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들불축제는 2021년 문화관광축제로 개최됐으며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K-컬쳐 관광이벤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대한민국이 인정한 문화관광 축제다. 초창기부터 10여 년 이상 직·간접적으로 들불축제에 관여해 온 필자는 올해 들불축제를 바라보며 지금껏 가져온 자긍심이 무너졌다. 국내서 대형산불이 빈발함에 따라 산불예방 대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축제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국내·외 초청 인사와 관광객을 초대해 놓고 광장에 준비한 달집 하나 태우지 못하는 등 축제 성공을 위한 사명감과 소신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고 신철주 군수께서 국·내외 정월대보름 축제 행사에 참여하여 아이디어를 얻고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도내 목축 세시풍습인 촐왓 가두기와 목장에 불을 놓는 방애 풍습을 현대적으로 재현하여 국내 유일의 ‘불’을 테마로 하는 축제로 창안한 것이다. 첫 3년간은 일정한 개최지 없이 마을공동목장을 옮겨 다녀야 했다. 그러다 교통여건과 기반시설 확충이 가능하고 임목지와 떨어져 안전한 새별오름을 최종 선택했다. 제주의 368개 오름 중 새별오름은 지목이 목
클리프턴과 알마시는 클리프턴의 아내 캐서린을 둘러싸고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다.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난해한 문제와도 같다.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가 둘 사이에 놓인 영토와 둘 사이에 놓인 ‘여자ㆍ남자’ 문제다. 두 나라 사이에 놓인 영토는 전쟁의 영원한 주제가 되고, 둘 사이에 놓인 여자ㆍ남자는 드라마의 영원한 주제가 된다. 독도가 스스로 판단해서 ‘나는 누구의 섬’이라고 선언해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고, 캐서린 역시 둘 사이에서 방황한다. 풀기 어려운 갈등과 번민 속에서 클리프턴과 알마시는 ‘해결’을 포기하고 나름대로의 ‘결단’을 내린다. 알마시는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클리프턴에게 돌아가겠다고 사라진 캐서린을 찾아 나서고 결국 파티장에 쫓아가 ‘덮치는’ 결단을 한다. 그렇게라도 자기의 여자로 만들려고 한다. 클리프턴의 ‘결단’은 더욱 황당하다. ‘바람난’ 아내 캐서린을 프로펠러 비행기에 태우고 알마시를 향해 돌진한다. 둘 다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어이없는 ‘결단’만 내린다. 관객들의 혀를 차게 하는 ‘말도 안 되는’ 문제 대응 방식들이지만 정작 본인들은 ‘말이 된다’고 생각해낸 ‘결단’인 모양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우리 경제의 1분기 성장률을 들여다보면 곳곳이 암초다. 수치상으론 0.3%로 지난해 4분기 역성장(-0.4%)에서 탈출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마이너스를 벗어났지만, 경제 회복세를 예단하긴 이르다. 고꾸라진 성장의 구원투수는 민간 소비였다. 고물가·고금리 충격에 얼어붙었던 소비가 오락문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지개를 켰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여행과 공연·관람 등 대면활동이 늘어난 덕분이다. 민간 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였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4% 감소하며 성장률을 갉아먹었다(-0.4%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도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렸다. 무역적자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순수출이 네 분기째 성장률을 갉아먹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분기~199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피했지만, 향후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1분기에 버팀목이 돼준 민간 소비도 체감물가의 고공 행진과 고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마냥 기대할 수 없다. 수출과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주인공 알마시는 아무런 수식어 없는 글쓰기를 고집하는 인물이다. 문장 속 형용사나 부사와 같은 수식어는 대개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요소다. 감성을 극도로 배제하면 지극히 건조한 이성만 남는다. 마치 얼굴에서 육기(肉氣)를 모두 제거한 금욕주의적 조선 선비와 같은 얼굴이 된다. 영화 초반에 보이는 알마시가 내뱉는 말이나 그 표정은 인간의 온갖 ‘감성’을 송두리째 적출해버리고 그 자리를 온전히 이성으로 채운 모습이다. 저것이 과연 가능할까 믿어지지 않는데, 아니나 다를까 캐서린과 마주친 순간부터 이성은 사라지고 감성이 알마시를 점령한다. 우아한 연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고, 캐서린을 스토킹하고, 송년파티장에서 캐서린을 납치하듯 파티장 구석으로 끌고가 욕정을 채우기도 한다. 캐서린을 구하기 위해 독일군에게 군사비밀정보에 해당하는 사하라 사막의 지도를 팔아넘기고 비행기를 얻는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비행기를 구해 캐서린이 기다리고 있는 사막의 동굴로 돌아가지만 캐서린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다. 동굴 속에서 캐서린의 시신을 안고 나오며 오열하고 방성대곡(放聲大哭)한다. 알마시는 캐서린의 시신을 비행기에 태우고 독일군 방공포대를 향해 자살비행을 한다. 스스로
