에게 충성을 다하는 관우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장비는 덜렁대기는 했으나 유비에 대한 충성은 변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유비 인격의 매력에서 비롯되었다. 예부터 지금까지 종관하면 대범하게 큰일을 이룰 수 있는 자는 남보다 뛰어난 인격을 갖추고 있었다. 성공한 자에게는 사람의 능력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잘 쓰고 남을 능히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상의 정관지치(貞觀之治), 강건성세(康乾盛世)도 마찬가지다. 군주가 어질면 신하는 강직하였다. 군주가 먼저 현명하여야 했다. 그러면 신하는 강직하게 됐다. 군주가 어질지 못한데 신하가 강직하면 그 신하는 목숨을 보존하지 못했다. 군주와 신하 사이에는 갈등이 늘 있었다. 서로 의존하기도 했고 대립하기도 하면서 공동체를 이루었다. 그런 갈등 속에서 핵심이 되는 인물은 군주였다. 군주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금은 순금이 없고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없다.”(宋·대복고(戴復古)『기흥(寄興)』) 각자 부족한 점도 있었다. 제갈량은 고결하였고 장비는 덤벙댔으며 관우는 고집불통이었다. 사람의 장점을 쓰는 것은 사람의 단점을 용납하는 것이다. 유비는 관우, 장비의 강함을 썼다. 제갈량은 책략을 썼다. 장점을 발양하고 단점을 피하는 것, 알맞지 않은가. ***** 鼎卦 ䷱ : 화풍정(火風鼎) 리괘(離: ☲)상 손괘(巽: ☴)하 정(鼎)은 크게 형통하다.(鼎,元(吉)亨.) 물건을 개혁함은 솥만 한 것이 없다.(革物者莫若鼎.) 구사는 솥발이 부러져서 공(公)에게 바칠 음식을 엎었으니, 그 얼굴이 붉어진다. 흉하도다!/ 구사는 솥발이 부러져서 공(公)에게 바칠 음식을 엎었으니, 형벌이 무겁다. 흉하도다!(九四,鼎折足,覆公餗,其形渥.凶.) [傳] 정괘(鼎卦)는 「서괘전」에 “물건을 변혁하는 것은 솥만 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정괘로 받았다”라고 하였다. 솥의 쓰임은 물건을 변혁하는 것이니, 날고기를 변하여 익게 하고 단단한 것을 바꾸어 부드럽게 만든다. 물과 불은 함께 처할 수 없는데 서로 합하여 쓰임이 되어 서로 해치지 않게 하면 이는 물건을 변혁하는 것이니, 정괘가 이 때문에 혁괘의 다음이 되었다. 정괘는 위는 리(離)이고 아래는 손(巽)이니, 솥이 된 까닭은 그 상을 취하고 그 뜻을 취한 것이다. 상을 취한 것이 두 가지가 있으니, 전체로 말하면 아래에 세워진 것은 발이 되고 가운데 채워진 것은 배가 되니 물건을 받아 가운데에 두는 상이고, 위에 짝으로 솟아있는 것은 귀이고, 위에 가로로 뻗어있는 것은 현(鉉)이니 솥의 상(象)이며, 위ㆍ아래의 두 몸체로써 말하면 가운데가 빈 것이 위에 있고 아래에 발이 있어 받드니, 또한 솥의 상이다. 그 뜻을 취하면 나무가 불을 따른 것이다. 손(巽)은 들어감이니 순종하는 뜻이다. 나무가 불에 순종함은 불태우는 상이 된다. 불의 쓰임은 오직 굽는 것과 삶는 것인데, 굽는 것은 그릇을 빌리지 않으므로 삶는 상을 취하여 솥이라고 하였으니, 나무로써 불에 순종함은 삶아 익히는 상이다. 그릇을 만듦은 그 상을 취하였는데, 도리어 그릇을 형상하여 괘를 만들었단 말인가? 그릇을 만듦은 상에서 취하였으나 상이 괘에 있는 것이고 괘가 반드시 그릇보다 먼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성인이 그릇을 만들 적에 괘를 본 뒤에 상을 안 것이 아니나 사람들이 상을 모르기 때문에 괘를 만들어 보여준 것이니, 괘와 그릇 중에 어느 것이 먼저이든 의리에 해롭지 않다. 어떤 이는 “솥은 자연적인 상이 아니고 바로 사람이 만들어낸 상이다.”라고 의심하는데,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진실로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나 ‘삶아 익히면’ 물건을 만들 수 있고 만들어진 그릇의 형상이 이와 같으면 쓸 수 있으니, 이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적인 것이니, 정괘(井卦)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릇이 비록 괘보다 먼저 있었으나 취한 것은 바로 괘의 상이고, 괘는 다시 그릇을 사용하여 뜻을 삼은 것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7월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에서 저칼로리 청량음료와 막걸리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발암물질과 이를 함유한 식품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발암물질은 인체 유전자에 손상을 주거나 세포대사 과정에 오작동을 일으켜서 암이 발생하는데 직접적으로 관련된 물질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는 동물실험과 인체 대상의 역학적 연구를 근거로 여러 물질의 발암성을 평가하여 발암물질을 1군, 2A군, 2B군 및 3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2023년 7월 기준으로 총 1108종의 위험 요인에 대해 발암성 검토를 통해 발암물질을 분류하였는데 여기서는 소비자들이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물질 위주로 다루고자 한다. 발암물질 1군은 인체 발암성에 대한 충분한 증거 자료가 있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하는 것이 확실한 물질로 술, 흡연, 가공육(햄, 소시지), 소금에 절인 생선, 벤조피렌(탄 고기), 아플라톡신, 자외선, 미세먼지 등이 포함된다. 2A군은 발암에 대한 인체 자료는 제한적이지만 동물 실험 근거 자료는 충분하여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는 물질로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 고온조리 튀김,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 야간 근무 등이 있다. 