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1월 1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전략으로서 세 가지를 강조했다. 환자 발생 조기 차단,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을 통해 치명률 최소화, 방역과 일상생활 공존을 중요하게 얘기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방안 등을 발표하였다.
인류가 겪은 몇 차례의 감염병 대란 중 하나이면서 우리 시대 초유의 코로나19 침공이 장기화함에 따른 적절한 전략 방침을 발표한 것이고, 발표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하는 바이다. 비교적 상세하게 만들어진 발표였기에 이 참에 제주도 역시 발 빠른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 여기면서 제언을 하고자 한다.
'With Corona' 시대의 제주는?
- 지나친 규제나 격리 보다는 생활 속 방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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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감염병에 대한 시각을 넓혀야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중대본부장의 발표에는 고민의 흔적이 많이 담겨있지만 몇 가지 결함이 엿보인다. 그것은 장기화와 더불어 또 하나의 문제인 신종 감염병이 자주 출몰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점 또한 장기화에 대한 대비로 놓여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위생 수준이 높아지고 항생제의 개발 및 예방접종으로 수 백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페스트를 비롯한 세균성(박테리아) 감염병은 막을 수 있었으나 1889년 러시아 독감, 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공격에는 여전히 취약했다. 바이러스란 놈에게는 치료 약제도 예방접종도 그다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사스, 2012년 메르스, 2013년 에볼라 바이러스에 이은 2019년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신종 바이러스들이 출현 주기를 짧게 하면서 창궐하고 있다. 2~3년 안에 이번 코로나19가 안정화된다고 해도 이후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지금의 준비 태세로 맞설 수 있을까?
당연히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과학의 힘으로 치료 약재 및 예방접종 시약을 개발해서 막는 것에 초점을 두겠지만 그것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근본 대책이 아니다.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바이러스 출몰 주기가 짧아진다는 점,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근본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약재와 예방접종은 금세 내성이 생겨서 그다지 중요 대책은 못된다. 그나마 그것도 근본대책을 세워가면서 이루어져야 할 일부분일 뿐이다.
최근에 나타나는 신종 바이러스들은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첫째, 숲을 비롯한 환경 파괴로 인한 것이 크다. 인간이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다보니 날짐승들과 접촉이 넓어지고 빈번해졌다. 박쥐, 멧돼지, 새들이 많은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둘째, 사육 동물들이 많아지는 것도 원인을 제공한다. 낙타(메르스 제공)나 돼지(신종플루 제공)들을 통해서 바이러스들이 전파되기도 하였다. 셋째, 기후 온난화로 극지방 얼음이 녹거나 시베리아를 비롯한 동토층이 녹으면서 잠자던 바이러스들이 깨어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할 내용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비로소 장기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 나열한 바이러스 출몰 환경을 없애는 방법은? 숲과 강물, 바다를 보존하는 길과 요즘 중요시 되는 ‘그린 뉴딜’ 정책을 통해 기후위기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 동물 사육을 줄이는 길뿐이다.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장기 대책을 내놓은 것에 더하여 깊은 연구와 방법을 통해 감염병에 대한 중장기 대책이 제대로 내와야 하는 이유이다.
바로 이 점에서 제주도는 부족한 정부 방침 보다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얼마 전 원희룡 도지사는 송악산 자락에서 제주 환경을 지키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제주의 땅과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개발에 대해 근본 검토가 이루어지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잘잘못을 공개해야 한다.
제2공항 추진에 대해서도 입 다물지 말고 제주 환경을 해치게 되면 후손들이 먹고 살아갈 고향땅을 물려주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반대 선언을 정부에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토건사업 보다 거대하게 이루어질 제2공항은 나 몰라라, 하면서 환경을 지킨다, 제주형 뉴딜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지켜지지 않는 제주 자연과 무너진 공동체는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장기화 대책에도 적절하지 못하다.
제주 환경 지키는 것과 더불어 동물복지 정책도 내와야 하고, 돼지 사육도 줄일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도 단위면적당 높은 돼지 사육 두수는 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축사 주변 지역의 오수 문제, 악취문제를 낳고 있다. 밀집 사육은 돼지들의 면역력 약화와 여러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 새로운 감염병 발생 위험이 크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제주도는 감염병 위기에 대해 넓은 시각과 종합적인 판단, 제주의 문제들을 찾아내면서 공론화 및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K-방역 수준을 넘는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팬데믹 수준으로 위험수위를 높이고 있고, 대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확산이 될 때 시민들의 참여, 많은 의료인들과 공무원의 노고가 있었고, 정부의 강제적인 통제와 방역으로 성공적인 신종 감염병 차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 활동 제한, 골목상권의 위축 등으로 경제가 함께 죽어버렸다. 관광에 의존도가 높고,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강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여러 지면을 통해서 강조했듯이 이 참에 제주 경제를 이끌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나와줬어야 했다.