정치권과 국회는 늘 이런 식으로 뒤늦게 부산을 떤다.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전세사기가 사회문제화하자 여야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를 유예하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긴급 저리 대출을 시행하는 데엔 뜻을 같이했다. 아울러 피해 주택을 경매 시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 주택을 공공매입하는 방안과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피해 주택 공공 매입 방안을 두고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사인私人간 악성 채무의 공적 변제는 국가재정에 부담을 준다며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특별법에 의한 ‘선先지원 후後구상권 청구’ 해법을 주장했다. 정의당은 초당적 전세사기 재난 대응기구 설치를 요구하며 ‘깡통전세 대책 3법’을 제안했다.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원인과 관련해 여야는 이번에도 서로 네 탓을 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졸속 임대차3법 개정으로 전세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피해자들이 지속적
지난 월요일 아침, 제이누리 발행인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이번 주 100세 일기는 현재 조회수 2만여건을 돌파하며 우리 하루 방문자 1만5천명을 만들어내는 등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는 중. 이제 열혈 독자들이 생긴 듯^^ 감사합니다” 세상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버거워서, 그냥 버텨내려는 통로 삼아 쓴 글. 그저 일상의 허드레를 보고하듯, 반성 삼아 적어놓은 일기같은 글에, 이토록 뜨거운 ‘격려사’라니... 누가 내 마음을 알랴 싶어서 감정을 꾹꾹 눌러 쓴 혼자만의 중얼거림에, 이렇게 반응해 주시는 뜨거운 마음들이라니.... ‘울컥’ 하니, 감정이 복받쳐 올라, 소리내어 10초 가량 울었던 듯 하다. 그러고는, 이내 믿어지지 않아서, 제이누리로 들어가 보았다. ‘올 봄에 맞는 어머니의 100세 생신 ... 장수노인의 비결은 무얼까?(6)’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저 ‘장수의 비결 6-긍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보냈는데, 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이어서, ‘[어머니의 100세 일기] 어머니의 장수비결 10가지 중 한가지 ... 긍지’라는 부제가 뒤따르고 있었다. ‘장사는 아무나 하나’
알마시와 캐서린은 보통사람들에게서 찾기 어려운 서로의 매력에 취하고, 결국 불륜 관계에 빠져든다. 이를 알아차린 캐서린의 남편 클리프턴은 좌절하고 분노한다. 클리프턴은 2인용 프로펠러 비행기에 아내 캐서린을 태우고 알마시를 만나러 사막으로 향한다. 알마시는 사막에서 영문도 모른 채 클리프턴의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클리프턴은 가미카제식 자살비행을 감행한다. 알마시를 향해 돌진하는 클리프턴의 눈빛을 보면 아내와 간통한 알마시를 프로펠러로 죽이고 싶은 듯한 분노가 느껴진다. 단순히 알마시와 ‘너 죽고 나 죽고’가 아니라 아내 캐서린까지 다 같이 죽자고 한다. 알마시를 향한 클리프턴의 자살비행 모습은 왠지 낯설지 않다. 미디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하는 ‘격분한 A씨가 B씨와 C씨를 죽이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딱하고 우울한 소식을 접했기 때문인 듯하다. 관객들에게는 간통한 아내를 프로펠러 비행기에 태우고 아내와 간통한 남자를 향해 자살비행을 감행하는 클리프턴의 행위가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궁금하다. 공감과 지지도, 비난도 있을 듯하다. 어쨌거나 클리프턴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의 행위는 범죄행위다. 클리프턴이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경찰
경제예측기관들의 전망이 딱 들어맞진 않는다. 그래도 증권시장은 물론 기업과 정부,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이에 주목하는 것은 미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내외 예측기관들 가운데 신뢰도가 높은 곳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꼽힌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급전을 제공했던 IMF가 지난 11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수정했다. 직전 1월말 전망치(1.7%)보다 0.2%포인트 낮췄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에 따른 선진국 금융시장 불안이 겹쳐 한국 경제가 더 위축될 것으로 봤다. IMF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과 10월, 올해 1월에 이어 3개월 주기로 4연속 미끄럼을 탔다. 주요 10개국 중 4연속 하락 전망은 한국뿐이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전망치(2.9%) 대비 거의 반토막 났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전망은 더 어둡다. 8개 투자은행들이 지난 3월 말 제시한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1.1%. 6개 투자은행이 1%대로 내다본 반면 0%대 및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곳도 있었기 때문이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급랭하고 중국의 리오프닝
