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치하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남경대학살 제77주년 추모식’이 제주에서 열린다.
'비무장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과 평화의 섬 연대한국위원회 등 시민단체와 강정마을 활동가 등은 오는 13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대정읍 옛 알뜨르 비행장에서 '알뜨르에서 난징을 보다'라는 주제로 남경대학살 77주기 추념식을 연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추념식은 김수열 시인의 ‘절망의 끝에서 부르는 희망의 노래’라는 추모시 낭독과 '고치글라 몬땅(같이 가자 모두)' 등의 가요를 부른 제주어 가수 최상돈씨의 추모곡, 추모제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날 오후 3시부터는 조성윤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의 ‘알뜨르의 역사 속 난징’, 서승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의 ‘난징학살과 일본 군국주의’, 국제평화 활동가인 에밀리 왕의 ‘강정에서 바라보는 난징’, 박찬식 4.3평화재단 진상조사단장 등이 대정농협 3층 세미나실에서 ‘제주의 역사 속 평화의 가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부터 1938년 2월에 걸쳐 중화민국의 수도인 난징을 점령한 일본이 군대를 동원해 34만여명의 중국인을 학살한데 이어 강간, 생체실험(마루타)까지 자행한 사건을 말한다.
제주와 난징대학살은 연관성이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시 일본 해군 비행기들은 난징 점령 직전인 1937년 8월 제주도를 거쳐 중국 대륙을 폭격한 바 있다.
당시 일본은 1931년부터 제주 알뜨르에 60만㎡ 규모의 비행장 건설에 들어가 1937년 공사를 마쳤다. 일본이 노구교(盧構橋) 사건을 발단으로 1937년 7월7일 중·일전쟁에 돌입한 시기와 맞물린다. 일본이 제주를 군사기지로 삼아 중국의 난징을 공격한 것이다.
추념일 주최측은 "제주는 (일본의) 난징 폭격에 이용된 섬이었고, 또한 현재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섬으로써 제주와 중국 난징 간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모두 관련돼 있음을 깨닫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강남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