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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다운폴 (10) 피해자가 가해자 편드는
기묘한 스톡홀름 증후군 ... 독재자들이 십분 활용해
한밤중 계엄사태 겪고도 ... 계엄 대통령 지지하나

영화 ‘다운폴’은 히틀러가 마지막 14일간 보낸 지하벙커에서 극한으로 치닫는 그의 ‘광기’를 담담하게 비춘다. 히틀러의 광기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아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걸 알려주려는 것 같다. 지하벙커 속으로 히틀러와 동행한 나치 최고위 간부들과 장군들도 ‘그러려니’ 하고 체념한 듯한 모습들이다.

 

 

나치당 당수 시절부터 보여준 히틀러의 광기는 많은 사람의 분노와 반발을 불러일으켜 히틀러가 자살하기 전까지 무려 42회의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하니 가히 ‘암살 위기 많이 넘긴 사람’ 기네스북에 남을 만한 인물이다. 오죽하면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이 2008년 ‘히틀러를 죽이는 42가지 방법(42 Ways to Kill Hitler)’이라는 제목의 역사재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까. 

결론은 히틀러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43번째 방법인 자살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독일인들이 유난히 암살에 서툰 민족인지 히틀러가 하느님이 보우하시는 특별한 인물이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혹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근검절약한다고 담뱃불로 담뱃불을 붙여주는 정도의 융통성도 없어서 사람이 셋 이상 모여야 성냥개비 하나를 꺼내 불을 나눠붙였다는 그들의 고지식함이 사실이라면 42번의 암살시도도 성공할 리 없긴 하겠다.

히틀러가 41번의 암살 위기를 넘기자 히틀러의 반대자들도 거의 체념상태가 된다. 특히 우리에게도 톰 크루즈의 영화로 잘 알려진 히틀러 마지막 암살 미수사건인 1944년 7월 ‘발키리(Walkre) 작전’이 적발되자 히틀러는 독일군과 독일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공포’를 선보인다.

사건에 연루됐거나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군 장성, 장교들과 협력자 7000명을 저인망 어선식으로 잡아들여 그중 4980명을 처형한다. 교수형 방식도 밧줄이 아닌 갈고리에 달린 피아노 줄에 도축장의 소돼지처럼 매달아 처형하는 모습을 공개한다.

이 사건 이후 독일 군부 장성, 장교들은 모두 얼어붙는다. 히틀러를 따라 지하벙커로 들어온 참모들과 장성, 장교들 모두 히틀러라는 ‘불사(不死)의 광인’에게 반기를 들면 돌아오는 ‘공포’를 생생하게 목도한 인물들이다. 일상화한 발광 중에 어쩌다 히틀러가 베푸는 작은 배려와 친절한 말 하나에도 장교들이나 여비서는 너무나 감격한다.

지하방공호 속에 모인 히틀러와 그의 참모, 장군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스톡홀름 증후군(Stokholm Syndrome)’ 사례를 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을 준다.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인질이 납치범에게 동조하고 감화돼 납치범의 행위에 동조하거나 납치범을 옹호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한 은행강도가 1973년 스톡홀름 은행을 점거하고 여성 3명, 남성 1명의 인질을 잡고 6일 동안 경찰과 대치할 때, 인질들이 경찰을 배척하고 오히려 인질범을 신뢰하고 옹호했던 기묘한 사례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극대화해 놓고 사소한 친절 몇가지만 베풀어도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편에 서는 묘한 심리현상을 가리킨다.

한 나라를 공포로 통치하던 독재자들은 이 스톡홀름 증후군을 가장 적절히 이용했던 듯하다. “감사함은 개나 앓는 질병이다(인민은 감사할 줄 모른다. 잘해줄 필요 없다)” “공포는 (감사할 줄 모르는) 인민을 겸손하게 만든다” “공포 앞에 논쟁이란 없다”….

소련의 ‘개돼지’들로부터 ‘강철의 대원수’라 불렸던 공포정치의 ‘거장’ 스탈린이 남긴 독재자들을 위한 주옥같은 명언들이다. 스탈린은 자신의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1937~1938년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반동분자 160여만명을 체포해서 70여만명을 처형한 인물이다. 

그 스케일이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이거나 혹시라도 비판적일지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모두 숙청 리스트에 올린 결과다. 대숙청 기간 사형집행을 독점했던 인민위원회 수석 사형집행인 바실리 블로힌(Vasily Blokhin) 소장은 2년간 혼자 3만여명의 사형을 ‘수작업’으로 집행해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사형을 집행한 인물로 기네스북에 공식 등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모두 스탈린 덕분이다. 일일 평균 250~ 300명을 권총으로 뒷머리를 쏴 사형을 집행했다고 한다. 극한직업이다. 히틀러는 스탈린과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소련전쟁(1941~1945년)’에서 스탈린과 불구대천지 원수처럼 싸우지만 공포정치만 놓고 보면 스탈린은 히틀러의 사부님 격이었다. 사람들은 싸우면서 나쁜 것부터 배우고 싸우면서 닮아간다.

우리의 전(前) 대통령이 재판에 나와서도 12·3 계엄을 ‘경고용’이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아마 국민들이 고분고분해지게 잠깐 공포감을 맛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로 들려 무척이나 고약하다.

전두환 장군이 계엄군을 보내 광주에서 시민 200여명을 사살하는 공포를 보여주자 우리는 고분고분 7년간 그의 통치를 받아들였던 아픈 역사가 있어서 더욱 괘씸하다. 김정은에게 인질로 잡힌 북한주민들도 인질범 김정은이 손이라도 한번 잡아주면 감격해서 쓰러진다.
 

 

‘스톡홀름 증후군’의 압권은 ‘국민의힘’이라는 은행에서 벌어진 인질극이다. 인질들이 인질범에 분노하기는커녕 인질범이 나갈까봐 전전긍긍한다. 그 누구도 인질범을 내쫓기는커녕 이제 그만 나가달라는 말도 못 꺼낸다.

인질범과 사랑에 빠진 인질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결국 인질들의 대표가 용기를 내어 정중하고 간곡하게 부탁해서야 국민의힘이라는 은행을 명예롭게 제발로 걸어 나가겠다고 한 듯하다. 

‘자진 퇴거’의 변(辯)도 자못 영웅적이기는 한데 무슨 말인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저는 오늘 은행을 떠난다. 저는 비록 은행을 떠나지만 자유와 법치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흉악범의 입에서 나오는 ‘자유와 법치’라는 말도 요령부득(要領不得)이지만 이순신 장군이 썼던 ‘백의종군(白衣從軍)’이라는 말은 더더욱 이해난망(理解難望)이다.

아마도 내란의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는 말로 들리니 이순신 장군께 면목 없는 건 둘째 치고, 우리가 그 무엇을 상상하든 항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전 대통령이 또 어떤 상상 이상의 언동으로 나라를 어지럽게 할지 불안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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