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어머니와 벌이는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는 옷 입기와 벗기기다. 입고 또 입고 다시 껴입는 어머니를 상대로 벗기고 또 벗기는 나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완전한 항복이다. 오로지 안방에 앉아서 입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어머니의 수비 작전에 비해 나는 이방, 저방, 부엌, 마당, 개집, 쓰레기통 등 공격해야 할 대상들이 산재하다. 오늘 아침도 어머니는 웃옷 5벌, 아래옷 4벌을 입으시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콩 고르기를 하신다. 하기야 요즘 같은 날씨에 깨·조·고구마 밭에 앉아서 숨이 턱턱 막히도록 헐떡거리면서 김을 매던 일과 비교하면, 선풍기 두 대가 마주 서서 바람을 일으키는 거실에서 하는 소일거리란, 아이들의 소꿉장난에 진배없으리라. 아, 새벽같이 밭으로 나가서 불볕더위에 불한당처럼 뒤덮은 잡초들을 뽑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절어서 체열과 지열이 합쳐질 즈음 재열(매미)이 목청을 다해 위험을 경고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매앰 매앰 매앰, 지금 당장 땡볕과의 싸움을 중단하고, 어서 이 나무 그늘로 피신하시오. 그러다가 숨이 막혀서 쓰러지거나 죽을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맴 맴 맴'라고 급하게 울어대던 그 소리가 얼마나 고맙고 시원하던지...
제주도는 지난 1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외식분야 '제주와의 약속' 실천 한마음 결기대회를 열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제주관광협회장, 외식업 중앙회제주도지회장, 및 도내 외식업 대표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오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제주관광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식업계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주와의 약속 TV광고와 영상 시청, 도 정책 및 지원사업 설명이 진행됐다. 이후 도 정책 및 지원사업 설명에서는 그동안 도가 해온 사업내용이 PPT로 전개됐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다 알고, 다 생각해볼만한 그저 그런 내용들이었다. 이후 도지사와의 간담회 시간이 이어졌다. 오 지사는 "내수경기가 바닥이라는 인식과 달리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관광객의 패턴이 많이 바뀌어 디지털 세대들이 많이 방문 중이다. 그들의 요구에 맞는 여러 행사와 시설을 보완하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다만, 이날 행사에서 오간 얘기는 오히려 부정적 언론보도에 대한 대응방안이 주축이었다. "지난해 이미 제주도가 바가지라는 언론의 프레임이 거의 완성됐다. 최근 언론에서 취재를 통한 기사가 아닌 개인 SNS나 유튜브 채널에서 나온 사건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이상 징후가 뚜렷하다. 먼저 가계대출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6월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원. 5월 대비 한달 새 6조원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000억원 줄어든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급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3월에 줄었다가 4~6월 석달째 증가했다. 특히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누적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최대다. 부동산담보대출 급증세와 함께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9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5188건)이 5000건을 넘어섰다. 6월 계약분 신고기한이 7월말까지이므로 20여일 남았는데, 벌써 4월 거래량(4990건)을 능가했다.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도 1만8830건으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실거래가도 올랐다. 일부 지역 초고가 아파트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파트 전셋값과 분양가가 오르는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감세,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완화가 가세한 결과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
맨얼굴은 어찌 보면 ‘불편한’ 구석이 있다. 사람들을 만날 때 진하게 화장하는 게 ‘거짓의 탈’이라고 매도당할 일인지 아니면 ‘예의’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박찬욱 감독이 영화에서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걸 진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기에 따라선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 장면➊ = 류(신하균 역)에게 이 세상 유일한 피붙이인 누나는 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맨다. 이제 신장 이식밖에는 길이 없다. 신장 기증자를 기다려보지만 기약 없다. 류는 피가 마르고 절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류 앞에서 검은 옷 입은 덩치 좋은 ‘형님’들이 권태롭게 ‘신장 사고팝니다’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고 지나간다. 류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그들을 찾아간다. 혈액형 맞는 ‘인간의 신장 1개’를 ‘단돈’ 1000만원에 사고파는 시장이 있다. 아마 매도가는 500만원쯤 되고 매입가는 1000만원쯤 될 것 같다. 그래야 ‘형님’들도 먹고살지 않겠는가.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라는 노랫말처럼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어야 할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라면 그것은 아마도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일
