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박희수 의장은 작년 12월 본회의장에서 주변국가와의 마찰 등을 이유로 ‘이어도의 날 지정조례 안’의 상정을 직권으로 보류했다.
특히 올해 2월 28일 오전에는 기자회견장에서 ‘제주특별법 5단계제도개선안’을, 오후에는 본회의장에서 ‘지하수개발 이용시설변경허가 동의안’을 직권으로 상정 보류했다.
이로 인해 도민사회에서는 박 의장에 대해 “민의를 수호한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했다”고 극찬하는 도민들이 있는가하면 “독단의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혹평하는 도민들도 있다.
필자는 중앙과 지방에서 자치행정을 경험했고 도의회 사무처장직을 역임했던 공직자의 입장에서 잘못을 따지고 특정인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속한 지방자치제의 정착과 제주발전을 위해 한마디 아니 할 수 없다.
박 의장이 3개 안건을 직권으로 상정 보류한 취지와 사유는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러나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통과 된 안건을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직권 보류한 것은 위법 부당한 월권행위이라고 본다. 법질서 확립차원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의회 의장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회의규칙 제26조 2항에 의거 상임위원회의 심사가 지연되는 경우에 한해 직권으로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만 있고 보류권한은 없다. 분쟁의 소지, 도민공감대 미 조성, 절차하자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직권으로 보류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3개의 안건을 직권보류 할 것이 아니라 도의회 회의규칙 제23조 1항에 의거 본회의에 떳떳하게 상정해 심사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고 질의 토론을 거처 원안가결 또는 심의보류를 선포하는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의장본연의 임무이다.
5분 자유발언에 나선 강경식 의원은 “도민공감대형성속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위해 제도개선안을 심의보류 또는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강 의원은 박의장에게 심의보류를 호소한 것이 아니라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박 의장은 그 자리에서 제도개선안을 일단 상정해 토론하도록 하고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심의보류를 해야 할 것임에도 회의진행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직권으로 상정을 보류함으로써 독선적 제왕적 의장이라는 인상을 받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료의원들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총대를 메었다면 도의회 회의규칙 제50조 2항에 의거 무기명투표 또는 무기명전자투표로 하면 된다. 이는 도의회가 지역문제를 소신껏 처리하는 것을 도민들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어 오히려 득표요인이 된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여 지역문제는 지역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지방자치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민감한 지역현안문제는 해결이 지연되고 있고 도민논쟁과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지역의 주요현안문제에 대한 도민공감대는 어떤 특정단체에 의해서 조성돼서는 안 된다. 민의의 전당 도의회의 주도로 조성돼야 한다. 도의회는 지역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도민으로부터 신망을 받는 훌륭한 대표자로 구성된 지방자치법상 제도권 단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의회는 합법적인 회의진행절차에 따라 열띤 토론과정을 거처 목소리 없는 대다수 도민이 수긍하는 실천 가능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이를 통해 도민공감대를 조성함으로써 도민갈등을 예방하고 제주발전을 촉진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