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일반음식점 '춤 허용'을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란 명분과 주거 환경 악화 및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제주도는 24일 제주웰컴센터 웰컴홀에서 '일반음식점 춤 허용' 정책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공개 토론회는 제주도 시민고충처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의 운영 사례 발표로 시작됐다.
이원균 시민고충처리위원회 조사관은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허용하는 것이 제주 관광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동시에 주거 환경 악화, 청소년 보호 미흡, 안전 문제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일반음식점 영업자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출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조례로 안전기준을 준수하는 일반음식점에 한해 별도의 춤을 추는 공간이 아닌 객석에서는 춤을 출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부산진구 사례 발표에서는 2016년 일반음식점에서 객석 내 춤을 허용하는 조례가 제시됐다. 지역 상권 보호와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일부 업소가 불법 유흥업소로 운영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시간대에 불법 행위가 빈번히 이루어졌고, 이를 단속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규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어 "주민들은 소음과 안전 문제로 불편을 겪었고, 일부 상권은 오히려 침체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춤 허용의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거주 환경이 악화되면서 정주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황경수 제주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임정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서귀포시 대천동·중문동·예래동), 강철호 제주시 이도이동 주민자치위원장, 전영찬 제주시 연동 주민자치위원장, 문성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제주지회장 등 9명의 패널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찬성 측은 춤 허용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조진훈 제주컨벤션뷰로 마이스지원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춤을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춤추는 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되는 현행 법은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과 식사 중 음악에 맞춰 어깨를 흔드는 것도 불법이 되는 현 상황은 관광지 제주도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일부 관광 중심지에서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철호 제주시 이도이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세계적으로 국경 없는 문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제주도가 뒤처질 수 없다"며 "관광 중심지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정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페에서 즐거운 음악에 맞춰 춤추는 행위조차도 불법으로 간주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제주 전역이 아닌 관광지구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문제점과 보완점을 검토하며 확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반대 측은 춤 허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문성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제주지회장은 "춤 허용은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고 청소년 보호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안전 관리와 단속 체계가 미흡한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 없이 추진하면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불가피하게 허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명확한 규제와 강력한 단속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효 외식업중앙회 제주지회장은 "현재 상황을 보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노형과 연동 지역의 경우, 일반 음식점 허가를 받은 곳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일이 아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밤늦게까지 이런 일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제주는 관광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단순히 앉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며 "소방이나 경찰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연동, 신제주, 중문 등 특정 지역을 지정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찬 제주시 연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단속과 규제가 철저히 이루어질지 의문"이라며 "춤 허용이 유흥업소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연동 주민들은 이미 도시 소음 문제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인철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춤 허용은 소규모 소상공인과는 거리가 멀고, 대형 음식점에서 주로 요구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객 분산이 일어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춤 허용이 제주 관광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태영 제주도교육청 학생보건담당관은 "학생 건강 문제는 학교 안팎에서 모두 안전한 보건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절대구역과 상대구역을 포함해 학교 직선거리 200m 이내에는 허가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학원이나 기타 교육시설이 있는 지역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어야 한다"며 "춤 허용 업소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부착하고 영업을 허가해야 하며 안내문 미설치나 위반사항 적발 시 영업 취소 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철 한국소방시설협회 제주도회장 겸 윤엔지니어링 대표는 "일반음식점 대부분이 소방시설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유흥주점과 비교해 구조물 변경이나 소방시설 설치 및 보완이 필요하며 이를 완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음악을 틀 경우 방음시설 설치를 위해 창문을 막거나 문을 개조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시설의 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며 "추후 소방시설 관리 및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토론을 듣고 있던 박상현 자치경찰단 수사과장은 "도내 관광지구 8곳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규제를 보완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황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토론회는 춤 허용 정책이 관광산업과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을 두고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다양한 논점을 제시했다"며 "제주도는 여러 의견을 신중히 수렴해 정책 방향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