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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없애고 풍농 기원하는 제주 옛 목축문화 ... 20여년간 512만명 찾는 대규모 축제로 성장

 

'지상 최대의 불놀이'라 불리는 제주의 대표 축제 제주들불축제가 4년 만에 정상 개최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제대로 열리지 못하다 올해 비소로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는 대면축제로 돌아온 것이다.

 

그나저나 멀쩡한 오름에 불을 놓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돋는다. 제주들불축제의 유래와 우리나라 대표급 축제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본다.

 

◇ 오름에 불놓는 들불축제 유래는?

 

"맞아! 벌레 때문이었어. 벌레가 없어져 농사가 잘될 수 있었고, 바로 그건 '불' 덕분이야!"

 

들불축제의 기원을 제주 삼성신화(三姓神話)와 연계해 이야기화한 스토리텔링북 '불타는 섬'(제주시 제작, 2018)을 보면, 삼신인(三神人) 중 하나인 고을라는 이렇게 소리친다.

 

몇 해 전 하늘에 제를 올릴 때 실수로 불씨가 번져 온 섬을 태웠지만, 그해 농사는 대풍이었다. 반면, 별 탈 없이 농사를 지은 이듬해에는 수확량이 오히려 줄어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고을라는 그 원인이 해충이 불에 타 사라졌기 때문이었음을 알아낸 것이다. 또 해충 때문에 고생하던 말과 소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나 농사일에 큰 도움이 됐다.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는 겨우내 언 땅이 풀릴 즈음 정성 들여 마련한 음식으로 고사를 지낸 후 불을 놓으며 소망을 빌고 농사를 짓는 풍습을 마련했다. 이후 해마다 봄의 길목에 다다르면 들판 여기저기, 이오름 저오름에 불을 놓고 대풍을 기원하며 새해 소망을 빌었다는 이야기다.

 

제주의 문화와 축제를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삼신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가상의 이야기다.

 

예부터 제주에선 집마다 2∼3마리의 소 또는 말을 기르며 주된 노동력으로 삼아 밭을 경작했는데, 오름 등 중산간 초지에 방목해 키웠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가축을 방목한 유목민들과 달리 한 곳에 터를 잡아 농사를 지으며 가축을 방목한 일종의 정주형 방목문화를 이루며 살았다. 농한기에 방목을 맡았던 목동은 중산간 지대 양질의 목초를 찾아다니며 소와 말에게 풀을 먹였다.

 

사람들은 늦겨울에서 경칩(3월 초)에 이르는 기간 중산간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소와 말에 기생해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마을별로 오름에 불을 놓았다. 이를 제주말로 방애(불놓기)라 했고, 한자말로 방화(放火), 화입(火入)이라 했다. 마을마다 불을 놓을 때는 마치 온 섬이 불이 타는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장관이었을 것이다.

 

봄이 되면 그 자리에 새풀이 돋아났고 소와 말들은 이를 뜯어 먹으며 자라났다.

 

옛 기록에서도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제주의 모습을 그린 기록 화첩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보물 제652-6호)를 보면 제주도의 오름과 그 자락에 한 그루의 나무도 보이지 않는 방목지대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주 민속학자 고광민 선생은 저서 '제주 생활사'(한그루, 2016)에서 "탐라순력도의 '제주조점'과 '별방조점'에서 낙엽수림지대와 상록수림지대를 제외한 그 외의 오름과 자락에는 한 그루의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며 그 이유에 대해 "제주도 사람들은 해마다 방목지대에 불을 놓았다. 그러니 이곳에는 나무가 자랄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주에서 전통적으로 이뤄졌던 방애 풍습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방목지대에 조림사업이 이뤄지면서 조금씩 규제를 받기 시작했고, 근대화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그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결국 제주도는 1966년부터 방목지대에 불을 놓는 방애 풍습을 금지했고, 1970년대 들어서는 그 모습을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 20여 년간 512만명 찾는 대규모 축제

 

제주들불축제는 지금은 사라진 옛 목축문화인 '방애'를 단 하루만이라도 안전이 담보된 지역에서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다. 1997년 제1회 개최 당시 1만3천명이 찾았던 소규모 축제로 시작했다.

 

축제 초기에는 제주 북부의 마을공동목장 등에서 일정한 개최지 없이 여러 곳을 옮겨 다녀야 했다. 그러다 1999년 들불축제를 보러 제주를 찾는 관광상품이 등장하는 등 저변을 넓혀가고 새천년을 맞이하는 2000년부터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고정적으로 축제를 열게 됐다.

 

새별오름은 '하늘에서 제일 반짝이는 금성처럼 빛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시 도심과 서부권을 연결하는 도로인 평화로에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게다가 나무가 없는 풀밭으로 된 오름으로, 불을 태워도 별다른 환경파괴가 없는 것으로 조사돼 최적의 들불축제 장소로 평가됐다.

 

2000년 제4회 제주들불축제가 처음으로 새별오름에서 열릴 당시 새천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2천발의 폭죽을 터트리는 '뉴 밀레니엄 불꽃축제'를 선보였다.

 

 

해발 519m 새별오름의 남쪽 경사면 26만㎡ 억새밭에 불을 놓아 들불의 장관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동시에 2000발의 불꽃을 터트려 마치 한라산이 화산 폭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오름정상 화산 분출쇼'는 제주 들불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로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이후 점차 덩치를 불리며 30만명 안팎의 인파가 몰리고 수백억원의 경제효과를 내는 대규모 축제로 거듭났다. 코로나19 대유행이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까지 20여년간 누적 관람객은 512만5천여명에 달한다.

 

들불축제가 제주의 대표 축제로 성장하는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축제 초기 2월 정월대보름에 맞춰 열리는 시기적 특성상 꽃샘추위와 비바람 등 악천후로 인해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 행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해마다 반복됐고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급기야 제주시는 2013년부터 축제의 명칭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바꾸고, 시기도 정월대보름이 아닌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속하는 주(週)의 주말에 여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외에도 환경문제와 산불 등 갖가지 문제점과 위험요소를 노출하기도 했다.

 

제주들불축제 고정 개최지인 새별오름의 불을 놓는 지역(화입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식물종과 식물상의 다양성 차이가 확연하다는 식생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축제가 오름의 식생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동안 '말의 고장' 제주에서 암말을 차지하기 위한 수말들의 싸움을 재현한 '제주마 사랑찾기'가 축제의 볼거리로 자리 잡았으나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며 프로그램에서 사라져야 했다.

 

또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유행과 대형 산불 발생 등으로 취소와 비대면 개최를 반복했다.

 

그리고 올해 비로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대면축제로 돌아온다.

 

2023 제주들불축제는 오는 9∼12일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4년 만에 '희망을 품은 제주들불, 세계를 밝히다'란 주제로 개최된다. [연합뉴스=변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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