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민들레 홀씨가 유럽을 감동시켰다.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지난 4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유럽 최대 공예 전시회 '호모파베르'에서 고혜정 작가의 작품 '위시스(Wishes·소원들)'가 최우수 작가로 선정됐다고 6일 밝혔다.
'위시스'는 지난해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청주공예비엔날레 측의 추천을 받아 호모파베르에 출품됐다.
고 작가는 수천 개의 금속을 바느질하듯 한 땀 한 땀 연결해 민들레 홀씨 모양의 소원 항아리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15만여명의 현지 관람객 투표를 통해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호모파베르는 스위스 미켈란젤로 재단이 2020년부터 공예 문화를 진흥하기 위해 마련한 격년 행사로 올해가 세 번째다.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400여명의 작가가 출품했다.
한국 작가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베르토 카발리 호모파베르 총괄 디렉터는 "한국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 덕분에 행사가 더 빛날 수 있었다"며 청주공예비엔날레와의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김태이, 박영호(유리), 천우선, 조성호(금속), 황삼용(옻칠), 유필무(필장) 등 한국 작가 20여명이 초청됐다. 박형박 작가(갓일)는 현지 기자단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뽑혔다.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은 "호모파베르를 통해 한국 공예가 유럽과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청주를 세계 공예 도시로 발전시키고, K-컬처의 원류인 공예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전했다.
한편, 고혜정 작가는 제주 출신의 금속 공예가로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융합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에서 공수한 자연 소재들을 활용해 자신의 공방과 갤러리를 꾸미며 제주와의 깊은 연결고리를 작품과 생활 속에 담아내고 있다.
미국 유학을 마친 후 그는 서울 계동에 한옥 공방을 마련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민들레 홀씨처럼 섬세한 금속 작업으로 '위시스(Wishes)' 같은 작품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