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많고 돌 많은 척박한 화산섬 제주에는 모든 것이 귀했다. 벼농사는 언감생심이고 돌투성이 땅을 일구며 힘겹게 밭농사를 지었다. 또 마실 물을 구하기도 어려워 물허벅을 지고 먼 길을 여러 차례 오가며 물을 길어 다녀야 했다. 그 옛날 쌀도 물도 구하기 힘든 제주에선 어떻게 술을 빚었을까. 제주 전통주인 오메기술의 명맥을 잇는 장인(匠人) 강경순(69) 제주도 무형유산 기능 보유자를 지난 10일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성읍민속마을에서 만났다. ◇ 좁쌀로 빚은 제주 오메기술…지역 정체성 드러내 돌이 많고 푸석푸석한 흙으로 이뤄져 있어 빗물이 고이기는커녕 바로 지하로 스며드는 제주의 땅. 제주에선 이런 땅을 '뜬땅', '식은땅'이라 불렀다. 화산섬 제주의 특징 중 하나다. "비가 오면 물이 쑥쑥 빠져나가니 벼농사를 지을 수 없어 쌀이 귀한 곳이 제주였죠. 대신 보리, 조 농사를 지었는데 좁쌀로 술을 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경순 장인이 오메기술의 내력을 설명했다. 강 장인은 "'오메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잘 몰라요. '오메가요? 과메기요?' 하면서 되묻곤 한다"며 "오메기는 좁쌀로 만든 술떡으로, 우리나라에서 떡으로 술을 빚는 곳이 두 군데밖에 없는데 그중 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김문기 몰랐다" 발언과 성남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 발언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문기 발언은 법률상 무죄로 판단하고, 백현동 의혹 발언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며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방송 매체를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며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가 왜곡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대선 출마도 불가능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 민의가 왜곡되고 훼손될 수 있다"며 "피고인을 향해 제기된 의혹이 국민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방송 매체를 이용해 파급력과 전파력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죄책과 범죄가 상당히 무겁다"며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하지만 허위사실 공표로 인해 잘못된 정보를 수집해 민의가 왜곡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성남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을 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2021년 12월 언론사
과거 유배지로 악명이 높아 '창살 없는 감옥'이자 '피하고 싶은 변방'으로 여겨졌던 제주.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제주는 문학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제주에 변화의 불씨를 지폈다. 한 때 '제주의 명동'이라 불렸던 제주시 원도심 칠성통 거리를 밝힌 불씨는 작가 '계용묵'(桂鎔默·1904∼1961)과 그를 중심으로 한 '다방문화'였다. ◇ 피난 작가 계용묵과 동백다방 「칠성통 거리는 계용묵 선생을 중심으로 한 피난문인과 제주의 문학동호인들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오가던 거리이며, 문예지 하나 둘쯤 겨드랑이에 낀 문학소년들이 무시로 오가던 거리였다. 걷다 보면 알맞은 위치에 다방이 있었고, 알맞은 위치에 소줏집이 있어 심심치 않은 거리가 칠성로였다. 제주의 문단사를 이야기하자면 제주문단의 형성 초기 이 칠성로 거리의 낭만을 빼놓을 수 없다.」(제주문학 31집, 1998년, 제주문인협회) 한국전쟁은 조용하던 제주사회를 순식간에 바꿔놨다. '도제50년 제주실록'(1997년, 제주도)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다음달인 7월에만 1만명의 피난민이 제주에 들어왔다. 이어 이듬해인 1951년 5
빼어난 자연환경과 독특한 생활풍습, 탐나는 특산물로 무장한 제주의 축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반적인 공연과 먹거리 마당 위주로 진행되면서 관광객은 물론 도민으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일부 주요 축제는 일회성 행사로 사라지거나 환경 파괴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제주가 한국의 관광일번지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관행을 탈피해 지역 축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우여곡절 제주 축제의 흑역사 연간 1천5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 '축제'는 제주의 자연경관과 문화를 한데 엮어 제주 관광이 한단계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잊고 싶은 흑역사를 써내려가기도 했다. 제주의 축제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 때는 언제일까. 1980년대까지 제주에서 축제라 부를 수 있는 행사는 탐라문화제와 제주감귤축제·유채꽃축제·제주철쭉제 등 4개에 불과했다. 1990년대 들어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더니 제주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특산품·신화·자연물 등을 활용해 축제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억새꽃축제와 한라산눈꽃축제·탐라국입춘굿놀이·
큰 인기를 끌었던 국내 최장수 방송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으로 출연했던 개성파 배우 김수미 씨가 별세했다. 향년 75세. 2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자택에서 심정지가 발생해 이날 오전 8시께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이날 아침 자신의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들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아들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김씨는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응급실 근무자가 김씨 사망을 확인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씨는 지난 5월 피로 누적으로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입원해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김씨는 공연과 방송 활동이 겹치면서 피로가 누적돼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장례식장은 한양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
