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제주도당이 또다시 분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패인으로 지목돼 온 분열의 함정이 이번 선거에서 재연될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제주갑 선거구 출마를 벼르던 김영진 예비후보가 당적을 버리고, 허용진 도당위원장 마저 탈당계를 제출하며 심각한 내분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이날 주요 당직자 13명으로 구성된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후속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이유는 급작스런 도당 주요인사들의 탈당사태 때문이다.
허 위원장은 하루 전인 5일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그동안 후보 공천을 미뤄왔던 제주시갑 선거구에 고광철 보좌관을 우선공천(전략공천)하자 이에 반발, 곧바로 탈당계를 냈다.
당초 허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그러나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차기 도당위원장 선출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수석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맡아야 할 판이다.
돌연 전략공천이 확정되자 그동안 제주갑 선거구에 공을 들였던 김영진 예비후보도 탈당대열에 합류했다. 공천에 불복, ‘무소속 출마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 예비후보는 고광철 후보 전략공천이 발표되자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완주할 것이다. 제주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중앙당에 엄청난 회오리의 부메랑이 돌아갈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강행’ 의사를 암시했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김 예비후보를 도와 캠프를 꾸렸던 인사들은 한마디로 격앙된 분위기다.
캠프의 한 인사는 “한달이 다 되도록 후보의 지위를 인정않다가 ‘듣보잡’인 인사를 돌연 후보라고 내리꽂으면 우리보고 어쩌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동안의 선거 패인은 숱한 중앙당의 잘못된 공천 탓인데 다시 재연될 상황”이라고 분개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 계열에서 수차례 대변인을 지냈던 한 인사도 “결코 밀리지 않았거나 오히려 패권을 장악했던 국민의힘 제주계열이 최근 20여년 간 패배를 거듭한 건 우리가 오히려 적전분열한 게 원인”이라며 “그 원인은 늘상 중앙당이 제공했다. 이번에는 제주갑 선거구의 경우 민주당이 숱한 잡음을 낳은 경선을 치러 절호의 기회로 다가왔으나 이 마저 또 놓치게 만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마디로 중앙당이 전략공천한 고광철 후보를 정점으로 똘똘 뭉칠 수 없는 국민의힘 제주도당내 분위기다. 내분사태가 예고된 바나 다름 없다.
제주갑 선거구는 그동안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4선, 송재호 의원이 초선의 영광을 거둔 지역구다.
민주당이 연거푸 5번 연속 승리의 영광을 거뒀지만 그 이면엔 공천 파동을 거치며 벌어진 국민의힘 그룹의 내분이 주효했다. 자당 후보가 있는데도 현경대 후보가 박차고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현경대 후보 공천에 반발, 장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분열 양상이 오히려 민주당에게 ‘어부지리’ 효과를 낳았다.
그 외에도 장성철 후보 등을 내세워 선거를 치르기도 했지만 당시 선거에서도 지역구에선 “거함 강창일·송재호 후보를 맞상대하기엔 역부족인 공천”이란 말이 나돌았다.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그 이전 제주갑 선거구는 역대 표심이 현경대·양정규 의원을 수타례 배출하는 등 오히려 국민의힘 계열의 강세로 지목돼 온 곳이다.
이번에도 김 예비후보가 무소속 출마로 선회하면 제주 갑 선거구는 국민의힘 고광철 후보와 민주당 문대림 후보, 무소속 김영진 후보간 3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 3자 대결구도에 따른 후보간 득실 계산기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