최근 아스파탐이 포함된 2B군은 발암에 대한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도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되는데 알로에 추출물, 아스파탐, 피클 등 절임채소, 고사리, 은행잎 추출물 등이 포함된다. 3군은 발암에 대한 인체와 동물 실험 자료 모두 불충분하여 사람에 대한 발암성을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커피, 카페인, 차(녹차, 홍차), 콜레스테롤, 사카린 등이 있다. 일상에서 사례를 든 1군 발암물질에 대해서는 그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2A, 2B 3군에 대해서는 발암물질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다. 3군에 속하는 것들은 ‘인간에 대한 발암성을 분류할 수 없음’ 즉 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여 여기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2A군에 속하는 붉은색 고기(소고기, 돼지고기)가 발암물질이라니, 뜨거운 음료도 발암물질이고 튀김도 발암물질이면 무얼 먹지, 심지어 야근도 발암요인이라니 그러면 야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나? 또한 아스파탐이 속해있는 2B군에는 김치와 같은 절임 채소가 들어 있어 ‘김치를 먹지 말아야 하나?’ 등등 많은 논란이 있다. 심지어 김치는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건강에 좋은 항암 식품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고, 햇빛(자외선)을 받아야 비타민 D가 잘 합성되어 면역력과 뼈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햇빛을 강하게 쬐면 피부암에 걸릴 수 있지만 피하면 비타민 D가 만들어지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모순에 처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발암물질이나 요인에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 양에 노출되는지가 될 것이다. 밥과 함께 먹는 적당량의 김치는 건강에 좋지만 과량 먹게 되면 암 걱정뿐만 아니라 나트륨의 과잉 섭취를 초래하여 혈압에도 좋지 않다. 적당량의 햇빛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자외선은 피부암의 원인이 될 수 있듯이 발암물질 2A군과 2B군을 무작정 기피할 것이 아니라 노출되는 빈도와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아스파탐이 발암물질 2B군에 들어갔다고 막연히 걱정하기 보다는 확실한 발암물질인 1군을 주의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발암물질 1군 중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것들을 보면, 술은 에탄올이 대사과정에서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들고, 담배 연기에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수십종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햄과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과 소금에 절인 생선에 들어있는 아질산염은 위장에서 단백질 분해산물과 결합하여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든다. 고기를 태우면 벤조피렌과 같은 1군 발암물질이 만들어지고, 아플라톡신은 옥수수, 쌀, 보리 등의 곡류와 견과류에 발생하는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독소로 간암을 유발하는 1군 발암물질이다. 자외선은 피부암, 미세먼지는 폐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이들 중 대표적인 1군 발암물질인 담배와 술을 멀리 하는 것만으로도 암 발생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주변에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 중에 과도한 흡연과 음주에도 큰 병 없이 장수하는 분들이 많다고 위안을 삼으면서 담배와 술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담배를 전혀 피지 않는데도 주방에서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나 미세먼지로 인해 주부들이 폐암에 걸리는 사례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유전자, 건강상태, 환경 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양과 빈도의 발암물질에 노출되어도 암에 걸리는 확률이 다른 것이다. 발암유전자와 건강상태가 취약하거나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소량의 발암물질에 노출되더라도 방아쇠로 작동하여 암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내 유전자나 건강 상태가 어떤 지 모르기 때문에 1군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고, 그게 어렵다면 노출 빈도와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찾는다면 담배와 술은 끊거나 최대한 줄이고, 고기는 삶아서 먹는 것을 권장하며 굽는다면 탄 부분을 제거한 후 먹는 것이 좋다. 가공육과 소금 절임 생선은 아질산염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고, 햄, 소시지, 어묵 조리 시 한번 데쳐서 물을 버린 뒤 먹는 방법도 좋겠다. 