하지만 지역감염 단계로 갔어도 제주는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는 왜곡된 선전을 했다. 그러면서 중대본 방침만 기다리면서 초기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국적인 상황이고, 언제든지 100~200명 수준의 산발적인 확진자 발생이 예상된다면 제주에도 매일 1~2명의 환자 발생은 예상해야 하고, 초기 방역 모델에서 벗어나 장기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심지어는 대구에서처럼 50명 정도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까지 예상하면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생활치료센터 및 의심환자 격리수용시설 확충, 권역별 감염병대응센터와 유기적 대응 수준을 높이는 것, 지역의 음압격리병상과 감염환자 전용 중환자 병상 확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장애인, 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감염병 대응에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시설 입소자들에 대해서는 대응 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외부와 격리만 하지 말고 필요하면 전수조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집에서 지내는 홀몸 노인이나 거동이 힘든 장애인에 대한 방문 돌봄, 방문의료 등을 활성화해서 살피도록 해야 한다.
가족 돌봄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대응이 준비되어야 한다.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가족돌봄휴직이 최대 연 90일, 가족돌봄휴가는 최대 연 20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더 늘릴 여지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것도 ‘근로자 외에 다른 가족이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경우’에는 사업주가 이를 거부할 수 있는 문제는 폐지되어야 하고, 상병(질병)휴직이 도입되어야 한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주는 생활 방식이다. 코로나인지 감기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여전히 사업장으로 출근을 하고 있고, 돌봄 문화도 자리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및 다른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이외에 지역별 공공의료 수준을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지난 메르스 사태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수익 저하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감염 환자들을 수용했던 곳이 바로 공공병원이고, 사선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공공병원 의료진들이었다. 앞으로 이런 감염병 출몰이 장기화, 반복될 것을 예상한다면 결국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대응책이 될 것이다.
감염병 대응 의료 인력, 장비 및 시설 확충과 공공 인프라 구축은 초기 K-방역을 넘어서는 ‘K-보건의료’ 모델이 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인 감염병 대책이 되어 국민들을 안심시킬 것이며, 두려워하되 피하지 않으면서 도민들이 일상생활을 누리게끔 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신종 감염병 장기 대책의 정점은 경제
신종 감염병이 창궐하게 되면 궁극에는 경제가 피폐해지는 것을 국민들은 목도하였다. 학교에서 확진 학생이 생기면 학교는 교문을 닫고 교육공무직 노동자는 그 기간 동안 급여가 사라진다. 가족들은 생계 걱정은 물론 교육비, 병원비, 활동비 등을 줄여야 한다. 한 식당에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 문을 닫아야 하고, 손실 감수와 직원 급여에 애를 먹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 사회에 걸쳐서 벌어진다. 어디인들 안심할 수 없다. 결국 벌이가 줄어드니 교습비, 병원비, 활동비를 줄여야 하고 이는 다시 학원, 병원, 식당 이용이나 문화활동을 위축시킨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의 연쇄작용이 이번 달, 이번 겨울만 지나면 되는 것이 아니라 2~3년 지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최소 2년 후인 2022년까지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운 유행성 감염병과 맞서는 인체의 면역 능력, 적응력 등이 작용하며 우리 주변에서 안정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2~3년의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렇다면 장기화에 대한 대책에는 경제가 있어야 한다. 이번 11월 1일의 정부 발표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에서 세분화하여 5단계로 하였지만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위한 대책은 못된다. 여전히 활동을 금지하는 통제의 방법일 뿐이다.
정부는 ‘With Corona(코로나와 함께 살기)’ 방침을 내놨다고 했지만 통제 중심의 방역을 세분화한 것뿐이다. 사실은 3단계든, 5단계든 이러한 지침을 잘 지키면서도 지금까지의 허약한 경제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중소기업과 벤처 활성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3년 동안 중소기업과 벤처사업에 대해 아무 일도 안 하고 물러난 이전 장관처럼 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오히려 위기인 코로나 사태가 기회일 수 있다. 둘째, 정부는 한국형 뉴딜을 계획하면서도 대기업 중심으로 편하게 가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산업 대전환에서 어떻게 산업 조정을 해야 하는지 새로이 기획해야 한다. 이것들이 코로나19 시대에 경제를 이끌고 갈 방향이라고 본다.
제주의 경우에는 경제의 지속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총선 때 나온 정책들 중 농어민 기본소득, 청년사회상속제, 골목상권지원센터 등에 대해 공론화를 진행하면서 정책 마련이 되어야 한다. 체질이 개선되면서 장기화하든, 다시 나타나든 어떤 감염병에도 건강한 제주경제가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관광 분야도 변화가 필요하다. MICE 산업도 좋지만 이야기가 있는 관광(테마관광), 생태관광, 역사 관광(다크투어 등) 등을 활성화하고 지원하면서 제주 가치도 살리고 관광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이겨낼 것이다. 얼마나 적은 상흔을 남기면서 새로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위에 신종 감염병 장기화 및 잦은 출몰에 대한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것, 감염병에 대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 그린뉴딜을 중심으로 한 산업 대전환을 강력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 속에 제주가 가야할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것들을 다루려면 제주도의 미래전략국을 강화하면서 시민, 의회, 행정, 전문가, 학계 등이 참여하는 확대된 미래전략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그린뉴딜에서 감염병 극복, 미래 제주 산업 등을 긴 안목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단기간의 목표, 장기간의 목표 등을 설정하면서 가야지, 선거나 표를 의식해서 준비 안 된 정책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도정 안에서 만들고 도지사가 불쑥 발표하는 형식은 그만하자. 제주의 미래가 달려있으니까 말이다. 정부 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제주를 기대해 본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지난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