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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사상 첫 빅스텝+금리 추가 인상’ 예고 ... 고금리와 긴축의 시대에 적응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가 1년 만에 4.5배 수준으로 올랐다. 2008년부터 이어져온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고금리와 긴축의 시대가 도래했다. 한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의 두배에 이르는 빅스텝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도 처음이다.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보다 인플레이션을 먼저 잡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옳은 판단이다. 물가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를 기록한 데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추석 수요를 감안하면 7~9월에 7~8%대로 더 뛸 수 있다. 지금으로선 물가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다.

걱정거리는 금리상승 시기에 취약가구와 한계기업이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에 이르는 판에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6조8000억원 늘어난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영끌 가계’와 영업해 번 돈으로 이자 갚는 것도 벅찬 ‘좀비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면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는다. 

더 큰 문제는 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41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물가(6월 물가상승률 9.1%)를 잡기 위해 6월에 이어 7월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전망이다. 단숨에 1%포인트를 올리는 ‘울트라 스텝’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금리 상단이 2.5~2.75 %로 한국(2.25%)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와 국내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올해 상반기 중 125억 달러 순유출됐다. 원화가치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수준인 1300원대로 하락했다.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겠다고 예고한 배경이다. 올해 남은 3차례 금통위(8·10·11월)에서 0.25%포인트씩 올리면 연말 기준금리는 2.75~3.0%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고 치솟는 물가를 금리인상만으로 잡을 수도 없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따른 에너지·원자재·곡물가격 상승 등 공급 요인도 적지 않다. 원자재 수급 안정과 세제 조정, 취약계층 지원 등 정부의 정책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비상한 정책 조합도 요구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경제에 코로나19 재유행이 겹쳐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만큼 소비·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 등 긴축 부작용에 대한 입체적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우리 돈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오는 한미간 통화스와프가 긴요하다. 중앙은행인 한은은 물론 정부 차원의 외교적 역량을 집결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조속히 체결해 자본유출 우려를 차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꾀하면서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가계의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런 판에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늘리며 손쉬운 이자 장사에 나서면 안 된다. 지난 5월 기준 은행의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는 2.37%포인트로 2020년 말(2.05%포인트)보다 확대됐다. 20개 국내 은행의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1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9% 증가했다. 은행들은 이제라도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예금과 대출 금리를 정해야 할 것이다.

은행의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이미 연 5% 중반을 넘어 6%에 근접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4%대 중반~5%대 중후반으로 올랐다. 은행권에선 한은의 첫 빅스텝에 이어지는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내 7%선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 

모든 경제주체의 고통 분담이 필요한 시기다.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텨내야 한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쉬이 끝나지 않을 불황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국민의 공감과 협조가 필수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입법 절차를 원만하게 이뤄내야 할 것이다. 30%대로 내려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회복 여부는 결국 경제에 달려 있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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