곰팡이가 핀 곡식이나 견과류는 폐기하고, 햇빛이 강한 날에는 외출 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며 미세먼지나 매연이 심할 때는 KF94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암을 예방하는 바람직한 생활습관일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꿈 - 터칸 에르거(Türkan Ergör) 바다 머릿결을 풀어헤치지 물결 따라 끝까지 머릿결은 이리저리 움직이지 그 소리는 파도 소리로 들릴거야 그리고 그 머릿결은 수많은 이야기를 하지 그것은 꿈 같아 그러나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실 바다의 존재. DREAM (By Türkan Ergör) Sea It would distribute its hairs To the end of its waves Its hairs would come and go Its sounds would be heard Of its waves And Of its hairs It would tell a lot It was like a dream But The only truth that did not change The presence of the sea ◆ 터칸 에르거(Türkan Ergör) = 사회학자, 철학자, 작가,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1975년 3월 19일 터키 천안칼레(Çanakkale)에서 태어났으며, 터키 이즈미르(İzmir) 출신이다. 아버지의 이름은 사이트 할림 에르거(Sait Halim Ergör)이다. 아나톨리아 대학교에서 사회학, 철학, 경영학 및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녀는 "RING-YÜZÜK", "WORDS-KELİMELER"와 같은 이중 언어 시집의 저자다. 시는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2020년 국제 다분야 연구 컨퍼런스에서 국제 "최우수 시인상"을 수상하였으며, 2021년 국제 "최우수 작가" 및 국제 "최우수 시인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2022년 국제 "최우수 작가" 및 국제 "최우수 시인상"을 수상하였다. 아르헨티나의 "INVIERNO OFICIAL" 잡지에서 2022년 우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필리핀의 최고 술탄인 HM SULTAN MORAD S. UMPA와 HRH SULTAN ALI AMPASO UMPA는 터칸 에르거에게 공주의 호칭을 부여하였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 엘레나 포페스쿠(Elena Popescu) 시계는 멈추지 않았지만 시간이 더는 표시되지 않는 것 같았지 타임 다이얼에서, 멈춰서 가만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어. 볼 수는 있었지만 시야가 흐렸지 순수한 창공에 대하여 이름 없는 공간. 삶은 끝나지 않았지만 죽음은 오지 더는 수평선에 어렴풋이 나타나지 않지! 누군가 일어나길 기다리며 언젠가, 어딘가, 망각의 땅에서….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이지만 아무것도 의미가 없지만 시간을 초월한 공간에서 길을 잃었을 때, 공간을 초월한 시간에서… When everything is lost The clock did not stop but hours no longer show on Time’s dial, which has come to a standstill, contemplating. Perspective still works, but objects are no longer clear against the pure expanse of unnamed Space. Life has not ended but death no longer looms at the horizon waiting for someone to rise up sometime, somewhere, in the land of oblivion... Everything is as it used to be though nothing has meaning when lost in a timeless space, in a spaceless time… ◆ 엘레나 포페스쿠(Elena Popescu) = 1948년 루마니아 투르누 마구렐레에서 태어났으며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대학교에서 수학 박사이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는 시인, 번역가와 편집자이며 루마니아 작가 연합 회원이다. 그녀는 루마니아와 해외에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된 시집을 출판했다. 그녀가 출간한 책들은 Tie (To You, 1994); Cânt de Iubire – Song of Love (1999; 2007); Peregrino (Pilgrim, Spain, 2004); Himno a La Existencia (Hymn to Existence, Mexico, 2006); 愛之頌 (Chinese version of Song of Love, Taiwan, 2006, second revised bilingual edition in English and Chinese, Taiwan, 2010); Cât de aproape … – Lo cerca que estabas… (How close…, 2007); Unde esti, Timp? (Time, where are you?, 2007); Poems (Romanian and Urdu, Pakistan, 2008); Peregrino (Pilgrim, Brazil, 2009); Dacă (the poem If, in Romanian and 42 different language versions, 2009); Song of Love, bilingual edition with English translation by Adrian George Sahlean, and Chinese by Lee Kuei-shien (Taiwan, 2010); Hymn to the Life (Taiwan, 2011); Além do azul – Dincolo de azur (Beyond to azure), bilingual edition, Portuguese and Romanian (Smile, Brazilia, 2012) (with Luciano Maia); Trei poeme din Europa – Three Poems from Europe (Pelerin Press, Bucharest, 2013); Cânt de Iubire – Song of Love – Chanson d’Amour, (Pelerin Press, Bucharest, România & Destine Literare Press, Montreal, Canada, 2013), trilingual volume (Romanian, English and French) 등이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간지러워!"