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연북로에서 열 예정인 '차 없는 거리' 행사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하려면 '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장소이기에 '모순 행정'이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주도는 20일 브리핑을 통해 도내 차량 이용을 줄이고 걷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행사 참석을 위해 주차장을 마련했다고 밝히며 연북로가 차량 없이는 접근이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행사는 도내에서 교통혼잡구역으로 손꼽히는 연북로 제주문학관에서 메가박스 앞 사거리까지 2km 구간에서 진행된다. 행사 동안 해당 구간은 전면 통제된다. 도는 이를 통해 걷기 문화를 활성화하고 자가용 이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행사 장소 선택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북로는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이다. 연북로를 운행하는 버스는 270번과 320번, 441번 등이 있다. 하지만 운행횟수가 많은 편이 아니다.
특히 주요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제주문학관 인근은 차량 없이는 접근이 힘들어 행사 참여를 위해서는 결국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는 행사 참여를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면서도 정작 행사 장소의 대중교통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라도서관, 제주아트센터,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부지 및 모델하우스 등에서 약 500여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해 자가용 이용을 유도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제주도내 19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이에 성명을 내고 "이번 행사는 걷기 좋은 제주를 만들겠다는 취지와 맞지 않으며 생색내기용 1회성 행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행사 구간이 차량 이용이 집중된 곳으로 대중교통과 자전거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구간이 정작 차량 없이는 접근이 어려운 점에서 행사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늘도 없고 주변에 상가도 없는 휑한 장소에서 걷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주도가 이러한 공간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연북로에서 시범적으로 진행한 뒤 평가를 통해 개선점을 살펴본 후 내년에 행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오는 28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시간 동안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한다. 오영훈 지사는 해당구간 행사로 도민불편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도민불편이 커야 차량운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