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멋대로 5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제도개선에 넣고 추진해야 할 부분이 빠져 있다는 도의원들이 성토가 이어졌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용범)는 27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도개선 주요과제에 대한 동의안’에 대해 심의를 벌였다.
심의에는 박재철 자치행정국장과 강문실 제주도 감사위원회 사무국장 등 관계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허진영(새누리당, 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 의원은 제도개선 가운데 ‘민간기업의 먹는 염지하수 제조·판매 허용’ 관련해 “제주도가 시작한지 5~6년이 지났다. 그때는 왜 하지 않았나”며 집행부를 질타했다.
그는 박재철 국장이 “도의회의 동의절차 이후 도민 공감대 형성 절차에 들어간다. 도의회 동의는 힘을 실어달라는 성격이 강하다”고 하자 “9월 정기국회에서 심의하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했어야 했다. 그때부터 공감대 형성하고 거를 건 거르고 최종적으로 도의회 동의 거쳐 제출해야 한다. 뒤바뀌었다”고 강한 어조로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집행부 입맛대로 하고 있다. 5단계 제도개선은 어떤 제도개선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자리매김 못하면 힘들다”며 “국비 더 받으려고 국회의원들이 입법발의해도 안 되는데 여러분들은 쉬쉬한다”고 성토했다.
허 의원은 이어 감사위원회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렸다. 그는 감사위원회의 교육청 감사와 관련 “교육감이 감사위원회에 감사과를 설치할 권한을 줘야 한다. 그래야 제주도 전체적으로 감사를 할 수 있다. 지금 감사위원회의 위원장은 공모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도지사 휘하 공무원이다. 그래서 독립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런 체계를 과제에 놔야 하는데 감사위원회 감사권만 강화했다. 교육청 관련 감사를 위해서는 거기에 대한 행정직이나 장학사를 일부 놔야 한다”며 “이건 엉터리 독재다. 그런 것들을 이번에 집어넣을 수 있느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그는 박 국장이 “협의가 필요하다”는 대답에 “누구와 협의를 봐야 하느냐? 국회하고 협의를 봐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청에 관련 감사문제가 대두됐는데도 제주도지사가 이에 관련된 조항이나 제도개선 해본 역사가 없다”면서 “감사위원회를 도지사 밑에 놓지 말고 위에 놓는 방안이 없느냐? 제도개선에 넣으면 안 되느냐? 왜 도지사가 감사위원회를 좌지우지 하느냐”며 몰아붙였다.
게다가 강문실 사무국장이 “조례개정으로 이뤄질 부분”이라고 하자 그는 “이번이 5번째 제도개선이다. 감사위 문제는 조례 개정 사항이 아니다. 제대로 명시해야 한다”며 “제도개선에 집어넣어라. 집어넣으면 심의가 될 것이고, 안 넣으면 심의가 안 될 것이다. 그것 하나 때문에 동의 여부까지 갈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자치권 확보지만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예산·재정 지원을 전혀 안 받고 있다”며 “중앙정부에서 받아야 할 예산부터 제대로 받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7년 전에 행정개편을 하신 분이 4개 시장 군수 없애놓고 이제 와서 행정시장을 다시 뽑겠다고 한다”며 “지금 있는 자치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뭘 하겠다는 것이냐”며 박 국장을 공격했다.
허 의원은 영어교육도시 내 외국대학 설립 허용과 국제학교 이익잉여금 회계간 전출 허용에 대해서도 “도내 사립대학에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으면서 외국 사립대학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느냐”며 “도내 학교는 어떻게 되든 유치목적으로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국장은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실송금 문제에 대해서는 “싱가폴, 두바이 중국 등도 과실송금은 물론 영리법인에 대해 문호를 개방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을 갖추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소원옥(민주통합당, 용담1·2) 의원도 “73개 과제 중 왜 6가지만 동의안으로 올라왔느냐.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냐”며 “동의안으로 올라온 것에 도민 갈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도민의견도 안 받았다. 도지사한테만 재가를 받아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10일 전에 자료제출하고 행자위원들에게 73개 과제를 설명하면 되지 않느냐”며 “도의원들도 설득 못 시키는데 어떻게 도민들 설득시키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박 국장은 “이제부터 제도개선을 시작하겠다는 뜻에서 의회에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제도개선을 시작할 테니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달라”며 “하나의 출발이라는 의미에서 동의 받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