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소송은 창과 방패의 전쟁이라고도 한다. 민사소송이라면 기본적으로 원고와 피고가, 형사소송이라면 검사와 피고인이 대립하여 싸우는 구조다. 주로 공격하는 쪽이 창이고, 방어하는 쪽은 방패다. 민사소송이라면 원고가 창이 되고, 형사소송이라면 검사가 창이 된다. 비송사건이라고 하여, 민사사건 중 전형적인 소송의 형태가 아닌 유형의 사건들도 있으나, 그러한 사건들도 속사정을 들어보면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원인이 되어 시작된 경우가 상당수이기에 분쟁이 깔려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용병과 같다고 생각한다. 의뢰인을 위하여 대신 싸워주는 것이다. 맡게 된 사건에서 원고가 의뢰인이라면 원고를 위해서, 피고가 의뢰인이라면 피고를 위해서 싸운다. 형사피고인이라면 피고인을 위하여 변론한다. 그리고 어느 쪽의 창 또는 방패가 되어 싸울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변호사가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창의 역할을 기본적으로 검사가 수행하기에, 변호사로서는 고소인을 대리하면서 창의 역할을 보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변호사로서는 창과 방패 역할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가. 이는 개인적인 의견이니 다른 생각이 당연히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힌다. 일단 구체적인 사건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당연히 증거가 명확한 쪽이, 법리적으로도 유리하게 예상되는 쪽이 좋다. 소송을 준비하기가, 진행하기가,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마음이 조금은 편하다. 단순히 소송을 준비하는 측면에서는 피고를 대리하는 사건이 편한 부분이 있다. 변호사는 소송의 내용을 이루는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소송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상태에서 그 후속처리를 하는 일이다. 직접 경험한 사실을 알려주어야 할 의뢰인도 모든 사실관계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하면 사실관계를 청취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를 검토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여 문서 형식의 결과물을 뽑아낸다. 실무적으로는 소장, 답변서, 변호인의견서 등의 제목으로 법원에 제출되는 각종 서류들이다. 원고의 대리인이 되어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일단 사건의 내용을 정리하고 법리를 적절하게 조합하여 우선 ‘소장’을 작성하게 되는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보니 일반적으로는 피고의 대리인이 되어서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들게 된다. 피고 대리인은 이미 작성되어 있는 소장을 토대로 사실과 다른 부분, 반박할 수 있는 증거와 법리들을 찾아서 정리하면 답변서가 된다. 소송을 진행하는 측면에서도 피고를 대리하는 사건이 편한 부분이 있다. 보통 입증책임이라는 것은 원고에게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애매한 상황에서는 원고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재판에 출석하여 진행 중에 재판부로부터 “원고의 입증이 더 필요할 듯 보입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변호사는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앞에서 밤새 고민한다. 소송을 전쟁이라고 한다면, 원고는 피고라는 단단한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성전을 하려면 공격하는 측이 수비하는 측의 3배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하며, 그렇게 3배의 병력을 동원하더라도 병력의 막대한 손실을 각오해야 할 만큼 공성전은 힘든 싸움이다. 손자병법에서도 성을 공격하려면 최소한 3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공격자의 입장에서 많은 부담을 안는다. 공격당하는 쪽은 괴롭지만, 공격하는 쪽도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 정괘(鼎卦) 정(鼎)은 옛날 조리하는 식기다. 조리하려면 매일 새로운 것을 넣어야 한다. 식사할 때 한 입에 배부를 수 없고 살찔 수 없다. 한 입 한 입 먹어야 한다. 대추를 통째로 삼키면 배탈 난다. 그저 매일 더 많이 먹어야만 천천히 살이 찐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날을 거듭하며 쌓인다. 그렇게 해야만 해박한 학문이 쉽게 드러내지 않게 된다.1) 두텁게 쌓였으나 내보내기 어려우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주역』은 말한다. “솥발이 부러져서 공(公)에게 바칠 음식을 엎었으니, 형벌이 무겁다. 흉하도다!” 