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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정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 빠져있어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 고용 대책과 산업 전략 보이지 않아
연급개혁ㆍ재정개혁 방안도 없어 ... 정부의 경기 진단도 너무 낙관적

 

정부가 3일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단기 대응은 경제정책방향(14쪽)에, 구조적 문제 해결 등 중장기 과제는 역동경제 로드맵(69쪽)에 담았다. 100쪽 가까운 자료에 수많은 정책을 열거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경제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제기되는 질문,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거대 야당을 설득하느냐’를 풀어줄 만한 답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맞췄다. 위기 상황의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규모를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배달료와 임대료, 전기료 등 고정비용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총 25조원 규모의 종합 지원 대책이다.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에 14조원, 기금 확대에 10조원, 점포철거비ㆍ취업 등에 1조원이 소요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원 액수는) 가용 재원 내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 징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원 적다. 세수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펑크 날 판이다. 확실한 세입 확보 방안이 없는 지원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다. 570만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23.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사회안전망에 빈틈이 많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탓에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다 보니 영세하고 생계형이 대다수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빚으로 버티던 이들이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둔화, 소비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올해 1분기 10조8000억원에 이른다.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5.3%에서 올해 1분기 10.2%로 치솟았다.

 

 

빚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단기 지원은 필요하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먼저 이뤄져야 할 조치다. 하지만 단순 지원 위주로 짜여 있어 아쉽다. ‘종합대책’이란 명칭이 무색하게 자영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재취업 등 고용 대책과 산업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구조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번 대책도 돈만 쓰고 효과는 미미한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

역동경제 로드맵의 핵심은 자본시장 밸류업이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방식으로 주주 환원을 늘린 기업에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준다. 주주들은 배당 증가분에 대해 저율의 소득세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밸류업에 적극적인 기업엔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고, 기업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할 때 주식 할증평가 제도를 폐지한다.

이를 실행하려면 조세특례제한법, 상속ㆍ증여세법,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해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대주주 할증평가제 폐지 등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한다. 함께 발표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기한 1년 연장, 대형마트 영업규제 시간 내 온라인 배송 허용 등도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 담겼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들이다.

정부의 경기 진단도 너무 낙관적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0.4% 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가계ㆍ기업 부채 모두 위험 수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 등 위험 요인들도 도사리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했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산물과 석유류ㆍ외식비 등 체감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다.

정부ㆍ여당과 야당의 힘겨루기로 이전 21대 국회에서 수많은 민생 법안이 폐기됐다. 거대 야당의 독선도 문제이지만, 정부 여당의 대화 설득 및 협치 노력도 부족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와 명분의 정책이라도 입법이 되지 않으면 말잔치에 불과하다. 주요 민생 정책에 대해선 야당ㆍ정부간 협의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를 위해 정년 이후 계속 고용, 사교육비 경감, 대학 구조조정 지원 등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국민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높이고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요일제 공휴일’을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컨대 어린이날을 5월 5일 대신 5월초 월요일로 정해 토ㆍ일ㆍ월요일 3일을 쉬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 것은 정부 정책의 진전이다. 하지만 청년세대들의 부담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를 덜어주는 데 시급한 연금개혁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개혁 방안은 들어있지 않다.

노동ㆍ연금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때부터 핵심 과제로 내세운 개혁 과제다. 정부 여당은 선거가 없는 2024년 하반기부터 2026년 5월까지 약 2년이야말로 이들 개혁 조치를 해낼 골든타임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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