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 제주정치사의 대립각이자 갈등과 반목의 대척점이었던 우근민 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가 전격 회동에 나선다. 16일 오후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양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기로 해 회동 이후 결과가 주목된다.
20년 가까이 갈등관계였던 우근민 제주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가 16일 오후 3시40분 제주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난다.
익명을 요구한 우근민 지사의 한 측근에 따르면 우 지사는 이날 오전 신구범 전 지사 측에 전화를 걸어 “만나자. 허심탄회하게 얘기나 나누자”고 회동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불출마 선언 후 첫 면담행보다.
신 전 지사 측도 “오래 전 만남을 제의했는데 우 지사가 오늘(16일)이 좋다고 연락이 왔다. (신 전 지사는) 서로의 앙금을 훌훌 털어버리려는 생각이 있다. 언론에도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며 말을 흐렸다.
그는 또 “두 사람의 만남은 선거판 정치적 유,불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신 지사께서는 과거의 문제를 과거로 덮고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구범 전 지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우근민 지사에게 만남을 제안해 놓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우근민 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 도지사 후보군인 김우남 국회의원과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새누리당 원희룡 예비후보를 면담, ‘불출마’라는 그의 정치적 결심을 굳혔다.
신구범 전 지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저는 출마 선언을 하면서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우 지사에게 손을 내밀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만나는 사유는 다른 예비후도들과 달리 ‘신-우 갈등’ 문제를 풀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후보들은 선거 때문에 만난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저는 지금도 ‘신-우 갈등’이 얘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풀 책임이 두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회동을) 제안한 것”이라며 “적정한 시기에 회동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선거판 유·불리에 따른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우 지사와 신 전 지사의 ‘악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 지사는 23년 전인 1991년 관선 지사로 제주도에 부임했다. 1993년 말까지 두 번 관선 지사로 일했다. 우 지사의 후임 관선지사가 신구범 전 지사다.
우 지사는 이후 1995년 6·27 민선 1기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이자 당시 집권여당인 민자당 후보로 나왔지만 무소속 신구범 후보에게 일격을 당하고 패했다.
우 지사는 이어 1998년 민선 2기 선거에선 다시 집권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말을 갈아타고 당선됐다. 당시 국민회의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이에 불복, 선거에 나섰다가 패배한 게 신 전 지사다. 그 시절엔 우 지사의 군중유세장에 128대의 전세버스 동원 등의 파문이 불거졌다.
우 지사는 2002년에도 역시 새정치 국민회의가 진화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와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선거에서 최대경쟁자로 맞붙었던 후보 역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 신 전 지사였다. 이 시절엔 우 지사의 ‘성희롱’ 파문과 ‘감귤매립’ 공방 등으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허위사실유포 등 우 지사의 선거법 위반사건으로 비화, 우 지사가 2004년 지사직에서 낙마하는 결과로 불거졌다.
2010년 선거판에서도 두 사람은 갈등관계를 보였다. 우 지사가 ‘민주당 복당 → 공천부적합’ 판정을 겪으며 무소속으로 방향을 선회, 도지사 후보로 출마하자 신 전 지사는 그의 맞수인 현명관 후보를 도와 선거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