‘세상이 좁다’는 건 매스컴의 세계에 더 적합한 말이 아닐까. 적어도 이 글을 게재해 온 <제이누리>에 관한 한은,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어머니의 백세 일기를 여기에다 기록해 온 건, 순전히 어머니를 요양보호하면서 함께 버텨내는 삶이 버거운 탓이었다. 기실은, 어머니가 요양원의 주간보호(아침 9시~오후 5시)에 다니는 동안 몇 차례의 긴급 호출이 있었다. 내용은 ‘아무래도 병원에 모시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것인데, 정황은 돌봄에 대한 애로와 곤란의 우회적 표현이었다. 주간보호는 활동력과 인지력이 단체 생활에 가능한 정도라서 사회복지사 한 사람이 여러 어르신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머니처럼 손이 많이 가는 경우는 요양원에 입소해서 생활 전반을 전적으로 기관에 의존하는 게 적절하다. 다만 비용도 많이 요구되고, 집을 떠나야 하는 문제가 걸림돌이다. 더욱이 어머니는 ‘요양원에 보내지 않기’를 약속하고 한국으로 모셔 왔다. 보통 미국에서는 노인이 아프다 해서 병원으로 갔는데, ‘요양원으로 옮겼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얼마 없어 장례식장의 부고장이 날아든다. 바로 이 ‘병원-요양원-장례식장’의 루트가 어머니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정부가 3일 역동경제 로드맵 및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단기 대응은 경제정책방향(14쪽)에, 구조적 문제 해결 등 중장기 과제는 역동경제 로드맵(69쪽)에 담았다. 100쪽 가까운 자료에 수많은 정책을 열거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경제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제기되는 질문,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거대 야당을 설득하느냐’를 풀어줄 만한 답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은 자영업자ㆍ소상공인 지원 대책에 맞췄다. 위기 상황의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채무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규모를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배달료와 임대료, 전기료 등 고정비용 부담도 덜어주기로 했다. 총 25조원 규모의 종합 지원 대책이다.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에 14조원, 기금 확대에 10조원, 점포철거비ㆍ취업 등에 1조원이 소요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원 액수는) 가용 재원 내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 징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1000억원 적다. 세수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펑크 날 판이다. 확실한 세입 확보 방안이 없는 지원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소상공인과
박찬욱 감독은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 2가지 종류의 ‘무정부주의자’들을 보여준다. 하나는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을 부르짖는 영미(배두나 역)다. 그는 재벌해체와 미군철수를 외친다. 또다른 무정부주의자는 자본가 동진(송강호 역)이다. 역설적이지만, 영미가 싫어하는 자본가가 영미처럼 ‘정부의 힘’을 믿지 않는다. 영화 속 첫번째 무정부주의자는 영미다. 영미가 도로 한복판에 서서 운전자들에게 나눠주는 붉은색 전단에는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의 2가지 지향점이 담겨 있다. ‘재벌해체’와 ‘미군 철수’다. 똑같은 주장을 펼치는 단 2명의 무정부주의자들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정부주의자들의 주장은 다양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무정부주의는 힘 없는 개인을 향한 자본가의 착취와 억압, 정부가 제멋대로 일으켜 개인들을 ‘선택의 자유’ 없이 죽음으로 내모는 전쟁을 반대한다. 공장에서 자본가들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해 꼼짝없이 일가족이 쥐약 먹고 동반자살할 수밖에 없는 팽기사(기주봉 역)나, 공장에서 이유 없이 해고당하고 누나를 살리기 위해 장기밀매업자에게 자기 신장을 팔러 갈 수밖에 없게 되는 류(신하균 역
2024년 6월 19일은 기상관측 이래 6월 중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경북 경주는 기온이 한때 37.7도까지 치솟았다. 이틀 뒤 21일 서울에서 밤 기온이 섭씨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올여름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열대야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이르고, 1907년 근대적인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빨랐다. 6월 중 열대야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나타났다. 더위는 잠을 설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때 이른 폭염 탓에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시금치 도매가격이 한달 새 86% 올랐다. 고온에 취약한 상추류 가격이 180% 급등했다. 대파 값도 50% 상승했다. 올여름 역대 최강의 폭염이 예고되면서 농식품발(發) 물가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이로 인한 충격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히트플레이션(heat·열+inflation)’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히트플레이션이 만연하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2%대 물가안정은 물 건너간다. 폭염이 몰고 올 피해의 전조는 날씨 통계로 가늠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 들어 20일까지 폭염 일수(2.4일)는 평년 6월 한 달 폭염 일수(0.6일)의 4
