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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트럼프발 관세전쟁 본격화해 ...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부과
자동차·반도체·의약품 관세 검토 ... 대부분 한국 대표하는 수출품목
수출의존도 높은 한국 대비 필요 ... 고위급 접촉, 물밑 협상 시작해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0%)보다 0.4%포인트 낮다. 불과 3개월 사이 성장률 전망치가 0.4%포인트나 차이 난 핵심 요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다. 

KDI는 민간소비, 설비투자, 수출 등 모든 부문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정책에 따른 통상갈등이 격화하거나 정국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에 따라 성장률이 1% 초반으로 내려갈 수도 있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년 이후 한국은 대미對美 수출 철강에 쿼터로 물량을 제한받는 대신 관세를 면제받아 왔다. 이것이 3월 12일부터 폐지되고 25% 관세를 적용받을 판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첫 타깃으로 삼은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까지 국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매기는 품목별 보편관세의 표적에 올랐다. 

반도체와 자동차는 한국 대표 수출품이다. 철강 관세보다 미치는 파장이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액의 49.1%(347억 달러)가 미국에서 팔렸다. 반도체는 수출액의 7.5%(106억8000만달러)가 미국으로 향했다. 

해당 기업들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관세전쟁 대응을 기업들에만 맡겨선 안 된다. 정부가 적극 나서 교역 및 투자 현실을 이해시키고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선 트럼프 1기 정부부터 조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중 상당액이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투자로 이어진 점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수출입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1기 정부 때 한국은 미국에 연평균 143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연평균 대미 무역흑자(149억5000만달러)의 96.2%에 해당한다. 바이든 정부 때도 무역흑자의 71.4%가 현지투자에 쓰였다.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투자가 반도체, 2차전지 등 제조업 중심으로 늘면서 한국의 대미 수출 중 중간재 비중도 높아졌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수출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트럼프 1기 정부 때 53.5%, 바이든 정부에서 54.9%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외국인 투자로 생긴 일자리 28만개의 일등공신은 한국이었다.

한국은 2만36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2위 중국(1만8440개)은 물론 일본(1만8192개), 독일(1만6174개), 영국(1만4739개)도 앞섰다. 일자리 창출 상위 10개국 평균(1만1000개)의 두 배에 가까웠다.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액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7%에 해당한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GDP의 1.5% 수준 금액을 미국에 투자했다. 안도걸 의원이 제안한 대로 미국 현지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투자 손실을 감수한 만큼 이를 관세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 관세정책의 목적은 미국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 부활이다. 트럼프 1기 정부 이후 한국이 미국에서 83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등 고용창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실을 주지시켜 한국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최적 파트너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침 지난 5일 미국 해군 함정 건조를 한국 등 동맹국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이 미 의회에서 발의됐다. 
 

 

조선 분야에서 협력하는 조건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을 비롯한 다른 산업에서 압박 강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등의 통상협상 지렛대로 삼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미국은 조선업이 쇠락해 신규 함정 건조도, 보유 함정 수리에도 애를 먹고 해군력이 중국에 밀리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관세를 무기화한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범위와 강도를 더하면서 세계 각국은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분주하다. 호주는 정상 간 통화를 통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예외 약속을 받아냈다.

비상계엄·탄핵 정국 속 리더십이 공백 상태이지만, 우리도 고위급 접촉과 물밑 협상을 전개해야 한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한편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조선과 방산, 원전, 반도체 등에서 트럼프 정부가 거절하기 어려운 거래 방안을 제시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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