1923년 3월 22일. 어머니의 생신이다. 막내딸 이름을 성춘(成春)이라 지으시면서, 외할아버지는 ‘봄을 이루어라, 봄이 되거라’고 기원하셨을까. 이제 내일 모레면 만 나이로 백 세가 되신다. 이웃들이 묻는다. 어머니의 장수비결이 무엇이냐고. 혹시 집안이 장수하는 가문이냐고..... 아니다. 어머니는 4남2녀의 막내인데, 형제분들 중 가장 오래 사신 경우가 80대 중반이다. 요컨대, 장수혈통은 결코 아니란 얘기다. 그럼, 무엇이 장수의 비결일까? 어머니와 함께 산 지 20년, 같은 방을 쓴 지가 10년 째다. 룸메이트로서 내가 경험하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어머니의 장수비결을, 10가지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일, 2) 식사, 3) 병원, 4) 자녀, 5) 기도, 6) 바다, 7) 잠, 8) 딸, 9) 긍지, 10) 감사. 1. 1등은 못해도 2등은 했다 어머니는 자타가 인정하는 제주해녀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자리한 중문관광단지 일대를, 대포 사람들은 ‘너배기’라 불렀다. 아마도 넓고 평평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너배기 앞에 있는 바다를, 우리는 지삿개라 불렀다. 지금은 ‘주상절리’라 불리며, 관광지로 유명해진
헝가리 출신 알마시는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구속하는 ‘국가와 민족’이란 집단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더 나아가 적개심까지 느낀다. 그래서인지 알마시의 꿈은 왜소하고 멸시당하는 헝가리 민족을 벗어나 세계인이 되는 거다. 알마시의 조국 헝가리의 역사는 우리와 닮은 구석이 있다. 근대 이후 헝가리는 주변 강대국 오스트리아, 독일, 러시아(옛 소련)의 세력 및 관계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찢겨나간다. 헝가리 역시 살아남으려 이쪽저쪽에 붙어보지만 약소국의 결과는 항상 참담하다. 헝가리 귀족가문 출신이자 엘리트인 알마시는 헝가리란 국적 때문에 이웃 강대국의 귀족가문이나 엘리트로부터도 무시당하는 자신의 처지에 분노하기도 한다. 자신의 ‘민족정체성’이 헝가리란 사실을 부정하려는 듯, 그는 헝가리어를 쓰지 않고 독일어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그들과 어울린다. 알마시는 항공기 추락으로 처참한 화상을 입고 아무것도 기억 못하지만 신음 속에 구사하는 그의 영어만은 영국인이 들어도 틀림없는 영국인의 발음이었던 모양이다. 신원을 밝혀줄 아무런 증명서도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그는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공인받는다. 그 정도면 알마시는 남루한 ‘헝가리인’에서 벗어나 진정한 ‘
이제 남은 인생 자식농사 잘 지어야겠다고 돈을 모아야겠다고 노후대비 잘해야겠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땀 흘려 살아온 인생 어느새 70세를 넘고 보니 남은 인생 짧으면 10년 길면 20년 허무가 파도처럼 밀려오는구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 그 무엇을 더 탐하리요 못마땅한 일이 있어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 최고 중의 최고라오 이제 남은 인생 운동하고 맛있는 거 사먹고 자신을 사랑하며 삽시다 ☞김병연은? =1953년 충북 보은 출신으로 충북대 행정대학원 수료. 자전차 브레이크 와이어의 결착구 외 다수의 특허 보유. 2004년에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 다수 저서 발간
4월 5일 실시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보당 후보가 당선됐다. 직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함에 따라 치러진 재선거에서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이던 두 후보가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국민의힘 후보는 5위로 낙선했다.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국회의 역할을 방기한 채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당 체제의 폐해에 대한 유권자의 경고로 해석된다. 투표율 26.8%는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중 세번째로 낮은 것이다. 당선인의 득표 수는 전체 유권자의 10.4%에 그친다. 정치 무관심 내지 혐오의 표시이자 투표 포기를 통해 기득권 정당들의 행태에 항의의 메시지를 보낸 것일 수 있다. 양대 정당을 향한 경고는 여론조사 결과로 입증된다. 한국갤럽의 3월 마지막 주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며 33.0%로 같게 나타났다. 반면 무당층은 29.0%로 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2030세대 젊은층에서 무당층은 각각 46.0%, 41.0%로 양당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념 성향 중도층에서도 양당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