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학살, 폭력의 역사를 스크린으로 만난다. 지금도 세계서 지속되고 있는 참혹한 현장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오는 20일부터 23일까지 롯데시네마 제주연동점에서 '제3회 제주4·3영화제'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영화의 출품국가와 수는 13개국, 모두 31편이다. 각각 중요한 역사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우선 군사 분쟁과 민간인 피해가 수십 년째 지속되는 가자 지구를 조명한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 ‘그라운드 제로로부터’(2024)는 가자지구 출신 영화감독 22명이 참여해 다양한 영상 장르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노 어더 랜드’(2024)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팔레스타인에서 진행된 강제 퇴거와 가옥 철거를 팔레스타인 활동가와 이스라엘 언론인이 함께 기록했다.
단편작 ‘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2025)는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지내는 젊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솔직한 감정을 담았다.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군사독재의 상흔도 영화로 만날 수 있다.
폐막작 ‘지금, 녜인’(2025)은 현재 진행형인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한국에 사는 미얀마인과 한국인 부부의 일상을 통해 조명한다.
‘벌집의 정령’(1973)은 스페인 내전과 이후 출범한 프랑코 독재 정권의 억압을 시적으로 보여준다.
‘저항의 기록’(2024)은 프랑코 정권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프로젝트와 사후 아카이브를 재편집해 소개한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2025)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 군사독재 체제 당시 자행된 군부의 폭력을 예술인의 흔적으로 밝힌다.
‘빛을 향한 노스텔지어’(2010)는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 당시 사막에 묻힌 유해를 찾는 발굴 작업을 다룬다.
‘아임 스틸 히어’(2024)는 실종된 정치인과 그의 가족을 통해 21년 간 지속된 브라질의 군사독재의 어두운 단면을 비춘다.
단편작 ‘K-ALMA-Q’(2024)는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서의 독재가 오늘 날 현지 주민들에게 어떤 질문을 남겼는지 ‘사과’라는 매개체로 풀어냈다.
또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들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그녀의 묻혀진 이야기’(2022)는 대만 2·28을, ‘10월의 이름들’(2021)은 부마민주항쟁을, ‘1923년 9월’(2023)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1980 사북’(2024)은 1980년 강원도 정선 사북 탄광촌에서 벌어진 봉기를 다룬다.
‘기억 샤워 바다’(2025), ‘되살아나는 목소리’(2023), ‘해녀 양씨’(2004)는 재일조선인들을 기록하면서 각기 다른 개성을 띄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자세한 정보 확인과 영화제 티켓 예매는 영화제 홈페이지(https://www.jj43ff.com)를 이용하면 된다. 1인 4매까지 온라인 예매가 가능하다. 사전 예매 후 남은 좌석은 현장에서 예매 가능하다. 단체 관람은 사무국(064-723-4360)으로 문의하면 된다.
현장에서는 커피박 동백꽃 마그넷 만들기, 노슬미 작가의 크로키 체험도 영화제 이벤트로 마련된다.
강은미 제주4·3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아직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학살, 폭력과 차별의 참상이 제주4․3을 재현하고 있는 듯 하다"며 "‘영화가 희망이며 구원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조금은 무겁지만 그래도 ‘함께 가 보자’는 마음으로 제3회 제주4·3영화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영화라는 예술의 언어로 그 기억을 되새기며 세대와 지역, 나아가 인류가 함께 공감하는 연대의 시간을 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