무슨 말인가? 재능이 보잘 것 없는 사람, 지위는 존귀하지만 지혜가 부족한 사람이 큰일을 꾀한다면 분명 능력이 부족하게 된다. 이러한 사람이 큰 임무를 맡게 된다면 재앙이 적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두텁게 쌓아야 하고 천천히 풀어나가야 한다. 분발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진보할 수 있다. 축적은 지식을 두뇌에 쌓는 것이다. 발양은 쌓아놓은 지식을 이용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축적이 없으면 발양할 게 없다. 축적한 최종 목적은 발양에 있다. 쌓아놓기는 했으나 발양하지 못하면 ‘책벌레’일뿐 세상일에는 어두운 사람이다. 발양하기만을 바라면서도 축적하지 않으면 실제적이지 못한 공상가이다. 외국 과학자는 일찍이 인재를 3부류로 나눈 적이 있다. 삼각형 인재, 마름모형 인재, 역삼각형 인재가 그것이다. 삼각형(아래는 평평하고 위는 뾰족한) 인재는 기초가 탄탄하고 머리도 똑똑한 걸출한 인재다. 예를 들어 뉴턴, 아인슈타인이 속한다. 마름모형(아래도 뾰족하고 위도 뾰족한) 인재는 기초가 상대적으로 굳지 않고 머리는 똑똑한 인재다. 과학자 대부분이 이 유형에 속한다. 역삼각형(아래는 뾰족하고 위는 평평한) 인재는 기초도 없고 머리도 아둔한 용재(庸才)다. 어느 누구도 용재가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되려는 바람도 지나친 욕심이다. 마름모형 인재가 되려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마름모형 인재의 특징은 유한한 지식을 축적하여서 최대한도로 발휘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지식이 폭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각종 지식, 신개념이 차례차례로 끝도 없이 생겨나고 있다. 눈이 모자랄 정도다. 다 볼 수 없다. 유한한 시간을 이용해 무한한 지식을 얻으려면 헛수고가 될게 분명하다. 선택적으로 축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 후에 최대한 발양하여야 한다. 치용을 배워야만 비로소 성공의 지름길로 향하여 나갈 수 있다. 지식의 축적, 얇으면서 두텁게 발양하는 것은 2가지 층면의 의의를 포괄한다 :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지식을 충분히 이용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개인의 학식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자신의 최종 가치는 자기 성취로 나타난다. 역사상 강자야(姜子牙), 제갈량(諸葛亮)은 정치적 경륜을 가지고 있었고 책을 널리 읽어 학식이 풍부하였다. 만약 군왕을 보좌해 일대의 위업을 이루지 못하고 초야에 묻혀 생을 마감했다면 그들은 그저 위수(渭水) 강가의 어부에 불과할 뿐이요 와룡강 속 은사에 불과할 뿐이다. 그 지명도가 허유(許由), 엄자릉(嚴子陵)을 넘어섰다고는 할 수 없다하더라도 그리도 많은 후인의 존중을 받고 있지 않는가. 역사상 학식은 깊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공적을 쌓은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북송의 승상 조보(趙普)는 반부논어(半部論語)했으나 천하를 평정하였다. 학식은 깊지 않으나 자기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양한 인물에 속한다. 누구든지 장점 하나는 가지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최대한도로 발양하면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자신의 특징을 매몰시키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용재에 불과하다. 많게 축적하고 널리 발양한다는 것의 다른 측면의 의미는, 선택하여 지식을 얻고 배운 것을 실제로 활용하며 가장 적은 투자로 최대의 생산을 얻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바다처럼 넓은 지식을 쌓으려 한다. 한계가 있는 시간 내에 근본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것을 얻으려 한다.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표 지향적인 방향으로 배우면, 장대를 세우면 그림자가 나타나듯이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지식을 활용할 때가 돼서야 그동안 배운 것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을 후회하게 된다.” 부족하더라도 괜찮다.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면 보충하면 된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하면 된다. ‘활용’할 때에야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된다. ‘활용’하지 않으면 무엇이 부족한 지 알 수 없다. ‘활용’해야만 가치를 창조할 수 있고 지식의 맹점을 알 수 있다. 지식이 많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라. 정(鼎)괘는 다른 의미도 있다 : 물과 불은 표면적으로는 함께 할 수 없다. 그런데 ‘정(鼎)’, 즉 솥이라는 ‘제3자’을 통하면 물과 불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서로 해를 입히지 않는다. 서로 쓸모가 있다. 그렇기에 음식물을 조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물건을 개혁함은 솥만 한 것이 없다.” 이것이 우리가 자주 얘기하는 사람의 능력을 잘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잘 쓴다는 뜻이다. 1) 폭넓게 두루 읽고 가려 취하며, 두텁게 쌓되 천천히 풀어 나가라.(博觀而約取,厚積而薄發.)(蘇軾)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