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7시 7분경 서귀포시에서 승용차를 운행하던 A씨가 B씨를 치는 교통사고를 냈다. A씨는 사고 이후 곧바로 운행을 중단한 뒤 신고하였으나,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소방은 어찌된 영문인지 B씨를 찾을 수 없었다. 사람을 쳤다고 신고한 사람은 있는데, 막상 치인 사람은 없는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50여분이 지난 뒤, 사고 현장에서 8km 떨어진 곳에서 SUV운전자 C씨는 도로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가 충격한 B씨였다. 경찰은 B씨가 A씨의 차량에 치인 뒤 C씨의 차량에 옷가지 등이 걸렸고, C씨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계속 운행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사고로 B씨는 사망하였다.
이 사건과 같이 선행 교통사고가 발생한 뒤, 연속적으로 후행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피해자가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는 사고들은 왕왕 발생한다. 선행 교통사고와 후행 교통사고 중 어느 쪽이 원인이 되어 피해자가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밝히지 못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후행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사람(이 사건의 C씨)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후행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 선행 교통사고 이후에도 피해자가 여전히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C씨가 운전자로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충분히 지켰음에도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C씨의 교통사고는 불가피한 것이므로 C씨의 과실이 없는 것이 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형법 등에서 규정하는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C씨가 전방주시의무 등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더라도 A씨의 교통사고로 인해 B씨가 현장에서 즉사한 경우라면, C씨의 주의의무 위반과 B씨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단절된다. 즉 C씨의 과실로 인해 B가 사망한 것이 아니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C씨가 8km나 운행하는 동안 차량에 사람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느냐는 의견과 피해자를 역과하지 않고, 옷가지만 걸렸다면 모를 수도 있다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경찰은 우선 A씨와 C씨 모두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입건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의 과실여부, B씨의 사망시각, C씨의 과실여부 등 자세한 내용은 향후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