제주는 갓과 망건, 탕건 등 옛날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인 '관모'(冠帽)를 만들던 주산지였다. '모자의 나라'로 불렸던 우리나라에서 신분 높은 양반들만 모자를 쓰진 않았다. 관모의 주산지 제주에선 백성들을 위해 어떤 모자를 만들었을까. 제주 사람들이 일을 하며 즐겨 썼던 모자인 '정동벌립'을 만들어 최근 제주도 무형유산 정동벌립장에 지정되며 장인(匠人)의 반열에 오른 홍양숙(63) 정동벌립장 보유자를 만났다. ◇ 기적·운명과도 같은 만남 '정동벌립' "정동벌립과의 만남은 정말 저를 살린 '기적',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홍양숙 장인과 정동벌립과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47년 전인 1977년 가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 살던 17살 홍 장인은 어렸을 적 걸린 결핵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장기간 집에서 요양 생활을 했다.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 가고 어른들은 밭일하러 나간 텅 빈 마을에서 집에 남아 있는 사람은 홍 장인과 인근에 살던 큰아버지뿐이었다. 홍 장인의 큰아버지는 1986년 제1대 제주도 무형유산 정동벌립장으로 인정받았던 고(故) 홍만년(1910∼1998) 선생이었다. 정동벌립은 테우리('목동'을 뜻하는 제주어) 또는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아시아 여성이 123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생중계에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제주인이 문화로 하나 되는 축제 '제63회 탐라문화제' 막이 올랐다. 제주예술제(1962∼1964년)와 한라문화제(1965∼2001년)를 거쳐 제주 전통문화축제로 자리잡은 탐라문화제는 60여년의 긴 세월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탐라문화제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진단해본다. ◇ 제주예술제·한라문화제 거쳐 탐라문화제로 1962년 5월 17일 제주시 중앙극장. 탐라문화제의 시발점인 제1회 제주예술제가 열렸다. 1년 전 5·16 군사정변(쿠데타) 당시 내려진 포고령으로 전국의 모든 문화단체가 강제 해산된 이후 이듬해 4월 한국예총 제주도지부가 창립하면서 개최한 제주의 순수 예술 행사였다. 하지만 제주예술제는 개최 시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5·16 군사정변 1주년을 기념한 행사였다. 이 때문에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됐다는 한계와 함께 단절됐던 예술활동의 명맥을 이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엇갈린 평가가 상존했다. 제주예술제는 1964년 제3회 행사까지 그대로 치러지다 1965년 제4회부터는 '한라문화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민속행사를 보강해 지역 예술인만이 아닌 전 도민이 참여하는 향토문화축제로 거듭난 것이다. 명칭과 축제 성격이 달라진 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방송됐을 때 외국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좀비'가 아니었다. 바로 한국의 전통 모자 '갓'이었다. 해외 시청자들은 당시 드라마 킹덤에 대해 "좀비와 멋진 모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정도로 '갓'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과거에도 개항 후 조선 땅을 밟은 외국인들은 다채로운 갓에 매료돼 조선을 '모자의 나라'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러나 조선시대 '갓'을 비롯한 '망건', '탕건' 등 다양한 관모(冠帽, 옛날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를 만들었던 주산지가 '제주'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오늘날 관모 공예의 명맥이 유일하게 제주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른다. ◇ 잊혀가는 관모 전통 잇는 사람들 순우리말인 '갓'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쓰던 모자다. 선비들은 상투를 틀고 이마에 망건(網巾)을 두른 뒤 그 위에 탕건(宕巾)을 쓰고, 다시 그 위에 갓을 썼다.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리지 않도록 망건을 완벽하게 두를 때까지 수차례 풀었다 둘렀다를 반복할 정도로 의관을 정제하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조선의 선비들은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이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위치한 '갓 전시관'. 조선시대 양반들이 외출할 때 일상적으로 썼던 모자인 '갓'을 테마로 한 전시관이 제주에 있다는 것에 관광객들은 의아해하곤 한다. 다양한 박물관들이 즐비해 제주를 '박물관 천국'이라 부르곤 하지만, '갓 전시관'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경복궁이나 한국민속촌 인근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갓 전시관이 제주에 들어선 데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외할머니 고(故) 강군일(1883∼1952년) 선생, 어머니 고(故) 고정생(1907∼1992) 국가무형유산 갓일·양태 기능보유자, 장순자(84) 국가무형유산 갓일·양태 기능보유자, 그리고 장순자 선생의 딸 양금미(48) 이수자 등 4대(代)째 갓을 만드는 전통을 이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 어머니에서 딸로, 다시 딸에게로…4대째 전통 이어가 "고정생 할망이 일등이우다! 그 할망밖에 잘하는 사람이 어서….(고정생 할머니가 일등이예요. 그 할머니밖에 잘하는 사람이 없어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서울에서 온 전문가가 제주시 삼양 일대 5개 마을을 돌며 양태일을 제일 잘하는 사람을 묻고 다니자 뭇사람들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올 초 개봉한 영화 '파묘'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상반기 극장가를 휩쓸었다. 무당 '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이 서슬 퍼런 식칼을 든 채 신들린 듯 춤을 추며 굿을 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등 영화의 흥행 뒤에는 무속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 이른바 오컬트(occult) 장르물인 '파묘' 이후 무속 신앙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무속 신앙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제주. 독특하게도 제주에선 다른 지역과 달리 무당을 '심방'이라 부르며 종교와 문화유산의 영역에서 보호한다. 제주에선 왜 무당을 심방이라 하는 걸까. ◇ "신령을 만나는 이, 신의 성방"…심방의 의미는? "난 무당이라 불리는 게 싫어. 심방님 또는 선생님이라고 해야지!" 제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여러 심방과 인터뷰하다 보면 '무당'이라 불리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다. 무속 신앙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제주에선 여전히 종교와 문화 영역에서 중요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심방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무당을 일컫는 명칭이다. 유독 제주에서 달리 부르는 '심방'이란 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심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