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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열려 ... 쪼개기 알바, 소상공인 폐업
늘어날 것이란 우려 제기돼 ... 취약계층 목소리 반영 못해
사회적 파급효과 성찰 필요 ... 정부,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2025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린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이나 결정 방식을 놓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 모두 불만이다. 최저임금 수준과 도입 역사, 결정 과정 등을 볼 때 정비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9860원)보다 170원 오른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6270원이다. 전년 대비 인상률은 1.7%. 코로나19 사태 와중이었던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다.

주요 경제전망기관들이 제시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6%)에 못 미친다.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한다. 경영계는 음식점ㆍ편의점ㆍ택시운송업 등 위기 업종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심리적 마지노선 1만원이 무너졌다고 불만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적절한지 평가할 때 흔히 쓰는 기준은 ‘중위임금의 60%’다. 이를 넘어서면 사회ㆍ경제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본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기준 중위임금의 65.8%다. 주요 7개국(G7) 평균(52.9%)보다 높다. 내년 최저임금 상승폭이 예년보다 적지만, 한국 최저임금은 올해 이미 일본(8300원), 대만(7450원)보다 높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내년 최저임금 1만30원에 주 15시간 이상 일할 경우, 하루분을 더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시간당 1만2036원이다. 이 때문에 종업원을 줄이고 무인계산대를 설치하는 ‘나 홀로 자영업자’와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쪼개기 알바’,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최저임금이 생산성 향상 이상으로 오르면 이를 지급하기 힘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로선 직원을 줄이려 들 수 있다. 영세업소가 많은 음식ㆍ숙박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인 최저임금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를 잃는 ‘최저임금의 역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저임금을 획일적으로 지급하지 않고 업종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방안을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현행 최저임금법으로도 가능하다. 미국ㆍ캐나다ㆍ중국ㆍ러시아 등은 지역별로, 일본ㆍ호주ㆍ스위스ㆍ벨기에 등은 지역별ㆍ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최저임금위 결정에 노사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의사결정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일자리를 잃을 염려가 없는 대기업ㆍ공기업 정규직 중심 양대 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접 타격을 받는 취약계층, 비정규직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기업에서 임금 협상하듯 힘겨루기하며 결정하는 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플랫폼노동자들이 늘고 있지만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근로자위원에 2030 MZ 노조와 비정규직도 참여시킴으로써 다양한 근로계층의 이해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합의로 이뤄진 사례를 찾기 힘들다. 노사가 인상률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최종 심의는 공익위원들이 주도해왔다. 그런데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중재안(심의촉진 구간)의 근거가 일관적이지 않다. 최저임금법은 노동자 생계비와 유사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올해 심의에서 나온 중재안 하한선은 1만원(인상률 1.4%)이었다. 중위임금의 60% 수준과 2023년 노동계 최종 제시안을 고려한 것이라는데, 지난해 심의에선 직원 300명 미만 사업체 노동자의 임금총액 상승률을 근거로 삼았다.

경제ㆍ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성찰 대신 최저임금위에서 사실상 정부를 대변하는 공익위원들이 절충안을 제시하고 표결로 결정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 선출을 두고서도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와 국회는 최저임금위 뒤에 숨지 말고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깊이 있는 논의 과정을 거쳐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연방의회와 정부가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한다. 영국은 정부가 독립기관의 권고안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독일은 노사 합의가 주축이지만 월별 임금지표에 기반해 정한다.

경제상황 및 노동현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노사가 서로 유리한 경제지표를 내세우며 강경한 주장을 펴는 것도 문제다. 최저임금 결정은 수많은 저소득 근로자의 삶과 중소 상공인들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다.

거시경제 전반을 감안한 객관적ㆍ합리적이고, 중장기적 예측이 가능한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마련해야 한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건당 수수료를 받는 도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별도 설정 등 노사 간 견해차가 큰 현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회가 책임의식을 갖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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