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대화의 기적'을 일궈낸 고(故)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 기념관이 조성된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한국전쟁 직후 임 신부가 제주에 처음 부임한 한림성당 부지에서 내년 1월 임피제신부 기념관 첫 삽을 뜬다.
임피제 신부 기념관은 한림성당 옛 건물 중 지난해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종탑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앞서 '등록문화재 한림성당 종탑 임피제 신부 기념관조성 타당성 조사용역'을 수행한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은 역사문화 교육의 장이자 농촌산업 부흥을 이끌고 사회복지, 교육시설을 개척한 임피제 신부를 기리는 기념 공간 조성을 제안했다.
용역진은 성이시돌센터에서부터 새미은총의 동산, 금악성당, 글라라수녀원, 월대 옛터, 문수동 4.3성, 명월대, 명월성지, 한림성당을 잇는 13.5㎞를 '임피제의 길'로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피제 신부는 1928년 남아일랜드의 레터켄에서 태어났다. 성골룸반 외방선교회 사제로 1954년에 제주에 들어와 2018년 선종하기까지 척박한 제주의 땅을 일구며 64년간 제주근대화 및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제주에 들어온 뒤 성당을 세우고 수직물 회사를 만들었다. 청년들에 대한 교육을 이어갔으며 신용협동조합을 창립, 경제적자립의 토대도 만들었다. 뭍지방을 다녀오는 길에는 돼지 한 마리를 안고 들어와 제주축산업의 기초를 세우기도 했다.
농업기술연수원을 설립하고 우유·치즈·배합사료공장을 처음 제주에 만든 것도 그다. 그 수익금으로는 양로원·요양원·병원·호스피스 복지원과 어린이집·유친원을 세워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
그가 1970년 개원한 성이시돌 복지의원은 현재 호스피스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갈 곳 없는 말기 암 환자의 안식처다. 이마저 무료로 운영되며 약자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소록도 천사'로 유명한 마리안느·마가렛 간호사에 이어 네 번째로 명예국민증을 받기도 했다. 사후에 명예국민증을 받은 첫 사례다.
맥그린치 신부는 이런 공로로 2014년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그의 본국인 아일랜드에서도 마이클 D. 히긴스(Michael Daniel Higgins) 대통령이 따로 대통령상을 보내기도 했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