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제주땅을 밟은 벽안의 신부를 기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한국전쟁과 제주4·3사건을 거치며 암울했던 시절 제주에 정착, 60년 세월동안 제주근대화의 기수 역할을 한 아일랜드 선교사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한국 이름 임피제·86) 신부 이야기다.
지난해 11월부터 <제이누리>가 그의 회고 연재에 들어간 뒤 그의 정신과 뜻을 받들자는 이들이 의기투합, 그의 60년 제주삶을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이누리> 연재가 기념사업회 창립의 기폭제가 됐다.
'임피제 신부 기념사업회'는 21일 오후 5시 제주시 한림읍체육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기념사업 추진을 본격 시작한다.
지난해 12월 기념사업회 발기인 모임을 갖고 난 후속 조치다. 발기인 대표 모임은 그동안 양영철 제주대 교수와 임문철 신부, 양승문 전 제주도의원, 박승준 발기인 추진위원장(한림읍발전위원장) 체제로 창립총회를 준비해왔다.
기념사업회는 "맥그린치 신부는 1954년 제주에 부임한 이후 60여년을 제주에서 지내며 가난한 제주 사람들을 위해 지역개발 사업, 교육사업, 복지사업 등을 추진하며 지역발전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제주도를 위해 헌신한 그 정신을 이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또 "맥그린치 신부가 우리에게 가난을 이겨내는 방법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을 전수해 줬듯 우리도 주변의 가난한 이웃과 국가에 그동안 받았던 도움을 그대로 전하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기념사업회는 "맥그린치 신부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청년들을 제2, 제3의 맥그린치로 키워내기 위한 교육을 시켜나가겠다"며 "도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제주형 지역 개발을 위한 노력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밝혔다.
1928년 남아일랜드의 레터켄에서 태어난 맥그린치 신부는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로 1954년 제주로 부임한 후 지금까지 60년간 제주근대화·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성당을 세운 뒤 수직물회사를 만들고, 4H클럽을 만들어 청년들을 교육했다. 제주 최초의 신협인 한림신용협동조합을 창립, 경제적 자립의 토대를 만들었고, 양과 돼지 사육으로 시작된 성이시돌 목장은 제주축산업의 기초가 됐다. 농업기술연수원을 설립하고 우유·치즈·배합사료공장을 처음 제주에 만든 것도 그다.
그는 그 수익금으로 양로원·요양원·병원·호스피스복지원과 어린이집·유치원을 세워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 그 공로로 5·16민족상, 막사이사이상, 대한민국 석탑산업 훈장 등을 받았고 1973년 명예 제주도민이 돼 ‘임피제’라는 한국명을 쓰기 시작했다.
<제이누리>는 이러한 맥그린치 신부의 업적과 정신이 아로새겨진 회고를 '격동의 현장-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2화로 '아일랜드에서 찾아온 아일랜드의 꿈'이란 타이틀을 내걸어 지난해 11월부터 연재중이다. 그의 사회개발 방식에 천착, 박사학위 논문을 썼던 양영철 제주대 교수가 집필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