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 개천제례이자 고양부 삼성(三姓) 시조를 모시는 건시대제(乾始大祭)를 앞두고 원희룡 지사가 초헌관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10월 초헌관 봉행을 공언했다가 결국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초헌관 역을 대행, 불거진 논란에 이은 2차 논란이다.
제주도는 오는 10일 오전 11시 국가사적 제134호 삼성혈 제단에서 봉행될 건시대제의 초헌관(初獻官)으로 원 지사 대신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대행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원 지사는 이날 도내 수출관련행사 참석으로 인해 부득이 불참하게 됐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삼성사재단은 "금시초문"이라며 "한달 전 원희룡 지사가 초헌관으로 참석하겠다고 알려왔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제주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건시대제는 16세기 조선 중종시대부터 1972년까지 역대 제주목사와 제주지사가 초헌관을 맡아 매해 음력 11월 첫번째 정일(丁 : 60갑자 중 4번째 천간)에 국제(國祭)로 치러져 왔다
그러다 1973년 제17대 이승택 제주지사 시절부터는 매해 양력 12월10일로 고정, 역대 제주도지사들이 초헌관을 맡아 제를 집전하면서 건시대제의 초헌관을 제주지사가 맡는 전통은 당연시 돼왔다.
그러나 기독교도로 알려진 원희룡 지사가 한라산신제에 이어 건시대제 초헌관까지 박정하 정무부지사에게 떠맡기는 것으로 알려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원 지사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유일신을 모태로 한 기독교의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제29대 관선과 제31대 민선 1기 지사를 거친 신구범 전 지사 시절에도 지사가 관음사에서 열리던 불교제례 행사와 삼성혈 내 탐라국 시조대제에 초헌관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논란이 빚어졌다.
신 전 지사는 그러나 “종교인이자 개인자격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라 엄연히 제주를 대표하는 도지사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며 초헌관으로 나서 논란을 잠재웠다.
반면 한라산신제에 이어 건시대제에도 원 지사가 초헌관으로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종교적 자유를 인정해야한다"는 옹호론과 "도지사로서 편향된 처신"이라는 비판론이 부딪힐 전망이다.
한편 이번 건시대제엔 아헌관(亞獻官)으로 박규헌 제주도의회 부의장(비례대표.새정치연합), 종헌관(終獻官)으로 조명철 전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이 나설 예정이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