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60년 삶을 살았던 벽안의 아일랜드 신부가 고국 아일랜드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서훈을 받았다.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가 주인공이다.
지나해 말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을 받은데 이은 그의 봉사 삶을 지목한 또 한번의 세상의 울림이다.
<제이누리>가 제주 삶 60년을 기려 '격동의 현장-남기고 싶은 이야기'로 연재한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에게 12일 오후 주한 아일랜드 대사가 그를 직접 찾아 ‘아일랜드 대통령상’을 전달했다.
성이시돌 농촌산업 개발협회는 이날 제주시 한림읍 성이시돌 젊음의 집에서 성직자, 한림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맥그린치 신부에 대한 ‘아일랜드 대통령상’ 전수식을 열었다.
이번 전수식은 아일랜드 정부가 지난해 맥그린치 신부를 대통령상 수상자로 선정했으나 맥그린치 신부가 건강상의 이유로 모국 아일랜드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해 별도로 마련됐다.
앙엘 오도노휴(Aingeal O'Donoghue) 주한 아일랜드 대사가 마이클 D. 히긴스(Michael Daniel Higgins) 아일랜드 대통령을 대신해 상패를 전달했다.
아일랜드 대통령상은 최소 5년 이상 해외에서 아일랜드를 위해 헌신한 아일랜드 시민권자, 아일랜드계 국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앙엘 오도노휴 대사는 이날 축사에서 “아일랜드 대통령상은 모국인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지역사회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고향이 된 국가에 커다란 공헌한 이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며 “맥그린치 신부님은 1954년 빈곤에 허덕이는 제주도에 들어와 영적 리더십의 독특한 조화로 수많은 제주시민들을 빈곤에서 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을 했다”고 밝혔다.
앙엘 대사는 이어 “지난 60년간 맥그린치 신부님의 헌신과 비전은 제주 주민들의 삶을 바꿔놓았으며, 아일랜드는 이제 영원히 제주도와 연결됐다”며 “아일랜드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며 그리고 제주의 영웅이신 맥그린치 신부님께 아일랜드 대통령 특별 공로상을 전달하는 것은 제게 무한한 영광”이라고 밝혔다.
맥그린치 신부는 수상소감을 빌어 "여기까지 직접 오시면서 고생하신 주한 아일랜드 대사님, 행사를 준비해준 마이클 신부, 여러모로 도와준 수녀님들과 신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이밖에 지난해 협성사회공헌상을 받은데 이어 제주MBC '2014 자랑스런 제주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 최초의 지역신용협동조합과 가축은행, 수직물 강습소, 농촌 아동복지사업을 펼치는 등의 수많은 공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임피제 신부는 1928년 남아일랜드의 레터켄에서 태어났다.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사제로 1954년 제주로 부임한 후 지금까지 60년간 제주근대화·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성당을 세운 뒤 수직물회사를 만들고, 4H클럽을 만들어 청년들을 교육했다. 신용협동조합을 창립, 경제적 자립의 토대를 만들었고, 양과 돼지 사육으로 시작된 성이시돌 목장은 제주축산업의 기초가 됐다.
농업기술연수원을 설립하고 우유·치즈·배합사료공장을 처음 제주에 만든 것도 그다. 그는 그 수익금으로 양로원·요양원·병원·호스피스복지원과 어린이집·유치원을 세워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 그 공로로 5·16민족상, 막사이사이상, 대한민국 석탑산업 훈장 등을 받았고 1973년 명예 제주도민이 돼 ‘임피제’라는 한국명을 쓰기 시작했다. [제이누리=이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