영미(배두나 역)는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이라는 단체에 가입한 스스로를 열렬한 무정부주의자로 자처하는 당돌한 아가씨다. 막연한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라 나름 활동도 한다. 그런데 영미의 ‘무정부주의’ 활동은 그다지 혁명적이지 않고 조금 김빠진다. 영미에게 무정부주의 활동은 교통체증 도로에 나가 담배 하나 꼬나물고 운전자들에게 ‘무정부주의 지라시’를 들이미는 게 고작이다. 황당한 건 영미가 나눠주는 붉은색 전단지에 인쇄된 내용이다. “재벌해체, 미군철수.” 아마도 무정부주의자들의 단골메뉴인 ‘자본주의 타도’를 ‘재벌해체’로, ‘전쟁 반대’를 ‘미군철수’로 단순화한 구호인 듯하다. 그러나 이 장면이 ‘블랙 코미디’처럼 느껴지는 건 정부를 없애버리자는 영미의 ‘혁명적 무정부주의자 동맹’이 정부를 향해 자신들의 꿈을 이뤄달라고 호소하는 역설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재벌을 해체하고 미군을 철수시킬 권능을 가진 곳은 정부밖에 없다. 정부가 없으면 이 무정부주의자들의 꿈도 이뤄질 수 없다는 기묘한 논리가 된다. 유치원생 외동딸을 영미에게 유괴당한 중소기업 사장 동진(송강호 역)은 또 다른 모습의 무정부주의자다. 정부와 경찰을 믿지 못하고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
정부가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목표로 윤석열 정부 임기 내 2027년까지 저출생 추세를 반전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늦었지만 정부가 그간 저출생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저출생 대책 컨트롤타워(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은 진전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그동안 해온 대책의 요건과 혜택 범위를 확대하는 식의 재탕이다. ‘돌봄 지원을 위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최대 250만원으로 높이고, 육아ㆍ출산 휴직 기간과 횟수도 늘린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유보통합)해 최대 12시간까지 교육ㆍ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거 지원을 위해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결혼 특별세액공제도 확대한다 등등…’ 이같은 하던 대로식 대책으로 저출생 추세 반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저출생 대책 대부분이 일자리가 안정적인 대기업 정규직들이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는 점도 문제다.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출산ㆍ육아 휴직 사각지대가 넓다. 급증하는 플랫폼ㆍ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도입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도 빠졌다. 뜬
박찬욱 감독은 영화 ‘복수는 나의 것’에서 2개의 해고 장면을 보여주고 국가의 역할을 묻는다. 둘 모두 사회적 약자가 쫓겨나는 상황인데, 공교롭게도 영화 속 국가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여기서 생각해볼 점은 이게 비현실적인 영화 이야기냐는 거다. # 해고➊= 동진(송강호 역)의 회사에서 자신의 젊음을 몽땅 용접기에 녹여냈던 팽기사(기주봉 역)는 해고통지를 받는다. 사장인 동진의 집에 찾아와 동진의 출근차량을 막고 절박함을 호소하지만 어림없다. 팽기사는 셔츠를 올리고 커터칼로 배를 긋는 최후의 호소까지 한다. 그런데도 동진은 그를 병원으로 데려다줄지언정 해고를 취소하진 않는다. 결국 팽기사는 가족들과 쥐약 뿌린 피자로 최후의 만찬을 하고 생을 마감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팽기사 가족의 목숨을 건져줄 국가의 ‘안전망(safety net)’은 없다. # 해고➋= 류(신하균 역)의 누나는 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맨다. 유일한 희망은 신장 이식이다. 신장 기증자를 기다리지만 기약이 없다. 누나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류는 장기 밀매업자를 찾아가지만 그들은 류의 전 재산 1000만원을 강탈하고 류의 신장까지 적출해간다. 그러나 류
한국 경제의 취약한 고리인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봉착한 모습이다. 3월 말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54%. 2015년 3월 말(0.5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은행권이 이렇지 전체 금융권으로 보면 더 심각하다. 3월 말 자영업자 대출은 1112조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51% 증가했다. 게다가 그중 석달 이상 연체한 대출액은 31조원으로 1년 새 53% 급증했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어려운 다중채무자도 절반을 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빚으로 연명해온 자영업자들이 장기화한 고금리ㆍ고물가와 내수 침체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그동안 네 차례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버텨왔지만, 지난해 9월 원리금 상환 유예가 끝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매출 감소와 인건비ㆍ원자재 가격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늘었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폐업 점포수/전체 점포수)은 9.5%로 2022년 대비 0.8%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서울에서 폐업한 외식업체가 5922개로 4년 만에 최대다. ‘자영업자의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도 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