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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악화일로 경제상황… 보이지 않는 정부 정책

날씨도 무덥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국민 무시 행태는 사람들을 더 지치게 한다.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한 물가가 서민 생활을 위협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한 젊은이들이 늘어난 이자 부담에 한숨을 쉰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무역수지가 4~7월 넉달 연속 적자를 냈다. 불어나는 무역적자는 원화가치 하락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국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나서자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졌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으려면 우리도 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   

경제상황이 악화일로인데 경제팀은 보이지 않는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는 더 오를 텐데 정부 대책은 유류세 인하 및 수입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인하 외에 뾰족한 게 없다. 여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지혜를 모아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은 이전투구에 날을 새고 정부는 헛발질 정책으로 국민 신뢰를 갉아먹는다.

교육부가 취학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가 나흘 만에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폐기하겠다”고 물러섰다.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는 시도 교육감은 물론 교사·학부모 단체의 의견 수렴도 없이 추진하다가 교육계와 학부모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금융위의 채무조정 지원 방안도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신용이 낮은 청년 채무자의 대출이자를 절반까지 깎아주고, 3년간 원금 상환도 미뤄주는 프로그램이 특히 논란이 됐다. ‘빚을 내 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해서 날린 돈을 왜 세금으로 메워 주냐’며 청년들마저 반발했다. 

 

대통령실도 정책 불신을 가중시켰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국민청원’을 폐지하고 만든 ‘국민제안’ 창구를 통해 들어온 우수 제안 3건을 국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국민제안 10건을 놓고 비실명 투표를 한 결과 중복 투표를 막지 못해 모든 안건이 비슷한 표를 얻는 바람에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여당 국민의힘은 극도의 혼돈에 빠져 있다. 대선 때부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충돌하던 이준석 대표가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으로 물러났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꾸려가던 도중 대통령과의 문자메시지 노출 사고가 터지자 ‘친윤(親尹)’은 권 직무대행도 끌어내리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거쳐 새 대표를 뽑을 태세다.

급기야 취임 80일 만에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20%대로 내려가고, 부정평가가 70%에 육박했다. 정부 출범 초부터 검찰 출신에 편중된 인사 문제와 대통령실 이전 논란,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에서의 말실수 등의 영향을 받은 지지율을 여권 내 이전투구와 정책 혼선이 더 끌어내렸다.

레임덕에 빗대어 ‘취임덕’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윤 대통령 휴가 중에 대통령실과 관련해 논란이 될 일들이 잇따라 불거졌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속인이 이권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대통령 관저 공사 중 일부를 대통령 부인이 회사를 운영할 당시 후원업체가 맡았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이권이나 인사 개입 의혹이 있었다. 비선 실세나 친인척 비리가 정권의 명운을 흔들기도 했다.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다. 집권 초기부터 문제가 될 만한 의혹의 싹을 잘라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대통령 친족과 대통령실 고위직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부터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

정책이 만들어지고 알려지는 과정이 졸속·불통이어선 성과는커녕 정부 신뢰를 떨어뜨린다.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처럼 주무부처에서 보고하고,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쇼츠 공약을 발표할 때 사용한 표현대로 ‘좋아, 빠르게 가’라고 지시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선 곤란하다. 섣부르게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책도 성공한다.
 

물가가 24년 만에 두달 연속 6%대를 기록했지만, 정점은 오지 않았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국·중국 간 갈등이 격화했다. 안보·경제 역량을 동시에 키워나가는 치밀한 외교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통령실은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고 국민만 보며 가겠다지만, 지지율이 낮으면 국정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다른 나라와의 외교 협상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제라도 민심을 경청하고 혁신해야 ‘취임덕’을 극복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대통령 속내, 윤심(尹心)이 아닌 민심(民心) 챙기는 일에 진력해야 마땅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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